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영홥니다. 1시간 47분. 장르는 미스테리 스릴러를 빙자한 블랙 코미디구요. 스포일러는 아래 설명(?)을 참조하세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홍 차우씨가 이렇게 크게(?) 나오다니 괜히 반갑네요. 뒷편에 작게 나온 '오자크' 공포의 변호사님도 반갑구요!)



 - 니콜라스 홀트가 안야 테일러 조이를 데리고 무인도로 가는 배를 탑니다. 이 무인도엔 현존 최강 전설의 셰프 레이프 파인즈씨가 운영하는 고오급 레스토랑'만' 딸랑 있구요. 이 엄청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세계 갑부들이 한 끼 먹고 자기도 가봤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달려오는 그런 식당이라나봐요. 그리고 우리 홀트군은 이 식당 셰프님의 열혈 팬이라서 한 끼에 대략 200만원 정도 하는 걸 무리해서 덜컥 예약한 거죠. 1인 예약은 안 받는 식당이라 안야 테일러 조이도 끌려 왔구요.


 그렇게 도착한 섬에서 식당에서 주최하는 간단한 투어를 하고. (식재료의 대부분을 이 섬에서 직접 키워 조달한다느니 중얼중얼) 이제 식당에 앉아 화려한 전설의 코스 요리를 먹기 시작하는데... 식사 시작 전 셰프의 일장연설에 따르면 필생의 걸작이라는 이 코스 식단은 시작부터 참으로 괴이하기 짝이 없...는 건 둘째 치고, 아무리 봐도 우리 셰프님과 직원들의 상태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과연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가만 보면 니콜라스 홀트도 자기 전담 캐릭터가 확고한 배우 같지 않습니까. 뭔가 많이 부실한 허당 훈남 총각이랄까... ㅋ)



 - 그러니까 전 재밌게 봤습니다. 중요한 스포일러를 피해서 글은 적겠지만 그래도 아무 것도 모르고 보는 게 가장 재밌을 영화라서요.

 간단하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으로 집요하고 야비하고 냉정한 블랙 코미디입니다. 인간적이고 따스하고 이런 건 기대하지 마시구요.

 시종일관 의도적으로 아주 비현실적으로 폭주하며 목표한 타겟을 신나게 조롱하고 놀려대고 야유하다가 장렬하게 끝나는 류의 영화에요.

 감성보단 이성 쪽으로 몰빵을 한 시니컬한 블랙 코미디 좋아하면 보시구요. '미스테리' 쪽은 아예 기대도 하지 마시길.

 그럼 이제 아래부터는 초중반까지의 스포일러나 전반적인 영화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갑니다. 결정적인 부분은 다 피해서 적겠지만 그래도 어차피 보실 분이라면 더 이상 읽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기왕 볼 거면 더 재밌게 보시는 게 좋잖아요?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하지만 전 당연히 이 분 때문에 봤죠. 제가 원래 이렇게 사람 아닌 것처럼 생긴 분들 좋아합니다. 틸다 스윈턴도 그렇고, 데뷔 초 이나영이라든가.)



 - 처음엔 그래도 요리가 주 소재인 영화니까 셰프가 차려 내오는 식단에 관심을 좀 두고 있었죠. 하지만 뭔가 되게 현대 미술스런 식전빵(...)이 등장하니 좀 의심이 가기 시작하다가, 최첨단 레이저 각인 퍼스널 또띠야가 나오는 순간에야 깨달았습니다. 아 이 영화는 요리에는 개뿔도 관심 없는 영화였구나. 내가 지금까지 계속 낚였구나. 그리고 동시에 한 가지를 더 깨달았습니다. 이거 그냥 막나가는 블랙 코미디구나. 미스테리고 사건의 진상이고 나발이고 앞으로 1도 신경 쓸 필요 없겠구나... ㅋㅋㅋㅋ


