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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샤잠 시리즈에 대해 왜 이렇게 관객들이 냉담한지 조금 의아할 정도입니다. 이번에 보러갔는데 아맥 자리가 너무 많이 남아서 조금 슬펐습니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인 팬심을 빼놓고 평을 해도 이 영화는 최소한 그럭저럭 볼만한 수준은 됩니다. 최근 본 다른 히어로 영화들이 정말 하품나게 지루했던 걸 생각하면 [샤잠! 신들의 분노]는 훨씬 더 유쾌하고 엔터테인먼트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제가 [샤잠]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려면 마블 영화들을 이야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블 영화들은 히어로 장르를 빌려서 계속 슈퍼스타 콘서트를 합니다. 최근 들어 마블의 어떤 영화든 주인공이 길을 가면 행인들이 그를 알아보고 고마워하거나 신기해하는 장면들이 무조건 나옵니다. 영화가 영화 자체와 영화 속 캐릭터를 우쭐거리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뜻이죠. 마블의 히어로들은 성공한 인플루어서들입니다. 그들은 이 사회적 평판을 즐깁니다. 그러면서도 빌런이 출현하면 갑자기 진지한 척 싸움을 시작하고 그 와중에도 농담따먹기를 합니다. 영화가 독립된 작품세계를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계속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면서 락스타 콘서트처럼 진행을 하죠. 저는 이게 정말 너무 재수가 없습니다. 마블 영화들은 도대체 진지해지질 못합니다. 


이 속박에서 그나마 벗어난 영화들이 [스파이더맨: 노웨이홈]과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 정도일텐데 어쩌면 이 슈퍼스타 중독현상은 마블 시리즈를 최초로 이끌어나갔던 아이언맨의 저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토니 스타크라는 캐릭터는 계속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잘난 척을 하던 인간이니까요. 그래서 마블 영화는 최근 들어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왜 내가 세계를 구해야하지? 그건 내 가족이 있으니까! 주구장창 가족 이야기만 하는 이유는 그것 말고는 세계에 대한 고민이 없기 떄문입니다. 모든 대의명분을 가족주의로 치환하는데 그 와중에도 또 고민은 엄청 하는 척 하죠. 


그래서 역으로 [샤잠]은 저에게 솔직한 영화입니다. 영화가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질 않거든요. 그런데 그게 또 밉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니까요. 아이들이 꾸는 꿈은 원래 유치합니다. 마블은 자꾸 이 유치한 꿈을 진지하게 포장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게 실패하거나 엄청 느끼해집니다. 그런데 이 [샤잠]에서는 그 꿈을 그렇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대놓고 유튜브 스타나 인스타 인플루언서를 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세상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나 그런 것도 없습니다. 2편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샤잠의 힘을 얻었지만 친구인 프레디가 날뛰고, 빌런들을 대하는 빌리 뱃슨은 여전히 얼렁뚱땅입니다. 아직 어리니까요. 무슨 심각한 고민이 있겠습니까.


이 영화에도 가족주의는 당연하게 나옵니다. 그렇지만 그 가족의 형태가 일반적인 가족과는 다르기에 조금 다른 종류의 감상을 줍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유효타가 적당히 있는 코메디 영화이기도 합니다. 미국 문화에 대한 레퍼런스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할텐데 (왕좌의 게임, 분노의 질주 등) 대부분은 알만한 내용이니 충분히 웃을 수 있습니다. 딱히 진지해질 수 없는 주인공의 포지션이 세상 비장한 빌런들이랑 엮일 때 생겨나는 불협화음 코메디도 좋습니다. 


영화가 아주 완성도가 높냐면 그런 건 또 아닙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착하고, 진지한 어른 흉내를 내지 않습니다. 히어로 영화는 반드시 진지해져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에서 자유롭게 농담따먹기를 하는 영화입니다. 특히 이번 편에서 거의 진주인공처럼 느껴지는 프레디 프리먼의 활약이 좋습니다. 비행장면이나 커다란 화면의 이동 같은 게 많이 나와서 아이맥스로 보기에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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