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3분. 딱히 스포일러랄 게 없는 유형의 스토리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결말 얘기가 나올 겁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제작, 각색, 주연 등 존 쿠삭이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영화라는 걸 포스터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 존 쿠삭이 연기하는 '롭'이란 녀석은 대중 음악 오타쿠입니다. 자기랑 비슷한 오타쿠 둘을 직원으로 쓰며 LP점을 하고 있구요. 셋이서 허구헌날 하는 짓이 세상 아무 테마나 하나 잡아서 거기에 어울리는 곡 탑 5 선정하기. 뭐 이런 거에요. 정말로 그 놀이에 너무나도 진심인 나머지 음악 수다를 벗어난 다른 분야, 보통의 어른들이 당연히 겪고 거쳐가는 그런 삶에 대해선 거의 아무런 관심이 없는 철부지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어쨌든 언변은 좋고 또 외모가 존 쿠삭이니까(...) 아주 멀쩡한 변호사 여자 친구도 만들어서 몇 년을 잘 지냈지만, 결국 롭의 이 변함 없이 한결 같은 철부지 놀이에 지친 그 분께서 이별을 통보하구요. 아니 왜 뭐 왜 대체 왜 그러는 건데 왜 난 맨날 여자들한테 이런 일만 당하는데 징징징징... 거리던 롭은 문득 '내 인생의 여자 친구 탑5'를 선정하구요. 이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대체 날 왜 찬 건데?'라는 일생의 의문들에 대한 답을 듣기로 결심합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배우 나이로 대충 때려잡자면 대략 35세로 추정되지만 하는 짓은 사회성 떨어지는 10대 음악 덕후 한 마리... 라는 느낌.)



 - 이것도 '25살의 키스'와 마찬가지로 예전에 꽤 좋게 봤던 추억이 있는 영화였어요. 언젠가 한 번 다시 봐야지... 하다가 결국 이번에 다시 봤구요. 역시 미리 결론부터 내고 시작하자면, 재밌게 봤습니다. 보는 내내 즐겁긴 했는데 20년전의 느낌과는 좀 다르더군요. 그게 왜 그랬는지는 아래에서 설명하도록 하고, 어쨌든 그래도 여전히 재밌게 잘 만든 영화였다는 거. 다만 로맨스가 그렇게 강한 이야기는 아니었더라구요. 영화의 중심 사건이 실연 & 예전 애인들 찾아다니기인데도 희한하게 로맨스 그 자체가 중심이 아니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네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평범하지만 안정적이고 믿음직한 여자 친구'라는 역할 때문인지 비주얼 쪽 임팩트가 그리 강한 편은 아닌 배우를 캐스팅했더군요.)



 - 사실 이 영화는 스토리가 그렇게까지 중요하진 않아요. 스토리가 구리단 얘기가 아니구요, 오히려 꽤 괜찮은 이야기인데... 그래도 스토리보단 다른 부분들이 더 중요합니다. ㅋㅋ 특히 영화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도무지 입을 다물 줄을 모르는 우리 존 쿠삭의 '수다 그 자체'가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캐릭터 설정에 맞게 계속해서 대중 음악 비유를 사용하며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관객들에게 (정말로 내내 카메라를 쳐다보며 말 합니다. 옆에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조차!) 미칠 듯한 분량으로 쏟아 붇는데. 그게 정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철 없고 모자랍니다. ㅋㅋ 그런데 그게 또 동시에 재치가 있어요. 웃깁니다. 가만히 그 수다만 듣고 있어도 재밌어요. 하긴 그렇죠, 재치 있고 언변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란 의미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 수다가 그렇게 재밌다 보니 주인공이 그렇게 격하게 찌질거리고 민폐를 끼쳐대는데도 어느 정도는 이 인간에게 정이 갑니다. 그러니 나중에 이 놈이 철이 들 기미를 보이면 참 반갑고. 응원도 해 주고 싶고 그런 거죠. 뭔가 치트키에 당하는 느낌이지만 그걸 이 정도로 잘 해놨으면 당해도 기분이 나쁘진 않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존재 그 자체가 민폐인 캐릭터이지만 잭 블랙이 펄펄 나니 그마저도 귀여워 보이는 마법이!!)



 - 그래서 철 없고 유치하고 이기적이던 너드 남자가 어찌저찌하다 철 드는 이야기입니다만. 이게 그렇게 뻔하게 흘러가지 않는 이유는 영화가 철든 주인공의 모습보다 오히려 그 유치한 너드질에 더 애착을 보인다는 의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뭐 막판에 이런저런 사건으로 철이 들게 하긴 하지만 사람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고, 결국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너드질만 하는 인간인데 그 너드질이 재밌어요. 주인공과 알바 둘, 이 3인방이 모여서 찌질 유치한 장난을 치며 음악에 대해 대책 없는 수다를 떠는 장면들이 영화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들이라 꼭 마지막에 주인공이 철 드는 것도 마지못해 집어 넣은 전개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네요. 진짜 초딩 같이 유치한 말 & 몸장난이든 정말로 참 아는 게 많구나 싶은 음악 인용 드립들이든 그냥 다 재밌습니다. 저보다 음악을 훨씬 잘 아는 분들이라면 몇 배로 더 즐거웠겠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제가 리사 보넷이란 배우를 알게 됐을 땐 이미 레니 크라비츠와는 이혼한 후였죠.)