 그러니까 결국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우리 셰프님과 그 충실한 수하들이 자기도 모르게 셰프에게 선별된 고갱님들을 오만가지 방법으로 괴롭히고 조롱하고 비꼬며 야단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손님들이 하나하나 다 바닥을 드러내는 건 당연한 일이겠구요. 뭐 다행히도 보기 힘든 고어씬 같은 건 없어요. 또 무슨 서바이벌 게임류의 영화들처럼 되게 끈적거리고 그런 것도 없구요. 그리고 이 영화의 톤에는 그게 맞습니다. 왜냐면 영화(=셰프)가 그 희생자들에게 정말 일말의 연민도 보이지 않고 야멸차게 달려가니까요. 괜히 관객들이 그 양반들 고통에 조금이라도 이입할까봐 아주 철저하게 그럴만한 여지를 쳐내리는 게 보입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런 그림 잔뜩 보고픈 분이라면 다른 영화 보세요. 이런 장면 안 나와요. 이것도 영화 짤 아니구요. ㅋㅋㅋ)



 - 그럼 갸들은 왜 야단을 맞냐면... 셰프님의 세계관에 의하면 그들은 다 이 지구엔 필요가 없는 쓰레기들이거든요. 요리 컬럼을 권력 삼아 아무렇지도 않게 성실한 요리사들을 파멸시키는 칼럼니스트라든가, 고기 굽기 조차도 한 번 직접 해 볼 생각이 없으면서 무슨 오타쿠처럼 자기 요리를 분석하고 품평하며 주절주절 잘난 체하는 '마니아'들이라든가, 정작 요리엔 관심도 없고 자기가 뭘 먹는지도 모르면서 매번 찾아와 자리만 차지하는 돈 많은 고객이라든가, 역시 요리에 대한 애정은 1도 없지만 자기가 이 식당을 열기 위해 손을 벌려야 했던 자본가라든가... 심지어 셰프 본인도 결백하지 않죠. 결국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 모든 사람들과 손을 잡고 요리를 해왔으니까요.


 결국 근래의 '미식 문화' 전반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영화의 테마인데. 가만 생각해보면 아마도 감독 본인의 이야기를 파인 다이닝 업계에 빗대어 표현한 것 같기도 합니다. 설마 진짜로 영화의 주제가 미식 놀이 비판이다... 라고 생각하기엔 뭔가 좀 어색한 부분이 많거든요. ㅋㅋ 물론 영화판에 대한 풍자로는 잘 안 맞는 부분들도 있긴 한데 그거야 소재를 미식 놀이로 잡다 보니 생긴 부산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요리 업계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현실적 디테일 같은 덴 아예 신경 안 쓰는 영화라서...)



 - 암튼 뭐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제목에도 적어 놓았듯이 영화를 보면서 괴상하게도 루이스 부뉘엘의 '절멸의 천사들' 생각이 자꾸 나더라구요.

 부르주아들이 어떤 집으로 우루루 몰려가서 참으로 비현실적인 사정으로 (타의에 의한 것 같지만 보다 보면 자의적인 것 같기도 하고...) 모두 갇혀 버리고. 그러면서 멘탈 나가고. 영화는 계속해서 그들을 비웃고요. 처음엔 좀 과장된 설정의 스릴러처럼 시작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비현실을 넘어서 아예 초현실의 영역으로 가 버리는 게 뭔가 부조리극 같은 느낌도 강하고... 또 정말로 끝끝내 끝장(?)을 내버리는 결말도 그렇죠.

 다만 '절멸의 천사들'에 비해 이 영화가 좀 더 야박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이 영화가 정말 철저하게 끝까지 가볍기 때문일 겁니다. 자기가 놀리고 비웃는 대상들이 너무 싫어서 갸들을 진지하게 대해주는 것 자체를 거부한달까. 뭐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갇혔는데 안 갇혔지만 아무튼 갇혔다... 는 기묘한 분위기라든가. 암튼 뭔가 닮은 곳이 많아 보였네요.)



 - 배우들 얘길 하자면 역시나 제가 이 영화를 냉큼 본 이유, 안야 테일러 조이는 역시 잘 합니다. 사실 딱히 연기력이 많이 필요한 역할은 아닌데, 그냥 맡은 역할만큼 잘 해요. 그래도 나름 중요한 역이거든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죽을 이유가 없는 사람으로 설정되어 나름 셰프에게 맞서기도 하는, 관객들이 그나마 감정을 이입할만한 단 하나의 캐릭터인지라. ㅋㅋㅋ 암튼 잘 했구요.


