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1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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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핏 보면 진지한 호러 같지만 제목 아래 부제 내용과 폰트를 보면 애초에 개그를 의도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 대략 17세기 미국입니다. 악마의 추종자로 붙들려 와 포박된 남자가 화형 선고를 받아요. 하지만 잠시 후 불어닥친 돌개바람이 난장을 부리고 나니 그 남자는 사라져 있고 사람들, 특히 얘를 잡아 온 남자가 망연자실하죠.

 장면이 바뀌면 20세기 미국입니다. 좀 전에 화형 선고 받았던 남자가 한 가정집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와 기절하구요. 세들어 살던 여자는 경찰을 부르자는데 마음 좋은 집주인 남자는 아 뭐 그리 각박하게 사냐며 하루만 재워주자 그러죠. 그리고 다음 날, 남자를 위해 아침을 만들어주겠다던 집주인은 우리 악마 추종자님에게 손가락과 혀를 잘리고 살해당하고 짐 싸갖고 나가려던 여자는 갑자기 들이닥친 악마 추적자와 추종자가 벌이는 소동 끝에 결국 추종자에게 하루에 20년씩 나이를 먹는 저주에 걸린 죄로 그 저주를 풀기 위해 세상물정 모르는 17세기 악마 추적자 아저씨와 동행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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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엘프로 나오면 딱일 것 같은 외모인데요. 대략 저 시절에 잘 나가셨죠. '전망 좋은 방'이라든가 '네이키드 런치'라든가...)



 - 1989년에 나온 영화이고. 시간 여행을 해서 나타난 맷집 좋은 수퍼 빌런이 인간 세상을 멸망 시키려는 목적으로 가차 없이 움직이고. 역시 시간 여행을 해서 이를 쫓아온 평범한 인간 추적자가 평범한 20세기 여성과 함께 맞서 싸운다... 는 설정 때문에 '터미네이터'의 아류 중 하나로 취급을 받더군요. 뭐 그럴만하긴 합니다. 이렇게 요약해서 적어 놓으면 설정이 비슷하기도 하고. 또 이 영화를 만든 스티브 마이너는 애초에 그런 식의 속편 내지는 아류작들 많이 만들던 감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뭐 이 정도면 거의 상관 없는 스토리인지라 굳이 '터미네이터' 얘기를 많이 할 필욘 없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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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일 리스와 사라 코너의 짭인 건 분명한데, 충분히 변형을 해놔서 베꼈단 느낌은 없어요. 뭣보다 이들은 참 귀엽뽀짝한 코믹 콤비인지라...)



 - 결정적인 차이가 이 영화의 시간 여행자들은 과거에서 왔다는 것. 그리고 장르가 오컬트 호러(& 코미디)라는 건데요.

 이게 말 그대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요. 설정과 성격이 이렇다 보니 먼 과거에서 온 시간 여행자들이 현재에 적응 못해 삽질을 하는 식의 개그가 종종 들어가구요. (명색이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 과거에서 날아온 추적자가 처음 하는 일이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테이저건 맞고 연행되는 겁니다. ㅋㅋㅋ) 영화의 오컬트적 요소도 은근히 웃깁니다. 특수 효과들이 허접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특히 날아다니는 우리 워락의 모습은... ㅋㅋㅋ) 수백년전 과거의 사람들이 믿었던 미신이나 어설픈 흑마술 흉내 같은 게 영화 속에서 실제로 먹히는 식의 장면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이게 진지한 건지 웃기자는 건지 헷갈리구요.

 근데 아마 대부분 진짜로 웃기려고 넣은 장면일 겁니다. 주인공 3인방의 캐릭터들을 보고 있으면 이게 의도가 아닐 리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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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갑의 몸으로 주인공이 허리를 두드려가며 열심히 맨땅에 못질을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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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악마 추종자 겸 초능력 빌런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칩니다. 이게 웃기자고 넣은 장면이 아닐 리가... ㅋㅋ)



 - 그래서 이 영화의 웃김과 무서움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는 캐릭터는 당연히 악마 추종자, 워락입니다.

 요즘 세상에 젊은이였다면 '위쳐' 주인공을 맡았겠다 싶은 미모를 뽐내긴 하는데... 얘가 그러니까 말하자면 '순수 악' 같은 캐릭터입니다. 깊이 같은 건 전혀 없는데, 계속해서 천진난만하게 끔찍한 일들을 저지르고 다니니 살벌하면서도 동시에 웃겨요. 게다가 이 양반이 여주인공이 방금 배운대로 대충 시전하는 괴상한 퇴치법에 걸려들어 고생하는 꼴을 보면 참 딱하기도 하구요. 명색이 사탄의 맏아들이 되어 세상을 멸망시키겠다는 양반이... 쯧쯧.

