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를 보고선 다시 보다 말았던 뉴스타파의 더초이스 2022가 생각이 나더군요. 저는 대체로 정치에는 방관하는 쪽에 가깝긴 한데 뉴스타파의 영상물은 꽤나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더군요. 양쪽 진형에서 보기에 균형이 얼마나 잘 맞춰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만들었어요. 그 자체로 재미있는 물건이었습니다.


이재명은 출신부터 밑바닥이었던 인물, 윤석열은 엘리트 가정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던 인물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재명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편법적인 일도 동원하며 치고 빠지는 전술을 구사하는 인물이고 윤석열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법의 이름으로 힘을 휘두르는 인물이에요. 둘의 심리적 공통점은 강력한 공격성입니다. 이것은 양쪽에서 추진력과 독단으로 나타났어요. 이런 모습은 그들에게 위기와 명성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습니다.

 

다큐에 따르면 윤은 오이디푸스적 역동과 자기애적 성격구조를 가진 인물이에요. 성장기 윤의 마음에는 아버지가 큰 중심에 있었어요. 그는 아버지의 말을 받아 적어 책상에 붙여 둘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큰 아이였어요. 이 일화로 나타나는 아버지는 존경의 대상이지만 존경의 대상이란 역설적으로 늘 자신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경쟁의 대상이죠. 오이디푸스기의 극복은 이런 양가적 감정을 적응적으로 통합하는 것이고요. 한편 그의 어머니는 완벽하게 집안을 정리하는 통제적인 사람이었다고 해요. 통제적인 어머니는 역시 아동에게 안정감과 동시에 부담감과 자괴감을 안겨주는 존재일 수 있어요.

 

윤은 존재감 큰 아버지와 통제하는 어머니에게 자랐어요. 이런 사실은 윤이 가지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열등감, 그에게 할당된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갖도록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부담감의 크기만큼의 공격성이 누적되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뉴스타파의 다큐에서 나타난 윤의 생애에 걸친 테마는 아버지의 존재감과 그것에 대한 대립과 극복으로 보였습니다.

 

친구들보다 덩치가 월등히 컸던 그가 골목대장 역할을 했다는 어린 시절의 일화는 아버지의 존재감을 대체하고 극복하려는 어린 윤의 심리적 역동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그는 또래관계에서 위압적인 아버지라는 존재의 위치에 자신을 위치시시켰어요. 취약한 자신을 친구들에게 투사하고요. 그러고는 골목대장으로서 친구에게 투사된 자신을 지배하는 위치에 자리했어요. 아버지의 그늘에 부담을 느낀 소년이 이런 방식으로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과 경쟁의식을 해결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오이디푸스적 갈등의 영향은 어린시절의 꿈에서도 엿보이죠. 소년은 학창시절에는 목사가, 대학에 입학해서는 학자가 되고 싶었다고 해요. 둘 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또 그것을 암묵적으로 요구받은 아이가 원가족의 요구를 크게 거스르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무난한 직업이었을 것 같아요.

 

오이디푸스적 갈등은 특히 청년기 초반에 정점에 다다랐던 것 같더라구요. 당연한 듯 좋은 대학의 좋은 학과에 입학한 엘리트 청년은 정작 구체적인 미래를 그려야 하는 결정적인 시기에 9년의 방황을 겪습니다. 이 기간은 원가족의 요구에 대한 저항의 시기이자 공부 잘하던 엘리트 청년의 자아가 본격적으로 자라난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이런 관점에서 마침내 그가 검사가 된 것은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는 부모의 요구에 굴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고요. 그래서 그런지 이후 오이디푸스적 대상과의 갈등은 상급자와 자신의 수사대상인 권력자로 이어지는 모습이고요.

