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작입니다. 2편이 망해서 이 영화가 나오기까지 4년이 걸렸군요. 런닝타임은 9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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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고괴담이 일본 호러풍이란 얘긴 처음부터 따라다녔지만 따져보면 진짜 일본 호러풍은 이 영화가 아니었나 싶구요.)



 - 이번엔 예고를 배경으로 잡았습니다. 박한별이 이 학교 발레과의 에이스구요. 박한별의 절친이자 사실은 박한별이 그냥 혼자서 마구마구 좋아하는 2등 선수가 송지효 되겠습니다. 그리고 또 그 박한별을 짝사랑하는 뚱뚱한 분장의 미술과 조안이 있구요. 조안은 박한별을 좋아하고 박한별은 송지효를 좋아하고 송지효는 박한별도 좋지만 그보다 자기가 발레로 성공하기 위해 1등이 되고 싶어서 문제입니다. 게다가 박한별은 잘 살고 성격도 구김살 없고 자기를 진심으로 위해주기까지 하니 참 자존심 상하고 비참하고 그래요. 그런데 이 학교에는 원래는 28계단인데 가끔씩 29계단이 된다는, 또 그랬을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신비로운 여우 계단이란 게 존재하구요. 조안이 갑자기 날씬해져 나타나선 그 계단 덕이라고 하니 눈이 돌아간 송지효는 '박한별 제끼고 제가 1등하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빕니다만. 그 소원은 박한별이 자기랑 몸싸움을 벌이다 계단에서 굴러 부상을 당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송지효가 1등하고 돌아온 그 날 박한별은 병원에서 투신 자살을 합니다. 여기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시작하는 송지효!! 그리고 여우 계단에 박한별을 돌려 달라 소원을 비는 조안!! 학교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하는 사다코 Mk 32!!! 과연 이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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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효 너무 아가아가하게 귀엽네요. ㅋㅋ 물론 당시 실제 나이는 23세였습니다만.)



 - 도입부를 요약한다고 해 놓고 보니 이 영화의 문제점 중 하나가 자연스레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이게 도입부가 아니라 런닝타임의 절반쯤이에요. 그러니까 발동이 참 많이 늦게 걸리는 이야기인데. 이것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없겠죠. 그동안 착실하게 드라마 잘 쌓고 캐릭터를 잘 만들어 이후 전개의 기틀을 만든다면 뭐 아주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구요. 하지만 당연히(?) 그게 그렇게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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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과의 에이스 박한별!! 에이스에 특별 대우 받는 녀석이라 그런지 혼자만 옷이 핑크핑크합니다.)



 - 제가 지금까지 안 보고 있었던 두 편의 여고괴담이 있으니 바로 요 3편과 5편입니다. 

 지금은 3편 얘기 중이니 이 영화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글쎄 뭐 처음부터 안 땡겼어요. 1, 2편을 다 좋아하긴 했지만 이건 포스터를 봐도 캐스팅을 봐도 설정을 봐도 그냥 다방면으로 시큰둥한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개봉 후에 평도 별로였죠. 그래서 나중에도 챙겨볼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살다가 개봉 20주년(!!)을 맞아 버렸네요. 이제사 결국 보고 나니 더더욱 아무도 챙기지 않을 것 같아 슬픈 20주년이구요. 그래도 위안 삼을 부분이 있다면 이제 6편까지 나와 버린 시점에서 여섯 편의 여고괴담 영화들을 줄 세워 본다면 절대로 꼴찌가 될 리가 없는 영화라는 거? 5편과 6편이 워낙 든든하게 받쳐주니 이 '여우계단'은 제 마음 속 4위인 걸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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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계단 설정 같은 건 좋았어요. '29계단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도 좀 웃긴다 싶으면서도 나쁘지 않았구요. ㅋㅋ)



