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5분. 장르는 좀 블랙한 코미디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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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영화이고 스페인 배우들만 나오지만 셋 중 두 분은 헐리웃 영화에도 자주 나오던 분들이라 딱히 스페인 영화 느낌이... ㅋㅋ)



 - 일생 동안 열심히 사업해서 우주 갑부가 된 할아버지가 자기 죽기 전에 명예도 좀 챙기고 싶다는 욕심을 피력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다리 같은 걸 지어서 자기 이름 붙여도 좋겠지만, 자기는 영화 제작자로 명작을 남겨 아주 고상하게 이름을 떨치고 싶대요. 다만 문제는 이 양반은 평소에 영화 잘 보지도 않는 사람이라는 거. 그래서 일단 노벨상을 탄 소설 하나를 잡아서 영화화 판권을 삽니다. 그리고 아랫 사람들이 골라 온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감독을 캐스팅하죠. 그러고 전권을 맡기고서 '잘 만들어 주소.' 라고 부탁하는데. 그 감독이 페넬로페 크루즈이고, 이 감독이 갑작스런 예술적 야심으로 '헐리웃에서도 잘 나가는 인기 스타와 고독한 예술의 길을 가는 연기파 배우를 캐스팅해서 붙여 보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오스카 마르티네즈가 소환됩니다. 

 이렇게 각자 자신의 길이 옳다 주장하며 상대방을 멸시하는 두 배우와 예술병에 불타는 괴짜 변태 감독이 한 자리에 모여 촬영 전 리허설을 진행하며 벌어지는 난감하고 찌질하게 웃기는 사건들을 쭉 보여주는 내용의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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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스타일만 봐도 캐릭터들 성격이 딱 보여요. 그만큼 컨셉을 잘 잡은 것이면서 동시에 그만큼 캐릭터들이 단순하단 얘기도 되겠죠.)



 - 대략 이런 소재로 출발하는 영화라면 대충 기대할만한 것이 업계 현실에 대한 디테일한 고발과 풍자라든가. 혹은 영화 만드는 사람들의 열정에 대한 찬사라든가. 뭐 그런 것들일 텐데요. 이 영화로 말할 것 같으면...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일단 후자는 절대로 아니에요. 이 영화의 주역 3인방은 한 놈도 거를 것이 없이 편협하고 못돼먹고 대화와 소통이란 게 아예 불가능한 모자란 존재들이고 영화는 이 셋을 모두 내내 웃음거리로 삼거든요.


 근데 전자라고 생각을 하자면... 일단 '디테일'이라고 할만한 게 별로 없습니다. 영화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거의 병풍격으로 스쳐가는 몇몇 인물들을 제외하면 분량의 90% 이상을 주인공 셋만 나와서 다 해먹는 이야기에요. 실제 영화 촬영 장면은 아예 나오지도 않고 리허설만 하다가 끝나구요. 그리고 이 셋은 그저 '예술병 괴짜 감독', '허세 쩔고 내면은 공허한 인기 스타', '순수 예술 지상주의에 집착하는, 실력 있지만 오만한 배우'라는 식으로 한 마디로 규정해버리면 그걸로 끝나는 얄팍한 캐리커쳐들이라 뭘 깊이 따지고 생각하기가 참 난감합니다. 억지로 갖다 붙이자면 요 셋에다가 우주 갑부 할배까지 주요 등장인물 모두가 명예에 집착하며 허세 부리는 인간들이니 그런 사람들 풍자를 감독 & 작가가 잘 아는 영화판을 소재로 풀어봤다고 우겨볼 수도 있겠구요.


 그런데 뭐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영화가 재밌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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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 바위가 상징하는 것은 법과 처벌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서... 그러니까 직접 느껴보시라구요!!!)



 - 그 재미의 최소 절반 이상은 세 배우의 즐거운 연기에서 나옵니다. 앞서 말했듯이 참으로 얄팍하고 과장된 캐릭터들인데, 그에 어울리는 과장되고 화려한 연기를 뿜뿜 하면서 런닝타임을 가득 채워요. 셋 다 참 잘 하지만 역할 버프도 있고 해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페넬로페 크루즈구요. 일단 그 나이에 그 화려한 헤어스타일을 하고도 그냥 너무 멋지고 폼나시구요. 또 이 분이 자기보다 열 몇 살, 스물 몇 살 많은 아저씨들을 막 굴리고 야단치면서 뭔 소린지도 모르겠는 난해한 예술관을 피력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그 내용에 상관 없이 그냥 웃깁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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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캐릭터도 짜증나는 인간인 건 마찬가진데, 담당 배우의 비주얼과 막판 두 남자의 폭주 때문에 어느샌가 슬쩍 호감이 생기...)


 또 거기에 내내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자기들끼리 으르렁대는 반데라스와 마르티네즈도 구경하기 참 즐겁구요. 사실 엄밀히 말하면 크루즈 감독님은 그냥 예술가병 중증이라 난감하다... 정도인데 이 둘은 그냥 대놓고 찌질한 사람들이라 웃기긴 이 쪽이 더 웃기거든요. 게다가 사실 반데라스는 정말로 헐리웃 스타이기도 하고, 또 상대적으로 마르티네즈는 대체로 스페인 한정 유명 배우이고 하니 각자 맡은 캐릭터와 실제 배우 사정이 겹쳐 보여서 더 웃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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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급 스타 vs 로컬 스타... 정도 되겠습니다.)



