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작입니다. 한국 개봉은 2003년이었군요. 런닝타임은 10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재개봉을 했었군요. 몰랐습니다.)



 - 젊은 여성이 홀로 새 집으로 이사를 오며 시작합니다. 글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인 듯 하고 살림살이는 대체로 넉넉해 보이는데... 뭐 됐고 시작부터 귀신을 봐요. 근데 이건 넘나 식스센스 도입부의 그 귀신님과 똑같으신 것... ㅋㅋ

 장면이 바뀌면 강연 중인 장국영 선생님이 등장합니다. 귀신 따위 없거등여! 그거 다 인간의 뇌가 만들어내는 착각일 뿐이거등여!! 왜 서양 애들은 서양 스타일, 동양 애들은 동양 스타일 귀신을 보나요? 그게 다 각 지역 문화적 전통 때문이거등여!!! 지난 30년간 귀신 때문에 사람 죽었다는 뉴스 본 적 있으신 분?? 뭐... 이런 얘길 하는데요. 직업은 정신과 의사입니다.

 그래서 결국 도입부의 여자분이 장국영 의사님을 찾아가 상담을 받겠죠.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은 본인의 신념대로 이건 다 뇌의 착각일 뿐이라며, 환자의 개인사를 탐구해서 원인을 찾아내고 약물 요법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합니다만.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임가흔씨. 예쁩니다. 근데 이 영화 말곤 저는 아는 작품이 없습니다. '이'가흔과 잠시 헷갈려서 유명한 분이었던 줄...;)



 - 방금 적어 놓았듯이 그냥 노골적인 '식스센스' 흉내로 만들어 영화입니다. 심지어 이거 영어 제목이 Inner Senses... ㅋㅋㅋㅋ 근데 사실 이게 뭔 뜻인지 몰라서 사전 검색을 해 보니 '의식(意識)을 지각(知覺)하는 능력. 우리의 외부 세계가 아닌 내부 세계를 말하며, 외부 세계의 인상(印象)에 대한 관념·내성(內省) 등을 포함한다.' 라고 나오는군요. 그럴싸 합니다. 영화의 내용과 대충 어울려요.

 근데 정말 도입부의 첫 귀신 장면은 웃음이 나올 정도로 닮아서요. 귀신을 보는 공간이 화장실이고, 또 그 귀신이란 게 포즈까지 똑같이 한 채로 흐느끼는 누드 남자여서... 그리고 이어지는 영화의 내용을 보면 별로 그런 귀신이 나올 이유도 없거든요. 오마주였을까요? 흠. 뭐 어차피 이후 스토리 라인에도 닮은 구석이 많으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일단 좋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걸로.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장국영의 미모는 이 영화에선 별로 부각되지 않습니다. 삶에 찌든 의사 아저씨로 나오는데 그냥 딱 그 정도로 보여요.)



 - 암튼 그래서 대략적인 스토리는 계속해서 귀신을 보는 그 여자를 귀신 불신 닥터 레슬리 청께서 치료하려는 시도들로 이어집니다. 약도 먹이고 운동도 시키고 상담으로 마음 속 상처나 트라우마도 캐 보고. 도입부의 식스 센스 흉내 때문에 혹시나? 했지만 아무리 봐도 장국영이든 여주인공이든 간에 '알고 보니 내가 귀신!'일 가능성은 1도 안 보이니 이거슨 본격 메디컬 & 사이콜로지컬 스릴러... 뭐 이런 분위기에요. 근데 그게 나름 나쁘지 않습니다. 보다 보면 이것저것 떡밥이 흘려지면서 여자가 보는 게 진짜 귀신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양쪽으로 다 추정이 가능해지거든요.

 물론 전혀 무섭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소한 공포 영화 보러 극장 들어간 사람들 화는 나지 않게 적당한 분량으로 깜짝 호러 장면들도 들어가구요. 거기에 덧붙여서 둘 사이의 러브 라인 비슷한 것도 아아주 살살 뿌려지고 하니 심심하진 않아요. 그래서 듣던 것보단 나름 괜찮네? 하면서 보는데...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귀신은 실재하는가!! 라는 미스테리로 시작되는 전반부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습니다.)



 - 중반부에 국면 전환이 벌어지면서 이야기가 문득 다른 방향으로 확 틀어집니다. 그건 스포일러니까, 이 영화는 안 보신 분들도 많을 테니 굳이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기로 하겠구요.