 - 설정은 꽤 괜찮습니다. 배경을 예고로 바꿔서 발레를 갈등과 드라마의 도구로, 미술을 호러의 도구로 써먹자는 아이디어도 안전하지만 좋구요. 소원을 이루어 주는 계단이라는 정말로 '괴담'스러운 소재를 선택한 것도 지난 두 편의 영화들 대비 신선한 부분이었어요. 사실 따지고 보면 지난 두 편은 너무나도 '괴담'스럽지 않은 이야기들이었죠. ㅋㅋ


 그리고 또 영화를 보다 보면 선배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 같은 게 나와서 소소한 재미를 줍니다. 1편의 순간 이동씬도 나오고 2편의 축하 파티 씬과 비슷한 장면도 나오고 그래요. 해석하기에 따라 '사실 귀신 따윈 없었다'라고 설명할 수도 있는 이야기라는 점도 2편과 좀 닮았구요. 뭐 이렇게 나름 신경 많이 쓴 각본이고 그 방향들도 다 괜찮아 보이는데... 이 정도면 제가 보지도 않고 멋대로 짐작한 것에 비해 아주 멀쩡하고 좋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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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마치 이 장면처럼, 아이디어와 실제 구현된 결과물 사이의 격차랄까...)



 - 뭔가 그 모든 부분들이 애매... 하게 약하고 조금씩 어설프며 부족합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완성도는 아쉬워요.


 앞서 말했듯이 박한별과 송지효 캐릭터의 관계 설정은 좋고 그 전개도 납득할만 하면서 적절하게 흘러갑니다만. 그냥 두 캐릭터 다 이상하게 무매력이에요. 박한별은 너무 세상에 무해할 것 같은 느낌이라 귀신으로 변신시켰을 때 납득도 안 가고 안 무서워요. 송지효는 큰 틀은 괜찮지만 디테일이 부족해서 이입이 잘 안 되구요. 덧붙여서 조안의 캐릭터는 자꾸만 '뚱뚱한 오타쿠 여자애'라는 식으로 희화화되는 느낌이 들어서 보기 불편...


 그리고 본격적으로 무섭게 해주마!! 라고 작정하고 달려드는 호러씬들이 별로 안 무섭다는 것도 문제였네요. 

 양적으론 1편, 2편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이 쏟아지고 분장도 참 열심히 해놓는데... 그게 캐릭터랑 드라마가 안 받쳐 주기도 하고. 또 딱히 창의성이나 감각의 측면에서 대략 좋지가 않습니다. 그런 문제가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게 클라이막스 즈음에 박한별이 시전하는 사다코 코스프레죠. 이미 '링'의 그 장면이 대박이 나고 온갖 매체에서 패러디되다가 급기야 개그화 된지 5년이 흘렀는데 진지한 호러 장면에다가 그걸 그대로 갖다 베껴 넣으면서 관객들이 무서워하길 바랐다구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굳이 예술 고등학교를 소재로 택한 것 치고는 그림이 충분히 폼나고 예쁘지가 않았습니다. 1편과 2편 사이의 어딘가... 라는 느낌이었는데. 기왕 이런 배경을 골랐으면 좀 더 눈호강스런 그림을 많이 보여줬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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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부의 이 캐릭터는 정말로 '뚱뚱한 여자 개그'를 계속해서 합니다. 그래서 날씬해진 후, 막판에 보여주는 변신도 덩달아 불쾌해요.)



 - 이 시리즈 얘길 하자면 또 배우들 얘기를 해야겠죠.

 결국 송지효, 박한별, 조안 이렇게 셋인데 뭐 제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이 배우들의 운명에 대해선 다들 잘 알고 계시잖아요. 다들 이후로도 오래오래 잘 활동하긴 했는데, 선배 영화들 배우들에 비해 좀 약한 느낌이네요. ㅋㅋ 냉정하게 말하자면 나중에 나올 4편보다도 약한 아웃풋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그나마도 박한별은 남편 일 때문에 다시 컴백을 할 수나 있을지도 모르겠고. 송지효는 인지도와 인기는 압도적이지만 배우로서의 커리어는 좀 애매한 것 같고...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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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심입니까 휴먼?)



