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있습니다. 세상 사람 다 아는 게 이 산왕전의 결말이고, 추가된 오리지널 스토리는 워낙 전형적이라 스포일러랄 것도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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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터 하던 생각이지만 사실 북산팀은 실력은 둘째치고 지나치게 잘 생겼습니다. ㅋㅋ 특히 서태웅 저거 혼자 이세계 비주얼인 거 보세요.)



 - 그러니까 이게 대략 제가 고딩 때 인기였죠. 다들 아시다시피 우연히도 한국에서는 당시에 연대, 고대 농구팀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농구붐이 일고 있었구요. '마지막 승부' 같은 드라마도 나왔고. 또 대충 비슷한 시기에 sbs에서 nba 중계를 해주면서 여러가지로 한국에서 농구가 크게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었네요. 전 게을러서 직접 농구를 하진 않았지만 보는 건 좋아했어요. 제 인생에 그렇게 열심히 중계를 챙겨 본 스포츠는 농구가 유일할 겁니다. 그리고 당연히 슬램덩크도 열심히 봤어요.


 다만 요 슬램덩크에는 슬픈 추억이 하나 있는데. 전 보고픈 만화는 전부 사서 보는 성실한 오타쿠였기 때문에 이것도 당연히 사모으고 있었거든요. 근데 고삼 때 어머니께서 '이것이 밥 사먹으라고 준 돈으로 만화책이나 사고!!' 라고 분노하시며 제가 야자하는 동안에 그동안 사모은 만화책을 몽땅 내다버리셨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의지가 꺾여서 다시 사모으진 않았어요. 그래서 슬램덩크는 주로 만화방에게, 혹은 친구에게 빌려서 읽게 되었고 자연히 그렇게 수차례 반복해서 읽진 않은 만화책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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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엔 이 분이 주인공이셨습니다만. 뭐 스토리를 바꾸진 않다 보니 여전히 활약은 주인공입니다. ㅋㅋㅋ)



 - 근데 사실 제가 이 만화를 그렇게 대단히 좋아하진 않았어요. 재밌게 봤지만 막 애착을 갖고 그러진 않을 정도.

 애초에 애착이 있는 만화였다면 어머니께서 내다 버렸어도 다시 샀겠죠. ㅋㅋㅋ '터치'는 그랬거든요.

 

 그리고 당시를 떠올려보면 좀 웃겼던 게. 그 때도 당연히 일본 만화책 사 모으는 사람들을 별난 사람 취급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 '슬램덩크'는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그런 시선에서 열외였다는 겁니다. "난 일본 만화는 안 보는데 슬램덩크는 봐." (자매품으로 "난 게임 같은 거 전혀 안 하는데 스타크래프트는 샀어."가 있었습니다)라며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 달달 외우고 다니는 사람들이 주변에 참 많았어요. 아마 그 양반들은 저보다 훨씬 일찍 극장에 달려가서 보고선 감동의 눈물을 흘렸겠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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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주변 남자들에겐 유독 정대만 인기가 좋았습니다. 그 여파로 가끔 농구할 때 아무 때나 3점슛 막 던져 놓고 같은 편인 나에게 '내가 누구냐!' 드립 쳐대는 놈들이 많아서 정말 많이 짜증이 났...)



 - 아무튼 영화 얘길 하자면... 뭐 이미 게시판에 글이 많이 올라와서 덧붙일 게 별로 없는데요.


 일단 송태섭을 주인공 삼아 원작에 없던 이 양반 과거사를 보여주고 그걸 기둥 삼는다... 는 아이디어는 적절하기도 하고 또 맘에 들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이게 원작 안 본 사람들이 봐도 멀쩡한 기승전결이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보이게 만들려면 주인공 하나를 세우긴 해야 하는데, 원래 주인공이었던 강백호를 데리고 그러자니 너무 할 얘기가 많기도 하고. 차라리 여백을 넘어 거의 빈공간에 가까웠던 송태섭으로 스토리를 만드는 게 나았겠죠. 주인공감으로 생각하자면 정대만 이야기는 이미 다 알고, 채치수는 재미가 없었을 거고(...), 서태웅은 캐릭터 특유의 그 무심함 때문에 좀 어려웠을 것 같아요.


 게다가 안경 선배를 제외하고 베스트 파이브만 놓고 얘기하자면 제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가 송태섭이었거든요. 현실 농구를 볼 때도 원래부터 가드 포지션을 좋아해서요. 존 스탁턴, 제이슨 키드, 페니 하더웨이, 앨런 아이버슨, 이상민, 김승현 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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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다른 캐릭터들 대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은 적었던 편이었는데.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당당한 주인공 등극!!!)



 - 근데 막상 가서 보니 이 아이디어가 제겐 한 가지 아주 심대한 문제를 던져줬는데... 재미가 없었다는 겁니다.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송태섭의 과거사, 그 중에서도 기둥을 이루는 세상 떠난 형과 가족 이야기가 전 정말 극단적으로 재미가 없었어요. 이야기 자체는 멀쩡하게 잘 만들어 놨고 연출도 잘 해놨는데, 그냥 애시당초 일본 스포츠 만화에서 워낙 자주 써먹는 클리셰 덩어리들을 조립해 놓은 것이기도 했고. 또 어쩔 수 없이 이야기가 우울하고 많이 쳐지잖아요. 이걸 긴박하게 전개되는 산왕전 중간중간에 뚝뚝 끊어서 섞어 놓으니 시합 장면의 긴장감도 떨어지고... 

