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작입니다. 3편이 히트를 쳐서 그런지 이번엔 비교적 일찍 나왔죠. 런닝타임은 1시간 44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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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이미지들 중에 가장 맘에 드는 게 이건데, 한글판 포스터는 저해상도 뿐이라... 좀 괴상한가요. ㅋㅋ)



 - 당연히 학교에서 시작을 하겠죠. 학생들이 야자 끝나고 우루루 학교를 빠져 나가는데 우리 김옥빈 학생은 혼자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구요. 절친 서지혜 학생이 집에 같이 가려고 그걸 지켜보며 기다리다 먼저 가라는 김옥빈의 말에 빠이빠이. 그리고 홀로 남아 노래하던 김옥빈은 문득 누군가가 자기 노래에 화음을 넣고 있다는 걸 깨닫고 섬찟! 겁에 질려 어두운 복도를 달리다 수상한 교복 그림자를 발견하고 쫄아 있다가... 팔랑팔랑 날아 온 악보가 목에 꽂혀 쓰러져 죽습니다.


 다음 날 역시 학교에서 헉! 하고 눈을 뜨는 옥빈양입니다만. 곧 자기는 어제 죽었고 지금은 유령이 된 상태라는 걸 깨달아요. 대체 이게 뭔 일인지, 누가 자길 죽인 건지, 그리고 자기 시체는 어디 갔는지. 아무 것도 모르겠고 그냥 서럽고 무섭고 슬픈 가운데 유일한 희망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절친 서지혜양 뿐이네요. 당연히 처음엔 기겁하며 도망치는 친구를 잘 다독여서 탐정 놀이에 나서는 옥빈양! 과연 이들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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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의 필수 규칙인 영혼의 단짝! 하지만 다른 여고괴담 영화들과 달리 진짜로 그냥 단짝 '친구'입니다.)



 - 제목에도 적었듯이 제가 많이 편애하는 여고괴담 영화입니다. ㅋㅋ 저는 재밌게 봤는데 평도 안 좋고 흥행도 망하고 그래서 억하심정에 더 좋게 평하는 면도 있고. 또 이 영화의 출연진들 비주얼이 싹 다 제 취향이어서 역대 시리즈 출연진들 중 가장... ㅋㅋㅋㅋ 뭐 그런 면도 있구요. 마지막으로 결말의 그 서늘하고 피도 눈물도 없이 매정한 분위기도 맘에 들었어요. 이미 선배 영화들이 세 편이나 나왔는데 그들 중 무엇과도 다른 길을 파서 열심히 간 것도 격려상 받을만한 부분이었고, 또 그 결과물도 솔직히 꽤 좋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ㅋㅋ 재미와는 별개로, 이 영화의 완성도는 좀 재평가 받아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최소한 허접하게 못 만든 영화는 아니에요.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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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 기준 일생 동안 병원에만 머무르는 아픈 엄마를 지극히 보살피는 우리 효녀 옥빈냥! ...인데. 여고괴담 시리즈 치고는 학교 밖 장면이 꽤 많이 나오는 영화이기도 하네요.)



 - 그러니까 주인공이 죽거나 죽고 시작하는 거야 이전 시리즈들에도 늘 나왔던 겁니다만. 그 귀신에게 아예 이야기를 끌어가는 역할을 맡겨 버린 건 이 영화가 처음이고 또 마지막이 되었죠. 주인공 귀신 외에 주인공을 죽인 귀신이 또 나와서 적대 관계를 이루는 전개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구요. 그러다 보니 이전 영화들에선 나올 일이 없었던 '귀신 목소리를 듣는 소녀' 같은 캐릭터를 등장 시켜서 나름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줄 수도 있었구요.


 또 이게 나름 영화적인 야심 같은 걸 부립니다. 제목을 '목소리'라고 박아 놓고 사운드를 갖고 이것저것 실험을 하며 적극적으로 호러 효과에 반영하거든요. 막 대단히 참신한 수준까지 나아가진 못합니다만 그래도 소소하게 재밌었어요. 이런 식의 컨셉질(?)을 시도한 영화도 아마 시리즈 중엔 이것 밖에 없었던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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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셉에 맞춰 주인공의 노래도 중요 소재로 등장해서 호러 효과, 떡밥 기능 등 여기저기에 알차게 활용됩니다.)