 그리고 이게 이 캐릭터의 독특한 매력이 되더라구요. 결국 이 영화가 속편 두 개를 내놓으며 3부작까지 생명 연장을 하게 된 공은 아마 대부분 이 캐릭터 덕택일 겁니다. 


 여주인공도 꽤 재밌어요. '하루에 스무살씩 먹는 저주' 같은 데 걸렸다는 것부터가 개그 포인트인데. 처음에 그냥 스무살 더 먹은 걸로 끝인 줄 알고 '괜찮아요 뭐 매일 인슐린 주사 챙겨 맞는 인생, 좀 땡긴다고 나쁠 것 없죠' 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도 웃기고. 이후에 60살이 되어서 아주 천천히 출발하는 기차와 필사의 달리기를 하는 장면이라든가... 뭐 웃기는 게 많습니다. 게다가 담당 배우가 전성기 비주얼의 로리 싱어(풋 루즈!)이니 보기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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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나쁜 짓 할 때는 정말 사악하고 끔찍한 짓을 시켜서 호러의 본분에 충실하구요. 이렇게 허술함+사악함이 결합된 캐릭터가 나름 재밌습니다.)



 - 이렇게 말하니 막 칭찬을 하는 것 같지만 당연히 완성도는 후집니다(?)

 저예산 영화에다가 감독님도 특별히 미적 감각 같은 게 있는 분이 아니어서 미장센이니 비주얼이니 특수 효과니 이런 거 기대할 거 정말 1도 없구요. 이야기도 설정이고 뭐고 없이 그냥 대충 막 나가가요. 이 워락이란 녀석이 현대로 떨어진 이유가 세 조각으로 나눠져서 봉인 되어 있는 '악마의 책'을 찾아 하나로 만들어 지상에 악마들을 소환하겠다... 뭐 이런 건데요. 그 악마의 책이란 건 대충 알아 볼 수 없는 말이 잔뜩 적힌 종이 다발로 표현 끝이고. 숨겨져 있는 장소들도 다 되게 하찮습니다. 주인공이 살던 집주인이 애지중지 아끼던 앤틱 책상을 탕탕 두드려 부수니 나온다거나. 무슨 농가의 벽을 부수면 나온다든가. 앞서 말했듯이 특수 효과도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한참 후진 편이고요. 이야기는 기승전결이 이어지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들이 몇 가지씩 빠진 채로 그냥 열심히 달려갑니다. 


 말하자면 'b급 영화'라는 표현을 쓸 때 우리가 1) 훌륭하게 만들고 싶었으나 그저 돈이 없어서. 2) 애초에 걍 되는 대로 맘대로 막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렇게 두 부류의 영화들을 그냥 섞어서 지칭을 하잖아요. 이 영화는 단연코 후자입니다. 애초에 멀쩡하고 훌륭한 영화가 될 수가 없는 작품이에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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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효과도 허접하다! 고 얘기하려고 찾은 짤인데 왜 괜찮죠. ㅋㅋㅋ 스틸이라 그런 걸 겁니다. 영상으로 보면 매우 구려요.)


 

- 대충 마무리하자면요.

 터미네이터의 모티브를 나름 신경 써서 조금은 참신하게 뜯어 고친 오컬트/호러/코미디입니다.

 이야기는 시종일관 허술하고 때깔이든 만듦새든 뭐 하나 충분히 멀쩡한 게 없지만 애초에 '진지하게 보지 마세요'라는 영화라 큰 흠이 안 되는, 그런 영화구요.

 그렇게 80년대식 허술하게 대충 만든 느낌의, 하지만 나름 아이디어도 있고 개성도 있는 b급 영화들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뭐 일단 줄리언 샌즈의 워락 캐릭터랑 로리 싱어의 귀여운 개그씬들만 봐도 한 시간 반 정도는 대략 즐길 수 있는 영화였네요 제겐. ㅋㅋ 재밌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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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샌즈!!!)




 + 아마도 이 영화에서 가장 비싼 느낌이 드는 건 음악이겠죠. 제리 골드스미스가 맡았습니다.


 ++ 이 영화의 각본을 쓴 데이빗 토히는 11년 뒤에 '에일리언2020'의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합니다. 그 영화가 '에일리언' 시리즈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애초에 재능이 그런 쪽으로(?) 발달한 분이셨구나... 싶기도 하네요. 


 +++ 대충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화형 직전에 사탄에 의해 현대로 떨어진 워락은 자길 재워준 룸메이트를 별 이유도 없이 살해해 버리고는 (반지가 예쁘다며 갑자기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비명을 지르자 키스하는 폼으로 남자의 혀를 물어 뜯어 버립니다) 동네 야바위 영매를 찾아가 해맑게 '악마와 교신하고 싶어'라고 주문을 넣는데요. 당연히 가짜로 흉내를 내던 영매에게 난데 없이 진짜 사탄이 강림하고. 그에게서 '세 군데에 흩어져 있는 악마의 책을 하나로 모아라'라는 미션을 받은 워락은 사탄이 시킨대로 영매의 눈알을 뽑아들고 길을 떠납니다. 그 눈깔들이 길을 알려 줄거라나요.


