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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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암살 클럽' 이라는 번역제랑은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만... ㅋㅋㅋ)



 - 20대 젊은이 졸리카와 바바는 만화가 지망생입니다. 둘이 공동 작업으로 작품을 준비 중인데요, 이들에게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면 둘 다 장애인이라는 겁니다. 그 중에서 원탑 주인공인 졸리카씨는 거기에 덧붙여서 사연이 좀 있어요. 태어날 때부터 하체를 움직일 수 없었고, 척추에도 문제가 있어서 얼른 수술을 받지 않으면 1~2년 안에 죽을 운명인 거죠. 게다가 아버지는 자기가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떠나가서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졸리카는 그게 자기 때문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자신의 수술비를 아빠가 대주겠다는 제안도 거부하면서 그냥 이렇게 살다 죽을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죠. 뭐 그래도 일단은 씩씩하게, 나름 즐겁게 지내고 있는 편입니다만.


 이 콤비가 복지 센터에서 '루퍼소브'라는 이름의 하반신 마비 아저씨를 만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냥 좀 거칠고 싸가지 없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아재... 인 줄 알았던 이 양반과 친해지고 나서 보니 현업 살인 청부 업자네요? 그리고 그걸 알게 되는 순간 이 양반의 일과 엮이게 되면서 두 청년의 애잔한 모험담이 막을 올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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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리스마 넘치는 우리의 주인공 3인방입니다. 사실은 센터가 단독 주인공에 가까운 이야기이구요.)



 - 그러니까 기본적으로는 아주 흔한 스토리입니다. 평범한 청년들이 어쩌다 아주 위험한 양반과 엮이게 돼서 씐나는 모험을 한다는 이야기죠. 그러면서 지루한 일상도 탈출하고, 또 이야기가 끝날 때쯤엔 뭔가 삶의 교훈 같은 것도 얻으면서 살짝 성장하구요.


 그냥 여기에다가 주인공들이 (심지어 킬러 아저씨까지도!) 중증 장애인이라는 설정을 넣어서 살짝 차별화를 한 것인데. 음. 의외로 그게 참 잘 먹힙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에 나오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날들,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설정들이 이젠 그렇게까지 설득력이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비슷한 이야기들이 이미 수도 없이 나오기도 했고. 그런데 이렇게 장애인을 소재로 삼으니 그 설득력이 팍팍 올라가고 이들의 일탈도 아주 격하게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많이 짠하고 애틋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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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생 연애 한 번 못 해 본 젊은이들을 위해 아저씨가 돈으로 여자를 불러다 준 상황인데. 불쾌할 장면 하나 없이 건전합니다. 애초에 의도부터 그런 영화에요.)



 - 거기에다가 참으로 성실하게도, 이 영화의 장애인 일상 묘사는 설득력이 꽤 강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실제로 극중의 장애를 겪고 있는 실제 장애인들을 배우로 캐스팅했거든요. 더 이상 리얼하기가 힘들 정도로 리얼한 묘사가 나오는 거죠. 또 여기에 덧붙여서 킬러 아저씨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두 주인공들은 현실에서 그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넘는 무언가를 하지 않습니다. 액션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암튼 뭐 대단하고 환타스틱한 거 전혀 안 해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한에서 킬러 아저씨를 돕는 역할 정도만 할 뿐인데, 당연히도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스릴은 생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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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오른쪽 휠체어 탄 분과 초록 체크 바지 입은 분들이 주인공 콤비에요.)


 사실 '액션'이라고 하지만 영화 속에 대단한 액션 같은 건 안 나와요. 대신 그 전과 후의 묘사에 비중을 할애하는데, 역시나 주인공들 처지가 처지이다 보니 그것 하나하나가 참 힘들고 어려운 거죠. 그게 오히려 진짜 영화의 '액션'이고 '스릴'이고 그렇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소재를 100% 잘 활용해냈다고 칭찬해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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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보이는 저 아저씨가 고용주인데. 우리 킬러씨는 명색이 유능한 청부업자지만 저 아저씨가 휠체어 엎어 버리면 그냥 바닥을 기어야... ㅠㅜ)



 - 마지막으로 드라마가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내용이라 자세히 설명은 못 하겠지만, 그냥 캐릭터 배경 설정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마지막에 가면 영화의 진짜 이야기(?)였다는 식으로 전개가 되면서 의외로, 영화를 보는 내내 예상하지 못 했던 애틋한 드라마를 완성해요. 그리고 거기까지 보고 나면 이게 생각보다 되게 알차게 잘 짜여진 이야기였다는 걸 깨닫기도 하고, 또 나름 정서적 울림 같은 것도 얻게 되고 뭐 그렇습니다. 막 대단한 무언가는 아닌데, 되게 적절하고 딱 들어맞으면서 효과적으로 이야기 구조를 잘 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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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식으로 주인공들 하는 일을 핑계로 만화와 실사가 오가는 연출도 좀 나오구요. 대단할 건 없지만 적절했구나... 싶구요.)