 그보다 결국 이 영화를 좌지우지하며 이끌어 나가는 건 역시 셰프 역의 레이프 파인즈입니다. 참으로 허황되고 얼토당토 않고 말도 안 되는 환타지 개그 캐릭터인데, 그걸 이렇게 그럴싸하고 폼나게 보여주는 건 역시 배우 역량이겠죠. 쉬는 해 없이 뼈빠지게 일하는 배우인데도 저와 절묘하게 빗나가서 이 분 연기를 되게 오랜만에 봤는데. 그동안 안 보고 넘겼던 영화 몇 편이라도 찾아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ㅋ 정말 이 셰프 캐릭터가 '영화 그 자체'나 마찬가지였는데. 되게 잘 하셨어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내가 곧 이 영화다!!!)



 - 결론을 위에 이미 다 적어 놨으니 딱히 길게 적을 건 없구요.

 아주아주 비현실적으로 나가는, 부조리극에 가까운 블랙 코미디이지만 뭐 다 떠나서 그냥 웃깁니다. 재밌어요. 심심할 틈 없이 몰아치는 사건들과 국면 전환들도 좋고. 악의가 넘쳐 흐르게 예쁜 그림들도 좋구요. 배우들도 다 비주얼도 훈훈하고 연기도 좋고.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만.

 또 또 다시 말하지만 영화가 굉장히 야멸차요. ㅋㅋㅋ 이렇게 배배 꼬인 스타일 이야기 보고 나면 기분 찜찜해지는 분들이라면 안 보시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아주 약간 들었습니다. 어쨌든 재밌게 봤네요.




 + 아니 이 사진 참. ㅋㅋ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어쩜 이렇게 사람 아닌 것처럼 생긴 양반을 사람 아닌 것처럼 꾸며놨죠. ㅋㅋ 괜히 감탄했네요.



 ++ 그 외에 반가웠던 이 분.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존 레귀자모 아저씨인데. 어째 맡은 역할도 쇠락한 수십년전의 인기 스타 역으로(...)



 +++ 이 영화의 가장 거대한 웃음벨은 이 분이었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대략 5초로 빵 터지게 해주더라구요. 브라운 대학... ㅋㅋㅋㅋㅋㅋㅋㅋ 스포일러라서 설명은 못 해드립니다만, 보신 분들은 많이들 공감하실 거라 믿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7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3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468
122630 닌자거북이 (1990) catgotmy 2023.03.14 165
122629 키보드 이야기한 김에 마우스 잡담도... 돌도끼 2023.03.14 205
122628 그냥 키보드 잡담 [4] 돌도끼 2023.03.14 292
122627 룸 이스라엘 버전 돌도끼 2023.03.14 169
122626 왜 자꾸 남의 이름을 베낄까 [1] 예상수 2023.03.14 405
122625 더 글로리 몇 회 남겨 놓고 쓰는 감상.. [3] 딸기와플 2023.03.14 733
122624 홍차우, 키호이콴 [5] DJUNA 2023.03.14 954
122623 [티빙바낭] 헝가리산 코믹 드라마 '어쩌다 암살 클럽'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3.03.14 287
122622 3월 14일 [3] DJUNA 2023.03.14 479
122621 양자경, 말레이시아 [2] DJUNA 2023.03.13 807
122620 프레임드 #367 [3] Lunagazer 2023.03.13 125
122619 LOOM (1990) [2] catgotmy 2023.03.13 159
122618 '더 글로리' 뻘글(스포) [4] 2023.03.13 622
122617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오스카 주요부문 수상을 축하합니다. [5] 남산교장 2023.03.13 503
122616 이글루스 서비스 종료라네요. [7] Mothman 2023.03.13 754
122615 The 95th Academy Award Winners [2] 조성용 2023.03.13 474
122614 글로리의 장점과 단점 [4] 잘살아보세~ 2023.03.13 1015
122613 어린왕자 일본어 오디오북 [2] catgotmy 2023.03.13 238
122612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62] DJUNA 2023.03.13 1732
122611 오늘은 오스카 시상식 있는 날입니다 [4] 감동 2023.03.13 30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