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8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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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혹스러울 정도로 심플한 이미지네요.)



 - 당연히 주인공은 '알레나'라는 고등학생입니다. 지금 막 어떤 부자 명문 사립 여고로 전학을 마쳤구요. 이전 학교에서 아주아주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그게 뭔 일인지는 안 알려줍니다. 

 근데 이런 영화 주인공치고는 나름 꽤 해맑고 활동적이에요. 학교 라크로스부에도 들어가고 싶어하구요. 처음 보는 거칠어 보이는 애들한테 가서 말도 잘 거네요. 하지만 뭔가 그냥 딱 봐도 '나는야 아웃사이더' 냄새를 풀풀 풍기는 데다가 집도 부자가 아니니 환영 받을 리는 없겠죠. 결국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우울해집니다만. 갑작스레 다가온 벼락 같은 축복으로 학교 핵인싸 학생과 친구를 먹긴 하는데... 그걸 보고 격렬하게 질투하는 라크로스부의 에이스와 자꾸 불쑥불쑥 나타나서 위험한 짓을 하는 예전 학교 친구 조세핀의 꼴을 보면 이야기가 행복하게 흘러갈 리는 없겠구요. 또 기본적으로 장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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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주인공 알레나양입니다. 미모를 봉인하기 위한 앞머리 처리가 몹시 인상적... ㅋㅋㅋ)



 - 스웨덴 영화입니다. 일단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문화적으로 덜 익숙한 나라 이야기를 볼 때 느끼는 신선함과 흥미로움 같은 게 있잖아요. 제겐 그런 영향의 덕을 크게 보는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부족한 구석도 많고 또 보면서 '아니 이건 좀?' 스런 느낌이 드는 부분도 많았는데, 뭔가 '저 동네 사람들에겐 저런 게 익숙한가 보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관대하게 넘긴 부분들이 종종 있었고. 또 그냥 그 자체로 분위기가 개성이 생기니까요. 세상에 스웨덴 여고를 배경으로 하는 호러 영화를 본 적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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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여전히 알기 쉬운 캐릭터들이 우루루 나오죠. 이 짤만 딱 봐도 이 세 사람의 역할과 관계가 뻔하지 않습니까?)



 - 그러니까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뭔지 모를 과거와 아픔을 숨긴 수상한 아웃사이더 평민 학생 알레나가 성질 더러운 갑부집 딸래미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고난을 겪지만 그 와중에 썸도 타고 연애도 하고 라크로스도 하면서 행복을 꿈꾸는데, 그 행복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에 가장 큰 비극이 일어나는 거죠. 그걸 극복할지 못할지는 스포일러의 영역이니 언급하지 않구요.

 대애략 '캐리'와 아주 어렴풋이 닮은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 제목으로 구글 검색을 하니 거의 유일하게 튀어나오는 관련 글인 듀나님 리뷰에도 그 영화 언급이 나와요. 그리고 영화 속 알레나의 책장에 스티븐 킹과 조 힐의 책이 꽂혀 있는 걸 보면 영향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구요. 아주 안 좋은 일이 벌어지는 장소로 샤워실도 나오고 클라이막스엔 파티장도 나오고 그러니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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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킹왕짱 인기쟁이 갑부 패션 리더를 한 방에 낚을 정도면 아웃사이더가 아웃사이더가 아닌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 하지만 이만큼 닮게 해 놓으니 오히려 '캐리'와 다른 점들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먼저 우리 알레나양은 캐리만큼 결백하거나 불쌍한 캐릭터가 아니에요. '전학'으로 시작하는 것만 봐도 짐작 가능하듯이 이 양반에겐 자신의 과오가 있고, 자길 따라다니는 어둠의 그림자는 그 과오가 남긴 흔적이죠. 게다가 이 분, 은근히 당당하게 학교 생활 합니다? ㅋㅋ 라크로스부 에이스가 계속해서 괴롭히지만 일방적으로 당하지도 않고, 또 어쩔 수 없이 당하더라도 순순히 당하고 자학하지도 않아요. 당당 씩씩까진 아니어도 은근히 지 하고픈 건 다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이고. 배우의 외모나 연기도 그런 점을 상당히 부각시킵니다.


