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2시간 1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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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는 직역하면 대략 '그을린'쯤 되는 모양입니다만. 영화 내용 생각하면 번역제도 나쁘진 않아요. 폼은 덜 나지만요.)



 - 캐나다입니다. 레바논계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몬이 엄마의 갑작스런 죽음 때문에 엄마와 오랫 동안 일했던 공증인 아저씨를 만나요. 죽기 전에 유언을 남겼다네요. 엄마가 생전에 자녀들과의 관계가 무난한 편은 아니었는지 분위기가 좀 애매한데요. 엄마의 유언이 더 황당합니다. 편지 두 개를 준비했으니 하나는 니들 아빠에게, 다른 하나는 니들 형/오빠에게 전해주고 그 후에야 자신을 매장하고 묘비도 세우라네요. 그 전엔 절대 안 됨!! 근데... 얘들 아빠는 전쟁 때 죽었고 얘들한텐 형/오빠가 없거든요. 적어도 그렇게 알고 살아 왔죠. 그래서 이게 무슨 개소리요! 라고 반응하는 남매지만 '공증인에게 약속이란 신성한 거란다!'는 아저씨의 완강한 태도와 약간의 힌트, 그리고 그나마 엄마를 이해해 보려는 마음이 컸던 잔느의 결단으로 남매는 이 괴상한 미션을 수행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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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이게 뭐꼬? 라는 아들놈 표정이 맘에 듭니다. ㅋㅋㅋ 근데 얘들은 좀 훼이크 주인공이고...)



 - 드니 빌뇌브... 는 제겐 좀 애매한 사람입니다. 라고 적으면 너무 부정적인 어감인데요. 그냥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요. 능력자라는 건 알겠는데 뭔가 그렇게 종합적으로 잘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장단점이 명확하달까요. 비주얼 구현 면으로 꽤 강점이 있고 그럴싸한 분위기도 잘 자아내고 다 좋은데 뭔가... 매번 되게 극단적인 드라마를 펼치는 것 같은데도 정작 그 드라마나 인물들 심정에 별로 이입이 안 되더라는 기분을 매번 느껴서요. 심리 묘사에 재능이 없는 분일 수도 있고, 그냥 이 분 스타일이 제 취향과 어긋나는 걸 수도 있겠고 둘 중 정답이 뭔진 모르겠지만 암튼 그러합니다. 제겐 애매해요. 그리고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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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주인공은 이 분. 시작 시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인 엄마의 우여곡절 파란만장 일대기입니다.)



 - 시작은 되게 좋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진행되는 남매의 탐문 과정을 엄마 시점에서 진행되는 과거 회상 장면과 교차해가며 보여주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구성이 괜찮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남매가 엄마에 얽힌 어떤 사실을 알게 되면 그게 바로 플래시백으로 넘어가며 구체적으로 보여지는 식으로 얽혀 있는데 아주 술술 넘어가면서 이야기에 몰입을 시켜줘요.

 

 그리고 '시카리오'나 여타의 다른 영화들에서 뽐냈던 솜씨를 여기에서도 볼 수 있었네요. 남다른 비주얼 감각으로 빚어내는 압도적인 분위기요. 레바논에서 벌어졌던 (레바논이란 이름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진 않지만 벌어지는 상황이...) 끔찍한 내전을 무심한 듯 시크한 태도로 정말 끔찍하게 보여주는데 그게 정말 아주 팍팍 와닿습니다. 특히 그 버스 장면의 기승전결은... ㅠㅜ


 중반에서 벌어지는 첫 번째 반전 비슷한 전개도 효과적이었어요. 오빠 캐릭터를 일부러 방관자 비슷하게 배치했다가 이때 밝혀진 사실 하나 때문에 적극적으로 탐문 여정에 동참하게 만드는데, 아 이러려고 일부러 처음엔 오빠가 튕기게 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 잘 쓴 각본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원작이 되는 연극 작품이 따로 있다죠.) 또 그 진상 자체도 참 착잡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구요.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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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영화에서 가장 압도적인 느낌을 자랑하는 장면일 듯한 버스 장면. 이런 거 참 살 떨리게 잘 연출합니다.)



 - 그 최종 진상 있잖습니까.

