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봐도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제가 요즘 얼토당토 않게 컨셉 잡아서 달리고 있는 영화들과 관련된 얘깁니다.


'구미호'를 볼 때부터 대충 이런 식으로 쭉 한 번 훑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봤거든요.

그래서 위키피디아를 통해 연도별 한국 영화 개봉작 리스트를 보고, 거기에서 돈 많이 들인 장르물(주로 SF나 환타지 쪽으로. 이유는 그냥 제 취향!)들을 골라내고. 그 중에서 제가 이용하는 서비스들(왓챠, 디즈니, 티빙, 넷플릭스 아마존... 에다가 올레티비까지. 많기도 하죠;)에서 바로 볼 수 있는 것들을 추려내고. 그 와중에 또 '암튼 이건 보기 싫어!'라는 건 빼구요. 이런 과정을 거쳐서 훑었던 건데.


참고로 그래서 제가 작성한 제 맘대로 리스트는 대략 이렇습니다.



1996


귀천도 - 구독 플랫폼에 없음 아니네요, 다시 확인해보니 올레티비에 무료로 있습니다. ㅋㅋ

은행나무 침대(왓챠)


1997

?


1998


퇴마록 - 구독 플랫폼에 없음 역시 올레티비에 있습니다만. 유료입니다. 2400원이라니... 안 볼래요.


1999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 구독 플랫폼에 없음

쉬리 - 또 보기 싫음

유령 - 앗. 확인할 때 실수했네요. ㅋㅋ 티빙에 있습니다.

자귀모(올레티비)

텔미썸딩(올레티비)


2000


단적비연수(왓챠)

리베라 메 - 구독 플랫폼에 없음

싸이렌 - 구독 플랫폼에 없음

비천무 - 구독 플랫폼에 없음

평화의 시대(...) - 구독 플랫폼에 없어요. 사실 미치도록 보고 싶습니다.


2001 


2001 용가리 - 구독 플랫폼에 없음

무사 - 전 이 영화에 호감이 큰 사람인데, 그래도 굳이 또 보고 싶진 않았구요

광시곡 - 이것도 이미 봤고

천사몽(...) - 요것도 이미 봤습니다

화산고 (티빙)


2002


2009 로스트 메모리즈 (티빙)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 절대로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아 유 레디? - 사실 이건 너무나 보고 싶은데 서비스 되는 곳이 없구요

예스터데이 (티빙)


2003


내츄럴시티 (티빙/왓챠)

원더풀 데이즈 - 역시 다시 보고 싶지 않고

튜브 - 보고 싶은데 볼 곳이 없네요. 라고 적었지만 확인해보니 역시 올레티비에 있습니다! ㅋㅋ



...일단 여기까지 이런 사연으로 선정된 영화들을 봤구요.

어차피 리스트 만드는 김에 이후 영화들도 살펴봤는데



2004


썸(왓챠)

태극기 휘날리며 - 또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티빙)


2005

?


2006


중천(왓챠)

괴물 - 너무 많이 봐서 굳이 또... ㅋㅋ


2007 


디 워 - 구독 플랫폼에 없음. 사실은 보고 싶습니다(...)


2008

?


2009

싸이보그 그녀 - 국적이 좀 괴상한 영화죠. 암튼 구독 플랫폼에 없구요.

차우 - 근래에 봤네요.

전우치(왓챠/티빙/넷플릭스)


2010

?


2011

7광구(왓챠/티빙/넷플릭스)



...대략 이렇게 리스트를 만들다가 이걸 뭐 굳이 끝장을 볼 필요가 있겠나 싶어 멈췄습니다. ㅋㅋㅋ


결국 지금 '아라한 장풍 대작전' 까지 본 상태이고. 원래는 여기에서 멈출 계획이었는데 이후 영화들 리스트를 훑다 보니 '중천'이랑 '디워'가 보고 싶어지는데요. 모르겠습니다 이것들까지 찾아서 볼지 안 볼지는. 사실 이 두 영화는 안 보고 구글 검색으로 짤이나 몇 개 찾아서 들여다보며 본 척 하며 욕하는 사기를 쳐도 실제로 보고 글 적는 거랑 큰 차이도 안 나고 아무도 눈치 못 채실 것 같은 느낌(...)