 어쨌든 이게 문제입니다. 위에서 제가 좋게 봤던 전개가 거기에서 끝나 버리고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그게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시작부터 뿌려지는 떡밥들이 있어서 예상은 가능했는데, 뭐 어쨌든 별로 재미가 없고 좀 지루해집니다. 그리고 이게 거의 끝까지 가요. ㅋㅋ 

 그러니까 대충 흐릿하게 말하자면, 전형적인 동양 호러 분위기로 변하는데, 일단 호러 효과가 약하고요. 또 여기서부턴 뭔가 드라마가 받쳐줘야 할 느낌인데 각본이 빈약하고 자꾸 중심 잃고 오락가락해서 집중이 안 됩니다. 그동안 벌었던 점수 다 까먹어 주시고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본격적인 호러 모드로 들어가면서부터는 이야기가 좀 이상해지는데... 그러면서 딱히 무서워지지도 않는다는 게 문제.)



 - 클라이막스는 그냥 전형적인 동양 호러로 가요. 여기에선 또 점수를 까먹는 게, 어설프게 그 시절 유행하던 일본 호러 영화들 흉내를 내기 시작하더라구요. 막 되게 구리다... 까진 아닌데 그냥 '흉내구나' 라는 느낌이 들어서 또 아무 감흥 없이 봤습니다. 결말부에서 들이미는 '마음 아픈 드라마'도 빌드업이 부실해서 하나도 안 와닿고. 뭐 그랬습니다. 그렇게 용두... 까진 아니어도 어쨌든 그럭저럭 했던 도입부가 흔한 동네 뒷산 뱀꼬리로 끝나는 그런 영화였어요. 네. 그랬는데요.

 역시 스포일러라서 설명은 못하겠지만 결말의 마지막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지난 한 시간 반 여의 런닝타임을 보상 받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구요? ㅋㅋ 그래서 최종 감상은 나쁘지 않았는데. 다만 그게 영화를 잘 만들어서 그런 건 전혀 아니라는 거.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세기말 일본 호러의 영향력은 이제 그만 확인해도 괜찮은데 말입니다? ㅋㅋ)



 - 결론적으로.

 그냥 평범하게,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세상 누구에게도 권할 이유가 없는 영화입니다.

 미묘한 괜찮음과 적당하고 흐릿한 구림이 공존하는 참으로 별 존재감 없는 그런 영화에요. 제가 늘 말하는 '차라리 화끈하게 못 만들든가!!'에 속하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아주 못 만든 건 아닌데, 잘 만들었단 말은 절대 못 해주겠으면서 자기만의 존재감도 없이 흐릿한 인상으로 범작과 졸작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그런 영화요.

 하지만 장국영의 팬이시라면, 그런데 아직 안 보셨다면 그래도 꾹 참고 한 번 보시길 권해봅니다. 왜냐면... 그건 말씀 못 드리구요. ㅋㅋㅋ



 + 왜 봤는지 이제사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겠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2003년에 떠났으니 이제 딱 20년이네요. 제 나이가 이 분 나이를 따라 잡은지도 좀 되었고, 이제 슬슬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이게 2002년 영화지만 한국엔 2003년에 개봉했죠. 장국영을 추모하며 극장 가서 본 분들이라면 극장을 나서면서 여러모로 참 복잡한 심경이었을 것 같구요.



 ++ 전부터 이 영화 제목은 뭔 뜻일까... 가 궁금했는데 이제사 검색을 해봤네요.

 대충 '스스로 폐쇄된 공간에 들어가 바깥 세상과 멀어진다' 는 뜻이라고 합니다만 이게 정확한 의미인지 물론 저는 모르겠고...



 +++ 오리지널 포스터는 이렇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 포스터를 쓰고 싶지 않았던 수입 관계자들의 심정은 십분 이해하구요.

 심지어 영화 분위기랑 그렇게 잘 맞지도 않아요. 오히려 한국 포스터가 더 어울립니다. 이게 결국엔 멜로라서.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노올랍게도 여주인공은 진짜 귀신을 보는 게 아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쌓인 이런저런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로 신경 쇠약 상태였는데. 옆집 남자의 장난질을 비롯한 주변의 영향 때문에 환각, 환청을 경험하게 됐던 거죠. 결국 그 상황들을 모두 파악하고 제거하는 데 성공한 장국영의 승리!! 로 여자는 멀쩡해지구요. 또 우리 의사님은 직업 윤리도 철저해서 일 하는 동안엔 선 확실히 긋고 버티다가, 치료가 다 끝나고 바이바이한지 시간이 좀 흘러서야 연애를 시작해요. 근데... 이건 괜찮은 건가요? ㅋㅋㅋ 뭐 암튼.


