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36분이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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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렇게 한 단어씩만 인용해 놓은 건 볼 때마다 왠지 웃겨요. 설마 하퍼스 바자에서 진짜로 'Striking' 한 단어만 적었을 리는 없...)



 - 이곳은 루마니아입니다. 남편을 따라 아는 사람 한 명 없고 말도 안 통하는 이 곳으로 이사 온 여성 '줄리아'가 주인공이구요.

 남편은 일이 바빠서 늘 일찍 나가서 밤 늦게 들어오고, 거기에 위에서 말한 이유까지 겹쳐서 고립감에 스트레스를 받는 주인공입니다만. 그래도 핸드폰으로 루마니아어 공부도 하고, 일부러 밖에 나가서 커피도 시켜 보고, 마트 가서 장도 보고 하면서 씩씩하게 살아 보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어느 날, 무척이나 넓은 거실 유리창으로 맞은 편 건물을 바라보다가 어떤 사람 그림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죠. 그리고 다음 날 충동적으로 들어간 극장에서 자신의 뒷자리에 한 남자가 앉아 자신을 주시한다는 느낌을 받고!!! 중간에 뛰쳐 나와 들른 슈퍼에서도!!!! 너무나 불안하고 무서운 것인데 남편 놈은 새로운 환경 적응 문제로 치부하고. 그나마 보탬이 되는 건 어쩌다 친해진 옆집 여자 하나 뿐인데. 뉴스에선 이 동네에 젊은 여성을 잡아다 목을 자르는 살인마가 있다고 보도를 하고. 관련 사건이 자기 집 근처에서 벌어지고. 맞은 편 집에서의 시선은 계속 되고. 그렇게 슬슬 미쳐 버릴 것 같은 상태로 몰리는 우리의 줄리아씨.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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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과 로맨스의 나라, 루마니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 '이창'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시작하지만 히치콕과는 별로 상관이 없구요. 저엉말 계몽적인 영화입니다. ㅋㅋ 일상에서 위협적인 시선을 느끼며 불안해하는 여성, 그 여성을 사랑하고 아낀다면서도 '그거 좀 오바 아니야?'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남성, 공권력도 마찬가지로 보탬이 안 되는 와중에 그나마 기댈만 할 건 비슷한 삶을 사는 여성 친구 뿐이구요. 주인공에게 보탬이 안 되는 존재들은 그 존재들대로, 보탬이 되는 존재들은 보탬이 되는대로 딱 자기들 포지션에 맞는 행동과 대사들을 해요. 그 와중에는 정말 아주 맑고 투명하게 '노렸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대사들도 튀어나오구요. 사건의 전개도 이런 이야기가 응당 담을만한 메시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딱딱 맞아 떨어지게 짜여져 있습니다.

 보다보면 '여자들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님? 남자를 다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거야??'라는 커뮤니티의 남성들 울분에 대한 응답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82년생 김지영'의 스릴러 버전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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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될 것이에요.)



 -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영화답게 영화의 초, 중반은 계속해서 느릿하고 차분하며 일상적으로 전개가 됩니다. 특별히 강렬한 사건 같은 건 거의 벌어지지 않구요. 여성들이 세상 살면서 몇 번씩은 겪어 봤음직한 불안하고 걱정되는 상황들을 주인공이 하나씩 겪고, 그런 일들에 대해 주변의 남성들(남편이든 경찰이든 슈퍼 점원이든 간에)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응해서 주인공은 복장이 터지고. 이런 식인데요. 그래도 주인공이 불안에 떨게 되는 심리를 섬세하게 잘 묘사했고. 또 나름 인상적인 장면들을 살짝씩 끼워 넣어서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매우 화끈한 스릴러 같은 건 기대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아요. 일단 초중반까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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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습니다. 또 남자가 잘못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 덧붙여서 이 영화의 긴장감은 주인공과 동네 사람들이 말이 안 통한다는 상황에서도 많이 오는데요. 그래서 루마니아 말이 나올 때는 아예 자막도 안 나옵니다. ㅋㅋ 어쩔 땐 그런 상황이 꽤 길게 이어져서 보다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뭐 그냥 주인공의 그 답답함을 나도 함께 느끼고 있으니 그걸로 됐구나. 라고 생각하며 봤죠. 어쩌면 이것도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대한 비유 같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기에서 주인공에게 별 보탬이 안 되는 인간들은 대부분 영어를 모르거나 영어를 할 줄 알아도 일부러 루마니아어를 쓰고 그러거든요. 나중엔 남편까지 그러면서 주인공 복장 터지게 하고 막...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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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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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요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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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는 이렇게... 계속해서 고립되고 위축된 이미지를 보여주며 주인공의 갑갑함에 관객들을 동참시킵니다.)



