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작입니다. 한국식 나이로 25세... 라는 썩은 드립이었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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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가 꽤 유명했고 또 사진도 예쁘게 잘 찍어 넣긴 했는데 뭔가 드류 배리모어랑 안 닮았습니다.)



 - 배경은 시카고입니다. 왜냐면 주인공 '조시'가 일하는 곳이 시카고 선 타임즈이기 때문이죠. 1999년이 배경일 테니 아마 로저 이버트도 일하고 있었겠네요.

 암튼 이 분은 아주 유능한 카피라이터이신데, 문제는 본인이 하고 싶은 진짜 일은 이게 아니라 기자라는 겁니다. 하지만 회사에선 아니 지 일 그렇게 잘 하고 있으면서 왜 쓸 데 없이 저래. 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구요. 

 그러다 참으로 무능하고 아무 생각 없는 회사 보스님께서 정말 하찮은 이유로 '우리는 십대들의 삶을 알아야 해!!' 라며 고등학교 잠입 르포를 지시하구요. 기자를 학생으로 집어 넣겠다는 이 황당한 제안을 하늘이 내린 기회로 받아들이고 덥썩 받아 들인 조시는 야심차게 고등학교로 돌아갑니다만. 문제는 이 분이 실제 고등학생 때 그다지 즐겁지 못한 삶을 살았다는 겁니다. 과연 우리 조시는 두 번째 기회를 어떻게 보내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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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쟤는 복고 컨셉이구나? 라고 이해해줄 만도 한데 가차 없이 왕따가 되는 등교 첫 날. ㅠㅜ)



 - 한 번 봤던 영홥니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 안 나지만 대략 21세기 벽두에 봤을 거에요. 아마 2001~2002년 쯤? 그냥 소소하게 재밌네... 하고 봤던 영화인데 어쨌든 나쁜 기억은 아니어서 디즈니 플러스에 있길래 그냥 다시 봤어요. '빅'의 영향도 있습니다. 글이 올라가는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는데 사실은 '빅'을 보고난 후에 이 영화가 눈에 띄어서 '어찌 보면 좀 비슷한 설정이네?' 라는 생각을 하고 틀었거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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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여행도, 마법의 기계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본인이 동안이면 고민 해결.)



 - 그러니까 일종의 너드 환타지스런 이야기죠. 학창 시절에 너드로 매우 아름답지 못한 추억만 가득 안고 성인이 된 사람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예전에 갈망했던 것들을 싹 다 성취해낸다는 이야기니까요. 다만 시간 여행도, 빙의도, 그냥 어려짐(?)도 아니고 걍 성인인 그대로 남들에게 정체만 비밀로 한 채 학교로 돌아간다는 단순 무식 호쾌한 설정이 차별점이라면 차별점... 이겠지만. 사실 그렇게 낯선 설정은 아니죠. 저 같은 사람들에겐 '도학위룡'이 먼저 떠오를 거고, 아마 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서양 영화들 중에도 몇 편은 나오지 않겠습니까?


 근데 이게 이 영화의 포인트입니다. 이게 단순히 연애, 로맨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죠. 정말로 그런 곳인지 저는 영원히 알지 못할 세기말 미국 고등학교의 너드, 아웃사이더들이 학창시절에 대해 갖고 있을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이야기이고, 결국엔 그걸 치유하는 방향으로 가는 참으로 선량한 목적의 영화입니다. 연애는 그 안에서 클라이막스에 방점을 찍기 위한 도구 같은 걸로 활용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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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드 출신 작가님들의 음험한 복수심으로 인해 매번 찐따로 등장하는 학교의 퀸카님들. 여왕벌 혐오를 멈춰 주세요... ㅠㅜ)



 - 영화의 이런 컨셉을 잘 살려주는 게 드류 배리모어라는 배우와 이 분이 연기하는 캐릭터 조시입니다. 

