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이게 벌써 2년 전 영화였네요? 1시간 43분이구요. 스포일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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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 개봉을 했던 영화였군요?)



 - 1978년입니다. 장소는 덴버라는데 어차피 미국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저같은 관객 입장에선 '호젓한 교외 마을' 정도로만 이해해도 뭐.

 주인공 피니 역시 이런 동네를 배경으로 하는 호러, 스릴러의 전형적인 주인공이에요. 평범한데 좀 가난한 느낌의 경제 사정에, 엄마는 돌아가셨고 아빠는 술에 쩔어 자식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문제 가장이구요. 다행히도 넘나 씩씩하고 과할 정도로 사랑이 넘치는 여동생 그웬과 서로 의지하며 씩씩하게 살고 있네요. 물론 학교에 가면 양아치 패거리들에게 얻어 터지는 게 일상이지만 그래도 싸움짱 친구를 둔 덕에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진 않습니다. 


 암튼 이 동네엔 '그래버'라는 별명이 붙은 어린이 연쇄 유괴, 살인마가 설치고 있겠고. 잠시 후엔 주인공의 싸움짱 친구까지 그렇게 사라지구요. 친구 잃은 슬픔에 잠길 틈도 없이 어라라? 하고 피니 역시 속절 없이 끌려갑니다만. 우리의 주인공에겐 꿈으로 계시를 받는 초능력(?) 여동생과 먼저 사라져간 피해자 어린이들의 지원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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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피니 군입니다. 배우님은 제가 아는 작품엔 나온 적이 없는 분이던데, 연기는 좋았어요.)



 - 일단 아주 많이 소품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이라고 해봐야 시작과 끝에 잠깐 나오는 학교와 등하굣길을 제외하면 피니의 집, 납치 살해범의 지하실이 거의 전부구요. 돈 들인 cg가 들어갈만한 장면도 거의 없고. 액션 역시 클라이막스에 잠깐 나오는 치고 받기 정도로 끝이에요. 이런 소규모 호러에 빌런 역으로 에단 호크가 나오는 게 신기한 일이라는 생각도 아주 잠깐 들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에단 호크는 원래부터도 이런 저예산 스릴러 영화들에 꽤 많이 나온 사람이었죠. ㅋㅋ 


 근데 이 영화가 정말로 소품스럽다는 느낌을 주는 데엔 이런 부분들에 덧붙여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도 한 몫을 합니다. 그러니까 되게 야심 없고 심플한 이야기에요. 놀랄만한 반전 같은 건 아예 생각도 안 했던 것 같고. 뭐 그렇게 큰 메시지를 담으려는 의도도 처음부터 그냥 없었던 것 같구요. 큰 잔재주 없이 정직하게 흘러가서 예상대로 끝납니다. 이토록 야심이 안 보이는 이야기라니!! 하고 신선함을 느낄 정도로 야심이 없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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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공간입니다. 근데 정말 알차게 써먹어요.)



 - 그 와중에 이 영화를 재밌게 만들어 주는 건 뭐... 뻔하디 뻔한 얘기지만 캐릭터와 디테일의 힘입니다.


 일단 주인공이 납치 감금 당하기까지 25분이 걸리는데요. 영화는 이 시간을 정말 최대한으로 활용합니다. 앞서 유괴 당해서 주인공에게 먼저 말을 거는 희생자들도 멋진 모습으로 소개해서 감정 이입에 보탬을 주고요. 알콜 중독 폭력 아빠 밑에서 애틋하면서도 너무 장하고 보기 좋게 잘 사는 주인공 남매의 모습도 참 좋고요. 그 와중에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진짜 미션(이젠 떨치고 일어나 스스로 너 자신을 지켜야 할 때다!)도 역시 익숙한 학교 폭력 이야기지만 실감나고 공감할 수 있는 배경을 튼튼하게 깔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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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애들이 가정 폭력에다가 유괴, 살해까지 당하는 이야기이니 어지간해선 이입하지 않기도 힘들겠지만, 그렇게 갑갑하지만은 않게 풀어낸다는 게 또 매력이었네요.)


 그리고 납치가 벌어지고 나면 동생의 능력, 감금된 방에 덩그러니 걸려 있는 '블랙폰'을 통해 주인공에게 말을 걸어 오는 소년들의 유령들. 이런 떡밥들로 흥미를 돋구고 또 그런 유령들의 조언(?)을 통해 유괴 살해범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주인공의 도전들을 긴장감 있게 잘 풀어서 보여줘요. 기-승-전-결이 딱딱 눈에 보일만큼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지만 어쨌든 그 뻔함 속에서 내실을 추구하는 이야기이고, 그게 대부분 잘 먹힙니다. 그래서 클라이막스 직전의 훈련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막 같이 구령 맞춰가며 응원하고 싶은 기분까지 들고 그래요. 어떻게 보면 좀 웃기는 장면인데, 이야기의 자연스런 흐름 때문에 '그래, 이걸로 살인범을 엿먹이는 결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흥겨운 느낌까지... ㅋㅋㅋ