 - 대충 마무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아마도 본격적인 호러 영화가 되어보자! 고 작정하고 만든 이야기인 것 같은데. 시도는 좋았고 아이디어들도 괜찮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다 보니 '학교 현장 고발'과 '난데 없는 열정 퀴어 로맨스'처럼 컨셉이 확실했던 선배 영화들 대비 존재감이 희미해져버렸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막 재미가 없고 많이 못 만들고... 그렇진 않았어요. 예상보단 괜찮았고 그럭저럭 잘 봤습니다만. 선배들처럼 사람들 기억 속에 오래 남을만한 무언가를 갖춘 영화는 아니었다는 게 분명해서 아쉬웠네요. 뭐, 그렇습니다.




 + 하지만 이런 저의 야박한 평가와는 별개로 흥행은 시리즈 중 최고라고 하죠. 제 취향이란 게 이렇습니다!! ㅋㅋㅋ



 ++ 같은 해에 나온 한국 호러 영화들이 대략 4인용 식탁, 거울속으로, 아카시아 그리고 장화, 홍련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한국 호러 역사에 나쁘지 않은 해였네... 싶은데. 같은 해에 살인의 추억, 올드 보이, 지구를 지켜라까지 나왔다는 걸 생각하면 그냥 이 해가 참 좋은 해(?)였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허허.



 +++ 감독도 여성에 각본도 여성. 선생도 거의 안 나오다 보니 캐릭터들 중에 대사 있는 남자가 한 명 있을까 말까... 아주 극단적인 여초 영화라 하겠습니다. ㅋㅋ 그리고 이런 성격은 4편으로도 이어졌구요.



++++ 스포일러 파트입니다. 궁금하신 분만 드래그 해보기.


 박한별이 죽자 송지효는 바로 전교의 왕따가 됩니다. 하지만 그깟 거! 난 콩쿨 우승했으니 러시아로 유학 가서 잘 살 거야! 라고 버티구요. 

 문제는 박한별을 되돌려 달라고 소원을 빌어 버린 조안입니다. 그 직후부터 박한별의 귀신 같은 게 보이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빙의를 당해요. 그래서 송지효를 따라다니며 열렬히 구애를 하는데... 문제는 뭐가 왜 그렇게 된 건지 얘가 막 사람도 죽이고 그러네요. =ㅅ= 자기를 무시하고 괴롭히던 과 친구를 죽이고 점토를 촥촥 발라서 작품인 것처럼 세워 놓고 뭐 그래요. 그러다 결국 자기가 집착하던 송지효에게 '니가 지금 한 얘기는 진짜 박한별이라면 할 수 없는 얘기 거덩!!?' 이라고 면박을 당한 후에 으헝헝 울며 자기가 작업하던 지하실에 불 지르고 사망.

 결국 홀로 남은 송지효는 계속해서 박한별 귀신에게 시달리다가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여우계단을 올라 꺼이꺼이 울며 '모든 걸 다시 돌려줘...' 라고 빕니다. 그리고 짜잔~ 하고 나타난 박한별 귀신이 백허그를 하고 용서의 말을 늘어놓더니만... "근데 다시 만날 때까지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해줘?" 라며 백허그 상태로 꽉꽉 쥐어 짜대는 바람에 송지효도 사망.

 마지막 장면은 이 학교로 음악 하는 학생이 전학을 오는 모습입니다. 기숙사로 안내를 받는데 그 방이 송지효가 쓰던 방이네요. 그리고 전학생은 아마 박한별의 형상을 하고 있는 듯 하구요. 방바닥에 떨어져 있던 둘이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 속 박한별이 갑자기 기분 나쁘게 입꼬리를 올리고는 눈을 허옇게 뒤집는 무의미한 깜놀 씬과 함께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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