 또 개인적으론 제가 송태섭의 그 가볍고 프리한 느낌의 캐릭터를 좋아했던 건데, 이렇게 울적한 개인사를 길게 보여주니 '나의 태섭찡은 이러치 아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있어요. 그냥 제 취향입니다. ㅋㅋ


 그냥 소소한 이야기들은 괜찮았거든요. 열혈 농구 청소년 정대만과의 짧은 만남이라든가. 원작에 없었던 송태섭과 북산 멤버들간의 짤막한 에피소드들 같은 것("너랑 말 섞어본 거 이게 처음이지?" ㅋㅋㅋ)들은 다 괜찮았는데 그 메인 스토리가 여엉 제 취향이 아니었던 거죠.


 덧붙여서 원래 산왕전에서 송태섭이 그렇게 막 주인공급으로 활약하는 장면이 별로 없다 보니 아주 살짝 위화감이 생기는 것도 있었구요. 강백호 날뛰고 정대만 불타고 서태웅 잘 생기고 채치수 번뇌하는 와중에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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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다면 지금 우측의 저 양반이 당시 12세,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는 거죠? 하하.)



 - 하지만 다행히도 거의 모두가 극찬 일색이었던 산왕전의 연출은 정말 괜찮았습니다.

 원작에서 거의 한 페이지를 다 차지하는 대빵 큰 그림으로 강조하던 '명장면'들을 대부분 실시간 느낌으로(사실 완전 실시간은 아니었죠. 조금씩 강조는 해주더라구요. ㅋㅋ) 처리하면서 실제 경기 보는 느낌을 주는 것도 좋았고. 1인칭 시점을 많이 써서 현장감, 박진감을 끌어 올린 것도 아주 좋았어요. 만화책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느낌을 아주 생생하게 잘 살리는 연출이었습니다.


 덧붙여서 역시 만화책으론 느끼기 힘든 부분을 잘 살렸다 싶은 게 사운드였구요. 농구공 튀는 소리, 선수들 움직일 때마다 들리는 바닥의 마찰음. 이런 것들이 잘 들리도록 처리해서 참 실감나고 멋지게 연출이 되었다는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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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시합 장면 짤이 이런 거 밖에 없어서 난감합니다. ㅋㅋ 더불어 이렇게 멈춰 놓고 보니 배경이랑 따로 노는 거 3D 퀄 좀 모자란 거. 이런 게 적나라하게 보이네요.)



 - 아. 그리고 역시 기술력의 발전이란 참 좋은 것이더군요. 타케히코 이노우에의 그림체를 3D로 이렇게 훌륭하게 옮겨서 움직이게 만들다니. 또 만화책에서 보던 컷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해낸 것도 좋았구요. 살짝 아쉬운 부분이라면, 어차피 농구 시합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면 프레임이 좀 높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는데요. ㅋㅋ 이건 나중에 vod로 나와서 또 볼 일이 생기면 티비 프레임 보정 기능이라도 켜보고 어떤 느낌일지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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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로 잘 생긴 서태웅씨. 오히려 그 시절 2D 그림보다 더 잘 생겨 보입니다. ㄷㄷㄷ)



 - 그래서 뭐. 투덜투덜거리며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ㅋ 

 사실 송태섭 과거사의 문제(제게는!)는 분량을 적당히 쳐내는 걸로 충분히 해결이 됐을 것 같기도 해요. 두 시간 넘는 분량인데 제 느낌엔 산왕전이 절반에도 많이 못 미치는 기분이었거든요. 좀 압축해서 1시간 40분 정도로 만들면 [[[저는]]] 훨씬 재밌게 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애초에 훌륭했던 원작의 시합 내용, 그리고 그걸 원작보다도 훨씬 실감나고 강렬하게 전달한 멋진 연출. 그것만으로도 시간과 돈을 투자한 비용은 충분히 뽑고도 남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눈물은 날 기미도 안 보였지만, 그래도 잘 봤습니다. ㅋㅋㅋ 그래도 보다보니 옛날 생각 나서 어쩔 수 없이 뭉클해지긴 했구요.




 + 정우성이 찾아가서 소원 빌었던 신사는 참 영험한 신사였던 것입니다. '니가 달라는 경험 줬잖앜ㅋㅋㅋㅋ'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 그 분 눈물 장면에서 푸흡. 하고 웃었네요.



 ++ '너는 무우다'가 안 나온 건 참 탁월한 선택이었죠. 그걸 바꿔버리다 보니 그 장면의 임팩트가 좀 약해지긴 했는데, 20여년 전에 막 나온 단행본을 흥분하며 읽던 그 시절에도 '너는 무우다' 그건 정말 난감했어요. 코미디도 아니고. 지금 이걸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넣어 놓은 거야?? 라고 생각했던. ㅋㅋㅋㅋ



 +++ 소연이는 유난히 비중이 없더군요. 뭐 자연스런 선택이긴 한데, 그래도 역할상 벤치에라도 들어가 있던 한나는 비중도 꽤 확보했고 미모도 원작보다 훨씬 업그레이드가 됐는데 말이죠.



 ++++ 서태웅이 분량 지분이 크지 않잖아요. 근데 가끔 서태웅 파트일 때 자꾸만 들어가는 얼굴 클로즈업은 참으로 눈이 부시더군요. 원래도 잘 생겼던 애를 완전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어 버렸어!! 이건 스태프의 사심이 들어간 게 분명해!!!! 라고 생각하며 봤습니다. 유니폼 굳즈가 혼자 완판되는 건 다 이유가 있었던...



 +++++ 글 적느라 짤 검색하다가 이런 걸 발견해버렸네요.


https://music.bugs.co.kr/radio/musiccast/episode/29747


 이주연씨가 벅스뮤직에서 '이주연의 영화 속 음악'이라는 걸 하고 계셨군요! 한때 열렬한 애청자였는데 전혀 몰랐어요. ㅋㅋㅋ

 이것 때문에 벅스 아이디를 만들어야 하나... 쌩뚱맞은 고민에 빠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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