 그렇게 모든 이야기가 흘러간 후에 펼쳐지는 마무리는 또 '아이쿠 뭐 이런 걸 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깔끔해서 사실은 우울 끔찍한 이야기를 보고 난 후에 남을 수 있는 찝찝함을 많이 닦아내 줍니다. 전 이런 엔딩이 참 좋더라구요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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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아저씨 그냥 다 마스크 빨이에요. ㅋㅋㅋㅋㅋ)



 -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조 힐의 원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단편이라죠. 근데 그 단편이 영화 한 편 런닝 타임을 채울만한 이야기는 분명히 아니었던 것 같더라구요. ㅋㅋ 그러니까 이야기에 '남는 부분'이 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동생의 그 능력 이야기는 사실 영화의 결말을 놓고 보면 별로 필요가 없어요. 아니, 엄밀히 말하면 쓸모는 있는데, 영화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의 매력과 깊이에 비해 활용도가 많이 모자랍니다. 연쇄 살인범을 취미로 쫓는 약쟁이 아저씨 캐릭터도 좀 후닥닥 등장했다가 후닥닥 퇴장해 버린 느낌이고. 살인범과 그 '블랙폰'에 얽힌 이야기도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그냥 나오다 만 느낌. 희생자들도 한 명에서 두 명 정도는 줄이고 주인공과의 드라마를 살려낼 수 있는 캐릭터들만 남겨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이렇게 좀 넘치거나, 살짝 부족하거나 뭐 그런 느낌이 종종 들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재밌었으니 됐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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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 이야기만 갖고서도 이야기 몇 개는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오빠는 이제 할 역할이 없으니 동생 보디가드라도?)



 - 아마 이미 보신 분들이라면 많이 동의하시겠지만, 동생 캐릭터가 참 아깝더라구요. 정말 너무 보기 좋고 사랑스런 캐릭터라 좀 더 큰 비중으로 나와도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에단 호크가 연기한 살인마는 그냥 이 정도가 딱 좋았습니다. 무슨 얘기를 하려다 마는 느낌이라 궁금했던 거지 이런 살인마 데리고 막 드라마 만들어서 뭐합니까. 애초에 그냥 변태 찌질이인 것을. 그래도 평범한 듯 하면서도 오묘하게 고퀄로 만들어진 마스크 & 배우 연기력 덕에 위압감은 충분히 살았구요. 바로 위에서 살짝 투덜거렸지만 전화기 유령들 묘사도 좋았습니다. 그냥 다 착한 마음으로 주인공을 도우려는 것도 아니고, 또 보탬이 될 듯 말 듯하다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결과를 주는 놈도 있었고. 막판에 감동 코드 한 번 제대로 심어주는 녀석도 있고. 그리고 결국엔 모두가 클라이막스의 쾌감에 강력하게 일조를 해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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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팬아트 같은 것도 나오고 하는 걸 보니 꽤 인기가 좋은 모양입니다. 확실히 캐릭터들을 매력적으로 잘 뽑기도 했구요.)



 - 그냥 간단히 정리하자면 '매끄럽고 알차게 잘 만든 소품'입니다.

 조금 덜컹거리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렇게 크리티컬도 아니고, 또 장점들이 훨씬 많아서 대충 넘겨주게 되구요.

 막판에 갑자기 꿈과 희망의 청춘 성장물(?)처럼 흘러가는 전개가 전 특히 좋았어요. ㅋㅋㅋ 피니, 가랏!!!!!!!!!!! 이런 느낌. 하하하.

 솔직히 딱히 무섭진 않았습니다만. 이만큼 정 줄만한 캐릭터들로 이만큼 찡한 이야기라면야 안 무서운 호러라도 납득해줄 수 있습니다.

 재밌게 잘 봤어요.




 + 영화 첫 장면을 보면 백인 남자 주인공이 동양인에게 홈런을 맞는데 그 동양인은 참 매너도 좋을 뿐이고. 거기에다가 주인공을 돌봐주는 속 깊고 따뜻한 싸움짱 친구는 히스패닉이었죠? 1978년의 덴버는 참으로 따스한 곳이었던 것이었습니다.



 ++ 제가 위에서 신나게 봤다고 말했던 마지막 '트레이닝' 장면은 원래 각본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냥 통화 하나로 끝내려던 걸 막판에 고쳐서 집어 넣었다네요. 비행기 타고 집에 간 모 배우를 다시 불러다가 찍었다고. ㅋㅋ 참 다행이었죠. 전 정말로 그 장면이 좋았어요.



 +++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어린이 배우들 이미지 검색을 해 보다 놀랐네요. 성장기 어린이들이라 그런지 2년만에 다들 참 많이도 커 버린 것...



 ++++ 주인공 역의 배우를 보면서 전 계속 이 분 생각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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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뭐 이 분만큼 잘 생겼다는 건 아닌데요. ㅋㅋㅋ 헤어 스타일 때문인지 뭔지 자꾸 생각이 나더라구요. 조금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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