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2시간 16분. 스포일러는 없는 걸로. 이건 어차피 저 빼고 다 보셨을 것 같아서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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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 출연 두 분을 이렇게 포스터에 박아 넣으면 좀 사기가 되지 않습니까. ㅋㅋㅋ)



 - 조선시대네요. 요괴와 도사에 얽힌 전형적인 설정담이 짧게 설명되는데, 이때 도사가 실패하는 이유가 '날짜를 잘못 센 바보 같은 제자 신선들 때문에' 라는 것에서 영화 분위기가 대략적으로 감지가 되지요. 정말로 그 신선들은 내내 바보짓을 하며 웃기구요. ㅋㅋㅋ

 암튼 뭐, 재능은 타고 났고 아예 나쁜 놈도 아니지만 시건방지고 아직 어른이 한참 덜 된 도사 '전우치'가 만파식적에 얽힌 요괴 화담 서경덕(...)의 음모에 휘말려 그림 속에 봉인됐다가 현대 서울에서 다시 풀려나 개그도 하고 성장도 하고 결국 사부님 원수도 갚고 사랑도 이루고 뭐 그러는 이야기입니다. 더 길게 설명할 게 뭐 있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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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당시에 이런 스틸컷을 보면서 '강동원이 저런 연기라니 참 난감하겠군'이라는 생각을 했지요. 14년만에 반성합니다...)



 - 살다 보면 어느 땐가 평소 대비 지나칠 정도로(?) 영화를 안 보고 지냈던 시기가 있지 않습니까. 제겐 이 영화 개봉을 전후로 몇 년간이 그 시기였던 것 같아요. 뭐 그래도 너무 보고 싶었던 영화, 혹은 주변 사람이 멱살 잡고 끌고 간 영화들 같은 건 조금씩 챙겨 보고 살았지만. 그래도 결국 돌이켜 보면 이 시절 화제작들 중에 극장 가서 본 게 별로 없고 이 영화도 그 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 영화 개봉 시점 기준으로 최동훈 영화들 중에 본 게 없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겠구요(...)

 암튼 뭐, 그냥 영화 이야기나 하자면요. 여러모로 좀 이상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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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그렇지 않습니까. 영화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스틸샷이었는데, 정작 실제로 보니 괜찮더라구요. 또 반성...;)



 - 일단 구성이 좀 이상합니다. 과거의 도사가 현대로 와서 숙명의 적과 결전을 벌이는 이야기라면 둘 중의 하나잖아요. 현대를 배경으로 전개되면서 플래시백이나 기타 등등으로 과거 이야기를 적당히 풀어내든가. 그게 아니면 아예 과거에서 이야기를 충분히 풀어낸 후에 현대에선 클라이막스만 전개하든가. 근데 '전우치가 현대에 나타났다~' 라고 홍보했던 영화이니 당연히 전자가 되는 게 상식적이겠죠. 뭐 그런 생각을 하고 봤는데 과거 파트가 안 끝납니다? ㅋㅋㅋ 기다리고 기다리다 현대로 넘어갈 때 보니 대략 한 시간에서 몇 분 빠지더군요. 

 뭐 과거 파트가 재미가 없는 건 아니긴 한데 암튼 밸런스가 좀 괴상하고 어중간... 합니다. 런닝타임이 2시간이 넘어가 버린 건 이렇게 과거에다가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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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시작할 줄 알았는데. 이런 장면 보기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릴 줄이야!!)



 - 액션도 좀 이상합니다. 뭐 영화 톤이 워낙 코미디가 강하고, 주인공 캐릭터부터 가볍기가 참으로 새털 같은 인간이라 긴장감이 약한 건 이해할 수 있겠는데요. 그래도 보통은 없는 긴장감이라도 있는 척 하는 연출을 하잖습니까. 근데 이 영화의 액션 장면들은 그런 거 없이 그냥 거의 여유로워요. 일단은 분명히 감독의 의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널럴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영화가 추구하는 '한국식 환타지의 개성' 같은 목표와 은근히 잘 어울리거든요. 근데 정말 몽땅 다 의도적인 걸까? 그냥 이런 식의 액션은 처음 만들다 보니 느슨하게 연출돼 버린 부분이 있지 않나? 라는 의심이 끊임 없이 들었습니다. 그냥 제 생각엔 정말로 그런 두 가지가 섞여 있다고 믿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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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면들 같은 게 자칫하면 엄청 유치하고 썰렁한 구닥다리 유머로 보이기 쉬운데, 뭔가 오묘하게 선을 지켜내서 신기했구요.)



