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이젠 제법 유명해진 일본식 카레집 '아비꼬'. 원래는 라멘집 '산쵸메'의 분점이었습니다. 산쵸메는 지금 김용만씨의 프랜차이즈 국수집이 있는 거리(질러존 옆)에 있던 라멘집이었고, 가게를 확장하면서 오마오 옆의 지금 자리로 옮겼죠. 그리고 카레만 전문으로 하는 산쵸메 카레를 현재의 위치에 오픈했는데 이것이 아비꼬로 상호를 바꾸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에 산재한 일본식 카레집 중에서는 현재 챔피언 방어전을 치르고 있는 중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다른 쟁쟁한 실력을 지닌 집들도 많고, 정통 인도식 커리까지 가면 거의 냉면 수준으로 좀 방대해지긴 합니다만 이건 다음에 다뤄 보겠습니다.)





마감 주문을 10시에 받는다고 써 있지만, 실제로는 9시 30분쯤 느지막한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재료가 다 떨어져서 돌아온 적이 두어 번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9시 정도가 안정권이 아닐까 싶네요.





가게 밖에서 줄지어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을 나누어 주고 주문을 미리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 곳을 자주 들러 보며 여러 단계로 시험해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매운 것보다는 적당히 0단계나 1단계 정도로 약간 매운맛을 즐기는 정도가 낫겠다 싶습니다.




가게 내부. 다찌(바 타입의 좌석)도 있고, 테이블도 있습니다.




다찌의 좌석 수가 다섯이기 때문에, 혼자 갈 경우에는 남들보다 빨리 주문할 수 있죠. 다들 쌍쌍이 혹은 그 이상으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써놓고보니 좀 서글픈 이야기네.)




벽면 한 쪽에는 마치 카페마냥 근현대의 일본 문화의 분위기를 보여 주는 장식들로 가득합니다.





일본 가게인데 뭔가 한국풍 ....?




여튼 이런 소품들도 몇 가지 보이고...




여러 유명 연예인들이 왔다 갔다는 인증. 싸인.
서울 와서 제일 신기한 게 사실 저런 거였는데 요즘은 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무덤덤합니다.
(문득 가수 이소라가 경남대에 떴을 때 인파 2만 명 몰렸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대충 번역해 보면 장인정신으로 만듭니다, 뭐 그런 뜻. '잇쇼겐메이'는 장인정신보다 약간 뉘앙스가 더 독한 감은 있습니다만.








아비꼬의 특장점. 리필 가능. 바로 이 점이, 제 마음 속에서 매기는 가격대 성능비에서 코코이찌방야나 카리카리와의 차별화 요소입니다. (실제로 리필했던 적은 거의 없었지만...)




괜시리 찍어 본 식기세척기(....)




주문을 하면, 이런 그릇에다 카레를 꺼내 조리합니다. 이 단계에서 매운맛이 결정되는데, 아마 캡사이신 성분이나 다른 매운 재료가 들어 있는 소스를 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카레 리필을 할 경우에는 매운맛이 섞이지 않은 0단계(베이비)의 카레 소스만이 제공되더군요.




파로 맛내기를 한 시원한 맛의 국물이 제공됩니다. 미소(일본 백된장)를 풀어 만든 미소시루가 나오는 집이 있고, 이처럼 국물을 내 주는 집이 있는데 이 곳은 후자.




김치 맛은 평균적인 일본계 식당의 맛. - 경기도 내지 충청도 풍으로 담궈서 잘게 썰어 낸... 홍대의 여느 일본식 스타일 식당이 그렇듯 김치는 잘게 썰어 제공됩니다.
(*이런 걸 보면 일본인들이 김치를 자신들의 식문화에 어떻게 포섭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오싱코나 좀 더 넓은 의미의 즈케모노처럼 한국풍을 띤 절임류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집은 젓가락이 없기 때문에 포크로 찍어 먹기도 약간 난감하긴 하네요.





아비꼬의 카레 시스템은 위쪽의 메뉴 사진에서 보듯, 몇 단계의 조합을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1)우선 메뉴의 종류 - 카레라이스/하이라이스/카레우동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정하고,
2)카레/하이라이스의 베이스 타입을 고른 후,
3)최종적으로 무슨 토핑을 올려 먹을 것인지 정하는 방식.

이 사진은 카레라이스/1단계/알새우 타입/날계란 토핑의 조합입니다.




