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기간 아빠가 병원에 계실때 다른 병상의 환자분들이 가족간호 여건이 안되어 24시간 간병인을 두고 간호하는 것을 봤었어요.

옆에서 한발자국 떨어져 멀찌감치 지켜보자면 환자도 보호자도 간병인도 다 개인차가 있어서, 남만도 못한 가족이 있고, 가족보다 나은 간병인이 있고,

 또 환자도 간호해주는 사람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기도 하고.. 뭐 그렇습디다..

그리고 그때는 내 사정이 다급하니 남의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여지가 별로 없고, 띄엄띄엄 탕비실에 모여서 얘기하시는 그분들 말씀만 듣고 생활을 짐작하곤 했는데..

최근 가까운 지인의 어머님이 쓰러지셔서 근 1년째 간병인 간호를 받고 계신데 참 문제가 많아 보이더군요.

 

생업이 있다보니 가족이 할 여건이 안되서 간병인을 고용하는 거니 물론 비용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거겠지요..

그런데 그 비용이 엄청 나더군요..

병원비 외에 추가로 일당7만원씩 월 210만원이 협정가더군요. 그리고 그외에 비닐장갑, 물티슈 등 여러 소모품이나 이런건 당연히 사드려야 하고..재활에 필요한 휠체어나 오랜 병원생활로 인한 욕창이 생길 경우 메디폼이라던가..에어매트라던가.. 그런 비용도 무시할 수 없이 들어가고..

 

다만 다른 비용은 그렇다 치는데 간병인과 가족보호자와의 트러블은 접점이 잘 찾아지지 않더군요.

간병인은 일주일내내 병원에서 한 발자국도 못나가는 자신을 위해 가족이 하루쯤은 와서 대신 환자를 케어해 주기를 원하더군요. 

그러면서도 자신이 밖에 나가 잠을 자거나 일을 보더라도 일주일치 7만원 * 7일 = 49만원의 수고비는 다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그바닥 생리이고 또 도리라 여기는 듯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환자의 보호자들은 응급실-수술-중환자실을 타고 이미 경제적 타격을 입을대로 입고 나오신 상태라 단돈 얼마라도 민감하고, 일주일이든 한달이든 두달이든 비용 지불한 만큼 일을 시킬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자신이 쉬고 싶다면 쉬는 날의 급여를 포기하기를 원하고, 어떤 보호자는 애초 조건이 휴일 없는 근무였으니 간병인 당신이 급여를 포기한다 하더라도, 나는 단 하루도 당신대신 간병을 할 수 없다 라고 하기도 합니다.

 

최근 독감이 돌았지요..

제 지인 어머님이 계신 병실은 병실이 6인실인데 5인의 간병인들이(나머지 한명은 가족간호) 단체로 감기에 걸려 다들 비몽사몽..

제 지인의 간병인은 유급휴가로 쉬고 나으시고, 어떤 간병인들은 무급휴가라도 가셨고, 마지막 어떤 간병인은 휴가없이 환자보다 더 끙끙 앓다가.. 결국은 어제 폭발(마침 제가 문병을 갔었는데... ㅠㅠ).. 나는 몸뚱이가 재산인 사람인데 더는 못하겠다.. 다른사람 구해봐라 보호자랑 쌈박질을 대판.. 대놓고 환자와 가족에게 부정적인 얘기를 퍼붓습니다.

예를 들어..친척이 와서 손이 움직인거 같다 하면 간병인은 코웃음 픽 그거 경련이다.. 뭐 이런...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거나 하면..

보통 부모를 맡긴 자식들이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가끔 찾아가뵈면서 간병인 분께 금전적으로 작은 성의를 표현하곤 합니다. 그 마음이야 이해가 되지요.

처음 그분들에겐 급여 외에 생기는 부수입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으셨겠지만 나중에는 자식들이 다녀가면 은근 뭔가 없나 기대하게 되고, 없으면 드러내거나 또는 드러내지 않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그분들도 병원의 불편한 보호자 침대에서 쪽잠을 자가며 힘들게 일하시니 그런 작은 수고비정도는 당연하다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서로의 계약하에 정해진 게 아닐진데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형성되버린거 같더군요.

 

비용문제를 포함하여 이 시스템은 도대체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가 않아요.

어떻게 사람이 주7일을 하루도 못쉬고 병원을 못벗어나고 한달 두달을 삽니까. 먹는건 어찌 해결하며 빨래며 신변정리도 해야하며..

간병인도 부득이 간병할 여건이 안되는 가족도 서로 못할 짓이예요..

병원단위 또는 파견하는 회사 차원에서 인력풀을 만들어서 주 6일 또는 5일을 근무하도록 근무시간을 짜야할거 같습니다. 

간병비에 대한 건강보험공단의 급여도 일정부분 보조되어야 할거 같고요. (노인요양보험의 경우 재활병원의 간병비는 한푼도 안된다고 하더군요.) 1년가까이 병원생활을 하시는데 돈1억 우습게 까먹게 되니..

지인께서도 이런저런 고민이 많으시고..

 

 

에이..여튼 아프지 맙시다..

그네언니가 복지국가 만들어서 우리가 맘 놓고 살수 있을때까지 여러분 아프시면 안되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05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64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557
122721 당나귀의 수명 [12] thoma 2023.03.22 469
122720 다시 본 스타트렉:피카드 시즌1(스포 잔뜩) [2] 노리 2023.03.22 260
122719 프레임드 #376 [4] Lunagazer 2023.03.22 100
122718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2023 일본 우승 [4] 예상수 2023.03.22 440
122717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1] 조성용 2023.03.22 548
122716 듀게에 오랫만에 놀러왔습니다 [6] 미니포커스 2023.03.22 483
122715 '바빌론' 감상평 - 투 머치!!! [10] LadyBird 2023.03.22 520
122714 3월 22일 [5] DJUNA 2023.03.22 402
122713 업무 카톡의 사생활 침범!! [8] Sonny 2023.03.21 572
122712 정년이 [2] DJUNA 2023.03.21 525
122711 [티빙바낭] 제목이 스포일까요 아닐까요. '다니엘 이즌 리얼' 잡담 [6] 로이배티 2023.03.21 310
122710 콘테 잘리려나요 [3] daviddain 2023.03.21 165
122709 에피소드 #29 [2] Lunagazer 2023.03.21 88
122708 프레임드 #375 [2] Lunagazer 2023.03.21 99
122707 그냥저냥 [5] DJUNA 2023.03.21 516
122706 오늘의 정계 소식(대한그룹 술상무 굥,,,이인규의 글로리는 나도 중수부장이었다..) [4] 왜냐하면 2023.03.21 484
122705 바낭ㅡ사막의 여왕, 마이클 잭슨 [2] daviddain 2023.03.21 286
122704 가지가지 (혜미리예채파, 애플페이, 그 외) [1] 예상수 2023.03.21 318
122703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1] 물휴지 2023.03.21 150
122702 3월 21일 [4] DJUNA 2023.03.21 44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