 - 배우들이 참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일단 이 영화의 제작자이고 각색 겸 주연까지 맡은 존 쿠삭은 자기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면서 이 영화를 만든 이유를 충분히 증명해냅니다. 우디 앨런스런 그 끝 없는 수다도 좋고 자기 차고 떠난 여자에게 집착하면서 끝 없이 찌질거리는 모습들도 좋고 그래요. 실제로 이 캐릭터가 저지른 짓들을 생각해 보면 참 구립니다만. 그걸 뭘 해도 다 귀엽고 짠한 느낌으로 살려내는 건 존 쿠삭의 매력과 연기력 덕이거든요. 배우가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작품을 고르고 직접 손 봐서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안에서 이 정도로 활약을 한다면 참 대단한 거죠. 이후로 이 양반의 커리어가 그렇게 정상을 찍을 정도까지 못 갔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잘 했습니다.


 그리고 너드 2인방을 맡은 토드 루이소와 잭 블랙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ㅋㅋㅋ 둘이 완전히 대조되는 성격의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는 게 전형적인 '주인공의 사이드킥 개그 2인방'이라는 뻔한 설정인데, 이 둘의 역할이 참 재미나게 짜여져 있는 데다가 배우들이 완벽하게 소화해 버리니 역시 뻔하다고 지적할 맘이 안 생기구요. 특히나 잭 블랙. 이 분은 펄펄 날더군요. '나의 전성기는 바로!' 드립을 쳐도 될 것 같은 느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뭘 해도 그냥 섹시하단 소릴 듣던 시절의 캐서린 제타 존스가 본인과 참 어울리는 역을 맡아 매력 뿜뿜 해주시고요.)


 덧붙여서 주인공의 전 여자친구로 나오는 배우들도 재밌죠. 릴리 테일러와 캐서린 제타 존스가 나오는데 캐서린 제타 존스 역시 '아 이것이 바로 리즈 시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매력적입니다. 그 외에도 주인공 애인의 친구로 조안 쿠삭도 나오고. 또 얼굴 비칠 때마다 매번 어처구니 없이 황당하게 웃기는 씬 스틸러 팀 로빈스도 그냥 '솔직히 너도 지금 즐겁지? ㅋㅋㅋ' 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재밌고 웃겨요.


 게스트들도 쟁쟁합니다. 일단 주연 겸 제작자님의 아빠, 여동생도 나오시구요.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본인 역으로 잠깐 나오고. 요즘엔 제이슨 모모아의 사랑꾼 에피소드로 더 널리 알려진 듯한 리사 보넷도 작은 역할을 맡아 나와 매력을 발산해주시고. 뭐 그러합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냥 나오면 나올 때마다 웃기던 팀 로빈스. 요즘은 뭐 하시나요 이 분.)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쿠삭 영화엔 반드시 쿠삭이 나옵니다. 그것은 진리의 트루스...)



 - 결론적으로.

 로맨스 영화 맞긴 한데 로맨스보단 잉여로운 음악 덕후들이 펼치는 찌질 유치 개그들. 그리고 철은 덜 들었지만 똑똑하고 지적인 젊은이의 쉴 새 없는 수다를 듣는 재미. 마지막으로 폭 넓게 선곡된 음악들을 즐기며 여유롭게 실실 웃으며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21세기 기준으로 볼 때 주인공이 좀 많이 찌질하고 민폐이지 않나 싶지만 뭐 존 쿠삭의 일생 연기가 대략 중화시켜서 즐길만하게 전달해 주고요. 상대적으로 좀 약하지 않나 싶었던 로맨스도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마지막 공연 장면 덕분에 아쉬움 없이 잘 마무리 되고요.

 그렇게 편하게 즐기기 좋은, 잘 만든 '로맨틱한 코미디'였습니다. 그 시절에도 재밌게 봤고 이번에도 역시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언젠가, 몇 년 지나면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어질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 잘 봤습니다.



 + 더 수다를 떨 거리는 없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본 이 장면이 너무 흐뭇해서요.


 (영상을 틀면, 사실은 그냥 영상 제목만 봐도 스포일러라는 거.)

















 그는 참 훌륭한 잭 블랙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1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88
122986 집(동네) [6] 2023.04.21 242
122985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3] 물휴지 2023.04.21 137
122984 이런 기사 더 안 봐서 좋네 [7] daviddain 2023.04.21 487
122983 2021년 신규 HIV/AIDS 신고 현황 남자 897 여자 78 [6] catgotmy 2023.04.21 452
122982 프레임드 #405 [2] Lunagazer 2023.04.20 104
122981 가지가지 - 장애인의 날, 출퇴근 풍경, 집(지하실에서는) [1] 예상수 2023.04.20 254
122980 집(스카이 스크래퍼) [8] Sonny 2023.04.20 282
122979 파리에 동생의 공연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16] Kaffesaurus 2023.04.20 544
122978 쟈니스 성착취 폭로 catgotmy 2023.04.20 445
122977 정직한 후보2 재밌게 봤어요. 왜냐하면 2023.04.20 212
122976 [왓챠바낭] '무간도'와 기타 등등의 직계 조상, '용호풍운'을 봤습니다 [2] 로이배티 2023.04.20 362
122975 프랑스 축구 매체에 대한 아주 짧은 뻘글 [8] daviddain 2023.04.19 253
122974 프레임드 #404 [6] Lunagazer 2023.04.19 116
122973 집 (사교댄스란..) [16] thoma 2023.04.19 537
122972 회사에서 배우자 워크샵을 한다면? [4] 왜냐하면 2023.04.19 489
122971 사우디에서 MMA하는 날두/메시 메시 소리에 반응 [3] daviddain 2023.04.19 242
122970 잊혀진 우산들의 묘지 [11] eltee 2023.04.19 429
122969 [왓챠바낭] 몇 년 만인지는 기억 안 나지만 암튼 다시 본 '도학위룡' 잡담 [12] 로이배티 2023.04.18 363
122968 집 (멋쟁이 중늙은이) [10] thoma 2023.04.18 423
122967 달콤한 인생 영화 [1] catgotmy 2023.04.18 29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