 -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장면을 배우 셋이서 이끌어 나가고, 그 장소도 대부분 리허설 연습장이 있는 건물이기 때문에 '연극스럽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따라오는데요. 거기에다가 늘 넓은 공간에 카메라를 고정으로 세우고 배우들에게 그 공간을 넓게 쓰도록 하는 식으로 찍어 놔서 더 연극적인 이야기가 됩니다. 덕택에 배우들의 연기에 더 집중하게 되는 효과도 있구요.


 그리고 뭐 그냥 각본이 웃깁니다. 대사도 웃기고 자꾸만 벌어지는 사건들도 웃기고 그냥 다 웃겨요. ㅋㅋ 연출상에 과장이나 강조 같은 게 거의 없고 전개가 빠른 것도 아니어서 막 폭소보다는 살짝 마가 뜨면서 피식! 하게 되는 류의 웃음이긴 합니다만. 전 원래 이런 스타일 개그 좋아하니까요.

 또 뭐, 위에서 '딱히 구체적으로 뭘 짚어서 풍자하는 느낌은 아니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미 경력도 좀 되는 감독 겸 작가들이 직접 영화 만들기에 대한 각본을 썼잖아요. 그래서 보다 보면 msg는 좀 쳤다 해도 이거 비슷한 상황은 실제로 없지 않겠다... 싶어서 웃긴 부분들도 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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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런 건 비슷한 상황도 없었겠죠. ㅋㅋㅋ 그 와중에 반데라스옹 눈이 왜 이리 고우신가요.)



 - 암튼 뭐 더 이야기할 건 없구요.

 페넬로페 크루즈, 안토니오 반데라스, 오스카 마르티네즈 중 한 명이라도 좋아하신다면 보세요. 막 깊이 있고 그런 류의 연기는 아니지만 런닝타임 내내 물 만난 듯 신나게 연기하는 모습을 내내 볼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개인적으론 페넬로페 크루즈가 이렇게 끝까지 살아 남아서 좋은 배우가 된 게 이상하게 보기 좋더라구요. 솔직히 나이 먹고 그 눈부신 비주얼 사그라들면 오래 못 갈 줄 알았거든요. 죄송합니다 크루즈씨. ㅋㅋ

 그리고 어쨌거나 이야기도 재미있구요. 결말 장면을 보고 나서 '아 내가 좀 더 깊이 봤어야 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긴 하지만 그래도 뭐, 아무 생각 없이 걍 웃자고 봐도 충분히 괜찮은 코미디 영화입니다. 전 즐겁게 봤구요. 메시지 이런 건 걍 나중에 생각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하하.




 + 어차피 누구 하나 딱히 편들어주지 않는 매정한 이야기입니다만. 굳이 고르자면 가장 비호감인 건 마르티네즈옹이었어요. 관객들은 다 무식하네 뭐네 하는 말을 계속 하는 것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계속 반데라스가 연기 못 한다고 까는데 극중에서 반데라스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연기가 전혀 발연기가 아니어서 그 비판에 설득력이... ㅋㅋㅋ 아니 이건 반데라스의 연기 미스였던 걸까요.



 ++ 반데라스 나이가 이미 환갑이 넘었다니. 슬프지 뭡니까.



 +++ 스포일러인데요. 여기 적은 내용은 읽으신 분들도 그냥 못 본 척 하시고 댓글에서 언급은 안 해주시는 걸로.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감독 말고 두 배우의 감정 싸움이 격해지면서 영화의 갈등은 이 쪽으로 집중됩니다.

 리허설을 거듭하며 나름 관계가 개선될 기회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한 명이 어깃장을 놓아서 결국 그딴 거 없이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닫다가. 결국 그게 제작 발표회 파티에서 폭발하고, 아무도 보지 않는 건물 옥상에서 몸싸움을 벌이게 되구요. 그 와중에 자기도 모르게 최근에 배운 합기도 기술을 시전해 버린 반데라스 때문에 마르티네즈가 추락해서 식물인간이 돼요. 반데라스는 잽싸게 그 자리에서 도망쳐서 모른 척.

 하지만 어쨌든 영화는 만들어야 하니 결국... 반데라스가 1인 2역으로 마르티네즈의 역할까지 연기해 버린다는 모험을 하구요. (근데 이게 이전에 마르티네즈가 감독에게 은밀히 했던 제안이었다는 게 개그. 반데라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가 다 하겠다는 거였죠.) 결과적으로 영화는 극찬을 받으며 성공합니다.

 그 후엔 결국 다리도 만들어 개통식을 하는 갑부 할배의 모습과, 여전히 잘 나가며 사람들에게 허세 부리는 반데라스의 모습. 그리고 기적적으로 병원에서 눈을 뜨고 반데라스 이름을 부르며 버럭!!! 하는 마르티네즈의 모습으로 끝입니다. 

 사실 진짜 끝 장면은 크루즈가 화면 가득 얼굴을 들이대고선 관객에게 직접 뭐라뭐라 나레이션을 하는 건데... 암튼 뭐 그렇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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