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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아주머니는 버넬 씨 집에서 며칠을 묵고 시내로 돌아갔다. 그리고 커다란 인형의 집을 선물로 보냈다. 인형의 집은 너무나 커서 짐마차꾼과 페트가 함께 안뜰로 들고 와야 했다. 헤이 아주머니가 친절하고 마음이 넓은 분인건 틀림없지만, 인형의 집에서 나는 페인트 냄새는 참기 힘들었다. 베릴 고모의 말처럼 속이 메슥거렸다. 당분간 인형의 집은 급수실 문 옆에 있는 나무 상자 위에 올려놓기로 했다. 여름이라 밖에 내놓아도 손상될 염려는 없었다. 집 안에 들여놓을 때쯤이면 페인트 냄새도 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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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 나는 짙은 초록색으로 칠해진 인형의 집은 군데군데 밝은 노란색이 더욱 돋보이게 했다. 지붕에 아교로 붙여놓은 작고 단단한 굴뚝 두 개는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니스로 칠해 반짝거리는 문은 조그만 과자 조각 같았다. 진짜 창과 다름없어 보이는 네 개의 창은 넓은 초록색 줄로 나누어져 있었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작은 현관에는 딱딱하게 굳은 큼직한 페인트 덩어리가 가장자리를 따라 붙어 있었다. 너무나 완벽한 작은 집이었다. 누가 페인트 냄새 따위에 신경이나 쓰겠는가? 냄새조차도 새로움과 설렘의 일부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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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열어 봐!”

고리가 옆면에 단단히 붙어 있었다. 페트가 주머니 칼로 비틀어 열었다. 집 앞면 전체가 뒤로 젖혀지자 거실과 식당, 부엌과 침실 두 개가 한눈에 들어왔다. 집은 이렇게 열려야 한다! 왜 모든 집들은 이렇게 열리지 않을까? 모자걸이 하나와 우산만 두 개 있는 작고 초라한 현관을 문틈으로 들여다보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어떤 집의 문을 두드릴 때는, 집 안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기 마련이다. 아마도 고요한 밤이 되면 신은 천사들과 조용히 거닐며 우리가 사는 집들을 인형의 집처럼 열어 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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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아이들을 저절로 탄성을 질렀다. 인형의 집은 너무나 훌륭했다. 아이들은 여태껏 이런 것을 본적이 없었다. 모든 방들은 도배가 되어 있었고 종이에 그려진 그림들이 흠잡을 데 없는 금빛 액자에 끼워져 벽에 걸려 있었다. 부엌을 제외한 모든 방바닥에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다. 거실에는 붉은 천을 덮은 의자들이, 식당에는 초록색 의자들이 있었다. 또 탁자, 진짜 침구가 있는 침대, 요람, 난로, 큰 주전자 하나와 작은 식기들이 들어 있는 찬장도 있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식탁 한 가운데에 놓여 있는 작은 호박색 램프였다. 케지아는 그 램프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램프에는 하얀 등갓이 달려 있었다. 정말로 켤 수 있는 램프는 아니었지만 불이 켜질 것처럼 느껴졌다. 램프 안에 들어 있는 기름처럼 보이는 액체는 흔들 때마다 움직였다. 거실에는 엄마 인형과 아빠 인형이 기절한 것처럼 뻣뻣하게 드러누워 있었다. 2층에 잠들어 있는 어린 아이 인형 두 개는 인형의 집에 비해 너무 커서 집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램프만큼은 정말 완벽했다. 케지아에게 “나 여기 살아.”라고 말하며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램프는 진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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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버넬 씨 아이들은 학교에 가려고 걸음을 재촉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학교 종이 울리기 전에 친구들에게 인형의 집을 자랑하고 싶어서 애가 탔다. 이사벨이 말했다.

“ 내가 말할 거야. 내가 첫째니까. 너희 둘은 그 다음에 말해. 내가 제일 먼저 말할 거야.”

