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 감상평 - 투 머치!!!

2023.03.22 00:48

LadyBird 조회 수:520

작년 개봉했던 데미언 샤젤 감독의 화제작이자 흥행참패작 바빌론을 감상했습니다. 무려 3시간 8분짜리인데요. 요즘 상영시간이 기본 2시간 30분에서 3시간에 육박하거나 넘기는 작품들도 은근히 자주 보이는데 예전의 고전 대서사시 영화들이 나오던 시절로 회귀(?)하는 건가 싶기도 해서 반갑기도 하지만 예전에 비해 방광이 약해져서 곤란하기도 합니다 ㅎㅎ 



1920년대 말 할리우드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시기에 활동했던 영화인들의 흥망성쇠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직 기술이나 장비 등 제대로 된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에 이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하며 열심히 영화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찬가이면서 동시에 이 동네가 그 때부터 이미 얼마나 야만적이고 더러운 곳이었나를 고발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당시의 영화제작 현장을 그럴싸하게 리얼하면서도 다이나믹하게 잡아내기도 하지만 얼마나 사치스럽고 더럽게 놀았는지를 거의 필터없는 높은 수위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총 다섯명 정도 되는 주요인물들을 중심으로 계속 돌아가면서 보여주고 싶었던 걸 다 보여주다보니 상영시간이 이렇게나 되네요. 출연진 인터뷰를 보니 각본이 180페이지가 넘어갔다고 합니다.



꿈의 공장이라는 할리우드의 양면을 모두 동등하게 그리는 듯 하지만 결국 감독 본인도 영화일을 하는 사람이다보니 결국 이렇게 깨끗하거나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영원히 사람들에게 남는 예술작품이 되는 영화를 평생 사랑할 것이고 만들어갈 것이라는 그런 고백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 고백이 술 거하게 취해서 할 말과 하지 못할 말을 구분없이 막 지르는 모양새라고나 할까요? ㅋㅋ 특히 엔딩에서 마지막 에필로그가 좀 너무 많이 나갔네요. 영화 속에서 영화가 시간과 역사를 뚫고 나가는 뭐 그런 효과를 노렸던 것 같은데 이 부분이 특히 투 머치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작년 최고의 영화로 꼽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반대로 너무 과하고 길다고 고개를 저었는데 결국 이런 극명한 호불호 반응으로 흥행에서 제작비 대비로도 물론이고 감독, 출연진 이름값을 고려하면 더욱 참혹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미안 셔젤이 이미 증명한 실력 외에도 정말 포부와 야심 만큼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 역시도 이번 작품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는 쪽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빅 스윙을 하는 아직도 한창 젊은 감독의 모습에서 뭔가 호감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전작 퍼스트 맨도 대중적인 반응이 좋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앞으로 고민할 부분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출연진들 얘기를 잠깐 하면 마고 로비는 정말 존재감이 남다른 스타였고 브래드 피트는 늘 보던 그 연기인데 작중 이 시절에 태어났어도 본인이 맡은 배역처럼 딱 이랬을 것 같았습니다. 디에고 칼바라는 멕시코 출신 신인이 어떻게 보면 가장 이야기의 중심에 서는 인물인데 배우의 매력은 충분히 좋았지만 묘하게 심심하게 그려진 면도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레이디 페이 주 캐릭터는 실제 무성시대의 거의 유일한 아시안 아메리칸 배우인 안나 메이 웡을 모델로 했는데요.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올라갈 수 있는 곳과 활동영역의 한계가 역력했던 것 같아서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차라리 약 100년 후 지금 활동했다면 훨씬 가능성이 높았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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