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7분. 스포일러 있어요. 그냥 대놓고 적을 겁니다. 설마 이거 결말 모르시는 분?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 다닌''요. 의 압박!!!!!!)



 - 한밤의 고등학교 교무실. 나이 든 여교사가 졸업 앨범을 펴놓고 부들부들하면서 누군가와 통화를 해요. "진주가, 진주가 계속 학교를 다니고 있었어!!!!!!!" 그리고 바로 무언가에 의해 사망. 

 장면이 바뀌면 이어폰 끼고 크라잉넛스런 음악을 들으며 그 시절에 염색까지 한 김규리 학생이 등교를 하다가 교문 앞에서 쭈굴쭈굴하고 있는 최강희 학생을 마주칩니다. 둘이 같은 반이고 이번 주 주번인가 본데 뭐라 이러쿵저러쿵 하다가... 츤데레 김규리씨는 결국 강희 학생을 달래서 함께 등교하고. 교실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만년 반 2등' 윤지혜 학생을 째려보고는 대걸레를 빨러 가서... '늙은 여우'의 시체를 발견해요. 학교는 공포와 혼란의 도가니!! 가 되지만 그래도 그냥 수업 하네요. 그러다가 미모의 전교 1등 박진희 학생도 소개하고, 어제 '늙은 여우'와 통화를 했던 모교 출신 이미연 교사도 소개하고... 대충 그렇게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박진희는 이후로도 내내 예뻤지만 이 영화 속 분위기는 다시 안 나더라구요.)



 -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하죠. 지금 시점에서 보면 그 시절 학교에서 교사-학생이란 관계는 정말 어메이징했습니다. 분명히 일반적인 폭력 행위에 대한 처벌은 그때도 존재했는데, 학교는 거기에서 완전히 예외가 되는 거였잖아요. 병원 가서 치료 받아야 할 정도로 두들겨 맞아도 아무도 경찰에 신고할 생각을 않는 세상이었으니. 일종의 치외법권이랄까. 일단은 근본적으로 전제적인 사회의 인권 의식이 그만큼 후졌기 때문이겠고. 또 옛날식 '스승' 개념이 그대로 남아 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기도 했겠고. 또 그렇게 해서라도 자식이 좋은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강렬한 욕망도 거기에 힘을 보탠 거였겠죠. 

 호기심에 검색을 해 보니 2006년까지도 '체벌 금지 법제화 주장 논란' 기사가 뜹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는 걸 새삼 느끼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양성이 평등하게 두들겨 맞던 그거슨 20세기...)



 - 그래서 이 영화에서 일단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건 '그 시절 학교' 묘사입니다.

 당연히 교사 시선이 아니라 학생 시선으로 되어 있죠. 원인 과정 이런 거 따져가며 시스템의 문제를 심도 있게... 이런 건 생략하고 걍 그 시절 싸이코 악질 폭력 교사들이 학생에게 자행하던 일들을 줄줄이 나열하는데 그게 참 리얼리티가 실감나게 잘 살아 있어서 훅 빠져듭니다. ㅋㅋ 말하자면 진짜 그 시절 학교 클리셰거든요. (미친개!! ㅋㅋㅋ) 교사 역할 맡은 배우들 차림새부터 말투, 성격까지 참으로 클리셰인데 그게 또 참으로 현실 반영이라 그 시절 체험자라면 대부분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잘 만들어 놨어요. 그에 비해 정작 학생들 캐릭터들의 현실성은 많이 떨어지는 편인데 별로 상관 없습니다. 학교에서 매일 보고 살았는데 영화, 드라마에는 존재하지 않던 그 풍경들을 좌라락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 아무 학교 졸업자들이라면 거의 이입할 수 밖에 없게 되니까요. 아마 이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의의가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요즘 학생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정말 이게 일상이었다고 믿기는 할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며 봤습니다.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 짤은 많이 얌전한데 실제 영화 속에선 이보다 아래, 정확하게 가슴 부위를 콕콕 찌릅니다. 이런 교사를 어렵잖게 겪을 수 있었다니 정말 미친 게 아니었나...)



 - 이야기를 보면... 반은 괜찮고 반은 별로입니다.


 전반부는 좋아요. 다짜고짜 한 명 보내고 시작하는 도입부는 특별할 건 없어도 모범적이고. 당시 학교 풍경과 함께 하나씩 캐릭터를 소개해나가는 전개도 좋습니다. 그리고 캐릭터들이 뭐 특별하진 않아도 그냥 보는 재미는 충분히 있어요. 김규리의 알고 보면 건전한 츤데레 캐릭터와 최강희의 보호 본능을 일으키게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괴상한 캐릭터는 각자 봐도 괜찮고 둘이 함께 할 때의 합도 좋습니다. 조숙한 미모의 전교 1등 박진희도 뭐 그냥 보기 좋으니 됐구요. 만년 2등 윤지혜는 뭐 이야기를 보여줄 건 없지만 그냥 비주얼이 잘 어울립니다(...) 유일한 구멍이라면 이미연이 연기한 진주 친구 겸 학교 선생 캐릭터인데. 흠. 이 분은 좀 많이 무성의합니다. 일단 학교 선생인데 수업도 안 하고 사무 업무도 없이 맨날 학교를 배회하며 진주만 찾으러 다니니 허공에 붕 뜬 느낌인데, 그나마도 그냥 돌아다니기만 하지 실질적으로 뭐 하는 일이 단 하나도 없을 지경이라 여러모로 잉여더군요. 그냥 마지막의 사과 장면 때문에 존재하는 캐릭터 같은데 스토리를 살짝 다듬어서 깔끔하게 없애 버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미연은 예쁘죠.


