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3분. 스포일러... 를 신경 써야 할까요? ㅋㅋ 대충 막 적겠지만 결말을 너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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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용도 잘 반영하면서 호기심도 끄는 잘 만든 포스터였어요.)



 -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지만 도입부는 대충 이래요. 실제 리얼리티 쇼의 오프닝처럼 시작합니다. 그 쇼는 당연히 '트루먼 쇼'구요. 그러니 뭐 충격적인 반전 이런 건 전혀 신경 안 쓰고 할 얘기 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암튼 그래서 우리의 트루먼 버뱅크씨는 씨헤이븐이라는 섬에 살고 있는 30대 남성입니다. 아리따운 로라 린니 닮은 와이프도 있구요. 보험 회사에 다니며 대략 평범하게, 특별할 건 없지만 뭐 인생에 큰 위기나 불행 없이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살아요. 아, 딱 하나가 있긴 하군요. 어렸을 때 아빠랑 조각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폭풍이 오니 그만 돌아가자는 아빠에게 좀 더 가 보자고 고집 부렸다가 아빠를 잃었습니다. 이때의 트라우마로 물을 무서워하게 되었고 그래서 더더욱 이 섬에서만 살아왔죠.


 ...근데 어쨌든 이게 다 쇼잖아요. 이 섬 자체가 초 수퍼 거대한 방송 세트이고 심지어 해도 달도 별도 비도 바람도 모두 다 셋트입니다. 돔으로 덮여 있거든요. ㅋㅋㅋ 그리고 당연히 이 안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다 배우들이죠. 이런 상황에서 평생을 산 젊은이가 어느 날 자신의 삶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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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정다운 이웃 트루먼씨. 근데 사실 이 사람 너무 착해서, 대체 시청자들은 30년 동안 이 사람 인생을 무슨 재미로 구경했을까 싶었습니다. ㅋㅋ)



 - 아예 안 봤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 영화의 극장 개봉 때 전 군대에 있었고. 나아중에는 케이블 같은 데서 조각조각 봐 버려서 풀 버전을 보겠다는 의욕이 안 생겼죠. 뭣보다 그 시절에 화제였던 결말 장면에 대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쓸 데 없이 자세히 들어 버렸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는데... 그래도 이쯤 되는 영화(?)면 언젠가 함 봐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을 오래오래 하며 살다가 어제 드디어 봤습니다. 보고 나서의 소감은... 극장에선 어차피 못 볼 거였어도 전역 후에 비디오로라도 볼 걸 그랬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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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그 장면. ㅋㅋㅋㅋㅋ 근데 다시 보니 이 장면 참 환상적이면서도 아름답고 그렇습니다.)



 - 이미 했던 말이지만, 처음부터 트루먼의 상황을 다 알려주며 시작합니다. 근데 이게 좀 영리해요. 그러니까 트루먼이 본인은 모르는 채로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는 건 처음부터 제시가 되지만 디테일이 없거든요.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황당한 쇼가 시작된 건지. 트루먼은 대체 어쩌다가 무슨 이유로 주인공이 된 건지. 어떻게 현실에서 이런 쇼가 가능한 건지. 그리고 이 섬 '전체가 세트'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이 거대한 '트루먼 속이기'는 어떤 원리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등 말이죠.

 그래서 처음부터 스포일러를 밝히고 시작하는 듯한 스타트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영화에는 계속해서 신선하게 웃기고 재밌고 경악스러운 설정들이 추가되구요. 그래서 내내 흥미롭고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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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접 광고! 인데... 뭔가 되게 기발한 물건인 척 하지만 사실 해괴하고 쓸 데 없는 물건을 홍보하는 것도 나름 리얼한 디테일인 걸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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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세상에 뭐하는 여행사가 저런 사진을 붙여 놓고 영업을 합니까. ㅋㅋㅋ 이런 디테일들이 꽤 많이 나와서 재밌었구요.)



 -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당연히 짐 캐리죠. 무섭도록 잘 나가다가 '배트맨 포에버'나 '케이블 가이' 같은 영화로 좀 크게 삑사리도 내고. 그래도 여전히 '라이어, 라이어' 로 건재함을 과시하다가... 이 영화로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냥 슬랩스틱 몸개그 전문이 아니라 진지한 드라마 연기도 되게 잘 하는 배우라는 거요. 덕택에 나중에 '맨 온 더 문'도 찍고 '이터널 선샤인'도 찍고... 암튼 뭐 정말 잘 해요. 여기에서도 역시 본인이 잘 하는 슬랩스틱 연기를 자주 보여주지만 톤 조절이 절묘해서 진지한 영화의 분위기와 위화감이 전혀 없더라구요. 클라이막스의 항해 장면과 시청자들 모두를 향한 마지막 인사 장면에선 울컥하기까지 했네요. ㅋㅋㅋ


 그 외의 배우들도 비중 있는 분들은 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데. 연기도 연기지만 캐릭터들을 잘 잡은 것 같았어요. 나름 트루먼에게 애정 비슷한 걸 갖고 있지만 그게 굉장히 비뚤어져 있는 에드 해리스의 연출자라든가. 그냥 프로페셔널(...)로서 열심히 일을 할 뿐 트루먼에게 애정 같은 건 전혀 없는 로라 린니의 와이프 캐릭터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서 재밌었습니다. 분명 빌런에 가까운 역할인데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단 말이죠. ㅋㅋ 그리고 그 베스트 프렌드요. 처음엔 로라 린니보다 훨씬 철저하게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결국 나쁜 놈... 이라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폭주하는 트루먼을 달래는 장면에서 살짝 감정을 드러내는 게 참 절묘했네요. 그러고 나서도 결국 계속해서 열심히 일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구요. ㅋㅋㅋ 암튼 캐릭터들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모두 현실적인 디테일 같은 게 슬쩍 들어가 있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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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에 최종 빌런인 건 맞지만 가만 보면 그렇게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었고.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다 이렇습니다. 훌륭한 각본!)