아비꼬에서 토핑으로 날계란은 매우 현명한 선택 중 하나입니다. 대파와 함께 일단 추가 요금이 들지 않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날계란 노른자를 풀어서 일부만 섞는 방식으로 부드러움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베이비나 1단계 정도가 좋겠습니다.




알새우 타입에 날계란과 대파를 동시에 올린 케이스.




날계란의 부드러움과 잘게 썬 대파에서 우러나오는 향, 그리고 알새우가 탱글탱글 씹히는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베이비보다는 1~2단계가 더 좋겠죠.





비프 타입/1단계/날계란 토핑.




카레에 날계란을 풀어서, 반절만 섞습니다.




이제는 밥 리필을 해 봅시다.



한국식으로 뒤섞지 않고, 일본 애들 하는 것마냥 그냥 소스 끼얹어 먹으면 이런 식으로 카레가 반절 정도 남습니다. 나머지 반절에 밥을 리필해 먹어도 괜찮겠지만, 저한테는 양이 미묘하게 많은 듯. 성인 남성 기준으로야 뭐 못 먹을 정도는 아닙니다마는....
(사실 여기서 아비꼬의 강점이 나옵니다. 정말 극단적으로는 5천원짜리 플레인 카레에 날계란만 하나 올린 뒤, 빈 속에 밥만 두 번 리필해 먹고 하루종일 버틸 수도 있거든요. 쿨럭. 5천원짜리 된장찌개 백반의 공기밥보다는 훨씬 양이 많죠.)




아비꼬의 두 번째 메뉴인 '하이라이스' 입니다. 괜찮군요.




하이라이스는 원래 해시라이스인데 사실 그 정확한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확실한 건 19세기말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것이고, 토마토 소스 혹은 데미그라스 소스 등을 사용해서 여러 갈래로 나뉜다는 거죠.
인도의 커리가 일본 가서 '카레'가 되었듯, 이와 비슷한 형식으로 밥에 끼얹어 먹지만 그 내용물은 상당히 다른 셈입니다. 커리는 향신료(우리나라로 치면 경동시장 약재상..) 계열이고, 하이라이스는 육류와 곁들이는 소스니까요. 애초부터 식물군과 동물군으로 나뉘는 셈.





세 번째 매뉴인 '카레 우동'. 생김새가 애법 우동 같습니다.




고명뿐만 아니라, 카레라이스보다는 약간 더 소스를 묽게 해서, 원래 국물 있는 음식인 우동을 실제로 먹는 듯한 그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그러나 소스의 점도는 낮음에도 불구하고 맛이 연하다든가 하지는 않습니다. 매운맛의 강도도 주문한 대로 지켜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도 밥을 추가해 보면 어떨까 했지만 실제로 해 보진 않았습니다. 대개의 경우 과식을 피하는 편인지라...)






면의 탄력도 적당히 무난한 편. 요즘은 정통 일본식의 딱딱한 우동도 홍대에서 제법 보이지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고...




당연한 얘기지만 카레우동 또한 타입 변경이 가능합니다. 뭔가 심심하다 싶으시면 포크나 알새우 타입으로.




어느 메뉴에나 기본적으로 얹혀져 있는 구운 마늘. 풍미가 좋습니다. 구웠으니 덜 맵고, 속도 안 아프고.




알새우에 같이 얹어 먹는 것도 별미지요.





치킨 타입/1단계/날계란+대파에다가 왕새우 2개를 얹은 호화로운 토핑입니다. (= 즉 이 날은 작정하고 하루 날 잡아서 사치를 누려 본 날... 자취생의 쪼잔한 사정.)
사실 이 집 토핑으로 제일 각광받는 건 고로케입니다만 그거 사진은 없네요; 담에 찍어서 보충해야겠습니다.




중하 두 마리를 통째로 튀겨 낸 화려한 토핑에 치킨타입의 풀어진 살코기를 데코레이션. 너무 푸짐하다 보니 날계란이 저 뒤로 밀려나버린 현장이군요(.....)




구운 마늘의 풍미도 빠질 수 없죠.





- 정리해놓고 보니 사진들이 에북 되는군요.
하긴 주머니 달랑거릴 때 뭔가 본전뽑고 싶을 때도 갔고, 누구 만날 일 있을 때도 데리고 가고 했으니(....)


다음회 예고 : 일본인이 운영하는 카레집 - 이대 카리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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