 또 결정적으로 다른 건 이야기의 성격이죠. '캐리'는 어떻게 보면 왕따 피해자 학생들의 소망 대리 충족 환타지(...) 같은 느낌도 강한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마지막에 그 화려한 불꽃 놀이도 벌어지는 것이고. 하지만 앞서 말 했듯이 이 영화의 주인공님은 그렇게까지 결백하진 않으셔서, 이야기는 끝까지 그냥 음험하고 우중충하게 흘러가다 마무리 되고 일말의 쾌감이나 대리 충족 같은 느낌도 주지 않습니다. 그저 차갑고 스산하면서도 애잔한 정서만이 남는데, 이게 또 스웨덴이라는 동네 분위기랑 잘 맞아 떨어져서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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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인상이 보통의 '애잔한 여고 호러 주인공'들이랑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ㅋㅋ)



 - 단점... 을 얘기하자면, 그게 자잘하게 좀 많습니다.

 여러모로 이야기가 덜 다듬어진 느낌을 줘요. 그러니까 빈 곳이 많습니다. 분명히 같이 살고 있는 걸로 설명되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얼굴 한 번 안 비치는 알레나의 부모는 뭐하는 인간들인지 종종 궁금했구요. 별다른 떡밥도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쾌속 순항으로 진행되는 알레나의 연애도 좀 당황스러웠구요. 영화 속 학생들의 역학 관계나 생태계(?) 묘사도 거의 없다시피해서 이야기가 많이 거칠거칠하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알레나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이 다 얄팍하고 기능적이어서 드라마가 잘 안 살아난다는 것도 아쉬웠구요. 두 차례에 걸쳐 등장하는 반전도 영화 시작하고 10분만 지나면 바로 눈치챌 것들이라 참 순진한 각본이란 생각을 했네요. 솔직히 그렇게 잘 짜여진 이야기란 말은 못 하겠어요.


 아. 덧붙여서 '여고'라는 배경에서 많이들 기대할 법한 그런 요소들도, 없지는 않지만 많이 약한 편입니다. 기숙사도 안 나오고 애들 교복도 그냥 그렇고 학교 생활은 계속 라크로스만 나오는 데다가 예쁜 학생도 별로 없...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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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정체가 하나도 안 궁금해서 대체 언제 밝힐 생각인지 궁금해하게 만들었던 우리 친구 조세핀씨.)



 -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저는 또 재밌게 봐 버리고야 말았던 것이구요. ㅋㅋㅋ


 그 중 5할은 앞서 말 했듯이 스웨덴이라는 배경이 주는 신선함과 칙칙함(...)이었죠.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신기했던 게 뭐냐면요, 학교가 아주 멀쩡하고 괜찮은 학교였다는 겁니다. 하하.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렇잖아요. 학교 배경 호러의 학교가 모든 행정을 그렇게 합리적으로 하고, 또 교사들은 다들 프로페셔널하면서 공정하게 구는 경우가 어디 흔합니까. 이 영화는 그래요. 그것도 부자 사립학교인데!! 근데 이것도 가만히 생각을 해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이 학교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 같은 게 반영된 게 아닌가 싶어서 재밌었구요.


 나머지 5할은 우리 알레나양 덕택이었습니다. 일단 배우 생김새부터 기묘하게 매력적이구요. 앞서 말했듯 소심 아웃사이더면서도 은근히 지 할 건 다 해버리는 모습들이 재미가 있었구요. 또 그러는 와중에도 절대로 '배척 당하는 아웃사이더의 고독'이라는 정서를 놓치지 않아요. 그래서 클라이막스와 엔딩에 이르는 장면들에선 생각보다 짠한 기분이 진하게 들어서 좀 당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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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가장 큰 놀라움이었던 우리 교장쌤. 호러 영화에서 이런 집무실에 저런 스타일로 차려 입고 나오는데 합리적이고 공정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ㅋㅋ)



 - 대충 정리하자면요.