 집주인이 살해를 당해서 짐 싸려고 집에 들른 카산드라는 워락을 쫓아 온 자일즈란 남자 때문에 기겁을 해서 경찰에 신고해 연행 시킵니다만. 곧이어 찾아온 워락에게 '내 일을 방해했으니 저주할 테얌' 이라는 억울한 소리를 듣고 하루에 20살씩 먹는 저주에 걸립니다. 결국 다음 날 바로 경찰서로 가서 자일즈를 빼내고 자일즈의 황당한 상황 설명을 믿으며 워락을 쫓아다니게 되죠. 아, 참고로 악마의 책 첫 번째 부분은 주인공이 세들어 살던 집의 앤틱 가구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악마가 거기로 보냈나 봐요.


 그 다음은 로드 무비 비슷하게 전개됩니다. 현대 문물을 전혀 모르는, 생긴 건 산적 같은데 알고 보면 순진하고 마음 착한 17세기 아저씨와 20세기 잘 나가는 신세대 여성이 투닥거리고 웃기는 상황을 연출하며 정이 들구요. 그러다 이 자일즈가 워락에 집착하는 이유가 자신의 아내를 워락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네요.


 워락은 다음 목적지를 향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세례 안 받은 어린이의 껍질을 벗겨서(당연히 보여주진 않습니다! 전혀!!!) 기름을 먹고 파워 업. 비행 스킬과 화염 발사 스킬을 손에 넣고 씐나게, 더욱 빨리 다음 목적지에 도착해요. 그곳은 오래 묵은, 수백년 전엔 교회였던 농가였구요. 주인공 콤비가 열심히 쫓아가 봤지만 이미 두 번째 파트를 손에 넣은 워락의 강력한 힘을 이겨내지는 못합니다. 다만 여기에서 자일즈가 알려준 필살기 '워락의 발자국에 못 박기'를 카산드라가 열심히 시전한 덕에 카산드라는 자신에게 걸린 나이 먹는 저주를 풀어내는 데 성공하구요. (이때 환갑 분장을 하고 열정적으로 못질하는 카산드라도, 그것 때문에 진정으로 고통 받는 워락도 모두 웃깁니다. ㅋㅋㅋ)


 그래서 '난 목적 이뤘으니 이만할 거야.' 라며 돌아가려는 카산드라를 자일즈가 간곡히 만류하며 도움을 요청하는데... 무슨 썸타는 10대 커플 밀당하는 양 가볍게 묘사해서 괜히 웃깁니다. ㅋㅋ 암튼 당연히 둘은 다시 함께하게 되겠죠. 그러고서 마지막 목적지인 시카고 어딘가를 향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갑니다.


 그렇게 찾아간 마지막 장소는 성당이었는데, 신부에게 사연을 털어 놓고 도움을 받은 결과 마지막 페이지는 이 곳이 아니라 인근 묘지에 있다는 걸 알게 되죠. 그래서 우다다 달려가서 찾아보니... 마지막 페이지는 다름 아닌 자일즈에게 있었습니다. 이 곳에 자일즈의 수백년 된 무덤이 있었고. 관짝 안의 자일즈 시체가 그걸 안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걸 득템하는 순간 당연히 워락이 등장하겠고. 어찌저찌하다 결전을 벌이고 자일즈는 또 다시 워락에게 패배합니다만. 묘지를 접하고 있던 호수 같은 게 짠물 호수였나봐요? 아님 그냥 바닷가였나? 암튼 거기 물을 주사기에 넣은 카산드라가 악마 소환한다고 의기양양 방심한 워락의 목에 주사기를 꽂아 넣으면서 워락은 불타 죽습니다. 애초에 이 놈 약점이 소금이라고 자일즈가 알려줬었거든요.


 그래서 엔딩인데... 일단 자기 맘대로 자일즈가 몹시 맘에 들어 버린 카산드라가 키스하자고 막 들이대지만 분위기 잡느라 잠깐 눈을 감은 사이에 자일즈는 사라져 버립니다.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자일즈의 관짝에 문구가 새로 생겼네요. 대충 어떤 누군가를 영원히 잊지 않겠다 이런 내용이구요. 장면이 바뀌면 상큼 발랄한 차림새의 카산드라가 완성된 악마의 책을 어딘가의 소금 구덩이 같은 데에다 묻고 있어요. 소금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어딘가의 관광지네요. ㅋㅋ 그러고서 해맑게 웃으며 떠나는 카산드라의 모습으로 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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