 또 이게 미스테리를 깔고 전개되는 이야기잖아요. 과연 네 학생들 중에 진주는 누구인가!! 라는 건데. 누가 범인(?)일지야 그냥 딱 봐도 보이지만 그래도 나름 성실하게 깔아가는 떡밥과 미끼들 덕에 범인을 확인해가는 그 과정은 심심하지 않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요즘 같으면 이 둘 커플링하는 2차 장작으로 인터넷이 불타올랐겠죠. ㅋㅋ 참 잘 어울리는 짝이었습니다.)



 문제는 후반부입니다. 학교 구경, 캐릭터 소개 다 끝내고 기본 설정 다 깔고 본격적으로 '귀신이 누구냐!'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야기의 집중력이 뚝 떨어지면서 굉장히 산만해져요. 그리고 그러면서 괜찮게 봤던 전반부에 묻혀 있던 이야기의 단점들이 팍팍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전교 1등과 만년 2등(참고로 학급 2등입니다. 전교 등수는 25등! ㅋㅋ)의 스토리는 이 둘만의 이야기로 봐주기엔 비중이 너무 작은데, 메인 스토리의 일부로 보기엔 기둥 줄거리 & 주인공 캐릭터들과 너무 관련이 없습니다. 박진희 캐릭터의 '어디 갔지?'스런 급퇴장도 그런 문제 때문이었던 것 같구요. 또 이미연 캐릭터와 진주의 과거 사연은 너무 건성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눈물의 사과 쇼에서도 정말 아무 감흥이 안 생기죠. 마지막에 진주가 이미연을 죽이려 드는 것도 영 쌩뚱맞구요. 어차피 김규리도 이미 사실을 다 알아 버렸는데 이미연 하나 없애서 뭘 어쩌겠다고...


 또 '현실 비판적 명대사' 퍼레이드를 의도한 클라이막스 역시 맥빠지긴 마찬가지죠. 그냥 마주보고서 조잘조잘 대사만 치는 게 몇 분이 이어지는데, 무슨 배우들 연기 리허설 구경하는 느낌도 들고 그랬습니다. 이것보단 훨씬 나은 방법이 있었을 것도 같은데요... 그래서 엔딩은 여러모로 좀 탈력감이 들었습니다. 시작은 제 기억보다도 오히려 더 괜찮았는데 말이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거슨 눈물의 바다!!! 그것 자첸 나쁘지 않은데 너무 길었고, 그 외의 다른 뭔가가 아무 것도 없어서 지루했네요.)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인상은 썩 좋았습니다.

 교복 입은 여학생들이 우루루 몰려 나오는 귀신 이야기이고 제목의 뉘앙스도 그렇고 좀 일본색이 짙지 않나. 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 워낙 리얼하게 잘 살려낸 그 당시 대한민국 학교 분위기 때문에 일본풍이란 생각은 거의 안 들더군요. 물론 베이스는 그 쪽 영화들 영향을 받았겠지만 한국 현지화를 아주 잘 했어요.

 앞서 말했듯이 전반부의 설정이나 전개 같은 건 상당히 좋아서 큰 사건 없이도 재밌게 잘 볼 수 있었구요. 주조연 캐릭터들 모두 캐스팅도 참 잘 되었고 어른들은 연기력으로, 애들(?)은 비주얼로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충분히 잘 해 줍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 분은 심지어 대사도 거의 없어요. ㅋㅋ 근데 전 이 분이 이 영화 이후로 잘 안 돼서 은퇴하신 줄 알았지 뭡니까. 멀쩡히 잘 활동하시는 분을;)


 뭣보다 아직 '링'이 나오기 전이라 그런지 긴 머리 늘어뜨려 얼굴 가린 여자 귀신... 같은 게 안 나와서 좋더라구요. ㅋㅋㅋㅋ 링 이후로는 정말 그런 게 너무 많아서 알러지가 생길 지경이었죠.

 바로 위에선 까대긴 했지만 마지막의 그 일장 연설도 이 영화의 취지를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다고 봐요. 어떻게 생각해봐도 참 재미 없는 마무리였다는 건 변함이 없지만, 당시 청소년 관객들에겐 참 가려운 곳을 적절하게 긁어주는 연설이었겠죠.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피눈물 흘리는 교실 장면은 지금 봐도 썩 괜찮더군요. 뭐 이 정도면 된 것 아니겠습니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 짤은 어째 비율이 이런 것 밖에 없네요.)



 - 그래서 뭐...