이사벨은 잘난 체하긴 했지만 언제나 옳았기 때문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로티와 캐지아는 첫째가 가진 특권을 잘 알고 있었다. 로티와 캐지아는 아무 말 없이 길가에 빽빽이 자란 미나리아재비를 스치며 걸었다.

“그리고 누가 제일 먼저 와서 인형의 집을 볼 건지도 내가 정할 거야. 엄마가 그래도 된다고 했어.”

인형의 집이 안뜰에 있는 동안 학교 친구들을 한 번에 두 명씩 불러 보여 줘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물론 차를 마시거나 집 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단지 인형의 집 앞에 모여 서서 이사벨이 가리키는 곳을 구경하는 것이다. 이사벨이 그러는 동안 로티와 캐지아는 기쁜 표정을 짓고, 친구들은 그저 조용히 서서 인형의 집을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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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서두르기는 했지만 운동장 울타리에 다다랐을 때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기 전에 모지를 벗고 간신히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상관 없었다. 이사벨은 매우 중요한 비밀이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가까이 있는 여자 아이들에게 속삭였다.

“ 쉬는 시간에 할 말이 있어.”

쉬는 시간이 되자 여자 아이들이 이사벨을 둘러쌌다. 모두들 이사벨과 친한 친구인 것처럼 굴었다. 여자 아이들은 이사벨과 팔짱을 끼거나 함께 걷거나 비위를 맞추거나 특별한 친구가 되기 위해 서로 싸우다시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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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titled 'A Visit to the Boarding School' by George Morland (1763-1804) English painter. Dated 18th Cent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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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 Girl with big 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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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Singer Sargent, 'Essie, Ruby and Ferdinand, Children of Asher Wertheimer' Tate gallery


이사벨은 운동장 한 쪽에 있는 매우 큰 소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여자 아이들을 맞았다. 여자 아이들은 팔꿈치로 찌르고 키득거리며, 서로 바싹 다가붙었다. 켈비 자매만 무리에서 떨어져 있었다. 언제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켈비 자매는 버넬 씨 아이들에게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버넬 씨는 아이들을 이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근처에 다른 학교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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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Singer Sar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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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버넬 씨 아이들은 판사 집 딸들, 의사 집 딸들, 가게 주인집 아이들, 우유 배달부 아이들을 포함해 이웃의 모든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거칠고 버릇없는 남자 아이들과도 함께 다녀야 했다. 그러나 아이들 사이에는 어딘가에 경계가 있었다. 그 경계선이 바로 켈비 자매였다. 버넬 씨 아이들을 포함해서 많은 아이들은 켈비 자매와 말하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고개를 쳐들고 켈비 자매 곁을 지나쳐 갔고, 모든 행동에서 유행을 만들어 켈비 자매를 따돌렸다. 선생님들마저 켈비 자매를 대하는 말투가 달랐다. 선생님은 릴 켈비가 아주 볼품없는 꽃다발을 들고 책상으로 다가왔을 때 다른 아이들에게 특별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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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비 부인은 이집 저집을 다니며 날품을 파는 세탁부였다. 그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런데 켈비 씨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모두들 켈비 씨가 감옥에 있다고 말했다. 켈비 자매는 죄수와 세탁부의 딸이었다. 그런 켈비 자매가 어떻게 다른 집 아이들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는가! 켈비 자매는 외모부터 세탁부와 죄수의 딸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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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singer sargent daughters of edward darley bo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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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비 자매는 엄마가 일하는 곳에서 얻어 온 ‘천 조각’들을 입었다. 주근깨 투성이에다 뚱뚱하고 못생긴 릴은 버벨 씨 집에서 얻은 초록색 식탁보와 로건 씨 집 커튼으로 만든 빨간 천 소매가 달려 있는 옷을 입고 학교에 왔다. 릴이 쓰고 있는 모자는 우체국장이었던 레키 양의 모자였다. 모자의 뒤쪽 부분은 말려 올라갔고, 커다란 주홍색 깃털이 달려 있었다. 릴은 마치 작은 사내아이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그런 릴의 모습을 보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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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의 여동생 엘스는, 잠옷처럼 보이는 하얀 긴 옷을 입고, 남자 아이들이 신는 장화를 신고 있었다. 엘스는 단발머리에 우울해 보이는 큼지막한 눈에 갈비뼈만 앙상한 아주 자그마한 아이였다. 엘스는 무슨 옷을 입더라도 이상해 보였다. 흰 올빼미 새끼라고나 할까. 아무도 엘스가 웃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엘스는 좀처럼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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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스는 언제나 릴의 치맛자락을 꼭 쥔 채 붙어 다녔다. 릴이 가는 곳이면 엘스도 따라갔다. 운동장에서나 학교를 오고 갈 때도 릴이 앞에서 걸어 가고 엘스가 바싹 그 뒤를 따라갔다.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숨이 찰 때면, 엘스는 릴을 잡아 끌어당겼다. 그 때마다 릴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켈비 자매는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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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비 자매는 여자 아이들 주변에서 서성였다. 이야기를 엿듣지 못하게 할 수는 없었지만 아이들은 켈비 자매를 돌아보며 비웃었다. 릴은 평상시처럼 멍청해 보이는 웃음을 지었고 엘스는 그저 바라보기만 하였다. 이사벨은 거만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이들은 인형의 집에 깔려 있는 카펫에 대해 듣고 감탄했으며 진짜 침구가 있는 침대들과 오븐 문이 달린 난로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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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이 이야기를 끝냈을 때, 케지아가 끼어들었다.

