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1분. 장르는 코믹 호러이고 스포일러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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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이렇게 한글 포스터가 존재한다는 게 놀라운 영화들이 있죠.)



 - 주인공 조엘은 호러 영화 전문지의 기자입니다. 한물 간 호러 영화 감독을 인터뷰하며 쓸 데 없이 호러 부심을 참지 못하고 막 지적질을 해대서 짜증나게 만드는 도입부를 통해 얘가 좀 사회성도 떨어지고 눈치도 없는 청춘이라는 걸 알 수 있구요. 룸메이트로 지내는 어여쁜 처자를 짝사랑하지만 도무지 숨기질 못하는 그 오타쿠 스피릿 때문에 아예 연애 상대 리스트에서 아웃인 상태인 걸 본인만 모르죠.

 암튼 어느 날 조엘은 그 룸메이트가 데이트한 남자가 손가락에 결혼 반지를 끼는 걸 발견하고, 이런 나쁜 놈! 내가 정체를 까발려주지! 하고 남자를 따라 어느 술집에 들어갔다가 그만 술만 퍼마시고 화장실 창고에서 뻗어 버려요. 그러다 새벽에 깨어서 홀로 나와 보니 이게 뭡니까. 싸이코 연쇄 살인자들이 모여서 회동을 하고 있네요. 과연 우리의 호러 오타쿠 조엘군은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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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 매니아가 호러 상황에 떨어져서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친다! 라는 아이디어는 특별하진 않아도 괜찮은데요. 문제는 그 구현도가...)



 - 번역 제목이 참 찬란하지 않습니까. ㅋㅋ 원제는 그냥 'vicious fun' 인데 조엘이 일하는 잡지 제목을 슬쩍 바꿔서 농담을 하는 거죠. 그리고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의도한 이 영화의 재미 포인트이기도 하구요. 호러 매니아를 연쇄 살인마들 사이에 던져 넣고 사지 절단 유혈 낭자 내장 팡팡 코미디를 만드는 거요. 뭐 '사악한 재미'라고 직역하는 게 별로 영화 제목답진 않긴 하지만, 그걸 '쾌락'이라고 바꾸면 오히려 더 어색해지는 느낌인데요. '킬러들의 험담'이라는 부제를 만들어 붙인 건 그보다 더 나쁘구요. 근데... 솔직히 별달리 그럴싸한 대안이 떠오르지도 않으니 대충 넘어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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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꽤 성의 있게 만들어 놓은 소품입니다. 정말 혹시나 해서 검색해봤지만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 잡지인 걸로. ㅋㅋ)



 - 그러니까 한 번에 두 가지를 다 하려는 영화입니다. 살벌한 사지 절단 슬래셔와 훈훈한 사회 부적응 청년 성장담이요. 


 처음에 던져진 위기 상황에선 운 좋게 믿고 따를만한 사부(...)를 만나서 살아 남고. 그러다 혼자 살아날 기회를 얻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살 텐가!'라는 깨달음이 찾아와서 용기를 내고. 그래서 자기가 짝사랑하던 여자에게도 인정 받고, 결국 자기 적성(?)도 발견해서 그 사부님과 훈훈하게 밝은 미래를 만들어나간다... 라는 참으로 건전한 이야기인데 다만 소재가 연쇄 살인마와의 목숨을 건 대결이다. 뭐 이런 식이에요. 사실 새로울 건 하나도 없죠. 이런 식의 호러 코미디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을 겁니다.


 그래도 나름 괜찮은 부분이 있다면 '연쇄 살인마들의 회동'이라는 설정입니다. 그래서 시작부터 다섯 명의 연쇄 살인마가 나오고 그 다섯이 다 캐릭터가 달라요. 그리고 이게 살인마 영화들의 유명한 킬러들을 유형화해서 만들어진 캐릭터들이라 소소한 재미 같은 게 있죠. 그러니까 도끼를 휘두르는 백인 훈남 여피는 '아메리칸 싸이코'. 거대한 덩치와 맷집으로 숲속 젊은이들 캠핑장을 노리는 무대뽀 살인마는 '13일의 금요일'과 수많은 아류들... 거기에 뭐 닌자처럼 몸을 숨기고 살해하는 놈, 멀쩡한 전문직 할아버지로 살다가 폭력보단 마취제, 독약 같은 걸로 사람 잡는 놈, 평범한 여자인 척하고 상대를 방심 시킨 후 한 방에... 뭐 이런 식이에요. 게다가 우리의 주인공은 호러 매니아니까 당연히 이런 캐릭터들에 대한 논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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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짤이 처음으로 나오는군요. ㅋㅋ 왼쪽에 도끼 드신 분이요. 뭔가 '루시퍼'의 불쌍한 형사님 생각도 나고. 그럭저럭 귀엽습니다.)



 - 안 합니다. 아예 안 하는 건 아닌데 거의 안 해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왜 주인공을 굳이 호러 매니아로 설정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아무 다른 직업이었어도 이야기에 아무런 영향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분명히 자기들이 잡아 놓은 컨셉이 확실하게 있는데 그걸 별로 활용을 못해요. 