 잘 만든 여고 호러 영화의 반열에 올려 주기엔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습니다. 이야기도 캐릭터도 거칠거칠, 구멍이 많구요.

 호러나 미스테리 쪽으로 봐도 역시 훌륭하다고 칭찬해 줄 정돈 아니에요. ㅋㅋ 그냥 평범 무난 정도이고 또 앞서 말했듯 약점도 크구요.

 하지만 당당하게 영화 제목을 차지하고 있는 주인공의 캐릭터는 나름 매력적이고 또 좀 입체적으로 참신하게 짠한 구석을 자아내는 구석이 있었고. 이런 캐릭터가 끌고 나가는 비극적 이야기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몰입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나쁘지 않게 봤습니다.

 이런 '여고 호러'를 많이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시구요. 아니면 굳이 안 보셔도 뭐... 입니다. ㅋㅋ 선택은 여러분의 것! 전 책임 안 지구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사고를 치는 이전 학교 친구 조세핀씨는 당연히 유령입니다. 아닐 수가 있겠습니까? ㅋㅋㅋ 엄밀히 말하면 그냥 알레나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환영인 것이고. 실제로 사고를 치는 건 다 알레나 본인 짓이었던 거죠.


 이야기의 클라이막스 즈음에 가면 알레나를 괴롭히던 갑부집 라크로스 에이스는 알레나 괴롭힘 건으로 결승전 출전을 금지 당하고 알레나가 대신 나가요. 이때 에이스와 교장의 대화가 걸작입니다. "우리 아빠 기부도 많이 하시는데 가만 안 있을 걸요!!", "응. 니 아빠도 아셔. 오히려 이게 니 인성 교육에 도움 될 거라고 기꺼이 찬성하셨다." 아아 스웨덴의 민주 시민 의식이란!!! ㅋㅋㅋ

 암튼 결승전에서 알레나는 활약을 하구요. 새로 만든 애인님과 축하 파티에 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만. 앙심을 품은 에이스님께서 알레나의 집에 침입해서 알레나가 그려 놓은 음침한 그림들과 조세핀과 찍었던 수위 높은 사적인 사진들을 싹 다 폰으로 찍어서는 파티장에 난입해 다 까발려 버려요. 부끄러움에 파티장을 뛰쳐 나가는 알레나. 그런데... 이 에이스님의 그동안 진상질에 질린 학생들은 오히려 에이스를 비난하구요. 빡친 에이스는 알레나를 쫓아가서 두들겨 패다가 그만 알레나의 가위에 찔려 죽겠죠.

 

 하지만 아직도 조세핀이 이 짓들을 벌이고 있다고 믿는 알레나는 어둔 밤길에서 혼자 존재하지도 않는 조세핀의 유령과 말싸움을 벌입니다만. 그러다가 도대체 이 둘 사이에 뭔 일이 있었는지가 밝혀져요. 둘은 동성애 커플이었고 (맥락으로 짐작컨데) 학교에 그게 소문이 나서 알레나는 전학을 결심하구요. 다리 난간 위에 서서 내가 부끄러워? 내가 개미야!!? 라는 맥락의 발언을 퍼부으며 자기가 부끄럽다면 차라리 죽어 버리겠다는 조세핀을... 알레나가 밀어 버립니다. 목격자도 없으니 자살로 처리됐지만, 암튼 이게 알레나의 죄책감의 근원이었던 것.


 그 기억들이 떠오른 알레나는 오열하며 조세핀더러 제발 없어져달라 애원하구요. 결국엔 조세핀을 가위로 찔러 살해하는데... 결국 실제로는 자신을 찌른 거겠죠. 그래서 알레나는 쓰러지고, 뒤늦게 쫓아 온 여자 친구가 안된다고 죽지 말라고 오열하구요. 이 둘의 모습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구도로 화면이 고정된 채 여자 친구의 외침이 간간이 들리고. 스탭롤이 흐르며 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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