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14919


돌아가는 꼴이 하도 유치하고 우스워서 어지간하면 정치글은 안쓰려고 했는데, 이번 건은 정말 어이가 없어서 글을 좀 올려봅니다. 아마 법조계에 직을 두고 있거나 구속영장이 어떤 의미인지를 아시는 분들은 이게 얼마나 황당한 처사인지 아실 겁니다. 이건 단순한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의 강압성이 논란이 되는 상황이죠. 이를테면 야당 대표의 "머리 끄댕이를 잡고" 검찰청으로 끌고 가는 모습을 연출하는 건데, 이런 연출은 단순한 검찰의 파워를 확인시키는 것 말고는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당위성이 전혀 없는 정치적 쇼에 가깝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법은 평등해야하고 야당 대표도 예외는 아니다' 라거나 '걸리면 가야지' 같은 반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검찰이 무오의 주체라는 환상적 가정을 할 때만 가능한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에서 검찰이 왜 "어느 한쪽만 당대표까지 구속영장을 받으면서" 수사를 하는지 그 정치성은 표백되어있습니다. 검찰이 원래 당대표 여하를 막론하고 원래 강경하게 수사를 하면 그럴 수 있겠지만, 가장 최근에 대단히 편향적인 수사를 했던 정황이 이미 전국적으로 보도가 된 상황입니다. 하나는 곽상도 아들의 50억 퇴직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3자 뇌물공여죄를 적용했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검찰은 그냥 뇌물죄를 적용했기 때문에 법원에서 무죄판단이 내려졌다는 해석들이 있습니다. (법원의 무죄판결 논리 자체도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또 하나는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입니다. 이 건은 워낙에 조사를 질질 끌면서 피의자를 소환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봐주기 수사 논란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두 건이 기억에서 사라질만큼 오래된 사건도 아닙니다. 모두 일주일 내로 대서특필되었던 건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하겠다고 공표를 한 거죠.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했다가 계속 바꾸면서도 그걸 언론에 흘리는지 그 과정을 다들 아실 겁니다.


한편으로 검찰의 이런 행보는 검찰 자체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더 우려가 됩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공정하고 정확하든 일단 본인이 정치적으로 적대하는 사람을 "조지는" 꼴을 보고 싶어하는 다수의 국민이 있기 때문에 검찰의 이런 행보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건은 검찰의 단순 파행이 아니라 검찰과 수많은 극우국민의 공조 수사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일종의 권력 중독상태에 빠진 결과로서 야당 당대표 구속수사 표명이 이뤄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는 유태인들을 학살하자는 독일 나치당의 득세가 떠오르고,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서는 여가부와 페미만 조지면 윤석열 같은 인간이라도 상관없다는 한국의 수많은 권력중독자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 절차가 얼마나 정확한지, 왜 언론에서 공표하는 이재명 대표의 죄목이 계속해서 바뀌는지 이런 맥락들을 충분히 고려가 되고 있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권력중독적인 여론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각종 공개커뮤니티가 아닌가 합니다. 의견 혹은 공론의 정합성이 문제가 아니라 논리가 생략된 비아냥이나 응징의 의지만 가득한 글들이 수많은 좋아요를 받으면서 극우세력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건 아닐까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기 너무나 편리한 온라인 공간에서는 말살일변도의 주장들이 힘을 얻게 되기 쉽습니다. 최소한의 합리성을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은 "다구리"에 두들겨맞고 떨어져나가기 마련이니까요. 이런 정치적 이슈를 너무 흥미위주로만 다루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리 거리를 떨어트리고 보려고 해도 검찰의 권력이 어떤 제동도 받지 않는 이 상황에서 일개 국민인 저도 괜히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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