 - 그리고 제 맘에 가장 들었던 건 영화의 분위기입니다. 

 이게... 흥행 폭망한 호러 영화답게 별로 안 무서워요. ㅋㅋㅋㅋ 특히 깜짝 놀래고, 막 강렬한 자극을 주고 그런 장면은 영화의 시작과 끝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시피 하구요. '너까지 나를 버리면 난 아무 것도 못하고 혼자 외롭게 사라져 버릴 거야!!' 라며 서지혜에게 매달리는 김옥빈양의 처량한 모습 구경이 대부분인 가운데 느긋하게 사라진 김옥빈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살리며 사건의 진상을 향해 흘러가요. 


 그런데 그 처량맞은 모습 구경에 은근히 불쾌한 분위기가 깔린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결국 김옥빈은 귀신이잖아요. 그러니 결국엔 이게 하루 종일 자신에게 집착하는 귀신의 하소연에 시달리는 여고생 이야기인 겁니다. (포스터 이미지가 그래서 적절합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영화가 김옥빈 캐릭터에게 온전히 몰입하지 않고 은근히 거리를 두거든요. '기억의 일부를 잃었다'는 기본 설정부터가 그렇죠. 서지혜야 친구니까 그렇다 쳐도 관객 입장에선 이 귀신을 믿고 따라갈 이유가 없고, 또 영화 중반부터는 정말로 김옥빈을 의심할만한 떡밥이 서서히 투하되기도 하죠. 


 이 영화를 보고 별로였다는 평가들 보면 '너무 멜로만 강했다'는 얘기들이 많던데. 뭐 영화가 제대로 전달을 못 해낸 결과이긴 하겠습니다만, 전 저런 '은근슬쩍 음침한' 분위기가 맘에 들어서 이 영화에 멜로 정서가 강하다는 생각은 안 하고 봤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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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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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배우들이 예뻐서 편애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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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닙니다!!!)



 - 뭐 그렇다고해서 이게 대단한 급의 작품이라는 것도 아니고, 흠이 없는 영화라는 것도 아니고... 


 살짝 갈색 톤이 도는 그 시절 st. 화면은 뭐 그래도 과하지 않아서 지금 보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만, 영화에 사용된 cg들은 확실히 많이 낡았어요. 그리고 그 중 거의 대부분이 굳이 cg로 표현할 필요가 없는 장면들이었다는 게 아쉽더라구요. 뭐 그 시절이 워낙 '이건 cg다!!!' 라는 식으로 cg를 쓰던 시절이긴 합니다만. 


 김서형은 그렇다 쳐도 차예련의 캐릭터는 지금보다 좀 더 살려내는 게 좋았겠죠. '귀신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설정도 첫 등장 이후론 놀라울 정도로 전혀 안 쓰이구요. ㅋㅋ 비주얼이 깡패이긴 하지만 너무 비주얼만 깡패라서 영화 끝날 땐 많이 아쉽더라구요.


 그리고 마지막 결말 부분을 장식하는 '무언가'는 사실... 그렇게 마무리에 써먹으려면 그 전에 좀 언질이 있었어야 했는데요. 처음 볼 땐 못 느꼈는데 지금 보니 많이 부자연스럽더라구요. 그 얘길 꺼내면 다들 엔딩을 예측해 버릴까봐 그랬을 것 같은데, 어쨌거나 분명한 반칙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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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형씨 출연 짤을 까먹을 뻔 해서 급하게 맥락 없이 넣어 봅니다. ㅋㅋ)



 - 하필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가 스포일러라서, 이쯤에서 급마무리하겠습니다.

 안 무서운 호러 영화이니 흥행 망한 것도 맞고 평가 좋게 못 받는 것도 납득합니다만. '여고괴담은 4편부터 망했지' 라고 그야말로 물샐 틈 없는 완벽한 망작인 5, 6편과 도매금으로 묶여 취급 받기엔 너무 멀쩡한 완성도의 영화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전 시리즈들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따져 보면 굉장히 다른 길을 가는 영화였고, 또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든 스타일이든 다 잘 맞게 설계된 괜찮은 영화였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이렇게 쉴드를 쳐도 '너무 안 무섭잖아!!'라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그건 2편도 마찬가지 아니던가요. ㅋㅋㅋ

 뭐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봐도 전 재밌었어요. 하하.




