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은 1988년작에 1시간 40분이라는데 인터넷 정보는 1987년작에 1시간 37분이라는군요. 개봉 연도야 검색해보니 1987이 맞는데, 런닝타임은 아마존이 슬로우 모션을 넣은 게 아닌 이상에야 1시간 40분이 맞습니다. 뭐 암튼... 스포일러 신경 안 쓰고 막 적을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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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땐 'Dirty'에 그런 뜻이 있는 줄 몰랐더랬죠.)



 - 1963년입니다. 주인공은 '하우스맨' 가족의 막내 딸 '베이비'양이구요. 휴가를 맞아 가족끼리 산장 캠프를 가요. 왜 그 좀 묵은 미국 영화들 보면 종종 나오는 산속에 커다란 휴양 시설 만들어 놓고 여러 가족들 놀러 가서 게임도 하고 공연도 하고 하며 일주일, 한달 보내는 그거 있잖아요.

 딱히 인생에 큰 불만은 없지만 '그래도 이건 뭔가 아닌데' 싶으면서도 별다른 계기가 없어서 대충 애매하게 마음 누르며 얌전히 살던 우리 베이비양은 어쩌다 그 캠프의 댄스 강사들과 직원들이 밤마다 모여서 여는 광란의 끈적끈적 댄스 파티를 목격하게 되고. 뭣보다 그 리더인 '쟈니'에게 단단히 꽂혀 버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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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저질춤(...)부터 가르치는 나쁜 남자 패트릭 스웨이지!)



 - 옛날에 이 영화를 볼 땐 아무 생각이 없다가 이번에 (이제사!!) 생각하게 된 부분이 시대 배경이에요.

 그러니까 이게 87년 영화인데 배경은 63년이란 말이죠. 무려 24년 전이에요. 지금으로 치면 1999년을 배경으로 하는 셈인데 결국 베이비가 실존 인물이라면 41세가 된 시점에 개봉을 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죠. 결국 '응답하라' 같은 컨셉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거.

 전 이걸 아마 옛날에 비디오로 먼저 봤을 텐데, 이런 영화 속 배경을 신경 안 쓸만도 했습니다. 어차피 1963년의 영화 속 청춘들 사는 걸 봐도 1990년 즈음의 제 주변 청춘들보단 훨씬 자유분방하게 잘 살고 있으니 이러나 저러나 선진국의 앞서가는 문화(?)라서 별 차이를 못 느꼈던 듯. ㅋㅋ 근데 이제 나이도 먹고 이것저것 미국 영화들 많이 보고 나서 다시 보니 이런 게 눈에 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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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영화 잡지 등등에서 정말 수백번 이상 봤던 그 짤입니다. ㅋㅋㅋ)



 - 그리고 영화 속에 분명히 그런 코드가 있습니다. 일단 영화는 당연히 젊은이들이 몰래 숨어서 즐기는 그쪽 댄스를 강조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캠프 주최측이 제공하는 어르신 댄스(...)를 무시하지도 않아요. 특별히 화려하게 부각하지 않을 뿐이지 영화 속 어르신 댄스들도 다 보기 좋게 연출이 되고 음악들도 듣기 좋죠. 결정적으로 엔딩 이벤트 장면에서 슬쩍 '이제 이런 캠프는 유행에 뒤쳐져서 문 닫을 듯'이라는 대화를 나누는 캠프 노인들을 보여주는데, 그렇게 사라져가는 옛 것에 대한 애상 같은 감정이 분명히 들어 있습니다. 이런 춤은 고루하고 이런 춤이 진짜다! 라는 식으로 편가르지 않고 걍 댄스랑 음악은 다 좋아. 라는 식의 태도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주인공 둘이 추는 춤들 장르도 어차피 1987년 시점에선 어르신 댄스들이잖아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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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스탭도 모르던 애가 고작 이틀 각잡고 배우고 연습한 후 며칠 설렁설렁 더 하니 이렇게 됩니다. 댄스 신동 비긴즈...)