 - 영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그들도 마찬가집니다. 이 영화 속 개그의 거의 절반 정도는 80~90 스타일의 아재 개그, 썰렁 개그들인데. 그게 어떨 때는 그냥 배째라고 당당하게 튀어나와서 얼떨결에 피식하게 만드는 썰렁 개그이고, 또 어떨 때는 상황과 타이밍을 잘 활용한 '썰렁 개그인 척하는 하이 개그'이고 뭐 그래요. 저야 아재 개그 좋아하는 평범한 리얼 아재이기 때문에 거의 내내 풉풉 잘 웃었지만 역시 그렇게 웃으면서도 계속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이거 정말로 다 계산하고 던지는 드립 맞아?? 그냥 썰렁한 거 아냐? 사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염정아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많이 나올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영화의 유머 감각이 그렇게 완벽하단 생각은 안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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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딱 싫어하는 스타일의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안 싫었던 요 캐릭터. 유해진의 힘이었을까요.)


 

 - 그런데 역시 이 영화의 가장 괴상한 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재미가 있다는 거였습니다. ㅋㅋㅋㅋ 개인적으로 제가 싫어하는 요소들이 꽤 많은 영화인데, 그것들이 안 거슬리고 재밌었다는 거. 그게 참 신기했어요.


 도입부에 전우치가 궁궐로 들어가서 왕에게 깽판을 치는 부분. 갑자기 '비트 주세요!' 비슷한 대사를 날리며 악사들이 그루브한 음악을 연주하고 그 와중에 강동원이 자뻑 쩌는 문어체 대사들을 주워 섬기며 폼을 잡잖아요. 진짜 제가 못 견디는 류의 장면인데 그게 견딜만하면서 심지어 좀 재밌었습니다. (사실 이 장면에서 강동원에게 좀 감탄했습니다. 이런 게 가능한 배우였다는 걸 14년만에 알았군요.) 


 그리고 유해진이 연기한 초랭이 같은 경우도 그래요. 이렇게 구수한 말투로 쉴 새 없이 드립을 치며 헤헤거리는 매우 전형적인 K-사이드킥 캐릭터들을 좋아해 본 적 없는데 이 녀석은 보다보면 그냥 정들고 웃기고 그러더라구요. =ㅅ= 덧붙여서 바보 신선 3인방도 마찬가지였구요. 컨셉부터 실제 행동까지 참 닳아빠지고 식상한 분들인데 이상하게 웃기던...; 유해진, 송영창, 주진모, 김상호 같이 검증된 배우들이 적절하게 톤 조절을 잘 해 낸 거였던 걸까요. 아님 그냥 각본이 수위를 잘 조절했던 건가요. 확신이 서지 않지만 암튼 괜찮았어요.


 위에서 지나치게 느긋하다고 좀 비판적으로 말했던 액션 부분도 뭐 괜찮았습니다. 앞서 말 했듯이 이 영화의 '한국식 환타지' 컨셉이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적으로 잘 유지가 되는 느낌이라서 그런 느긋한 액션씬들도 그 일부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더군요. 톤 조절의 승리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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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널리 인간이 이로워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도술이었습니다. ㅋㅋㅋㅋ)



 - 배우들도 참 다 적절하게 잘 뽑아서 배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말 했듯이 강동원은 제 기대치에 비해 최소 150%는 해낸 느낌이었고. 김윤석은 딱 기대만큼이지만 원래 기대치가 높은 배우이니까. 뭣보다 '특별출연'이라고 박아 넣고 사실은 비중 적은 조연 정도로 출연한 백윤식이 참 잘 하더라구요. 그것도 따지고 보면 원래 백윤식의 이미지 중 가장 잘 먹히는 걸 그대로 재활용한 것 뿐이지만 이 정도로 적절하니 흠 잡을 것 없구요. 임수정은 캐릭터는 아쉽지만 정말 예쁘고 귀여웠고. 우에서 이미 말 했듯이 오직 웃김을 위한 가벼운 캐릭터들에 믿음직한 경력직 배우들을 와장창 배치해 놓은 것도 이 영화가 쌈마이한 느낌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게 한 비결이 되지 않았나. 그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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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 출연이라지만 이만큼 나오고 또 이만큼 잘 해줬음 보너스라도 챙겨드려야...)



