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영화죠. 런닝타임이 무려 두 시간 이십분! 장르는 드라마이고 스포일러는 맨 아래 흰 글자로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포스터와 카피 문구만 봐선 빼도 박도 못할 살인 미스테리 스릴러인 것인데요. ㅋㅋㅋ)


 

 - 수경과 이정. 엄마와 딸이 바로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입니다. 영어 제목처럼 같은 아파트에서 단 둘이 살구요. 그런데 시작부터 분위기가 참 희한합니다. 세상 간지, 매력 다 관심 없다는 듯한 차림새로 퍽퍽하게 팬티 손빨래 중인 딸에게 엄마가 가서 자기 맘에 드는 예쁜 팬티 하나를 내놓으라 그러고, 빨던 걸 대충 헹구고 대충 손으로 짜서 건네주니 그걸 그냥 입어버려요(...) 아마도 남자 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 듯 하구요. 딸은 생리통 때문에 들어오는 길에 약 좀 사오라지만 엄마는 나가서 남자 친구랑 술 먹고 노느라 그딴 건 안중에도 없습니다. 심지어 남자 친구랑 더 오래 있고 싶어서 유혹까지 하지만 남자가 거절하는 바람에 집에 들어오는데... 당연히 딸이 부탁한 약 같은 건 기억에 없겠죠. 

 

 그래서 모처럼 화를 내는 딸에게 엄마는 적반하장으로 더 화를 내고, 그래서 우리는 시작부터 범상한 수준을 한참 넘어선 언어 폭력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엄마의 살벌한 포스를 실컷 구경하게 됩니다. 뭐 그러고 어찌저찌하다가 둘은 마트 다녀오는 길에 차에서 또 싸우고요. 화를 버럭 내고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 딸을 향해 엄마가 탄 차가 힘차게 돌진해서 쾅! 하고 받아 버립니다. 아니 대체 이 모녀는 뭘까요... 그리고 앞으로 이 괴상한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갈까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 영화 소개글들에 거의 빠짐 없이 보이던 짤. 그만큼 둘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또 인상적인 장면이기도 합니다.)



 - 그래서 남은 런닝타임 내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이 둘이 서로 죽일 듯이 싸우고, 딸이 집을 나가고, 그랬다가 다시 돌아와서 싸우고, 다시 나가고, 그러다 딸은 딸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다른 사람들 만나서 아주아주 불쾌한 영향력을 발산하다가 다시 둘이 만나서 싸우고... 입니다. 물론 결말은 있지만 그건 스포일러니까 지금은 말 못하고, 어쨌든 방금의 저 요약이 대충 맞아요. 계속 저걸 반복하는데 점점 더 상황이 격해지는 와중에 두 인물의 상태를 조금씩 더 디테일하게 전달하는 거죠. 그게 내용의 거의 전부인 영화입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해외 포스터 중엔 이 짤을 사용해서 만든 것도 있던데. 뭐 사기는 아니지만 살짝 기만이랄까... ㅋㅋ)



 - 일단 다 보고 나서 가장 감탄스러운 건 이게 정말로 단단하고 치밀하게 잘 만들어진 캐릭터 드라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이거에요. 수경, 대충 이러저러한 성격의 여자가 딸을 낳아 키우며 단 둘이 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가정에서 이러쿵 저러쿵 가지를 뻗어내는 거죠.

 그리고 그 결과가 아주 그럴싸합니다. 수경 같은 엄마 밑에서 자라난 딸은 중간에 집을 뛰쳐 나가버리지 않는다면 정말로 이정처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둘은 정말로 저렇게 지낼 것 같고. 이 둘이 서로가 없는 바깥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정말 이 영화 속 사건들처럼 흘러갈 거라는 게 자연스럽게 납득이 됩니다.

 결국 캐릭터 하나를 참으로 임팩트 있게, 그리고 입체적으로 잘 빚어 놓고 거기에다가 '딸 키우는 엄마'라는 옵션을 붙여서 굴리면 자연스럽게 나올 법한 이야기인데 그게 참 쇼킹하고 흥미진진하며 가장 중요한 게,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에 설득력이 생기니 많이 과하다 싶은 수경의 캐릭터도 그 이야기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납득이 돼요. 이래저래 참 잘 쓴 각본이었네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렇게 멀쩡하게 발랄한 동네 아줌마가 집에 돌아가서 딸만 만나면...)