 - 그래서 뭐...

 가벼운 코미디 좋아하는 분들도, 나름 진지한 드라마 좋아하는 분들도 다 괜찮게 보실 법한 영화였습니다.

 막 잔인한 폭력이나 불쾌감 드는 농담 같은 것도 거의 없어서 보고 나서 찝찝해지는 것도 없구요.

 소재를 착취하지 않으면서도 꽤 성실하게 들이 파서 잘 짜낸 이야기가 재미도 있고 정서적 감흥도 남기고 하니 더 이상 바랄 게 있겠습니까.

 막 화끈하게 웃기거나 되게 강렬하게 마음을 울리거나 하는 정돈 아닙니다만. 그래도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이만큼 해낸 '장르물'이 그렇게 흔치는 않구요. 그래서 맘에 들었습니다. 구독으로 추가금 없이 볼 수 있는 플랫폼이 티빙 하나 뿐이라는 게 가장 큰 단점이었네요. 보니깐 듀게 분들 중에 티빙 쓰시는 분들 별로 없어 보여서... ㅋㅋㅋ

 뭐 그러합니다. 전 아주 재밌게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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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이들의 운명은!!!)




 + 바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킬러 아저씨의 보스가 어쩌다 두 젊은이의 존재를 알게 돼서 '이 일은 비밀 유지가 생명이니 그놈들 좀 치워 버려라'는 지령을 내리고 킬러 아저씨는 시키는대로 이 둘을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 물에 빠뜨립니다만. 결국 맘이 약해져서 살려주고는 보스에게 거짓말을 해요. 하지만 결국 사실을 알게 된 보스는 킬러를 함정에 빠뜨려 죽이려고 하는데, 당연히 우리 킬러씨는 천신만고 끝에 살아나서 두 젊은이와 함께 보스를 제거하려 합니다.

 어찌저찌하다 결국 보스는 제거하지만 그 와중에 킬러씨도 사망하구요. 주인공은 보스의 금고에서 딱 킬러가 받았어야할 액수만 꺼내갖고 보스의 집을 떠나요. 근데 쏘쿨하게 킬러씨 시신을 두고서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게 좀 이상합니다만.


 이후에 두 젊은이는 그 킬러를 소재로 한 만화책을 완성하고, 출판사 관계자에게 눈에 띄어서 정식 출판 계약까지 맺게 되죠. 그리고 주인공은 먼저 거절했던 자기를 버린 친아빠의 금전적 지원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해서 수술을 받고요. 이렇게 평범한 해피엔딩인 듯... 했는데?


 갑자기 어떤 집에 우편물이 배달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집 주인 아저씨가 나와서 우편물을 받는데 그 킬러 아저씨네요? 그리고 두 다리가 멀쩡해서 씩씩하게 걸어다녀요. 이게 뭔가... 했더니만, 이 아저씨는 주인공의 현실 아빠구요. 주인공이 우편으로 보낸 만화책을 선물로 받게 되는 상황입니다. 거기엔 만화책 샘플 한 권과 짤막한 편지가 있어요. 혹시 나를 보고 싶으시다면 보러 오셔도 돼요. 라는.


 그러니까... 킬러씨와 주인공의 모험담은 모두 다 주인공들이 그린 만화책 속 내용이었던 겁니다. 주인공이 이름과 사진 한 장 밖에 아는 게 없는 자기 아빠를 갖고 만화를 만들었던 거죠. 그 킬러 아저씨가 땍땍거리면서도 별 이유도 없이 주인공들을 챙겨주던 건 아빠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었던 주인공의 소망이었고. 마지막에 킬러 아저씨의 돈을 들고 떠난 건 아빠가 주겠다는 수술비를 받아들일 결심을 했던 거구요. 그리고 극중에서 킬러 아저씨와 전 여자 친구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건 자기 엄마랑 아빠의 상황을 대략 반대로 뒤집어서 만든 이야기였던... 결국 이 젊은이는 만화 창작을 통해 자신의 내적 번뇌를 해소하고 삶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되었다는 그런 훈훈한 결말입니다. 마지막에 편지를 읽던 아빠의 표정을 생각하면 결국 둘은 언젠가 만나서 좋은 시간 보내게 될 것 같구요. 뭐 그렇게 적당한 훈훈함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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