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의 기준은 어디일까요?

2011.07.11 00:24

토토랑 조회 수:2777

예전에 트로이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가 발목에 화살 맞아 죽는다고 쓴 글에 

왜 스포를 쓰냐고 분개하는 댓글과 그 댓글에 추천이 있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별로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스포라면 스포겠지만, 아킬레스건 따위를 스포 표시하고 쓰는 건 더 웃기겠죠.

 

영화 칼럼을 읽다보면 여러 영화들 예를 들면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영화의 이런 장면은 이런 의미가 있고, 이런 장면의 대표적인 영화로는 이거, 저거, 그거 등이 있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이런 글에는 꼭 왜 나는 그 영화 안 봤는데 스포일러를 하냐는 댓글이 달립니다.

아니..그러면 그런 글은 어떻게 쓰나요.

 

물론 사람마다 상식이 다르니 기본 설정이라도 스포가 될 수도 있겠죠.

미드 퍼시픽에 나오는 세 주인공 중 한 명이 바실론입니다.

태평양 전쟁 중에 죽은 미국의 영웅인데, 미국에서는 이순신만큼이나 그가 죽는 순간이 유명하다더군요.

저는 전쟁사에 큰 관심이 없어서 몰랐습니다. 남의 나라 영웅이니 뭐 제 상식이 많이 부족한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창 드라마 할 때 관련글을 읽는데 누군가 다음편이 바실론이 죽는 편인가 보다라고 썼고,

밑에 욕이 엄청 달렸었습니다. 스포라고, 그래 너 남의 나라 역사 잘 알아서 좋겠다고, 너 잘났다고.

그런데 그 사람은 엄청 억울해했죠, 당연히.

미국에서는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라서 제작단계부터 그 부분은 당연히 깔고 가는거였으니까요.

그렇다면 대한민국 인터넷에서는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 나중에 죽는다고 쓴다고 스포라고 욕 먹을리는 없겠지만,

이 드라마가 다른 어디로 수출되었다면 그 나라에서는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스포가 되었을까요?

 

원작이 있는 작품은요? 원작 내용을 적었다고 스포가 될까요?

심지어 그 원작이 고전이라면? 제인 에어 소설 내용 썼다고 스포일까요?

소설 안 본 사람에게는 스포겠지만, 제인 에어 영화 보고 감상문을 적는다면 소설 얘기 안 적기가 힘들텐데 어쩌나요..

 

 

저는 스포일러를 엄청엄청엄청나게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심지어는 기본 설정 보는 것도 싫어해서 일부러 사전 정보는 안 찾아봐요.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게 항상 제일 재밌어서요.

 

그래도 요즘의 스포일러는 너무 민감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번에 q채널에서 서바이버 방송해줄때(지금도 해주는지는 모르겠어요.) 관련 카폐에 열심히 드나들었었는데,

당시 스포일러 기준은 q채널의 본방시간이었습니다.

그 이전에 다른 경로로 미리 본 사람은 내용을 얘기하려면 스포 표시를 해야 했고,

자기 사정으로 q채널 본방을 놓친 사람은 그냥 스포 당하던가, 자기가 재방 볼 때까지 카폐 들어오지 않던가 해야했죠.

제가 지금까지 봐왔던 여러 커뮤니티 중에 가장 합리적인 스포 기준을 가지고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물론 거기야 특정한 한 프로그램에 관한 커뮤니티니까 가능한거였겠지만요.

 

티비프로그램이라면, 방송 끝나면 그게 다라고 생각합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티비방송에 대한 스포도 점점 민감해져 가는데,

솔직히 본방 놓쳤는데 내용 알고싶지 않으면 인터넷 안 하는 수밖에 없어요.

 

영화라면 극장에서 내려가면 스포에 조금 유들유들해져도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말 보고 싶었는데 자기 사정으로 못 본 거라면, 그런데 내용 알기가 싫다면 자기가 알아서 피해야죠.

 

꼭 보고 싶지는 않았는데 우연히 스포를 접하고 화가 났다면, 화 안 내도 됩니다. 그런 영화는 어차피 그 스포 안 봤어도 결국 계속 안 봅니다.

그러니까 역사적 사실이나 유명한 원작이 있다면, 그것도 스포 아니겠지요. 어차피 그 사람은 영화 아니었으면 그냥 계속 몰랐을거니까요.

 

뭐 정답은 없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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