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작. 런닝타임은 1시간 17분. 스포일러는 없... 겠죠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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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습니다! 그래서 영문 제목은 Tetsuo : Ironman !!!)



 - 줄거리를 요약하는 게 뭔 의미가 있겠나 싶은 영화지만 간단하게만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시작합니다.


 한 남자가 고철 무더기를 헤매다가 묵직한 쇠심 하나를 찾아요. 그리고 자신의 다리를 찢고 그걸 욱여 넣습니다. 당연히 아프겠죠. 막 비명을 지르면서도 열심히 넣어요. 그 전에 마구 스쳐가는 이미지들 중에 육상 선수 모습이 나왔던 걸 보면 빨리 뛰고 싶어서(...) 그랬을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러고서 절뚝거리며 어딘가로 걸어가다 달려오는 차에 치입니다.


 장면이 바뀌면 어떤 커플이 나와요. 이상한 꿈을 막 꾸는데 대충 스킵하구요. 남자가 출근을 하는데 전철역 벤치 옆자리에 앉은 여자가 바닥에 떨어진 이상한 쇠뭉치를 바라보며 호기심에 쿡쿡 찔러보더니... 갑자기 그 쇠뭉치를 자기 손인 것처럼 붙이고선, 얼굴도 괴상해져서 남자에게 마구 달려듭니다. 죽어라고 도망가고 도망가고 도망가던 그 남자는 결국 괴물 비슷해진 여자랑 싸우는데... 그 여자 속에서 앞서 자기 다리에 쇠심을 박아 넣었던 그 남자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음... 그만하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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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익후. 얼굴에서 쇠심이 자라나네요?)



 - 대충 어떤 느낌이냐면요.

 옛날 옛적 흑백 독일 표현주의 영화들 같은 이미지들이 자꾸 나오구요. 그런데 거기에 '아키라'나 '비디오 드롬' 같은 작품들에 나왔던 신체 손상, 생명체와 기계, 혹은 쇠붙이와의 결합 같은 것들이 아주 극단적으로 과장되게 튀어나오구요. 계속해서 깔리는 인더스트리얼풍 음악들에 맞춰 여기도 쇠붙이, 저기도 쇠붙이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뭉치고 커지고 그럽니다. 대사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이야기 전개는 악몽의 악몽의 악몽과 같은 식으로 도무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길 없이 팍팍 지 맘대로 흐르구요. 극단적인 클로즈업에 흔들리는 카메라와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 거의 영화의 절반을 차지하는 듯한 스톱 모션을 활용한 장면들. 그러다 막판에 가면 특촬물 삘로 (아마도 컬러로 본다면 거의 90% 이상의 확률로 모여라 꿈동산 느낌이 될) 분장을 한 인간(?)들이 특촬물 느낌으로 마구 치고 받고 여기저기 막 때려부서며 싸우고... ㅋㅋㅋㅋㅋ 대체 이게 무슨 설명인지 이해가 가십니까. 근데 이 영화가 실제로 그렇게 생겨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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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식의 빛과 그림자 강조되는 흑백 화면에다가, 멀쩡하고 범상한 앵글이 거의 나오지 않는 영화입니다.)



 - 츠카모토 신야의 데뷔작이라 그러죠. 옛날 옛적 영화 잡지에서 가끔 언급되던 작품이고 실제로 구해서 볼 일이 없지 않을까... 싶다가 그렇게 기억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던 영화인데 며칠 전에 올레티비에 올라와 있더라구요. 그래서 대뜸 봤는데. 34년이나 묵은, 그것도 일본의 인디 영화인데도 지금 봐도 참 격하게 강렬해서 즐겁게(?) 봤습니다. 


 의도적으로 알아 먹기 힘들게 만드는 불친절한 이야기 전개와 스토리보다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노골적으로 티내는 연출 때문에 좀 난감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워낙 강렬하니까, 그냥 끝까지 보게 되더라구요. 말하자면 이런 느낌입니다. "니가 작정하고 폭주한 결과물이 과유불급이란 말을 듣는다면 니 폭주가 부족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보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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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만나러 갑니다. 로맨틱.)