 - 배우들이 아주 좋습니다. 일단 주인공을 맡은 '팔로우'의 그 분, 마이카 먼로가 아주 좋은 연기로 자칫 지루해질 수 있었던 영화를 잘 끌고 가 줘요. 시작할 때의 로맨틱 블링블링한 상태에서 막판의 신경쇠약 그 자체의 폐인 모드까지 다 잘 어울리게 보여주고 그 변화 과정도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보여줬구요.

 공포의 앞집 아저씨를 맡으신 분도 정말 잘 했습니다. 별다른 대사 없이 분위기와 표정만으로 압박하는 캐릭터인데, 비주얼도 어울리고 연출도 잘 됐지만 막판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대사를 치고 할 때도 그동안 쌓은 분위기를 깨지 않게 잘 하더군요. 인생 보탬 안 되는 답답이 남편도 참 현실적으로 보탬 안 되고 이성적 & 합리적으로 답답하게 잘 했구요. ㅋㅋㅋ 어차피 큰 액션이나 볼거리 같은 거 없는 소소한 저예산 스릴러인데, 배우들이 잘 해 준 덕을 많이 봤다는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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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루마니아에서 찍긴 했지만 어쨌든 저예산 스릴러이고 선댄스에 출품되었었고 뭐 그렇습니다. ㅋㅋ)



 - 스포일러가 무서워서 더 길게 설명하기가 난감하니 일단 마무리하겠습니다.

 '계몽'이란 표현이 잘 어울릴 정도로 직설적인 메시지를 냅다 들이미는 영화지만 그걸 장르적으로 참 잘 풀어냈어요. 메시지는 거부감 없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스릴러로서의 긴장감도 그런 메시지와 어우러지며 강렬하게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마구 달리는 화끈한 이야기 같은 걸 기대하지만 않으면 충분히 재밌게, 잘 만든 스릴러에요.

 여성 중심의 여성 서사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챙겨 보셔야할 거고 그냥 탄탄한 장르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도 한 번 보실만한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했네요. 또한 '팔로우'를 재밌게 보셔서 그 배우님의 근황이 궁금했던 분들도 보셔야죠. 든든한 배우로 잘 성장하셨네요. 그게 벌써 9년전이었는데 이젠 더 많이 좀 뜨셨으면!!!

 재밌게 잘 봤습니다!!!!! 마이카 먼로 화이팅! 감독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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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분 다 화이팅!!!)




 + 앞서 말 했듯이 말이 안 통하는 게 영화의 주된 장치들 중 하나인데. 또 중간중간 영어를 참 잘 하는 사람들도 은근 많이 나오고 그래요. 전개 편의상 그랬겠지만 그래도 호기심에 검색을 해 보니 루마니아 사람들도 영어를 꽤 잘 하는 편이라는군요. 뭐 중요한 건 아니겠구요.



 ++ 원제가 'Watcher'입니다. 그리고 넷플릭스엔 나오미 와츠 나오는 시리즈 'The Watcher'(어둠 속의 감시자)가 있고 아무래도 인디 스릴러 영화보단 그 쪽이 유명해서 짤도 훨씬 많아요. 검색하면 온통 그 드라마 스틸들만... ㅠㅜ



 +++ 스포일러 파트입니다.