 그게 제게는 영 깼습니다. ㅋㅋㅋ 뭐랄까... 그러니까 그 유명한 신화 이야기가 모티브였다는 건 알겠는데. 과연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쨌거나 이게 현실의 역사와 실제 사건들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고발극 같은 이야기인데 거기에 굳이... 흠.

 제가 본 게 원작 연극이었다면 좀 다르게, 그러니까 대략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연극을 볼 때와 이런 영화를 볼 때 관객 입장에서 이야기를 느끼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좀 달라지는 면이 있잖아요. 근데 되게 사실주의적인 걸로 분위기를 잡는 이야기에 그 반전이 뙇! 하고 들어가니까 순간 뭔가 벙 찌는 느낌이 들며... 하하;


 동시에 마무리도 그렇게 와닿지 않았어요. 그래서 남매는 뭐가 어떻게 된 거죠. 엄마에 대한 감정이 확 달라졌을 거란 건 알겠는데 그거 말고 '남은 자'과의 관계 말이죠. 엄마는 참으로 거룩하게도 이러저러한 결단을 내린 듯 하긴 한데 그것도 거룩게 뭘 결정했다기 보단 그냥 상황이 그리 되어 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던 것 같고. 또 그 남은 녀석도 과연 이후로 뭘 어찌하며 살았을지...; 뭔가 머릿 속이 복잡하게 엉키면서 결국 아무 감흥 없이 엔딩을 봐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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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절한 예시 짤은 찾지 못했지만 레바논의 자연 풍광을 마치 외계 행성 같은 분위기(...)로 잡아내는 걸 보며 '이래서 듄 감독이 됐구나' 했습니다.)



 - 그래서 제게는 결국 언제나의 드니 빌뇌브 영화로 남았습니다.

 비주얼은 탁월하고 분위기도 쩔고 이야기도 참 흥미롭고... 다 좋은데 그런 것치곤 괴상할 정도로 몰입이 안 되어서 마지막에 별 감흥이 없는.

 뭔가 한 끗만 더 나아가면 저도 참 좋아하는 감독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본 작품들로는 잘 모르겠네요. 과연 제가 이 분을 편애하게 될 날이 올까요. 참고로 지금까지 본 이 분 영화들 중에 마지막에 감동 같은 게 있었던 유일한 작품이 많이들 욕하던 '블레이드 런너' 속편입니다. ㅋㅋㅋ 라이언 고슬링 캐릭터의 마지막 장면에서 울컥했거든요. 원작 팬심에다가 그 장면에 절묘하게 쓰인 음악 빨이 없었다곤 못하겠지만 뭐 암튼...

 차라리 그냥 별 진지한 드라마 없이 재미난 장르물을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컨택트'는 역시 좀 더 나중에 봐도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끝입니다.




 + 그래도 엄마 역할 배우님의 연기와 딸 역할 배우님의 비주얼은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둘 다(?) 아주 좋았어요. 하하;

 


 ++ 위에서 이미 한 얘기지만, 어떤 면에선 '시카리오'의 가능성을 미리 보여준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 살벌하고 숨박히는 분위기!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어차피 현실 파트의 남매는 그냥 흔적 따라다니는 것 말곤 큰 역할이 없으니 우리 비극의 진 주인공 '나왈'의 인생을 간단히 요약하면요.

 일단 기독교를 믿습니다. 근데 팔레스타인 난민으로 보이는 남자와 연애하다 임신을 하고, 그러다 남자는 오빠에게 살해당하고 본인도 명예 살인 당할 뻔 하는 걸 할매가 구해줘서 넌 이 바닥 떠서 배운 여자 되어 잘 살라며 유학을 보내요. 아, 그 전에 임신한 아기는 낳지만 할매가 바로 고아원에 갖다 줘 버립니다. 언젠간 다시 만나라며 발 뒤꿈치에 점 세 개를 지워지지 않게 문신처럼 찍어서요.


