이런저런 대화...(핀잔, 측면)

2018.05.07 07:01

여은성 조회 수:830


 1.늘 쓰는 일기 패턴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휴일을 싫어해요. 웬만하면 휴일은 주말과 겹치도록 배치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라죠. 하지만 누군가가 대체휴일이란 걸 발명해버렸고 덕분에 오늘 월요일에도 할일이 없게 됐어요.



 2.물론 나도 쉬는 건 좋아하지만...나는 그래요. 더이상 일할 필요가 없게 되었을 때 편히 쉬고 싶거든요. 일하다가 중간에 리듬이 끊겨 버리는 토요일 일요일은 어차피 할일도 없고요. 그야 할일도 약속도 만들려면 20가지도 만들 수 있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리소스를 소모해야 하죠. 이제 내게 남은 리소스는 실체뿐이니까요. 그러니까 일할 필요가 없게 될 때까진 쉬지 않고 일하고 싶어요.


 어쨌든 요즘 쓰는 건 일기라기보다 넋두리예요. 이건 어쩔 수 없어요.



 3.왜냐면 이젠 잠재력이 아니라 실체만이 중요한 나이잖아요? 요전에 일기에 썼듯이 인맥이 넓은 사람들을 만나면 끈질기게 물어보곤 해요. '걔는 어떻게 됐지? 또 걔는 어떻게 됐어?'뭐 이렇게요. 왜냐면 두렵거든요. 그들이 나를 앞지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요. 그들이 가진 행복의 총량이 나를 앞서는 일이 일어나면 매우 마음이 아플 것 같아요. 그렇게 많은 기회와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들이 나를 앞지르도록 내버려 뒀다니...하는 자책감이 들 테니까요. 


 그래서 마당발들은 내 질문을 잘 이해 못해요. 내가 다른 사람들에 관한 걸 물어보며 조바심을 보이면 '에이~걔네들은 형보다 훨씬 못해요. 왜 신경쓰죠?'라는 반응을 보이죠. 그러나 그들에겐 잠재력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들이,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실체화시키는 데 성공이라도 한다면...그들이 가진 행복의 총량이 삽시간에 나의 것을 추월할 위험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신경쓰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잠재력을 가진 녀석들에게 추월당하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계획을 늘 가지고 있는데...오늘처럼 쉬는 날엔 계획도 무용지물이거든요. 행복의 총량을 늘리는 계획은 휴일에는 실행할 수가 없으니까요.


 

 4.휴.



 5.요전엔 친구를 만나서 핀잔을 꽤나 들었어요. '요즘의 자넨 남의 노동력에 숟가락을 올리는 것 말곤 하는 게 없군.'이라고요. 그리고 듀게에 쓰는 일기도 점점 뻔해져 간다고 친구는 불평했어요. 그리고 글이 뻔해지고 재미없어져가는 이유는 늘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인 거라고도 말했어요.


 '자네가 만나는 여자들은 다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아. Q정도를 빼면 말이야.'


 라고요. 이건 맞는 말이예요. 다만 여기서 문제는, 그 여자들의 문제도 나의 문제도 아니예요. 이 관계성이 문제인 거죠. 그래서 대답했어요.


 '그건 어쩔 수 없어. 나는 그들에게 손님이니까. 내가 그들에게 손님인 이상 그들의 다양한 면이 아닌, 강제된 측면만을 볼 수 있지.'


 친구는 '그건 그렇군'이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사실, 그들의 개성을 볼 수 없는 이유는 내가 그걸 바래서이기도 해요. 전에 썼듯이 그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그들이 내가 손님이라는 사실을 잊을 만 하면 한번씩 지랄을 해서 그들에게 다시금 상기시키곤 하죠. 내가 손님이라는 사실을요.


 그렇게 푸닥거리를 해 두면 그들은 다음부턴 다양한 면을 내게 보여주는 대신 고정된 하나의 측면만을 내게 보이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게 내게 좋은 거예요. 소위...그들의 개성이라는 걸 구경해 봤자 피곤해지기만 하거든요. 그들이 내 앞에서 개성을 꺼내놓을 때는 동시에 자의식도 끄집어 내버리고 마니까요. 그들의 개성을 구경하려면 동시에 자의식도 봐야 하는데 그럴 바엔 차라리 둘 다 안 보는 게 나아요. 뭐 대단한 개성도 아닐 테니까요.



 6.친구가 물었어요. '자네 운전면허는 물론 있겠지.'라고요. 나도 모르게 웃음보가 터져서 카페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웃고 대답했어요.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곤 하는군. 무려 운전 면허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그러자 친구가 시무룩한 얼굴로 함께 드라이빙 센터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어요. 친구는 스포츠카를 뽑았거든요. 출고 날짜를 기다리는 중이예요. 이미 운전면허가 있지만 스포츠카를 멋지게 모는 법을 배우러 센터에 간다고 했어요. 피트니스에서 pt를 받듯이 운전도 개인 강습이 있다나 봐요. 어쨌든 따라가 주겠다고 하니 친구가 물었어요. 인천까지 같이 가서 자기가 운전을 배우는 동안 네가 할 일이 없지 않겠냐고요.


 '글쎄, 네가 운전을 배우는 동안 나는 인천의 거리를 걷는 거지.'라고 대답해 줬어요. 나는 낯선 거리를 걷는 걸 좋아하거든요. 거리도, 사람도 낯선 것이 좋아요.



 7.그런데 드라이빙 테크닉을 배우자고 인천까지 가다니...자동차에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하자 친구가 말했어요. 차를 사기 위해 이런저런 사이트도 들어가 보고 관련 공부도 하다 보면 사랑이 생기지 않겠냐고요. 뭔가 느끼는 바가 있어서 입을 열었어요.


 '그 점에선 완전히 인간과는 반대군. 인간은 알면 알수록 싫어지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가 가장 사랑할 수 있는 법이고.'


 그러자 친구가 갸우뚱하며 '반대 아닌가? 알면 알수록 좋아질 구석이 있는 거 아니야?'라고 되물었어요. 생각해 보니 바로 그게 나의 문제인 것 같았어요.


 '그게 나의 문제인 것 같군. 나는 100% 얼굴만 보고 좋아할지 말지를 정하니까. '알면 알수록 좋아할 구석이 생기는' 여자를 애초에 못 만나봤으니까 이 따위 소리나 지껄이는 거겠지.'


 흠 그래요. 앞으로도 계속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싫어지는' 여자들을 만날 기회밖에 없겠죠.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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