 예를 들어 없애야 할 빌런들을 굳이 저렇게 하나씩 설정을 잡아 놨으면 뭔가 각각 캐릭터들의 일반적인 약점이나 허점 등을 주인공이 생각해내고 그걸 활용해서 처리한다든가 뭐 그런 게 있을 것 같잖아요. 근데 정말로 그런 게 하나도 없구요. 또 각각의 캐릭터도 그렇게 잘 살려내질 못합니다. 덩치는 그냥 덩치고 할배는 그냥 할배고 닌자는 그냥 변태 같은 놈이고 뭐 그래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의아해집니다. 분명히 이야기 틀을 잡은 의도가 다 보이는데 그걸 굳이 스스로 피해갈 이유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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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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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허탈하게 퇴장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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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서양 영화에서 동양인 캐릭터들은 아싸로구나. 라는 생각만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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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최종 빌런인 이 분은 좀 나은데. 그렇다고해서 대단한 인상을 남기진 않습니다. 그저 유명 캐릭터 패러디로만 기억될 뿐.)



 - 그렇게 허술한 가운데 또 의외로, 엉뚱한 방향으로의 장점이 하나 있습니다.

 캐릭터들이 둥글둥글 귀여워요. 영화 톤에 참 안 맞지만 그게 좀 그렇습니다. ㅋㅋ 주인공은 전형적인 이런 장르 주인공일 뿐이지만 그냥 하는 행동들이 참 멍청하면서 웃기게 귀엽구요. 주인공을 도와주는 은인님은 되게 치명적인 캐릭터인 척 하지만 그냥 참 상냥하고 착한데 싸움을 잘 해서 종종 폼이 꽤 나주시구요. 아무리 본 장르가 코미디라지만 도가 넘도록 멍청해서 경찰들도 살인마들의 킬 수를 늘려주기 위해 등장하는 티가 팍팍 나면서도 자꾸 허술하고 싱겁게 웃겨줘서 나름 귀여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유머는 그리 나쁘지 않아요. 막 재밌는 건 아닌데, 그냥 이 느슨하고 허술한 영화를 끝까지 보도록 버티게 해 줄 정도는 된다고 느꼈습니다. 풉. 하고 소리 내 웃은 장면도 두어번은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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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맥락 없이 경찰 중 하나가 호러 영화 예찬을 읊어대는 장면이 나옵니다. 너무 말이 청산유수라서 어처구니 없이 피식. 뭐 이런 식의 개그들이 많아요.)



 - 그리고... 저 외의 아무 듀게 유저분들에게도 적용이 안 될 장점이지만. 제게 익숙한 분들이 살인마들로 우루루 나와서 반가웠고, 그래서 더 재밌게 봤습니다. '벡키'의 과묵한 레슬러, '잭슨을 위해서라면 뭐든지'의 애잔한 할아버지, '칩 스릴'의 미친 갑부놈이 등장해서 열심히 연기를 해주십니다. ㅋㅋ 특히 '잭슨을 위해서라면'의 할아버지가 꽤 오래 활약하는데, 연기 잘 하시더라구요. 지금 다시 커리어를 찾아보니 유명한 작품들에 참 많이 나오셨는데 다들 비중이... ㅋㅋㅋㅋ '맨 오브 스틸'에서 수퍼맨 고향별 높으신 분이라든가, '슈퍼내추럴' 에서 '죽음' 역이라든가 뭐 등등 많아요.

 그에 반해 주연급 배우들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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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슨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그 영화 괜찮은데요. 좀 봐 주시죠? ㅋㅋㅋ)



 - 아니 뭐 근데 더 얘기할 게 없어요.

 그러니까 싱겁게 웃기는, 지적이고 재치 있으려 노력했으나 그건 실패하고 그냥 '좋을 뻔 했던' 아이디어의 흔적들을 보며 키득거리고. 그럭저럭 귀여운 캐릭터들을 보며 '아니 뭐 어쨌든 지루하진 않네' 라는 기분으로 볼만한 B급 호러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 확인해 보니 놀랍게도 토마토 지수가 88%나 되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이 수치는 참 애매한 게 있죠. 그러니까 '볼만하니 아니니?'라는 심플한 질문이라, 완성도에 비해 후하게 평가되는 류의 영화들이 있고 이 영화가 좀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약간 시점을 바꿔서 보면 이렇게도 되거든요. '어쨌든 기대치 낮추고 큰 부담 없이 보면 그냥 즐겁게 시간 죽일만한 메타 개그류 호러 무비'.

 네. 그러니까 딱 그런 영화 즐기시는 분들만 보시면 됩니다. ㅋㅋ 전 어쨌든 즐겁게 보긴 했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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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거 좋아하시면 뭐. 한 번 시도는 해보셔도... ㅋㅋ 물론 책임은 안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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