 문제는 그 때부터 장국영이 맛이 가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시작부터 암시는 있었어요. 오만가지 약을 화장실 찬장에 쟁여 놓고서 잘 때마다 몇 개씩 꺼내 먹고. 평소에 잠도 안 자고 일과 공부에만 집착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거든요. 암튼 행복한 데이트 중에 갑자기 나타난 노부부에게 유리잔으로 뒷통수 스매싱을 당하면서 훅 맛이 간 장국영은 몽유병 증세도 보이고 그냥 환각도 보고 암튼 난리가 나구요. 대충 중간중간 삽입되는 플래시백으로 미루어 보아 어린 시절 사귀던 여자 친구가 자살해 버린 사건. 그리고 막판에 밝혀지는 바에 의하면 행복한 연애질 하다가 열정이 식은 장국영이 바람을 피운 게 자살의 직접 원인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또 이런 영화의 클리셰대로 투신한 여자 친구의 시체가 바로 장국영의 눈 앞에 떨어졌구요.


 결국 심적 고통이 극에 달하자 전여친의 본격적인 일본 호러 여자 귀신 놀이가 시작되고, 도망치고 도망치다 고층 빌딩 옥상으로 몰린 장국영은 투신 직전의 상태로 난간에 위태롭게 서서 눈물을 흘리며 전여친에게 사과를 하는데, 여기에서 뭔가 정신과 의사다운 심리 분석이 들어간다는 게 나름 신선하고 괜찮은 부분이었네요. 뭐 암튼 '그래, 난 널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대신 그동안 잊었던 것까지 모두 다 기억할게. 우리 이제 함께 죽자'며 흉한 얼굴로 다가온 귀신을 끌어 안고 입까지 맞추는 장국영씨. 그러자 전여친은 살짝 뒤로 물러나서 '흥. 이제 됐거든. 나는 이제 더이상 너 안 좋아해!' 라는 사려 깊은 대사를 날리고 바이바이하구요. 그때 타이밍 맞춰 달려온 현여친이 다가와 손을 내밀고. 난간에 서 있던 장국영은 그 손을 잡고 난간에서 내려와 여친과 포옹하고 그 자리에 주저 앉습니다. 이 둘의 슬프지만 평온한 모습을 비추던 카메라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자막이 올라가요.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제가 이 흐리멍텅하고 별로 재미 없는 영화를 결국 맘에 들어하게 된 이유는 설명 안 드려도 되리라 믿습니다.

 이런 많이 모자라고 흔해 빠진 호러물이 이 분의 마지막 영화라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결말을 보고 나니 전 오히려 마지막 영화로서 참 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네요. 결말까지 가는 길이 좀 훌륭했더라면 훨씬 나았을 테니 아쉽긴 하지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3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8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615
122910 프레임드 #397 [6] Lunagazer 2023.04.12 146
122909 Beef(성난 사람들) 캐스팅에 대해서 잡담 [1] 해삼너구리 2023.04.12 641
122908 예조 산책하는 침략자 극장판 (2017) catgotmy 2023.04.12 188
122907 Psg감독 갈티에는 흑인 이슬람 발언 [2] daviddain 2023.04.12 254
122906 헬스장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10] Sonny 2023.04.12 686
122905 우리 나라에서 눈찢했던 발베르데 폭행 건은 daviddain 2023.04.12 245
122904 록맨 10 (2010) [2] catgotmy 2023.04.12 180
122903 베스트 러브송인 아델의 너같은 사람의 실제 헤어진 연인이 [2] 가끔영화 2023.04.12 337
122902 더 마블스 티저 예고편 [7] 예상수 2023.04.12 410
122901 고유성 선생님께서 영면하셨습니다. [8] 스위트블랙 2023.04.11 683
122900 [넷플릭스] 그러니까 남이 주는 거 덥석 받아오지 말라고! ‘인사이드 맨’ [4] 쏘맥 2023.04.11 468
122899 [넷플릭스바낭]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옆집사람' 잡담 [6] 로이배티 2023.04.11 567
122898 '슬픈 짐승' 읽고 잡담 [4] thoma 2023.04.11 281
122897 인어공주 실사 영화의 갖가지 논란 [2] 분홍돼지 2023.04.11 566
122896 프레임드 #396 [6] Lunagazer 2023.04.11 88
122895 넷플릭스에서 본 것들 [11] 2023.04.11 548
122894 길복순 뒤늦은 짤막 코멘트 [6] theforce 2023.04.11 638
122893 [넷플릭스] 말이 나온 김에 '비프'....(장면에 대한 언급은 있습니다. 스포까진 아니...) [11] S.S.S. 2023.04.10 787
122892 [티빙바낭] 그 분이 돌아오셨습니다.... 만? '헬레이저 2022' 잡담이에요 [12] 로이배티 2023.04.10 467
122891 왜 나이가 들면 옛날것을 좋아하게 되는지 [5] 말러 2023.04.10 55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