 - 그걸로 끝이 아니라... 이게 또 막 그렇게 세대 차이를 갖고 투덜거리는 이야기도 아니에요. 보면 주인공들이 직접적으로 갈등하는 어른은 베이비의 아빠 한 명 뿐인데. 이 아빠는 나이 먹은 부자 엘리트에다가 딸도 엘리트가 되길 바라는 영화 속 캐릭터치고는 굉장히 관대하고 마음도 넓고 또 기본적으로 정의롭습니다. 주인공 둘이서 괜한 의협심에 댄스퀸을 임신 시킨 상대를 밝히지 않고 본인들이 뒤집어 쓰지만 않았어도 별 갈등도 안 생겼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근데 정말 왜 그런 겁니까? 그걸로 얻은 게 뭔지 끝까지 모르겠더군요. ㅋㅋㅋ)

 뭐 영화 마지막 장면을 보세요. 거기 있던 사람들은 젊은이, 어르신 할 것 없이 다들 강강수월래 에헤라디야 모드로 춤을 추며 행복해지지 않습니까.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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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서 가장 착한 사람. 어찌나 속도 넓고 다정하며 정의롭고 뭐뭐뭐 좋은 건 다 갖다 붙여도 돼요.)



 - 다만 의외로 진지하게 끌고 나가는 건 계급 갈등입니다. 베이비네 집안과 캠프 손님들은 싹 다 갑부들이고, 거기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거칠게 말해 '하층민'들이죠. 영화가 지나칠 정도로 사람이 좋아서 이 갈등도 뭐 끝장을 보는 수준으로 묘사되진 않지만, 결국 주인공들이 겪는 거의 모든 문제들의 바탕엔 이런 계급 갈등이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쁜 놈은 늘 부자들... ㅋㅋ


 이게 주인공 둘의 로맨스와 엮이는 부분이 좀 재밌더라구요. 그러니까 베이비와 쟈니가 처음 엮이기 시작할 땐 분명 자니는 자신감 넘치고 자유분방한 터프 가이, 베이비는 곱게 자라고 어설픈 10대죠. 그래서 주도권을 쥔 듯이 보이는 것도 쟈니 쪽이구요. 그런데 둘의 관계가 연인 사이로 진전되면서 어느샌가 이게 완전히 뒤집힙니다. 베이비는 별 생각 없이 팔자 좋은 부잣집 딸이고 쟈니는 이 관계에 대한 불안감에 안절부절 못하며 징징(...)거리는 약자가 돼요. 그동안 여기서 일하면서 여자들이 나한테 얼마나 많이 들이댔는지 아냐. 처음엔 갸들이 날 좋아하는구나! 하고 으쓱 했는데 아니었다. 결국 갸들은 다 날 이용한 것 뿐이었다. 라며 불안해하는 쟈니의 모습이 그렇게 딱하게 묘사될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쟈니의 걱정대로 베이비는 자기 아빠한테 쟈니와 사귄다고 솔직히 말할 맘도 없었죠. 막판에 쟈니가 도둑 누명을 쓰지 않았다면 끝까지 말 안 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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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세 전환 후 둘의 모습입니다.ㅋㅋㅋ)



 - 세월 지나면서 기억이 또 장난을 친 것인지. 오랜만에 다시 보니 이게 춤이 진짜로 야합니다? ㅋㅋㅋ 보는 중에 방에 애들 들어올까봐 긴장하고 봤어요. 베이비가 비밀 파티장을 첫 발견하는 순간의 파티장 풍경은 뭐 저는 말로만 들어 본 '부비부비' 댄스 일변도였고. 나중에 주인공 둘이 춤 연습을 하는 장면들도 다들 참 에로틱하게 묘사가 되구요. 이제 보니 영화 제목 참 잘 지었네...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좀 웃겼던 건 정작 주인공 둘의 '공연' 장면들은 참 하나도 안 에로틱하고 그냥 멋지게, 아름답게만 연출된다는 거였죠. 뭐 '(I've had) the time of my life'을 틀어 놓고 끈적거리다 영화가 끝나 버리는 건 상상이 안 되긴 하지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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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략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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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 탈력감 가득한 패트릭 스웨이지 표정이 웃겨요. 진지하게 좀 하라고!!)