 일단 캐릭터가 은근히 설득력이 있어요. 성인 세계에서는 똑똑하고 자기 일도 잘 하는 능력자이지만 무시무시한 호르몬 폭발 고등학생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가면 어눌하고 어리버리한 너드가 되어 버리는 것. 충분히 말이 된다는 느낌이구요. 또 이 분이 학생 생활을 하면서 내리는 수많은 뻘짓과 잘못된 판단들은 대체로 캐릭터 성격에 맞게 개연성이 갖춰져 있어서 납득이 됩니다.


 그리고 그걸 우리 배우님이 참 기가 막히게 잘 살려줘요. 어른은 분명히 어른인데 (영화가 나올 당시 25세였네요) 앳된 얼굴이라 대충 고딩이라 우기는 것도 가능할 것 같고. 또 그 아기 같은 인상 때문에 여리고 어리버리한 모습도 잘 어울려서 응원해주고 싶어지구요. 하지만 또 어쨌거나 어른이고 배우의 연기도 받쳐주니 막판의 조곤조곤 지적질(...) 연설 장면 같은 것도 그럴싸하게 어울리죠. 또 가장 중요한 건, 그냥 대놓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척을 해도 완벽하게 커버됩니다. 이 맛에 스타 캐스팅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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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윗 짤의 제시카 알바는 다들 알아 보셨겠고. 센터의 이 분도 뭐... 싫어하실 분 많겠지만 어차피 비중과 분량이 공기에 가까우니 걱정 마시구요)



 - 그런데 뭐 그래서 영화가 다시 봐도 재밌더냐? 라고 묻는다면요...

 분명히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거의 도입부에 짧게만 나오는 시카고 선 타임즈에서의 직장 생활 모습은 매우 비현실적이지만 장르에 맞게 귀엽고 웃기구요. 조시의 설레는 연애질을 직장 동료들이 모여서 팝콘 뜯으며 구경하는 장면들 같은 것도 뻔하지만 그 시절스럽게 즐거워요.

 학생으로 돌아가자 습관대로(?) 다시 찐따가 된 조시가 겪는 고생담들은 배우의 호연 덕에 짠하게 응원하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또 조시의 동생이 출동하면서 벌어지는 개그 장면들도 그 시절답게 싱겁게 웃기고 귀엽고 좋습니다. 사실 전 이 동생 캐릭터가 참 좋더라구요. 풋풋 생생한 시절의 데이빗 아퀘트의 코믹 연기도 괜찮고. 또 이 분이 그렇게 개그 분량을 담당해주는 덕에 우리 소심소심한 주인공이 그 소심소심한 드라마에 전념할 수 있게 되는 부분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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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볼 때도, 다시 볼 때도 전 이 장면이 제일 웃기고 좋았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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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훈훈했구나!! 라며 다시 한 번 세월 파워를... ㅠㅜ)



 - 근데 문제는요. 이게 대략 중반쯤부터 이야기가 되게 대충 흘러갑니다. ㅋㅋㅋ

 주인공의 인생 역전도, 이후의 재역전도. 새로 맞이하는 로맨스도. 뭐 하나 충분한 디테일로 뒷받침 되는 것 없이 '아 뭐 이런 장르니까 이래도 되지 않나요?'라는 식으로 술렁술렁 다 쉽게만 흘러가요. 캐릭터들은 널뛰기를 하고 상황은 어이 없을 정도로 쉽게 풀리고. 위에서 말했듯이 '착한 코미디'이다 보니 어느 정도는 감안을 해 줄 수 있는데, 그래도 너무 쉬워서 막판엔 맥이 빠지죠. 그래서 잔뜩 시간 들이고 힘 들여서 연출한 마지막 야구장 로맨틱 장면도 심드렁... 해지구요.


 뭐 더 자세히 설명할 게 없겠습니다. 그냥 각본의 절반을 발로 썼어요(...) 아무리 의도가 좋고 내용이 훈훈하다 해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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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타비아 스펜서 역시 그냥 병풍에 가까운 단역으로 나오는데... 그 뒤에 흐릿하게 잡히신 분 왜 이리 에디 머피인 거죠.)