“이사벨 언니, 램프를 뺐어.”

“ 아, 그렇지, 식탁 위에 아주 작은 램프가 있는데, 온통 노란 유리로 만들어졌고 하얀 등갓도 있어. 진짜 램프랑 구별이 안 될 정도야.”

“ 램프가 제일 멋져.”

케지아가 외쳤다. 케지아는 램프의 실제 모습에 대해 이사벨이 절반도 설명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도 케지아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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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이 그날 오후에 함께 집에 가서 인형의 집을 구경할 친구 두 명을 고르는 중이었다. 이사벨은 에이미 콜과 레나 로건을 선택했다. 아이들은 자신들 모두에게 인형의 집을 구경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이사벨에게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게 굴었다. 차례대로 이사벨의 허리에 팔을 감고 걸으면서 이사벨의 귀에 ‘너는 내 친구야.’ 라고 속삭였다. 단지 켈비 자매만 잊혀진채 물러났다. 더 이상 켈비 자매가 엿들을 이야기가 없었다. 며칠이 지나 인형의 집을 본 아이들이 늘어나자 인형의 집은 더욱 유명해졌다. 인형의 집은 유일한 화잿거리이며 유행이 되었다. 아이들은 한결같이 물었다.

“인형의 집 봤니? 얼마나 예쁜데!”

“인형의 집을 못봤다고? 어머, 얘!”

점심 시간에도 아이들은 인형의 집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소나무 아래에 앉아 두툼한 양고기 샌드위치와 버터를 바른 옥수수 빵 조각을 먹었다. 켈비 자매는 아이들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앉아, 커다란 빨간 얼룩이 진 신문지에서 잼 샌드위치를 꺼내 먹으며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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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켈비 자매도 한 번만 부르면 안 돼요?”

“안돼, 케지아.”

“왜요?‘

“저리 가라, 케지아. 왜 그런지는 잘 알고 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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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켈비 자매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인형의 집을 보았다. 그날은 인형의 집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져 있었다. 점심 시간이었다. 아이들 모두 소나무 아래에 서 있었는데, 켈비 자매가 언제나처럼 둘만 앉아신문지에서 음식을 꺼내 먹으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보였다. 문득 아이들은 켈비 자매를 괴롭히고 싶어졌다. 에이미 콜이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릴 켈비는 자라서 하녀가 될거야.”

