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

2011.01.07 00:26

settler 조회 수:5996

크림님 얘기는 아닙니다. 글의 뉘앙스가 어떨지언정 추워서 몸이 안 좋을 지경이라면 에스키모처럼 곰가죽이라도 뒤집어쓰고 다닐 이유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미국=타국에 와서 배웠다기보다 느낀 것 중 하나는 모피 소비에 대한 문제의식이었어요.

입고 거리를 활보하다 커피나 계란 세례를 당한 사람들도 있고 말로 공격을 당했다는 사람들도 봤구요. 물론 이건 그냥 테러고 옳지 않은 일입니다만

모피를 소비하는 데 남의 눈치를 훨씬 봐야 하는 분위기는 최소한 더 옳아 보이더군요.

 

학교에서 관련주제로 짧은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더 절실하게 느꼈는데요

모피 반대의 이유는 희귀동물의 멸종 뿐 아니라 동물들의 존엄과 더 직결된 것처럼 보였어요.

여우나 밍크 등등은 전기충격으로 도살하는데, 어떤 경우 동물들이 이 과정에서 죽지 않았다가

가죽을 벗기는 과정에서 깨어나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는 경우가 왕왕 있다더군요

더 확실하고 덜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하지 않는 건, 그렇게 할 경우 동물의 털이 윤기를 잃어서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구요

 

모피 반대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반론은 그럼 가죽구두는 육식은 괜찮냐는 것인데

이런 소비들 역시 아주 결백하다고 할 논리는 없지만 최소한 필요한 자원을 얻는 데에 불필요한 잔학행위는 없을 거라 믿는다는 것이

답변이 될 것 같아요. 어떤 동물이든 살생을 전혀 하지 않고는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그 과정에도 윤리적인 기준은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산낙지도 꼭 그렇게 먹어야 되나 궁금하고  고기를 얻는 과정에서 동물을 괴롭혀서 맛을 고양시키는 음식은 먹고 싶지 않습니다.

 

인간이 지금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파워풀한 동물이지만  그 힘을 다른 종/족의 동식물을 착취하는 데 쓰는 건 옳지 않으니까요.

나이브하게 들리겠지만 그렇습니다.

 

모피 소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분들에 대해선 별로 설득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만

모피를 입는 것이 조금 더 눈치 보이고 조심스러운 일이 되는 사회가 더 성숙하다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 내가 더 예뻐 보이려고 동물의 생가죽을 뒤집어 쓰고 다닐 자격이 나에게 있는가 의문이 들기도 하구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4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2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42
122992 짐캐리의 킥애스2 촬영장 모습 [9] 자본주의의돼지 2012.09.27 5996
» 모피. [88] settler 2011.01.07 5996
122990 여러 가지... [11] DJUNA 2010.08.04 5995
122989 주온 끝의 시작 단편 웹툰 연재 finest 2014.07.11 5994
122988 듀나In> 8월초, 대만여행 팁 부탁드릴게요 ( 날씨와 숙소, 그외 여행 정보 등등 고수님들 부탁드립니다 ㅠㅠ ) [22] 가나다라 2013.07.23 5994
122987 애플이 똥을 줬네요 [13] mii 2012.10.24 5993
122986 원빈이니까 그나마 [30] 닥터슬럼프 2012.10.09 5993
122985 영국에서 금지(?) 되었다는 다코타 패닝씨의 마크 제이콥스 광고 [23] loving_rabbit 2011.11.10 5993
122984 홍석천 식당 마이씨리즈 맛있어요? [18] 해마 2013.01.22 5993
122983 국군과학화훈련단(KCTC)이 사상 최초로 전투에서 졌군요. [10] 01410 2010.07.15 5993
122982 결국 말춤을 시켰나보군요. [20] 쥬디 2013.04.04 5992
122981 별 이유 없이 손발이 오글거리는 단어 있으세요? [115] poem II 2010.09.05 5992
122980 죽지 말아야 할 이유 [46] 에아렌딜 2013.04.02 5991
122979 었다 와 였다의 차이.. 그밖에 띄어쓰기.. [12] 칭칭 2010.12.08 5991
122978 지...지금...MBC 놀러와에.. [12] 메피스토 2012.01.23 5990
122977 (질문) 남녀사이, 친구는 절대 불가능한가? [32] 오늘만 2011.08.06 5990
122976 남친의 까스활명수 [20] 컵휘중독 2013.01.27 5989
122975 이소라 운다 [41] 가끔영화 2011.03.22 5989
122974 스노비즘이 뭔가 순간 헷갈려서 사전을 봤습니다. [21] catgotmy 2010.08.01 5988
122973 [바낭] 집들이가 부담스러운가 봅니다. [23] 가라 2011.06.17 598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