 - 그렇게 일단 수경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인 가운데, 또 다른 '여자'인 이정은... 그 결과물입니다. 분명히 '두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엄마 때문에 이렇게 됐다!'라는 사정상 수경이 먼저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래서 수경에게 존재감이 살짝 밀리는 느낌입니다만. 뭐, 계속 보다 보면 이 캐릭터도 걸작급이긴 마찬가집니다.


 이 영화의 이정을 보면서 '꿈의 제인'의 주인공이 떠올랐어요.

 사실 수경 같은 사람은 관객들이 보면서 "아! 나 저런 사람 알아!!!" 같은 식으로 반응하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죠. 하지만 이정은 현실 세상에도 은근 흔해요. 저도 이 영화의 이정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몇 번은 본 것 같구요. 그래서 이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수경을 볼 때와는 다른 방향으로 아주 많이 고통스럽습니다. 이 캐릭터는 정말 현실의 이정들이 할 것 같은 행동들만 하는데 그 결과가 좋을 리가 만무하거든요.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부모-자식 관계나 아주 가까운 친구가 아닌 적당히 거리감 있는 관계로 맺어진다고 가정한다면 수경보다도 함께 하기 부담스러운 인물이 이정입니다. 영화 속에서 이정을 확 밀쳐내버리는 사람들 심정이 다 이해가 가요. 하지만 그렇게 구경하다 보면 '결국 이 캐릭터는 엄마 잘못 만나 이렇게 된 건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심경이 복잡...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콜레트럴 데미지!!!!!! 이 분 연기도 좋았어요. 사실 아역까지 누구 하나 빠짐 없이 모두 다 잘 하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 또 이 영화에서 좀 튀는 점이라면, 분명 여성들의 이야기인데. 각본, 감독도 여성이고 주인공 둘이 다 여성이며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들도 거의 다 여성이고... 그런데 다루는 이야기나 영화 속에서 느껴지는 시각 같은 것이 전형적인 '여성 영화'는 아니었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여성으로서 남성들의 세상에서 살아가며 겪는 고통이나 억압 같은 게 (없진 않지만) 딱히 부각되질 않습니다. 또 여성들끼리의 연대 같은 것도 마찬가지구요. 이런 이야기라면 당연히 모든 불행의 근원으로 지목되어야 할 이정의 아빠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고, 마땅히 빌런으로 작용해야할 수경의 남자 친구도 눈치 없고 둔하지만 딱히 나쁜 사람도 아니구요. 그러면서 이 영화가 집중하는 건 그냥 악연으로 모녀 관계로 엮인 두 불운한 사람들과 그들의 비틀리고 비극적인 관계에요. 아마도 이 얘기만 해도 할 얘기가 차고 넘쳐서 다른 데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인디 영화이면서 런닝타임이 무려 2시간 20분인데도 이야기에 군더더기나 빈틈이 전혀 안 보이거든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눈치가 정말 심하게 없긴 합니다만. 뭐 수경이나 관객들 입장에서나 그렇지 사실 현실에선 평범하게 성격 좋은 아저씨 정도.)



 - 그래서 결국 무슨 얘길 하고 싶었을까. 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마치 전생의 악연에게 복수하기 위해 지옥에서 기어 올라와 전생의 원수를 딸로 낳아 키우는 것 같은 저 사악한 엄마(...) 캐릭터와 참으로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이 비호감 덩어리인 딸 캐릭터를 갖고 무슨 얘길 하고 싶었냐는 거죠. ㅋㅋㅋ 

 근데 뭐 언제나 그렇듯이 전 잘 모르겠구요. 그저 세상엔 부모가 되지 말아야 할 사람도 있다는 거? ㅋㅋ 수경이 사는 모습을 보면 자기 딸에게 하는 짓을 제외하면 멀쩡하게 사회 생활 잘 하며 살거든요. 수경이 극중에서 수도 없이 반복하는 말대로 애초에 이정이 없었다면 수경은 훨씬 행복하게 살았을 거고 이정에게 한 것 같은 나쁜 짓들은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 괜찮은 사람으로 인생 즐겼을지도 모르죠. 신나게 피리도 불면서요. 