“어머, 끔찍해라!”

이사벨 버넬은 에이미에게 눈짓을 했다. 에이미는 침을 삼키며 엄마가 했던 그대로 이사벨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야, 정말이라니까, 정말이고말고.”

에이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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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레나 로건의 작은 눈이 반짝였다.

“내가 물어볼까?”

레나가 속삭였다.

“절대 못할걸.”

제시 메이가 말했다.

“흥, 난 겁나지 않아.”

레나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다른 아이들 앞에서 춤을 추었다.

“봐 봐! 날 보라구! 날 보란 말이야!”

레나는 손으로 입을 가린채 낄낄거리며 미끄러지듯이 케리 자매에게 다가갔다. 점심을 먹다가 고개를 든 릴은 재빨리 먹던 음식을 가렸다. 엘스는 음식을 씹다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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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gar Degas Reproductions-Women Ironing, 1884-1886


“릴 켈비, 너 이다음에 하녀가 된다는게 사실이니?”

레나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릴은 대답하는 대신, 멍청하고 부끄러운 듯한 웃음을 지었다. 질문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레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엉덩이에 양손을 들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야, 너네 아버지는 감옥에 있다며!”

레나는 심술궃게 내뱉었다. 너무나 엄청난 말을 들은 아이들은 흥분해 소란을 피우다가 달아나 버렸다. 누군가 긴 줄을 발견했고, 모두들 줄넘기를 시작했다. 그날 아침처럼 아이들이 높이 뛰어오르고 재빨리 움직이며 줄넘기를 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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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패트가 학교로 찾아와 버넬 씨 아이들을 이륜마차에 태워 집으로 갔다. 손님들이 집에 와 있었다. 손님이 오는 걸 좋아하는 이사벨과 로티는 앞치마를 갈아 입으러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케지아는 집 뒤쪽으로 빠져나갔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케지아는 안뜰의 커다란 하얀 문에 매달려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길이 나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작은 점 두 개가 나타났다. 점들은 점점 커지면서 케지아에게 다가왔다. 점 하나는 앞에 있었고, 또 다른 점이 바로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케지아는 그게 켈비 자매라는 것을 대번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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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지아는 앞뒤로 움직이는 것을 멈추고 달아날 것처럼 문에서 미끄러져 내렸다. 순간 케지아는 망설였다. 켈비 자매가 점점 집 가까이 왔다. 길을 가로질러 머리가 미나리아재비가 있는 데까지 닿은 긴 그림자가 뒤따르고 있었다. 케지아는 다시 문위로 올라갔다. 결심을 굳힌 케지아는 문을 밀고 나갔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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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지아는 지나가는 켈비 자매를 불렀다. 켈비 자매는 너무나 놀라 멈춰섰다. 릴은 멍청해 보이는 웃음을 지었고, 엘스는 빤히 쳐다보았다.

“보고 싶으면 들어와서 인형의 집을 봐도 돼.”

케지아가 한쪽 발끝을 땅에 끌면서 말했다. 케지아의 말에 릴은 얼굴을 붉히며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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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싫어?”

케지아가 물었다. 릴은 헐떡이며 말했다.

“너희 엄마가 우리 엄마에게 너희들은 우리와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하셨대.”

“음, 글쎄.”

케지아는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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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와서 인형의 집을 구경해도 돼. 어서 와. 보는 사람도 없어.”

그러나 릴은 더욱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보고 싶지 않니?”

케지아가 물었다. 갑자기 엘스가 릴의 치마를 잡아 끌었다. 릴이 엘스를 돌아보았다. 엘스가 큰 눈으로 애원하듯이 릴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척 보고 싶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잠깐 동안 릴은 몹시 망설이며 엘스를 바라보았다. 그때 엘스가 또다시 릴의 치마를 잡아당겼다. 릴이 앞쪽으로 나섰다. 케지아가 길을 안내했다. 그 뒤를 따라 두 마리의 작은 도둑 고양이처럼 켈비 자매가 안뜰을 가로질러 인형의 집이 있는 곳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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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야.”