 옛날에 재밌게 보셨던 분들이라면 추억 삼아 한 번 더 보셔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여러가지 단점들이 많이 눈에 띄지만 그 당시 한국 호러 영화... 라고 하면 퀄리티를 따지기에 앞서 애초에 거의 존재하질 않았었잖아요. 그런 척박한 바닥에서 이 정도 영화가 뚝 떨어진 건 참으로 갸륵한 일이 아니었나 싶구요.

 또 당시 한국 학교 현실 풍자에다가 살인범 찾기 미스테리 스릴러 형식을 접목한 그 아이디어 자체가 아주 많이 먹어주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이후의 한국 영화 호러 붐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또 이후의 학교 소재 영화나 드라마들의 흐름을 바꾼 작품이기도 하니 참 해 낸 일도 많기도 하죠. ㅋㅋㅋ 재밌게 잘 봤어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당시엔 김규리씨가 가장 인기 배우 아니었나... 라고 기억하는데요. 이후로 뭐가 되게 안 풀리셨죠.)




 + 근데 보면 볼 수록 최강희 귀신은 그냥 말이 안 됩니다. 귀신이 시치미 떼고 학교를 계속 다니고 졸업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들(...)의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소소한 대사나 상황들에서 '아 이건 그냥 불가능한데. 무리수인데. ㅋㅋㅋㅋㅋ' 싶은 장면들이 너무 많아요. 각본을 조금만 더 다듬어줬으면 훨씬 많이 괜찮아졌을 것 같기도 하지만. 뭐 20세기 영화니까요. 그러려니... 합시다. 



 ++ 이미연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이후로 또 한국 학교 까는 영화에 나와서 히트를 기록했지요. 그야말로 한국 교육 현실 개혁의 선봉에 선 배우가 아니었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ㅋㅋ 이제 6편의 폭망으로 아예 맥이 끊긴 듯한 시리즈인데, 딱 하나만 더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이미연이 교장 선생님으로 나와서 학생 귀신들을 상대한다든가 뭐 그런... 소재는 대세에 맞게 학폭으로 해야 하려나요.



 +++ 영화가 초반엔 되게 페어플레이를 합니다. '늙은 여우'가 펼쳐보는 졸업 앨범 두 권을 잘 보면 최강희 얼굴이 양쪽에 다 보이거든요. 이름이 다른 것까지 다 나와요. 물론 짧게 지나가니 극장에서 캐치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겠습니다만. ㅋㅋ 근데 그래놓고선 또 후반에 가면 반대로 비겁한 짓을 저지르는데, 미친 개가 죽을 때 유심히 보면 교복 소녀의 얼굴이 보이거든요. 당연히 최강희 얼굴이 아니고 체형도 좀 티가 나게 달라요.



 ++++ 엔드 크레딧을 보면 장소 협찬에 이 영화를 찍은 학교 이름이 뜨지 않습니다. 검색을 해 보니 차마 학생 귀신이 나와서 나쁜 선생들 잡아 죽이는 영화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전혀 다른 제목과 내용으로 뻥을 치고 촬영 허락을 받았더래요. ㅋㅋㅋㅋ 아마 그래서 학교 이름도 못 실었던 듯. 

 근데 영화를 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게 이 학교에요. 아주 오래된 느낌 낭낭하면 참 크게도 지어 놓아서 정말 그냥 호러 그 자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1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93
122666 오늘도 예상을 뛰어넘는. [6] thoma 2023.03.17 477
122665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에피소드 9 시즌 1 피날레 짤막 잡담 - 헤비 스포일러 [19] theforce 2023.03.17 428
122664 벤 애플렉 "저스티스 리그(조스 웨던)는 최악의 경험" [4] Mothman 2023.03.17 452
122663 프레임드 #371 [4] Lunagazer 2023.03.17 104
122662 미국은 샤넬 화장품 직원이 72세도 계시는군요 [3] 말러 2023.03.17 383
122661 샤잠! 신들의 분노 [1] DJUNA 2023.03.17 415
122660 그냥저냥 [3] DJUNA 2023.03.17 383
122659 [넷플릭스] 감각의 제국, 감독판? [4] S.S.S. 2023.03.17 694
122658 '환상의 여인, 처형 6일 전, 39계단' [16] thoma 2023.03.17 429
122657 분노의 불 [1] 돌도끼 2023.03.17 237
122656 똑똑똑...차별화될 수도 있었던 결말 (스포) [3] 여은성 2023.03.17 796
122655 잡담, 대사치시대의 사치 여은성 2023.03.17 411
122654 3월 17일. [4] DJUNA 2023.03.17 508
122653 이니셰린의 밴시 [4] DJUNA 2023.03.16 941
122652 그냥저냥 [2] DJUNA 2023.03.16 717
122651 주변 사람 얘기 [3] Tuesday 2023.03.16 380
122650 프레임드 #370 [4] Lunagazer 2023.03.16 107
122649 [티빙바낭] 2016년에 툭 튀어 나온 일본산 익스플로이테이션 무비, '가라데로 죽여라'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03.16 337
122648 고구마밥 가끔영화 2023.03.16 183
122647 3월 16일 [4] DJUNA 2023.03.16 65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