 - 두 주인공이 참 캐스팅이 잘 됐어요. 패트릭 스웨이지는 특유의 그 자유분방 터프가이 분위기부터 고귀하신 여친님에게 이용 당하고 버림 받을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예민한 하층(...) 젊은이 분위기까지 싹 다 잘 어울렸구요. 이번에 다시 보니 제니퍼 그레이가 되게 좋더군요. 예쁘지만 그래도 평범한 듯 귀여운 외모가 맡은 역할에 잘 어울리기도 했고. 또 후반부에 들어가서 아직 좀 덜 큰 부잣집 딸래미 같은 한계를 보이는 장면에서도 썩 괜찮게 잘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 외엔 그다지 큰 존재감이 필요한 배역들이 없다시피 한데. 한 가지 재밌었던 건 이 영화에 나오는 성인 배우들은 거의 다 되게 옛날 영화 배우들처럼 연기를 한다는 거였어요. 그게 1960년대라는 배경 때문인지, 그냥 1980년대 헐리웃의 나이든 배우들이 갖고 있던 매너리즘이었는지는 잘 모르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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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영화들 무술 수련 장면처럼 전개되는 리프팅 연습 장면은 괜히 좀 웃겼구요.)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아니 뭐 더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ㅋㅋ 이 영화의 모든 것은 다 이 장면을 위한 빌드업인 거죠.

 근데 너무 좋더라구요. 딱 이 곡의 시작 부분이 울려퍼지는 순간 바로 만면에 미소 가득. 크레딧 올라갈 때까지 그냥 흥겹고 즐겁고.

 사실 이 직전 전개가 갑자기 우당탕 쿠당 느낌으로 되게 대충이고 건성이긴 한데. 그딴 거 다 잊고 즐겁게 본 후에 반복 재생 중입니다.

 음악 영화, 댄스 영화라면 모름지기 마지막 무대가 중요한 건데. 그게 최고니까 다 된 겁니다. ㅋㅋㅋ 물론 빌드업이 그만큼 잘 됐으니 이렇게 감흥이 커지는 거기도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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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트릭 스웨이지도 비슷한 경우지만 그래도 제니퍼 그레이만큼 이 영화가 '완전 인생작'이진 않았죠. 암튼 영화 캐릭터에 정말 딱 맞아서 좋았습니다.)



 - 결론은 뭐.

 참으로 사람 좋고 나이브한 영화입니다. 이것저것 갈등도 있고 나름 뭔가 진지하게 파보는 구석도 없지 않은 이야기지만 마지막엔 다 대략 젊은이들의 열정과 순수, 그리고 음악과 춤 속에 대동단결 하나둘셋 강강수월래로 끝나는 영화니까요.

 다시 봐도 패트릭 스웨이지에겐 정말 인생 배역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잘 어울리고 또 배우도 그만큼 잘 해냈구요.

 댄스 소재 영화답게 음악들도 잘 쓰고 춤 장면들도 매력적으로 잘 찍었고요. 

 마지막 댄스 장면은 그 오랜 세월 고전으로, 전설로 남을 만큼 정말 곡도 좋고 연출도 좋고 다 좋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이 세상 거의 대부분이겠지만 뭐, 가아끔 옛날 무드에 젖으면서 착하고 순한 이야기로 기분 전환하고 싶으실 때 한 번 더 보셔도 좋지 않을까. 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잘 봤어요.




 + 이걸 누나가 친구네 놀라가서 먼저 비디오로 보고 와서 저한테 얘기해줬던 게 생각나네요. 뭐 길게 영화 줄거리를 설명하고 그랬던 건 아니고 그냥 짧게, '춤 추는 영환데 춤이 멋있는데 되게 야해'. 라고 요약하고 끝냈던. ㅋㅋ 그리고 며칠 뒤에 보니 패트릭 스웨이지 앨범을 사고, 'She's like the wind' 악보를 사서 피아노를 두드리고 계셨습니...

 근데 그 시절 누나가 좋아했던 남자 연예인이 둘이었는데요. 다른 한 명이자 메인 팬질 대상은 장국영이었어요. 공교롭게도 둘 다 일찍 떠나 버렸군요.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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