 반면에 이정의 이야기를 따라가자면 나름 쉽게 답이 나오는 메시지가 보이긴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정이 내리는 결단과 그 후 들르는 곳에서 얻는 깨달음 같은 것. 스포일러일까봐 말은 못하겠지만 뭐 그런 거겠죠. 대체로 뻔한 메시지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걸 드러내는 방식에 신경을 많이 썼더라구요. 영화의 첫 장면이나 제목과 연결되면서 간접적이지만 참 알기 쉽게 던져 주는데, 그 센스가 참 좋아서 잘 와닿았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아마 아는 것 많고 영화 분석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수경 캐릭터만 갖고도 A4 10장 분량씩은 이야기를 쏟아내겠다 싶을 정도로, 참 재밌게(?) 잘 만들어진 캐릭터였고 배우가 그걸 또 엄청 잘 살려냈구요.)



 - 마지막으로... 뭐 영화의 메시지나 의미 같은 제가 감당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LadyBird님이나 Sonny님, ally께서 예전에 올려주신 글을 읽으시는 게 낫겠고.

 제가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그냥 이 영화는 재밌다. 는 겁니다. ㅋㅋㅋ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은 한국 인디 영화! 라는 거 전혀 신경 쓰지 마시고 보실 수 있는 분들은 그냥 한 번 보세요. 어지간한 호러, 스릴러는 사뿐히 즈려밟을 정도의 압박감을 런닝타임 내내 느낄 수 있습니다.

 덧붙여서, 제가 그동안 몰랐던 게 죄송해질 정도의 무시무시한 연기를 펼쳐주는 양말복 배우님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값은 충분히 하고도 남습니다. 물론 임지호 배우님도 쩌는데요, 양말복씨의 표정 연기는 뭐 그냥 숨 쉬기가 힘들고 오금이 저려올 정도라서. ㅋㅋㅋㅋ 넘나 압도적이신 것...

 뭐 그렇습니다. 아주 잘 봤구요. 잘 했어요 티빙. 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정말 이 영화에 나오신 분들이 맞나 싶습니다. ㅋㅋㅋ 표정도 꾸밈도 뭐 하나 닮은 구석이 없...)



 + 결말이 다가오면서 영화가 살짝 두 캐릭터 간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요. 그것도 무리수 없이 자연스럽고, 또 캐릭터들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주는 좋은 전개였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경은 그냥 나쁜 놈입니다. 아 뭐 다 사정이 있고 뭐가 있고 그렇겠죠. 하지만 알게 뭡니까. 수경은 그냥 나쁜 인간이에요. 최소한 최악의 부모라는 건 그 사정이 어쨌든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제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에 정말로 이 영화의 모녀 관계의 살짝 마일드한 버전 같은 인생을 사는 분들이 있어서 보면서 더 공감이 가고 그랬습니다. 차로 들이받진 않았지만 어떤 면에선 수경보다 더한 엄마 때문에 인생 피곤한 사람도 있었구요. 이 분들의 공통점이라면 나이 스무살 되자마자 바로 집에서 뛰쳐 나와서 다시 안 들어가고 살고 있다는 거죠. 근데 그 중 한 분은 자꾸 엄마가 자기가 장만한 집으로 들어오려고 해서 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그래도 수경은 죽어도 자기 발로 이정을 찾아갈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 다행이랄까요.



 +++ 근데 수경이 쏟아 붓는 독설들 중에 딱 하나 맞는 말이 있긴 했어요. 정신과 가 봐야죠. 여기서 이정 같은 상황이면 그냥 살다가 괜찮아지는 건 절대로 무립니다. 멀쩡히 제대로 살려면 일단 월세 하나 잡고 돈 모으면서 전문가 상담을 꼭... ㅠㅜ



 ++++ 임지호씨 너무 동안이라 한참 동안 당연히 고딩일 거라 속으면서 본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근데 잠시 후에 보니 출근을 하고 있고. 조금 있다 나이가 언급되는데 뭐... 29?;;;



 +++++ 스포일러입니다. 영화 안 보실 분만 긁어보시기.