 -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이란 생각이 드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수정의 캐릭터는 별로 재미가 없죠. 무척 예쁘고 귀엽긴 하지만 막판에 흑화되어 난동 부리는 장면 같은 건 살짝 낯간지러웠습니다. 좀 더 빌드업 같은 게 있었어야할 것 같은데 거기까지 건드릴 여유가 없었던 게 아닌가 싶구요.

 cg는 좀 아슬아슬했습니다. 다른 건 꽤 괜찮은데 그 디지털 배우로 표현된 요괴들이 크게, 길게 잡히는 장면들은 거의 다 배경과의 이질감이 선명하게 눈에 띄더군요. 다만 장면 연출들을 잘 해서 그냥 눈감아 주고 '찍긴 잘 찍었네'라고 넘어갈 수 있었구요.

 종종 캐릭터나 사건의 밸런스가 비틀어지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염정아는 너무 많이 나왔구요. 유해진과 김효진(!)이 엮이는 장면 같은 건 좀 쌩뚱맞은 느낌이었고. 청동검 득템이나 전우치가 '마음 비우기'에 성공하는 부분 같은 건 또 그냥 스리슬쩍 넘겨 버렸달까.


 그리고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영화보단 시리즈에 어울려 보여요. 화담도, 전우치도, 초랭이나 임수정 캐릭터도. 다들 각자의 이야기가 한참 더 붙어 있으면 훨씬 매력적이고 재밌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보는 내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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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전까지는 캐릭터가 알맹이는 없어도 귀엽고 괜찮았는데요. 흑화 모드가 되니 너무 화장품 화보 느낌이랄까... 허허 웃음이.)



 - 어쨌거나 재밌게 봤습니다.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 '설계의 문제점을 감독의 센스와 능력으로 극복한다' 였어요. 아무리 봐도 이건 썰렁해야할 상황인데 그냥 재밌네? 웃기네? 어쨌든 나쁘지 않게 넘겼네? 이런 생각 드는 장면이나 전개들이 많았거든요. 

 그리고 그동안 '한국형 뭐뭐뭐' 라는 간판을 달고 튀어 나온 작품들이 대부분 노골적 해외 작품들 카피였다는 걸 생각했을 때, 엄격하게 따져서 정말로 '한국형' 이라는 말을 붙여줄 수 있겠다 싶은 스타일을 꽤 준수한 퀄로, 시종일관 일관되게 펼쳤다는 것도 높이 사 줄 부분 같았구요.

 다만 보는 내내 '재밌긴 재밌는데 이게 맞나 싶네?'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는 게 살짝 마이너스 되겠습니다. ㅋㅋ 뭐가 그랬는지는 위에서 다 언급했으니 생략하구요.

 어쨌든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진 못해도 영화 속편 정도는 나와줬어야 할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확인해 보니 관객 수 600만을 넘긴 히트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속편은 나오지 못할 세월이 흘러 버려서 안타깝네요. 이걸 만들었다면 그거 만드느라 바쁘고 돈 많이 써서 '외계+인'을 못 만들었을 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ㅋㅋㅋ (농담입니다. 저는 그 영화를 안 봐서 비판할 입장도 아니구요.)

 잘 봤습니다. 갑자기 임수정 나온 작품들이 보고 싶어지네요. 이 배우를 정말 오랜만에 봤어요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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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작 메인 빌런님 짤을 깜빡했다는 걸 글 다 적고 깨달아서 긴급 추가합니다. ㅋㅋ 이 분도 참 아주 많이 잘 하셨어요.)




 + 다 보고 나서 가장 궁금한 것은요. [옆구리에 복사꽃이 핀다]는 예언이 실현되는 장면은 농담이었을까요 진지한 거였을까요. 전 그 장면에서 푸흡! 하고 웃어 버렸거든요. 여러분들은 안 웃기셨습니까(...)



 ++ 영화 속 영화로 나오는 일제 강점기 배경 영화가 훗날에 나올 '암살'의 프로토타잎이라는 얘기도 있군요. 우연일지 진짜일진 모르겠지만 재밌는 부분이었습니다.



 +++ 이걸 보고 나니 '외계+인'이 조금 보고 싶어졌습니다. 평가 되게 안 좋은 건 아는데요. 그냥 매우 궁금해졌어요. ㅋ



 ++++ 제가 이 시절 선우선씨 비주얼을 꽤 좋아했는데요. 나오시길래 와~ 하고 반가워했는데 역할이... 대사는 거의 없는 액션 여전사가 되셨네요. ㅋㅋㅋ 확인해보니 이 분이 확 뜬 게 이 영화 개봉이랑 같은 해였어요. 그래서 그럴만도 했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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