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이진주, 매너)

2019.07.07 15:10

안유미 조회 수:620


 1.pgr을 보다가 이진주라는 자의 글을 읽었어요. 나도 한 자기연민 한다고 자부했지만 역시 세상은 넓더군요. 


 이진주의 글을 보다보니 옛날에 알던 호스티스가 떠올랐어요. 술만 마시면 '내가! 여기서 일할 사람이 아니야. 내가! 여기서 이런년들이랑! 이러고 있는 게! 존나! 어이가! 없어.'라고 매일 어그로를 끌다가 결국 2주후에 짤린 호스티스 말이죠. 하긴 이진주는 직장을 그만둔 뒤에 저러는 거고 그 호스티스는 직장을 다니면서 그런 거니까...조금 다르긴 하죠.


 저 느낌표는 그 직원의 독특한 발음과 억양을 조금이라도 전달해 보고 싶어서 썼어요.


 

 2.하지만 뭐 그 호스티스는 그런 자신감을 가질 만 했어요. 위에 썼듯이 짤리는 데 2주일 '씩이나'걸린 거니까요.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자영업하는 사장이라면 저런 소리를 해대는 직원을 몇 초만에 자를 것 같나요? 


 저런 말을 입 밖에 내는 사람은 잘리는 데 20초밖에 안걸릴걸요. 99.5%의 경우라면요. 하지만 저 직원은 저런 어그로를 끌면서도 2주일 씩이나 안 잘린 거예요. 그만큼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예뻤다는 거죠. 그 직원의 외모력은 적어도 실체적인 힘이었던 거예요. 그 외모를 가지고서 매너있게 굴었으면 그야 좋았겠지만...쓰레기짓을 해도 외모라는 건 인정받는 법이니까요.



 3.하여간 그래서 나는 사람을 볼때 재력과 외모만을 봐요. 왜냐면 다른 종류의 장점들은 혓바닥을 어떻게 놀리느냐에 따라 한없이 포장질이 가능하잖아요? 하긴 이진주 같은 사람들이 이해는 가요. 그런 자들은 그들이 가진 점들을 가능한한 올려치기해야 하기 때문에 혀를 좀 길게 늘려야 하겠죠. 걔네들이 가진 건 별로 실체적이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걔네들은 뭘 할때마다 최대한 명분을 맞춰서, 사람들의 합의와 이해를 끌어내야 하죠.


 하지만 돈은 그렇지 않죠. 돈은 그냥...쓰면 쓴거잖아요? 10만원을 쓴 사람은 10만원을 쓴 사람이고 10억원을 쓴 사람은 10억원을 쓴 사람인 거니까요. 도덕이나 이념같은 건 혀를 어떻게 놀리느냐에 따라 포장이 가능하지만, 아무리 관점이나 시점을 달리해서 봐도 액수라는 건 늘 똑같거든요.


 하긴 이진주도 그점을 알고는 있는건지, 그녀-또는 그녀의 남편-가 가진 제주도 아파트의 가격이 몇억원인지 자세하게 적는 걸 매번 그만두지를 못하고 있더군요. 한데 돈이라는 게...액수를 밝혀버리면 꽤나 모양빠지는 법이란 말이죠. 그래서 나도 일기를 쓸때 정확한 금액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잖아요? '누군가의 한달 월급'이라던가 '중간 거 세장' '각오한 것보다는 쌌지만 기대한 것보다는 비쌌다'같은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넘어가죠. 왜냐면 실제로 정확한 금액을 써버리는 순간, 그게 누구나 인정할 만한 압도적인 금액이 아니면 대개 초라해져버리는 법이니까요. 


 

 4.휴.



 5.이렇게 쓰면 여러분은 '뭐야, 할일없는 일요일 오후에 850번 정도 했던 얘기를 또 하고 앉아있잖아. 이젠 지겨워.'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아니예요. 요즘은 한가지...알게 됐거든요. 돈을 써봤자 엿같은 태도로 쓰면 돈을 쓴 재수없는 놈이 된다는 걸요. 사람들은 당신이 돈을 쓰면서 재수없게 굴면, 당신이 돈을 써준 사실이 아니라 당신이 재수없게 굴었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않는다는 걸 말이죠. 그리고 그걸 상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돈을 더 많이 써서 상쇄시키거나, 아니면 재수없게 구는 걸 멈추는거죠.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돈을 더 많이 쓰는 것보다는, 돈은 조금만 쓰고 그냥 친절하게 구는 편이 더 낫다는 거요. 하긴 생각이 달라진 건 아니군요. 인간들은 사실 늘 똑같았으니까요. 그들이 존재하는 방식을 잘 몰랐던 것 뿐이죠.


 

 6.그 사람이 아무리 별거 아닌 인간 같아도, 모든 인간들은 자신의 자존심에 늘 비싼 가격을 매겨두고 있다는 거...최근에 알게 됐거든요. 그리고 내게는 걔네들이 자신에게 매긴 자존심의 가격을 지불할 돈이 없고요. 그러니까 사람을 만나게 싶다면 친절하게 굴 수밖에 없어요. 잘 나가는 심리상담사든 시간당 비용을 청구하는 변호사든, 걔네들의 노동력의 가격은 딱히 비싸지는 않아요. 인간들의 노동력은 허황된 가격이 아니지만 자존심만큼은 그게 누구든간에 허황될 정도로 비싸단 말이죠.


 그리고 문제는 이거예요. 걔네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려는 시도를 하는 순간, 걔네들은 스스로에게 매긴 자존심을 가격을 더 높게 써서 내민다는 걸 말이죠. 상대에 따라 자존심의 가격도 달라지는 거죠.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격표를 써서 내밀 때 거기엔 두가지 경우가 있거든요. 첫번째로는 자신을 팔아 보겠다고 써서 내미는 가격. 두번째로는 '너한테는 절대 안팔겠다'고 써서 내미는 가격이요. 부동산 거래랑 비슷하죠?



 7.아, 그리고 하나 틀렸는데 오늘은 할일없는 일요일 오후가 아니군요.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슬슬 나가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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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데 TV에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방영해주고 있네요. 사람들에게 재수없게 구는 걸 멈춰야 한다...라는 오늘의 일기랑 왠지 잘 어울리는 내용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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