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정할 게 있습니다. 제가 5차 희망버스에 다녀오고 후기를 올렸었는데 중재안을 '1년 후 복직'이라고 썼거든요. 찾아보니 1년후 복직이 아니라 '1년 후 재고용'이더군요. 복직과 재고용의 차이는 어마어마 합니다. 일단 퇴사 후 다시 입사하는 것이기에 신입사원과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하죠. 기본급이 형편없이 낮아지고 더불어 연봉이나 혜택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이것도 재고용이나 해주면 다행인거고요...

1년 후 복직이라는 중재안으로 착각해서 희망버스에서 들었을 때도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재고용이라면 더더욱 이 중재안을 받아들여선 안됩니다. 말이 허울좋아 중재안이지, 이건 300일 가까이 농성한 김진숙 지도를, 그 아래 사수대에서 40일여일 단식농성한 신동지에게도 그리고 김진숙을 지키기 위해 크레인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지들에게도, 그리고 영도다리에서 매일 봉헌과 미사를 드리는 수많은 시위대에게도 인터넷에서 마음 속에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지지하는 수많은 동지들을 우롱한거로밖에 생각되지 않아요.

저는 희망버스에서 정투위가 이같은 중재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만, 당장 중재안이 나온 그 시점부터 이미 민주당에서는 중재안을 받아들이고 김진숙이 내려와서 축제를 벌이라는 둥을 시작으로 수많은 압박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쯤하면 되지 않았느냐, 조남호도 한 발 물러서지 않았느냐, 같은 말이겠죠. 설득이라고 그들은 표현하지만 그건 협박일 뿐입니다.

그리고 저따위 걸 중재안이라고 보고, 다행이다며 안도하는 착한 사람들도 있을 거고요.

그래서 이 싸움이 더 힘겨워질 겁니다. 목숨건, 생존투쟁을 하는 사람들에겐 이미 타협의 여지도 물러설 곳도 없는데,

평온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이쯤하면 되지 않았느냐, 서로서로 한 발 양보해야지 라고 착한 말을 하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 서로 일리있는 말을 한다고 중립적인 척 굴테니까요. 불행이도 이러한 중립은 대체로 이제까지 투쟁에 대해 온건하게 생각하는 쪽에서 하는 말이기에 더 뼈아픕니다. 사실 중립이라는 표현은 농성단에게는 폭력이고 협박과 다를 바 없습니다. 낭떠러지에 풀 한포기 잡고 매달린 사람에게 나뭇가지로 바꿔주자는 거니까요.

그래서 너무 두렵습니다. 이러한 기세를, 여론을, 반응을 외면하고 애초 요구했던 데로 '정리해고철회'를 요구하고 그때까지 싸워야하는데...외면하지 못할까봐요. 그래서 희망버스 기획단의 입장을 봤을 때 안도했어요. 저 또한 기획단과 같은 입장입니다.

많은 분들이 정투위와 85호 크레인에서 농성중인 노동자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래는 기획단 입장 퍼왔어요. 같이 읽어요.

 

 

한진중공업 교섭 재개에 대한 희망버스 기획단의 입장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더 넓고 강한 힘을 모을 때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공농성,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 그리고 희망버스로 상징되는 수많은 이들의 지지와 연대가 모였습니다. 청문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의 부당함이 알려지고 국회권고안이 제출되었습니다. 이 권고안이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결을 담지 않고 정리해고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으나, 도피와 변명으로 일관하던 조남호 회장이 국회권고안을 공개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는 문제해결에 한걸음 나아갔다고 생각합니다.

 

  금속노조는 ‘권고안을 바탕으로 미흡한 부분에 대해 해고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설 것’을 결정하였고, 그제(10일)는 조남호 회장과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이 직접 만나 ‘조속한 사태해결과 이를 위해 실무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뒤늦게나마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노사교섭이 재개되고,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만들어지고 있음에 많은 분들이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권고안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어떤 이들은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에게 권고안의 수용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피눈물 흘리며 지키고자 했던 것이 감춰지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 문제의 본질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리해고자 94명을 포함하여 수천명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쫓겨나 삶이 파괴된 것입니다. 대한민국 0.01%의 부당한 탐욕이 수십년 공장을 지켜온 노동자들의 삶을 무너뜨렸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한진중공업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기는커녕 지회선거 운운하고 권고안에 숨어 실무교섭을 해태하고 현재국면을 피해가려고만 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를 떨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우리가 호통쳐야 할 대상은 조남호 회장과 한진중공업 회사측입니다.

 

  실마리가 풀리려는 중요한 순간, 우리는 다시 마음을 모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들의 입장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뜻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희망버스 승객들은 이후에도 정리해고자들의 민주적 결정을 지지하고 함께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투위와 목숨을 걸고 투쟁 중인 85호크레인 농성자들에게 사태해결의 책임을 떠넘기고,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니, 이 정도 선에서 멈추라’고 압박하는 이들에게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정투위가 지켜오고자 했고, 희망버스 승객들이 염원하고 바라왔던 정리해고 철회의 요구 앞에 아직은 벽이 놓여있지만 우리는 그런 절망의 벽을 넘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중단 없이 나아갈 것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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