 

엄숙하고 흔들림 없는 카리스마 검사라는 윤 자신의 이미지에 극적으로 대비되는, 자유분방한 행적과 화려한 외모를 가진 그의 부인은 어떻게 보면 오이디푸스 역동에 갖힌 윤 자신의 자유에 대한 소망을 반영하는 페르소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9년의 방황을 끝낸 청년은 자신의 뜻과 맞지 않으면 상급자와도 강하게 부딪히고 목표물을 정하면 거세게 몰아 붙이는 '표범'이 되었어요. 자신을 '표범'으로 묘사하는 윤의 진술은 그의 내면에 있는 공격성의 수준을 자신의 입을 통해 드러내는 상징 같았습니다. 이 발언에서 타인에 대한 지배 욕구, 오이디푸스적 역동을 반영하는 상급자와 권력에 대한 적개심이 함께 묻어났던 것 같아요. 


공권력 최정점의 끝자락 어디엔가로 볼 수 있는 검사의 자리에 선 청년이 자신의 공격성과 지배욕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던 것 같죠. 그는 곧잘 상사와의 마찰을 빚고, 주로 권력을 겨냥한 수사를 했어요. 특히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볼 수 있었던 조국에 대한 수사와 추미애 장관과의 직접적인 대립은 그의 오이디푸스적 역동과 공격성이 잘 나타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의 성장기 일화들이나 과감히 권력을 응징하는 그의 모습은 표면적으로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청렴하고 대쪽같은 전통적 사대부 서사를 떠오르게 합니다. 조직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모습은 윤에게 있어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이구요. 이게 그의 캐릭터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인생의 캐치프레이즈는 대단히 청렴하고 강직한 공직자의 의지를 드러내는 매력적인 면모이죠. 그러나 동시에 법과 나 사이의 다른 인간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미해결된 오이디푸스 역동의 공격성이 반영된 자기애적 성격 구조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자신의 과거 수사를 두고 '법대로 했다'는 그의 자신 있는 주장은 역시 법이라는 무적의 칼날 위에 마음껏 올라탔다는 이야기일 수 있고요윤에게 제기되는 비판들도 주로 체계를 무시하고 독단적인 권위를 내세운 그 자신의 개인적인 힘의 행사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더라구요

 

오이디푸스적 역동은 윤을 힘을 추종하는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미신에 자신의 미래를 확인받고자 할 정도로요. 그는 자신에게 충분한 힘이 없을 때는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자리를 차지한 권력자를 대상으로 날을 세웠고, 그 행위를 통해 힘의 계단을 차곡차곡 올랐습니다서슴없이 칼을 휘두르는 그의 카리스마는 그를 검찰총장이라는당시 그가 달성 가능했던 정점의 자리로 이끌었습니다그 자리에 올라서자마자 그는 조직을 자신의 것으로 바꾸는 카리스마를 보였어요카리스마의 이면에는 독단적 힘의 행사가 있는 것이구요자신이 몸담은 검찰이라는 조직에 대한 견제 역시 결코 용납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소년은 아버지의 말씀을 굳게 새기고 결벽증적인 어머니의 보호를 받으며 골목대장을 자처했고 목사와 교수가 되고 싶었어요. 그는 오랜 방황끝에 검사가 되어 권력을 향해 법의 칼날을 서슴없이 휘둘러 힘의 계단을 올랐습니다. 그러고는 조직 안에서 사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자신의 힘을 확인하며 아버지를 극복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자신의 조직이나 상급자와도 끊임없이 부딪혔죠. 마침내 그는 힘의 추구의 최종 도착점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었어요. 소년은 오이디푸스 관계에 머물며 자신이 아버지의 자리에 들어섰음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머무르고 싶어하는 동안에는 그 관계 역동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거에요.   

 

그래서 앞으로도 윤은 자신의 조직이나 조직 내부의 인물들과도 비슷한 구도를 만들 가능성이 있어 보이죠. 국민의힘은 어쩌면 정치적 기반이 없는 허울 좋은 꼭두각시로 그를 선택했을지 모르지만 그는 그런 자신의 정당 조차도 어쩌지 못하는 돌출 행동을 충분히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정당적 기반이 약한 그는 이미 자신이 속한 당의 인물들을 서슴없이 수사했던 이력이 있잖아요. 선거 과정에서도 당과 끊임없이 충돌하기도 했구요. 이것이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발현할 수 있는 윤의 변수일 것 같아요. 우리 모두의 변수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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