케지아가 말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릴은 콧바람을 불듯이 거칠게 숨을 쉬었고, 엘스는 돌처럼 굳었다.

“너희를 위해서 집을 열어 줄게.”

케지아가 상냥하게 말하며 고리를 열었다. 아이들은 안을 보았다.

“저게 거실, 식당, 그리고 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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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지아!”

갑자스런 소리에 아이들은 화들짝 놀랐다.

“케지아!”

베릴 고모의 목소리였다. 아이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베릴 고모가 뒷문에서 자기가 보고 있는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이 아이들이 여기에 있는 거냐?”

베릴 고모는 화난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케지아, 저 애들에게 말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걸 나만큼이나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리고 너희들, 어서 여기서 나가라! 내 눈앞에서 당장 꺼져 버리란 말이다!”

베릴 고모는 차갑고 거만한 목소리로 외치며 병아리들을 쫒듯이 켈비 자매를 쫒아 버렸다. 켈비 자매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몸을 웅크린 채 부랴부랴 문을 빠져 나갔다.

“말 안듣는 못된 계집애!”

베릴 고모는 케지아에게 쏘아붙이고, 인형의 집 문을 쾅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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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는 끔찍했다. 윌리 브렌트가 베릴 고모에게 그날 저녁에 만나 주지 않으면 집 앞에 와 이유를 묻겠다는 협박 편지를 보내왔다. 베릴 고모는 쥐 새끼같은 켈비 자매를 쫒아내고 케지아를 실컷 야단치고 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무겁게 짓누르던 부담감이 사라졌다. 베릴 고모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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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넬 씨 집이 보이지 않게 되자 켈비 자매는 길가에 있는 커다란 붉은 배수관 위에 앉아 쉬었다. 릴의 뺨은 여전히 달아올라 있었다. 릴은 깃털이 달린 모자를 벗어 무릎에 놓았다. 둘은 꿈꾸는 듯한 눈으로 건초밭을 지나 시냇물을 건너 로건 씨 집 젖소들이 젖 짜주기를 기다리고 서 있는 울타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스는 언니에게 찰싹 붙었다. 화내던 베릴 고모는 벌써 잊어버렸다. 엘스는 손가락 하나를 내밀어 언니 모자의 깃털을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웃음을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 작은 램프를 봤어.”

켈비 자매는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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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ana Kobilca, 1891, Bügelnde Frau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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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nning Workshop in Laren, 1889 - Max Liebermann


작가 : 캐서린 맨스필드(1888~1923)

번역 : 윤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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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 Liebermann – Die Rasenbleiche. Ein Bild erzählt seine Geschichte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워낙 쇼킹했던터라....언제 한번은 이렇게 이미지들을 붙여서 편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죠. 19세기 후반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만, 결국은 뉴질랜드나 오스트레일리아의 모국인 영국과 사회 분위기가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소제목으로도 붙였지만, 진짜 지옥이 따로 있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인형의 집을 선물받은 애들이나 그걸 구경할 수 있는 애들은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어린 아이들의 천진한 잔악행위와 그걸 또 조장하는 어른들의 사회 분위기...진짜 대단합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간단해요. 누군가 저렇게 자기들이 입는 옷을 깨끗하게 빨아주지 않는다면 저렇게 우아함 떨면서 차 마시고 산책하면서 저렇게 근사한 드레스들 입을 수 있겠느냔 말이죠. 최소한 이런 생각만 해도 사고방식이 저렇게 천박하게 돌아가진 않을텐데...




여튼 여성의 최고 가사 노동은 빨래죠...이거 진짜 힘듭니다. 세탁기의 발명은 진짜 현대 인류사를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합니다.






Road in Dutch Village, 1885 - Max Lieber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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