 - 그래서 뭐 너드들을 위한 위로이든, 인싸와 아싸 모두를 아우르는 모든 고딩 라이프에 대한 헌사이든 간에 영화가 의도한 그 좋은 메시지가 수퍼 울트라 나이브한 전개 속에 날아가 버리고 나면 남는 건... 드류 배리모어의 리즈 시절 매력 터지는 존재감과 데이빗 아퀘트의 해맑은 핵인싸 개구쟁이 연기 뿐이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긴 했는데, 그래도 이보단 훨씬 잘 마무리할 길이 있지 않았을까 싶구요. 그래서 이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수작 청춘 로맨스물들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것도 당연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그러니 딱히 추천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두 배우 팬이시라면 한 번 보실만하겠다... 라는 정도? ㅋㅋ 전 그럭저럭 잘 봤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네요.




 +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개연성 문제는 바로 조시가 처음 만드는 너드 친구인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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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득 안됨. ㅋㅋㅋㅋㅋ

 근데 보는 내내 제니퍼 로렌스 어릴 때 생각이 나더라구요. 많이 닮진 않은 거 아는데요, 그냥 제가 그랬습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조시가 학교에 가서 바로 또 왕따로 전락하려는 순간 수학 클럽의 너드 학생이 손을 내밀어 구해줘요. 그래서 '너드지만 행복해' 모드로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지만 신문사에서 바라는 특종관 거리가 멀어서 기사 창출의 압박을 받게 되구요.

 그러다 조시의 동생이 출동합니다. 누나도 돕고 자기도 다시 고등학생 야구 선수가 되어서 프로로 데뷔해보겠다는 황당하고 멍청한 계획이지만 일단 등교와 함께 핵인싸 등극에 성공하고 그런 자신의 영향력으로 누나도 인싸로 만들어줘요. 그래서 내내 조시를 괴롭히던 인싸 여왕벌 그룹이 맘을 바꿔 조시를 동료로 받아주죠. 당연히 너드 그룹과는 멀어지고, 이렇게 바쁜 와중에 조시와 젊은 훈남 선생간에 러브 플래그가 서네요. 행복한 조시입니다만, 문제는 신문사에서 그 선생의 직업 윤리 문제를 기사로 쓰라고 압박을 해서 초난감.


 어쨌든 대략 승승장구하던 조시는 결국 프롬에 학교 최고 인기남과 커플로 참석해서 최고 커플로 뽑히기까지 하고 인생 소망 다 이루려는데... 그때 그 여왕벌 애들이 너드 그룹에게 못된 장난을 하려는 걸 발견하고. 그걸 막은 후에 모두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일장연설을 합니다. 니들 대체 왜 그렇게 사는 거니. 여기서 아무리 잘 나가든, 혹은 못 나가든 바깥엔 이곳과는 완전히 다른, 그리고 비교도 안 되게 넓은 세상이 있어. 이 안에서 잘 나간다고 으쓱거리지 말고 못 나간다고 우울해하지 말라고. 그리고 제발 서로 챙기며 착하게 좀 살라고!!!!!


 그런데 그 직후에 훈남 선생에게 신문사의 의도를 들켜 버리고, 상처 받은 선생은 설명할 기회도 안 주고 튀어 버린 후에 사표를 내고 이직 준비를 하네요. 그 와중에 회사로 돌아간 조시는 잠입 특종 기사와는 아무 상관 없는 '아아 청춘은 아름답고... 나는 선생 너를 못 잊겠으니 학교 야구부 결승전 시작 직전에 마운드에서 5분만 기다릴 테니 시간 맞춰 튀어 오렴' 이라는 칼럼(???)을 냅니다. 이딴 걸 당당하게 써서 제출하는 양반이나 그걸 또 실어주는 회사나 참 문제가 많.... (쿨럭;)


 이후야 뭐 말 안 해도 아시겠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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