 그러고 유학 생활을 하던 나왈은 자기 고향 땅이 피바다가 되어 사람들 죽어 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고아원에 간 아들 찾으러 귀향합니다. 거의 인종 청소 분위기의 살벌한 학살 현장에 쫄지도 않고 씩씩하게 가다가. 무슬림들이 몰고 가는 버스에 무슬림으로 위장하고 얻어 타고서 귀여운 어린 여자애랑 엄마를 보고 따스한 미소도 나누고 그랬는데... 이게 또 기독교파에게 습격을 당해서 몰살을 당합니다. 그리고 본인도 총 맞으려는 순간에 '전 기독교인이에요!'라고 커밍아웃해서 살아남고, 그 와중에 어린 애라도 살려야 하지 않나... 하는 순간의 판단으로 애 엄마와 눈빛을 교환하며 그 애를 자기 애라고 안고 나오는데. 이놈이 자기 엄마가 총 맞아 죽는 걸 보고 울며 뛰쳐 나가는 바람에 역시 기독교파 놈들에게 총 맞아 죽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멘탈 나간 상태로 간신히 도착한 아들 고아원은 이미 불타서 없어졌어요. 이성이고 대화고 평화고 다 필요 없고 이 놈들에게 복수해버리겠다고 다짐하는 나왈씨.


 그리고 나왈은 무슬림파 지도자를 찾아가 자기를 기독교파를 공격하는 도구로 써달라고 간청하고. 그쪽의 지시대로 기독교파 리더를 암살한 후 감옥에 들어가 15년을 살게 됩니다. 근데 확신범으로서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맞서는 나왈에 비위가 상한 감옥 사람들은 잘 나가는 고문 기술자를 불러다 얘를 고문 시키고, 그래도 굴하지 않자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성폭행을 합니다. 임신할 때까지요. 그래서 임신을 시키고, 스스로 낙태도 못하게 묶어 놓고 관리해준 후에 출산을 시키고 바로 애들과 떼어 버리는 해괴한 짓을 하네요.


 그런데 대충 물에다 던져서 죽여 버리려고 했던 아기들을 출산을 도왔던 간호사가 간청을 해서 데리고 가고. 이 간호사는 둘을 정성껏 키우다가 출소한 나왈에게 돌려줍니다. 그리고 애초에 이 모든 걸 지시했던 무슬림파 리더는 나왈에게 '미국 가서 편하게 살도록 지원해줄 테니 이 두 아이는 꼭 데려가서 키워라' 라는 변태 같은 주문을 해요. 결국 주인공 남매는 이렇게 태어나게 된 거였다... 라는 게 첫 번째 진상이구요.


 애초에 미션이 1) 아빠 찾기 2) 형/오빠 찾기였는데. 이걸로 아빠가 누군지는 확인된 셈이지만 행적이 묘연하구요. 그래서 형/오빠를 찾기로 하죠. 처음에 등장했던 공증인 아저씨의 넓은 인맥과 뛰어난 능력으로 금방 그 놈의 행적을 알 사람을 찾아내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게 이제 영화의 하일라이트(?)죠. 그 불쌍한 어린이는 고아원에서 살다가 초반의 그 사태 때문에 터전을 잃었는데, 거길 공격한 조직 놈들이 그래도 애들을 챙겨서 데려가서는... 자기들 군대의 일원으로 키운 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재능이 뛰어나서 훌륭한 킬러가 되었구요. 근데 그렇게 전쟁통에 구르다가 결국 인성이 망가져서는... 최고의 고문 기술자가 되었다는 거죠. 결국 엄마를 성폭행해서 주인공 남매를 태어나게 만든 그 놈이 남매의 형/오빠라는 겁니다. 하이고야...


 근데 그 놈이 이름 바꾸고 캐나다로 도망쳐서 잘 살고 있대요. 그럼 남매는 편지를 전달해야겠죠. 아빠 편지, 형/오빠 편지를 한 명에게 주면 되니 참 편하네요. 그리고 거기에 적힌 마지막 진상은 이렇습니다. 엄마가 딸과 수영장에 갔다가 발뒤꿈치에 세 점이 찍힌 남자를 발견한 거죠. 아들이구나! 라고 확신하고 다가가서 말을 걸었고, 뒤를 돌아본 그 놈은 자길 성폭행한 그 철천지 원수였던 것. 그래서 엄만 큰 충격을 받았고, 결국 자식들에게 이런 미션을 맡기게 된 거죠. 내 삶을 니들이 직접 좀 알아보고 느껴달라. 이해해달라. 그리고 남은 니들은 행복하게 살아달라. 큰 아들 겸 자식들 아빠(...)까지 포함해서요.


 그래서 미션은 다 수행했으니 남매는 엄마를 제대로 장례 치르게 되었고. 그렇게 잘 묻힌 엄마의 묘비 앞에 큰아들이 멍하니 서 있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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