근데 이렇게 훑어서 리스트를 만들다 보니 느껴지는 게. 이런 류의 영화들이 우수수 몰려 나오던 시기가 있고 또 드문드문해지면서 아예 공백이 생기는 연도도 있고 그렇더라구요. 물론 제가 이 목록을 만들며 대형 사극 작품들을 거의 싹 다 빼 버렸고, 또 그냥 순수 액션 영화도 많이 탈락시켜서 그런 면도 있습니다만. 확실히 SF와 환타지가 유행했던 시기, 그리고 씨가 마른 시기는 있더라구요. 보시다시피 대략 1999년부터 2003년까지가 리즈 시절이었고. 이후로는 기근입니다. 근데 한 해에 만들어진 한국 영화 편수로 따지면 저 시기에 오히려 영화들은 더 많이 만들어졌거든요. 그러니까 2003~2004 쯤엔 영화판에 돈을 대는 사람들이 드디어 '아, 대작 SF 환타지는 돈이 안 되는구나' 라고 깨달았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네요.



그리고 그 이후로 가끔 나온 대작 SF/환타지들은 아마도 그 당시에 잘 나가던 감독 네임밸류 덕에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구요. 장윤현, 봉준호, 강제규, 최동훈, 곽재용, 심형래(...) 뭐 이런 사람들이 딱 하나씩 만들어낸 걸 빼면 남는 게 '중천'이랑 '7광구' 밖에 없어요.


근데 그럴만도 한 것이, 2001년부터 2003년까지의 대작 라인업이 너무나 막강합니다.



용가리, 무사, 광시곡, 천사몽, 화산고,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아 유 레디? 예스터데이, 내츄럴시티, 원더풀 데이즈, 튜브.



무시무시한 위용 아닙니까? ㅋㅋㅋ 

나름 흥행도 했고 저도 나쁘지 않게 본 '화산고'와 '로스트 메모리즈'가 끼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게 흥행 망한 영화를 모아 놓은 게 아니라 그냥 그 3년간의 대작들을 늘어 놓은 건데요. 그냥 저 제목들만 쳐다 보고 있어도 어째서 충무로의 투자자들이 SF/환타지에 더 투자하지 않기로 결심했는지 그 심정 십분 이해가 갑니다. 



근데 어제 읽었던 글에서 김도훈씨가 말한 것처럼, 이렇게 이 시절 대표작(?)들을 쭉 보고 나니 뭔가 재밌어요. 영화들은 재미 없는데 그냥 그 시절의 이런 분위기가 재밌습니다. 저야 이렇게 한참 세월 흐른 후에 결과물들만 보고 있지만 당시의 충무로 분위기는 어땠을까요? 일확천금을 노리는 제작자와 투자자들. 그리고 이 믿을 수 없는 충무로 리즈 시절을 틈 타 자신의 로망을 실현해 보려는 야심과 열정에 불타는 작가와 감독, 제작 스탭들.


 이런 류의 작품들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류의 작품을 만들어낼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맨땅에 헤딩과 삽질을 하며 악전고투를 하는 풍경들 같은 걸 상상해 보면 언젠가 딱 이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게 나오면 되게 재밌게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ㅋㅋ 잘 만들면 심지어 엄청 감동적일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서 결론... 같은 건 당연히 없구요.

요즘 영화 소감 글에 거의 매크로 수준으로 복붙하던 말, "어쨌든 이 시절 덕택에 지금 한국 영화계와 우리가..." 로 마무리합니다. ㅋㅋ


그리고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 거지만 정말로 '7광구'까지 쭉 달릴 생각은 없습니다.

이미 봐 버린 '아라한 장풍 대작전' 얘기까지만 하고 이 시리즈는 좀 쉬려구요. 이렇게 달리는 것 자체는 의외로 재밌었는데, 그래도 이제는 재밌게 잘 만든 영화들을 좀 보고 싶습...




 + '내츄럴 시티'가 이번에 왓챠에 업데이트 됐더라구요.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틀어보셔도... ㅋㅋ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없어서 전 티빙으로 봤는데 뭐 잠깐 틀어보니 화질이나 그런 건 고만고만한 것 같습니다. 별 차이 없으니 본인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틀어 보심 될 듯.



 ++ 그리고 제가 지난 1주일간 본 영화들 크레딧에 정말 거의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린 사람이 한 분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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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에서 필모그래피를 검색하면 무려 305편이 나오는 이 분!!!

 '데몰리션'의 대표, 특수효과 전문가 정도안씨입니다. ㅋㅋㅋ

 1985년 '우뢰매5'로 시작하셔서 지금 상영 중인 '스위치'까지. 49년간 일하면서 305편을 작업하셨으니 이건 뭐... 

 언젠가 넷플릭스 다큐 같은 걸로 이 분의 작업 인생 같은 거 당시 영화들과 엮어서 보여주면 되게 재밌게 볼 것 같은데. 제발 누가 만들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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