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구석들' 읽고 잡담

2023.04.17 18:00

thoma 조회 수:238

이 책은 에밀 졸라가 1871년 1권을 내기 시작한 루공 마까르 총서 중에 1882년에 출간한 열 번째 작품입니다. 

20권 중 그리고 20년 동안의 시기 중 총서의 중간에 위치하는 책이라고 합니다. 

이보다 몇 년 앞서 나온 7권 '목로주점'이 크게 성공해서 이때부터 부와 명성을 얻었다고 하고 이 책 바로 앞 9권이 '나나', 이 책을 이어서 11권이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입니다.(집에 있는 책부터 읽으려고 했는데 어떤 후기에 이 백화점 배경 소설이 '졸라 재밌었다'(!) 그래서 급궁금해졌습니다.) 

여러분, 고전은 고전입니다. 너무 길다, 남의 나라다, 남의 시대다, 이름도 헷갈리게 어려운데 등장인물도 얼마나 많다, 도대체가 나의 상황과 안 맞다 -- 우리를 주저하게 하는 이런 기타등등을 쌩까고 시간을 투자할 일입니다. 옹색한 나의 시공간이 조금은 숨쉴만한 세계같고 조금은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로 치면 빌라로 볼 수 있는 5층 주거 건물에 입주해 있는 10가구 정도의 브루조아 집구석들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집에 사는 인물들에게는 '내면'을 느낄 수 없어요. '속'을 알 수 없다고 할 때의 속마음과 달리 내면이라는 단어에는 '반성적'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뜻에서 내면이 없는 것 같습니다. 타인들의 비행에 대한 비난은 난무한데 자신이 하는 똑같은 짓에 대해선 너그러운 양해가 끝도 없이 점철됩니다. 좀 막장 드라마 보는 느낌도 있고 인물들이 하나같이 무반성적이라는 점에서 에밀 졸라의 이 계급에 대한 원한까지도 짐작하게 합니다. 이렇게 세밀하게 천박함을 한 줄 한 줄 적어나가자면 진저리가 났을 거 같거든요. '목로주점, '나나'에 대한 평론가들 반응이 매우 부정적었답니다. 쓰레기 같은 소재를 다루며 외설적인 표현을 썼다고 비난했다네요. 이런 비난에 대응해서 그렇다면 고상한 브루조아 계급의 이중성을 정면으로 적극 다룬 소설을 써보겠다고 한 것이 이 작품이라고 합니다. 브루조아라고 해서 다 이 작품 속의 인물 같진 않겠지만 그들의 고상한 인품이나 세련된 교양의 긍정적 측면을 다루어 주기엔 그러한 인품과 교양을 떠받치고 있는 하층계급의 안뜰과 뒷방의 비참이 차고 넘친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제가 뭐 평 비슷한 것을 할 능력은 안 되고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이 한결같이 왜 이 지경인가를 생각해 본 것입니다.

  

소설에서 호감 가는 인물이나 고양되는 장면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술술 페이지가 넘어가며 잘 읽히는 작품입니다. 

브루조아, 라고 해서 의사, 판검사, 장사꽤나 잘 되는 점주나 사업가 정도를 떠올렸는데 포목점의 점원도 친인척으로 살짝 엮이면 그 계급으로 취급하더군요. 가게 하나를 갖거나 가게의 점원이라도 된다면 막노동꾼이나 마부, 하인 등과는 신분에 차별을 두고 (새끼)브루조아로 취급하는 거 같았습니다.     

전체 중에 특별히 인상적인 부분은 거의 끝에 6페이지 걸쳐 나오던 하녀의 출산 장면이었습니다. 졸라의 명성에 값하는 무서운 묘사였습니다. 

어느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소설책을 빌리면서 발자크의 책을 기피하네요. 그러며 하는 얘기가 졸라 자신에 대한 말 같아서 웃겼습니다. "그 작가는 늘 불쾌한 얘기만 해대니까요. - 이건 실제 사는 얘기하고 너무 비슷해요."(그래서 읽기가 싫다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92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44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311
123290 [무두절에 바낭] 족구는 개발, 결론은 성격, [4] 가라 2010.07.15 2456
123289 성폭행 혐의 유진박 전 매니저 항소심 무죄 [6] Wolverine 2010.07.15 6993
123288 독서 취향의 한계 ㅠㅠ [8] DH 2010.07.15 5668
123287 책 정리 [1] 범벅 2010.07.15 2252
123286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젠 대체품을 찾아야 하나요? [7] wadi 2010.07.15 2567
123285 [질문] 광화문 근처 여자사람과의 식사 장소 추천은??? [15] starsailor 2010.07.15 4523
123284 앵두 vs. 고양이 저금통 -gloo님과 Aem님 글과 관련있음^^ [13] Luna 2010.07.15 2626
123283 호신용 스프레이와 경보기 샀어요;; [15] khm220 2010.07.15 4679
123282 저도 묻어가는 크록스 질문.. [18] 들판의 별 2010.07.15 4257
123281 문자 몇자까지 보내보셨어요 [12] 가끔영화 2010.07.15 5450
123280 인셉션 용산 아이맥스 예매 오픈했습니다. [9] 필수요소 2010.07.15 3804
123279 [퍼옴] 말이 사람을 죽일수 있다.. [12] Apfel 2010.07.15 4418
123278 고양이어부바 [9] 로즈마리 2010.07.15 4194
123277 놀러와 보헤미안 편에서 이상은씨..... [36] 29일 2010.07.15 7513
123276 며칠 전 자두씨를 삼켰어요. [14] 스팀밀크 2010.07.15 17102
123275 국군과학화훈련단(KCTC)이 사상 최초로 전투에서 졌군요. [10] 01410 2010.07.15 5993
123274 GMF 예매했어요 ^-^ [17] 형도. 2010.07.15 3075
123273 그린피스 선정 환경친화 기업 순위 [10] wadi 2010.07.15 5384
123272 김수로, 황정음, 지연의 공포놀이 셀카 [7] DJUNA 2010.07.15 5077
123271 [아저씨]의 소미 캐릭터 동영상 [1] DJUNA 2010.07.15 228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