 + 이 영화의 음악 선생 김서형님은 6편에서 아예 주인공을 맡아서 컴백하시죠. 물론 전혀 상관 없는 다른 캐릭터지만, 그 상황은 좀 재밌었네요.



 ++ 근데 제 취향 여부를 떠나서,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 김서형이라구요. 역대 여고괴담 영화들 중 최강 비주얼 라인업인 건 맞지 않나요? ㅋㅋ 근데 또 현재 시점으론 가장 뜬 사람이 비중도 가장 작고 학생 아닌 선생 역이었던 김서형이라는 게 재밌네요. 



 +++ 기나긴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결국 세상에서 제일 나쁜 건 김옥빈이었습니다. 애초에 착한 애가 아니었던 거죠. 아픈 엄마가 자살한 것도 김옥빈이 이제 지겨우니 걍 죽으라고 갈군 결과였고. 본인이 살해당한 것도 자업자득이었구요.


 일단 이 영화에는 규칙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귀신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 한 명에게만 말을 걸 수 있습니다. 둘째로 그 한 명의 마음이 변하면 귀신은 목소리를 잃고, 결국엔 영원히 사라져요.


 음악 선생 김서형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너무 들이댄 나머지 학교에서 왕따당하고 결국 김서형에게도 버림 받아서 자살했어요. 그러고 귀신이 되어 학교를 떠돌며 김서형에게 집착하다가, 김서형이 김옥빈을 맘에 들어하게 되니 자신이 잊혀질까봐. 그래서 사라질까봐 두려워서 김옥빈에게 제발 도와달라고 빌었으나 그 말을 들은 김옥빈은 싸늘하게 비웃고는 오히려 보란 듯이 김서형에게 더 들이댔고. 결국 열받은 귀신에게 살해당한 것. 그러고는 또 본인도 열 받아서 김서형을 죽여 버렸네요. 그럼 그 여학생 귀신은 사라질 테니까. 화끈한 성격!! ㅋㅋㅋ


 그런데 이제 본인이 귀신 입장이 되어서 보니 자기 목소리를 들어주는 서지혜에게 차예련이 꼬리를 치고 있지 뭡니까? 그래서 낼름 살해해 버리구요. 김옥빈을 찾아 왔다가 차예련의 시체를 본 서지혜가 기절하는 모습으로 페이드아웃 됐다가...


 마지막은 한 달간 병원에서 이런저런 치료를 받은 서지혜가 엄마와 함께 학교를 다시 찾는 장면인데요. 사물함의 거울을 보다가 갑자기 싸~ 한 표정을 짓더니 자기 자신에게 이죽거리는 작별 인사 같은 걸 해요. 옥빈 귀신이 자신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 서지혜의 몸을 빼앗아 버린 거죠. 그렇게 엄마와 함께 학교를 나서며 '졸업하면 운전부터 배워서 엄마랑 놀러 다닐 거야~' 라는 기특한(?) 소릴 하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


 그리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불 꺼진 학교의 유리창 안에서 뭐라고 읊조리고 있는 차예련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 영화의 룰에 따르면 차예련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건 서지혜 밖에 없는데 그 몸을 김옥빈이 차지하고 있으니 차예련은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는 설정대로 입은 뻥끗거리고 있지만 소리는 안 들려요. ㅋㅋ 대충 분위기를 보아하니 서지혜의 몸을 차지한 김옥빈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하는 듯 하네요. 


 암튼 여기에서야 편하게 말할 수 있어서 덧붙이는데, 제가 이 영화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사악하고 못돼먹기 그지 없는 엔딩 때문입니다. ㅋㅋㅋ 이거야말로 정말 여고괴담 시리즈에서 거의 유일한 부분이죠. '여우계단'의 엔딩도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 영화는 그래도 짠한 분위기라도 깔아주거든요. 이건 그냥 가차 없어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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