 막판에는 결국 모녀가 다 망합니다. 수경은 남자 친구와의 재혼이 성사 직전에 나가리가 나 버리구요. 이정은 그나마 붙잡았던 동앗줄에게 처참하게 버림 받고 다시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죠. 사실 둘 다 당연한 귀결이고 오히려 잘 된 일입니다. 남자 친구가 딸을 내다 버리고 자기에게만 집중하길 원했던 수경 입장에선 잠깐 눈속임으로 결혼을 했다면 이후에 더 더 피곤한 일이 이어졌을 거구요. 이정의 동앗줄은 어차피 끊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었으니 걍 얼른 인생 렛슨 한 번 받고 독립된 인간으로 살아갈 길을 찾아가는 게 나았죠.


 암튼 그렇게 된 와중에 이정이 몰던 차가 급발진을 하고. 이정은 '혹시 엄마가 날 일부러 들이 받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요. 정전이 된 집에서 샤워하는 엄마를 핸드폰 플래시로 비춰주고. 어인일로 엄마가 꺼내주는 투게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고. 영화가 시작된 후로 최고로 평화로워진 상황에서 토해내듯 '엄마, 나 사랑해?'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수경은 늘 그렇듯 비웃듯이 껄껄 웃어 버리고 맙니다.


 다음 날, 이정이 영원히 떠나버린 집에서 수경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혼자 밥을 차리며 새로 붙인 취미인 리코더 연습을 하구요. 이정은 속옷을 사러 가서 이제사 지금껏 자기는 자기 속옷을 사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며, 당연히 자기 속옷 사이즈도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원 자이언트 립 for 이정. 뭐 그렇게 마무리되는 영화였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9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62
122696 파이널 판타지 3 픽셀 리마스터 (2021) catgotmy 2023.03.20 223
122695 '이니셰린의 밴시'를 보고 잡담. [10] thoma 2023.03.20 734
122694 1997 비호기병 [1] 돌도끼 2023.03.20 237
122693 3월 20일 [10] DJUNA 2023.03.20 595
122692 [티빙바낭] 이거슨 웰메이드인가 아닌가, 본격 야쿠자 영화 '고독한 늑대의 피' 잡담 [6] 로이배티 2023.03.19 689
122691 [넷플릭스] '실종'. 크....... [7] S.S.S. 2023.03.19 652
122690 듀나의 영화낙서판이라는 미국의 애니메이션 [5] 스위트블랙 2023.03.19 647
122689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 [4] 말러 2023.03.19 381
122688 극장에서 영화 기다리는 시간 [20] thoma 2023.03.19 504
122687 프레임드 #373 [2] Lunagazer 2023.03.19 114
122686 왜 만달로리안들은 헬멧을 쓸까요? [4] theforce 2023.03.19 508
122685 (스포없음) [샤잠! 신들의 분노] 보고 왔습니다 추천!! [4] Sonny 2023.03.19 386
122684 콘테는 오늘도 토트넘 역사 타령/케인ㅡ 레알 마드리드 daviddain 2023.03.19 146
122683 제 이름은 미우라 카나코. [3] DJUNA 2023.03.19 710
122682 3월 19일 [6] DJUNA 2023.03.19 420
122681 샤잠2를 보고<수포> [1] 라인하르트012 2023.03.18 266
122680 [티빙바낭] 런닝타임 내내 마가 뜨는 개그 SF/환타지, '메가 타임 스쿼드' 잡담 [3] 로이배티 2023.03.18 271
122679 그냥저냥 [3] DJUNA 2023.03.18 552
122678 트위터에서 화제중인 일본광고 예상수 2023.03.18 449
122677 메탈기어 솔리드 V 그라운드 제로즈 (2014) [2] catgotmy 2023.03.18 15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