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카톡의 사생활 침범!!

2023.03.21 23:50

Sonny 조회 수:572

이번 주부터 사내 업무용 단톡방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뭐하러 굳이 업무용 단톡방을 만드나 정 필요하면 네이트판 단체방이라도 팔 것이지... 하는 불만이 있었는데요. 써보니까 그 불만보다 훨씬 더 큰 분노를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에서야 간신히 그 불쾌감을 내려놓고 적응 중이지만 사실 아직도 불편함은 여전합니다.


저는 제 톡 프로필을 제 셀카로 해놓았습니다. 그냥 다른 현대인들처럼 자신의 잘나온 모습을 걸어놓고 싶은 것도 있고 (프로필에서조차 자기 모습을 걸어두지 않으면 수많은 디지털 이미지들 사이에 제가 섞여버리는 느낌이 있는데 이건 또 따로 이야기하는 게 낫겠죠?) 엄마 아빠가 제 모습을 보고 싶어합니다. 나 별 일 없이 잘 지내요 하는 안부전달의 기능이자 제 자신의 시시한 나르시시즘을 채우는 용도이기도 하죠. 그런데 업무용 단톡방을 파니까 이제 제 얼굴을 그렇게 걸어놓을 수가 없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자기 얼굴을 안걸어놓았습니다... 저도 회사에 뭔가 반짝반짝~ 하는 제 포장된 이미지를 걸어놓기가 머쓱하더군요. 그래서 풍경화로 바꿔버렸습니다.


벌써 작은 단점이 하나 생겼습니다. 저의 모습을 제가 원하는 대로 제 (카톡의) 지인들에게 전시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들이 뒤따라오기 시작합니다. 회사 컴퓨터에서 단톡방을 봐야하니까 제 카카오톡 리스트가 은연중에 노출이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제 자리를 오가면서 누구랑 무슨 대화를 하는지 볼 수 있게 된 거죠. 사람들이 관음증에 걸렸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노출이 됩니다. 못보여줄 내용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괜히 사람들에게 오해의 여지를 주는 게 싫습니다. 이를테면 제 고향친구들끼리 단톡방이 있는데 남자들끼리 모여있는 방이니까 가끔은 쌍욕도 올라옵니다. 그런데 제가 그걸 수시로 체크를 못해요. 그러면 그 톡방의 누가 다른 누구에게 "X랄났네 아주 ㅋㅋㅋ" 같은 메시지를 보낸 게 화면에 떠있을 수 있습니다. 톡방의 리스트를 감춰놓으면 된다? 그렇긴 하죠. 그런데 저는 아예 그 여지를 한톨도 주기가 싫은거죠. 


이런 생활 속 불편은 그냥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끼리는 업무 시간에는 문자를 보내는 걸로 얼추 합의를 해놓고 참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싫은 건, 제 사적인 영역에 공적인 영역이 슬그머니 침입해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냥 카톡이라는 메신저에 회사 업무 대화가 끼어있는 게 굉장히 싫습니다. 퇴근하면 회사 업무와는 제 일상생활과는 어떤 관계도 이어놓고 싶지 않습니다. 퇴근하면 정말 땡입니다. 그런데 업무용 카톡이 계속해서 회사 바깥의 시간에 그 흔적을 남겨놓습니다. 이걸 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집니다. 


아마 친절하고 박식하신 분들은 다른 프로그램들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구글챗을 쓰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옵션을 고려할 정도라면 애초에 단톡방을 따로 파는 시도를 안하겠죠... 가끔씩은 이런 무신경함이 제 프라이버시의 영역을 깨트립니다. 제가 이걸 어찌 상사에게 설명하겠습니까? 카카오톡은 사적인 영역으로 남겨놓고 회사 내 업무는 그 사적인 영역과 최대한 구분을 지어서 다른 메신저를 사용하자고 해도 저만 아마 예민한 인간이 될 겁니다. 왜냐구요? 상사가 업무용 단톡방이 아니라 회사의 잡담용 단톡방도 따로 파놓으셨거든요... 여기서 아무도 말을 안하는데 말입니다... 차라리 카카오톡이 한번 더 전국적 에러를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마비가 되어봐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91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42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284
123066 박근혜 대통령의 영어 방명록 화제 [17] amenic 2013.05.09 6035
123065 점점 안드로메다로 가는 듯한 장옥정, 사랑에 살다 [13] 아무 2013.04.23 6035
123064 류현진 레알 대단하네요.. 우와... [24] 떼인돈받아드림 2013.04.14 6035
123063 <치즈인더트랩> 2부 47화 분노(2) [16] 환상 2012.05.17 6035
123062 내 성 정체성을 모르겠어! [60] 보이즈런 2010.08.21 6035
123061 치마바지 [39] Margay 2013.08.03 6034
123060 연애 못하는 게 그렇게 불행하고 열폭할 일인가요? [33] Ruthy 2012.11.17 6034
123059 건축학개론 dvd 립 유출 [15] 오키미키 2012.05.08 6034
123058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시 초대박이 났군요 [15] 감동 2013.06.06 6034
123057 전태수가 폭행 죄로 입건되었다네요. [24] DJUNA 2011.01.30 6033
123056 택시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힐링캠프 '김성령' [10] 자본주의의돼지 2013.02.26 6032
123055 200만원 이상 버는 사람 부러워요 [12] r2d2 2010.09.05 6032
123054 2인체제 동방신기의 성공에서 제일 흥미로운 점.(자동재생) [52] agota 2011.02.01 6031
123053 송혜교랑 나탈리 포트만, 탕웨이.jpg [6] 보들이 2014.06.20 6030
123052 영구 아트 폐업 [36] DJUNA 2011.08.29 6030
123051 기억나는 CM송들 [37] 매카트니 2010.11.11 6029
123050 '마조 앤 새디' 캐릭터 제품, 표절 의혹. [18] chobo 2013.11.04 6028
123049 허정무 "차두리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26] magnolia 2010.06.17 6028
123048 공항왔는데 출국거절당한 저같은 사람 또 있을까요 [30] 타인의롤 2012.10.14 6027
123047 변영주 감독 - 젊은 친구들이 '피시(PC, 정치적 올바름)'하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 [47] catgotmy 2014.09.12 60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