 - 또 이야기가 상당히 다층적입니다.

 일단 '1984'스런 감시 사회에 대한 우화로도 볼 수 있겠고. 결국엔 재미를 위한 몰카 놀이를 거대하게 벌이는 것이니 그쪽 얘기로 흘러가서 윤리적 이슈에 대한 이야길 할 수도 있겠고. 갈수록 자극적으로 달려가던 당시 티비 미디어의 문제를 폭로하는 이야기도 되겠구요. 남들이 시키는대로 따르면서 안락하게 살 것이냐,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니 의지대로 살아 볼 것이냐... 라는 전통적인 자유 의지 떡밥 이야기도 되겠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실 이 세상은 나만 빼고 모두...!!!" 라는 매우 중2병스런 음모론, 환타지를 참으로 재미나고 스케일 크게 살려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ㅋㅋㅋㅋ 이 영화가 나온 바로 다음 해에 '매트릭스'가 나왔다는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재밌는 우연이네요.


 그리고 이 모든 떡밥들을 모두 가볍지 않게, 나름 논의 해볼만하게 건드리면서도 웃길 건 다 웃기고 이입할 건 다 이입하게 하면서 마지막엔 꽤 인상적이면서 감동적인 엔딩까지 안겨줘요. 이 정도면 각본가님이 보통 분이 아니시겠구나!!! 하고 확인해 보니... 어라. 앤드류 니콜? 어라... 이 분 사실은 이렇게 훌륭한 분이셨군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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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루먼이 사실 이 세상의 중심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장면. 이 부분은 진짜로 '매트릭스' 같습니다. 키아누 목소리로 'Stop.'이라고 말해줘야 할 것 같은. ㅋㅋ)



 - 암튼 그래서 참 재밌게 잘 봤습니다.

 로라 린니의 악역에 가까운 연기를 보는 것도 재밌었고. (사실 몇몇 장면은 꽤 섬뜩합니다. ㄷㄷ) 짐 캐리가 참으로 젊고 쌩쌩한 얼굴로 펼치는 착한 사람 연기도 아주 좋았구요.

 또 SF에 가까운 설정 하나를 던져 놓고 거기에서 그냥 웃기는 쪽이든, 기발한 쪽이든, 의미 심장한 쪽이든 간에 참 다방면으로 알차게 상황과 아이디어를 뽑아낸 각본도 아주 좋았어요. 

 그리고 뭣보다 일단 웃기고, 동시에 감동적입니다. 그럼 됐죠 뭐. 뭘 더 바라겠습니까. ㅋㅋ 아마 아직 안 본 분은 없으시겠지만 봤어도 아주 오래된 분이라면 다시 한 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지금 봐도 모자라거나 아쉬운 구석 없이 참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잘 봤어요.




 + 중간중간에 이 쇼를 시청하는 사람들의 리액션 장면이 짧게 들어가는데. 함께 사는 할머니 두 분이 계속 나오거든요. 근데 지금 보니 이 분들 빼박 커플로 보여요. 당시엔 아예 그런 생각을 안 했었는데 아마도 그동안 제 세상 인식이 달라져서겠죠.img.gif

 (여기에서 할머니 두 분이요.)




 ++ 애초에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로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그 와중에도 로라 린니의 아내 역할 배우 캐릭터는 결혼까지 해서 함께 사니 섹스라든가(...) 이런 건 대체 어쩌란 말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극중엔 안 나오는 설정이 다 있었네요. 한 번 할 때마다 1만 달러씩 수당을 받는 조건이었다고... 뭐 여전히 말은 안 됩니다만. 어쨌든 신경은 써 놨다는 거.



 +++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국 말은 안 돼요. ㅋㅋㅋㅋㅋ 뭐 현실 세상의 법도 문제는 무시한다고 치더라도. 영화 속에서도 결국 스탭들의 실수 때문에 트루먼이 진실을 눈치 채게 되는데요. 진짜로 이런 짓을 벌였다면 아마 훠얼씬 일찍 들통이 났겠죠. 그래뵈도 트루먼은 남들과 똑같이 정규 교육 다 받고 티비도 맘대로 보며 자란 어른 아닙니까.



 ++++ 이쯤에서 한 번 리메이크 할만한 이야기인데? 라는 생각을 보는 내내 했습니다. 대부분의 설정을 재활용해서 시작해도 결국 2020년대의 세상 분위기에 맞게 전혀 다른 이야기로 끝나겠죠. 그것도 나름 재밌을 것 같고 또 원작과는 아예 다른 메시지를 담게 될 것 같아서요.



 +++++ 대체 에드 해리스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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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에 이미 이 얼굴이셨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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