 극장-슈퍼에서 연속으로 수상한 남자를 마주친 후 겁에 질린 줄리아는 퇴근한 남편을 데리고 슈퍼로 가서 cctv를 돌려보구요. 거기 비친 남자의 모습을 폰으로 찍은 후에 경찰과 남편을 맞은 편 집으로 보내서 확인을 시킵니다. 근데 돌아온 남편은 그 집에 사는 게 그 남자 맞다 아니다란 얘긴 안 하고 자꾸 이상하게 말을 돌리기만 하구요. 분위기상 그 남자가 맞는데 그래도 그냥 우연의 일치 가지고 아내가 오버한다고 생각하는 듯.


 그러다 며칠 후엔 간신히 만든 유일한 친구인 옆집 사람이 아무 소식 없이 사라져요. 전날 밤에 벽을 통해 옆집 소음을 들었기 때문에 또 걱정에 빠진 줄리아는 동네 주민들에게 호소해서 결국 관리인을 등 떠밀어 옆집 문을 열게 합니다만. 그냥 동네 할머니 고양이 한 마리만 발견할 뿐이구요. 이때 줄리아는 문이 살짝 열린 옷장에 꽂혀서 한참을 노려보지만 동네 사람들 분위기에 그냥 집을 빠져 나오죠.

 이렇게 계속해서 속 터지는 상황이 이어지자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줄리아는 결국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 고 결심해서 맞은 편 아파트를 찾아가서 그 집에 그 남자가 살고 있다는 걸 확인하지만 뭐 그 외의 다른 범죄의 흔적이나 증거가 없으니 어떻게 해 볼 방법도 없고. 심지어 이 때 그 남자가 경찰을 동반해 줄리아를 찾아와서 '나 좀 그만 개로피고 그냥 조용히 살게 냅두라'는 요구를 합니다. 경찰도 남편도 모두 그 남자 편이니 3배 우울해지는 줄리아. 근데 그 와중에 뉴스에선 동네 연쇄 살인범을 잡았다는 소식이 들리네요. 허허.


 그 직후에 남편이 기분 전환하라며 데려간 회사 파티에서 남편이 직장 동료들과 함께 자기를 놀리는 농담을 한다는 걸 눈치 챈 줄리아는 버럭! 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아니 오는 길의 전철 안에서 또 앞집 남자를 마주치네요. 자기 인생의 우울함을 구구절절 설명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남자에게 줄리아는 겁에 질려 빌다시피 사과를 하고는 벌벌 떨며 돌아옵니다. 그리고 이젠 정말 더 이상 못 참겠단 맘에 혼자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짐을 싸는데요, 그때 친구가 실종된 옆집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요. 인사나 하고 가려고 집에 들어간 줄리아의 눈에는 당연히도 목이 잘려 나간 친구의 시체가 보이고. 누군가가 뒤에서 덮쳐 얼굴에 봉투를 씌우고 침대에 눕히는데 그 남자는 당연히 앞집의 그 분이죠.


 그때 남편도 집에 돌아왔지만 옆집이니까 상황은 파악을 못 하구요. 도와달라고 비명을 지르려는 줄리아의 목을 칼로 그어 버리는 남자.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진 줄리아는 살해당한 친구가 호신용으로 총을 숨겨 뒀다는 찬장을 향해 기어가지만 뒤에선 살인마가 다 쳐다보며 따라오고 있고. 결국 찬장 바로 앞에서 멈추고 조용히 피를 쏟습니다.

 그제서야 뭔가 이상한 걸 눈치 챈 남편이 복도로 나오는 순간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살인마가 친구 집에서 나오구요. 아무 일 없었던 척 무시하고 가 버리려는 살인마를 남편이 불러서 제지하고. 살인마의 표정이 위험해지는 순간... 탕!! 탕! 탕!! 하는 총소리가 들리고, 살인마는 이게 뭐꼬! 라는 표정으로 쓰러져 자기가 방금 나오 집 안을 응시합니다. 그리고 거기엔 일생일대의 죽은 척 연기에 성공한 줄리아가 총을 들고 남자를 노려보고 있겠죠. 브라보!!

 다시 한 번 울리는 총소리와 함께 살인마는 사망. 그리고 걸어서 복도로 나온 줄리아가 남편을 바라보는 표정... 을 보니 이혼은 확정인 듯 하네요. 그 순간 그대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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