 - 그렇다고해서 무작정 괴상하게 막 달리기만 한 영화냐... 하면 그렇진 않습니다.

 앞서 말한 괴이한 이미지들에는 분명히 괜찮은 미적 감각 같은 게 있어요. 그게 너무 취향이 아니어서 꼴 보기 싫을 순 있는데, 어설프고 허접한데 괴상하게만 막 나간다는 느낌은 절대 아닙니다. 촬영 면에서나 특수 효과, 분장 측면에서나 분명히 허접하지 않은 감각과 결과물이 받쳐주기 때문에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폭주였구요.

 또 흑백에다가 스톱 모션을 선택한 게 참 탁월한 센스였네요. 덕택에 돈 없어서 분명히 허접했을 특수 효과나 분장, 때깔 같은 게 다 감춰지고 독특한 간지로 승화가 돼요. 앞서 말했지만 한참을 '독일 표현주의 스타일인가?'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면서 봤으니. ㅋㅋ 여러 번 계속해서 써먹을 트릭은 아니지만 뭐, 어차피 세상에 이딴 영화(...)가 또 몇 편이나 나오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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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이런 게 정 맘에 안 드신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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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쩔 수 없겠지만요. ㅋㅋㅋㅋ)



 - 다만 좋게 보다가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게 후반, 특히 막판의 전개입니다.

 일본 영화이니 일단 떠오르는 게 '아키라'인데. 전 그보단 나가이 고의 작품들 생각이 나더라구요. 데빌맨이라든가... 암튼 되게 전형적인 일본 만화 클라이막스가 펼쳐지는데. 그러다보니 갑자기 영화가 좀 가벼워지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고. 뭐야 결국 일본식 배틀 만화 줄거리였냐. 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 저야 그런 작품들도 좋아하니까 껄껄 웃으며 즐겁게 봤지만, 여기서 실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것 같구요.

 ...하지만 그 장면들도 분명히 감탄 나오게 잘 만들긴 했습니다. 돈 없이 만드는 인디 영화에서 이런 액션을 연출하는 게 당연히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데. 가내 수공업 분장과 스톱모션 트릭으로 참 장한 일을 해내셨더군요. ㅋㅋㅋ 이 시절 츠카모토 신야는 천재였나 보다...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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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뭐 이런 것(?)을 마구 들이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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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싶어한다면 그것도 문제겠지요. ㅋㅋ 좋아할 사람만 좋아하라고 만든 영화입니다.)



 - 뭐 더 길게 이야기할 건 없겠네요.

 요즘 나오는 나름 괴상하다고 어깨에 힘 좀 주는 영화들이 영 성에 안 찬다... 라는 분들은 한 번 보셔도 좋겠습니다.

 뭔 얘긴지 전혀 못 알아먹겠어도 암튼 괴상하게 폼나는 이미지들을 배터지게 구경하고픈 분들도 한 번 보시구요.

 모자란 예산 갖고 어떻게든 난 내가 만들고 싶은 그림을 찍어내겠어! 라는 가난한 예술가의 악전 고투를 구경하고픈 분들도 한 번... ㅋㅋㅋ

 그냥 뭐 그렇게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해보겠단 의지 없이 70여분 색다른 구경 좀 해보자! 라는 맘으로 보면 충분히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나 데이빗 린치(아, 둘 다 데이빗이었네요) 못지 않은 괴상파 감독이 일본에 이렇게 짜잔~ 하고 나타난 일이 있었다는 게 새삼 신비롭습니다. 요즘 일본 영화판은 왜 이리 심심해졌을까... 라는 생각도 다시 들고 그러는데, 뭐 됐고. 암튼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 이 영화의 2편도 함께 올라왔는데 그것도 조만간 보려구요.



 + 근데 이 움짤은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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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낭만적인 느낌이네요. ㅋㅋㅋ

 이런 식으로 연출한 뮤직비디오 같은 것도 종종 봤던 것 같은데 콕 찝어 기억나는 건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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