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핵바낭] 개학입니다

2023.03.03 02:14

로이배티 조회 수:585

1.

개학을 며칠 앞 둔 집 초딩 둘 반응 보는 게 재밌더라구요.

첫째인 아들놈은 그냥 별 말이 없고 반응도 없었습니다. 물어보면 그제서야 '슬퍼요'라고 한 마디 하고 끝.

하지만 둘째인 딸래미는 하안참 전부터 개학싫어요더놀고싶어요올해친한친구들이랑다떨어져서너무너무싫어요전끝장이에요아빠도얼른개학해서출근이나하시죠여름방학은언제하나요개학싫어개학싫어혹시태풍은안오나요개학싫어어어어엇!!!!!!


그래서 개학 첫 날, 퇴근 후 오늘 하루 어땠냐고 물어봐도 반응은 대략 비슷합니다.

아들놈은 '그냥 괜찮았어요.'로 끝.

딸은... (생략)


넘나 전통의 성별 클리셰대로 자라나는 두 녀석입니다.

비록 둘이 놀이터 가서 놀다가 수 틀리면 동생이 패고 오빠가 얻어 맞고 와서 세상을 잃은 표정으로 슬퍼하는 관계이지만... (쿨럭;)



2.

새학년이니 당연히 새 멤버들과 함께합니다.

근데 올해 한 부서에서 함께하는 분들 중에 좀 불편한 분이 하나 있어요.

그러니까 뭐랄까, 매사에 '기싸움을 통한 우세 포지션 잡기' 같은 걸 즐기시는 양반입니다.

그냥 거리를 두고 보면 사실 성격이 나쁜 것도 아니고. 일도 잘 하고 나름 능력자이고. 배울 데도 있는 분이신데.

게다가 저러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맡으면 또 난이도 높고 고생스런 일도 신나서 잘 하거든요. 장점도 많고 업무에 보탬도 되구요.

그런데 마치 놀이터에서 처음 만나 서로 경계하는 어린이 같은 모습을 매년 새 업무, 관계 시작 때마다 유지하시니...;


그래서 뭐 들이 받고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곧 알고 지낸지 20년 될 사이에 뭘 이렇게까지 꾸준히 저러시나... 해서 좀 피곤하네요. ㅋㅋ

얼른 '이쯤이면 내가 승리한 듯?' 이라 혼자 판단하시고 알아서 풀어지시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아마 3월 대략 흘러가고 여유 좀 생기면 달라지시겠죠. 제발 좀.



3.

개학 첫날 행사를 하는데 동료 한 분이 봉변을 당했습니다.

자리가 부족해서 교사들은 뒷편에 서 있었는데. 근처에 앉아 있던 학부모 한 명이 갑자기 "지금 저한테 뭐라 그러신 거에요!?" 라고 따지더래요.

당연히 아무 말도 안 했기에 당황해서 아무 말 안 했다, 무슨 일이시냐고 물었더니 뭐 잡아 떼지 마라, 니가 뭔데 나한테 말을 그딴 식으로 하냐, 내가 너 하는 거 영상으로 다 찍어 놨다, 가만 두지 않겠다 등등 막 쏟아내고 떠나셨다고.


근데 이 봉변 당하신 분이 올해 처음으로 일 시작하신 젊은 분이었거든요. 기합 팍팍 들어가서 혼자 각 잡고 부들부들하시는 분이 거기에서 학부모에게 시비를 걸었을 것 같지도 않고. 또 행사 진행되는 동안 거의 저희 부서 사람들이랑 같이 있어서 그럴 틈도 없었어요. 

근데 절묘하게도 제가 딱 5분 자리 비운 사이에 이렇게. ㅋㅋ 진작 알았으면 가서 오해를 풀든 따져 묻든 했을 텐데 당한 분이 일 다 끝나고 한참 뒤에야 털어놓아서. 쩝.


암튼 요즘엔 참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매사에 분노 완충 모드로 사는 분들이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이랑 어린 아이까지 대동해서 오신 분이었다는데. 대체 뭔 오해를 어떻게 했길래 그랬을지 상상도 안 가네요. 상상하기도 귀찮구요. 요즘엔 이렇게 상식을 초월하는 분들 속마음까지 이해하려 애 쓰는 게 뭔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4.

세상 물가가 다 미친 듯이 오르는 가운데 호올로 꾸준한 가격 하락을 겪고 있는 물건이 하나 있으니...

바로 PC용 램과 SSD입니다. 혹시 뭔가 기대하셨다면 죄송. ㅋㅋㅋ

코로나 때문에, 그리고 업체들간 경쟁과 기타 등등 때문에 미친 듯한 스피드로 찍어내던 물건들이 코로나 해제 국면과 함께 매출이 급강하 하면서 주요 기업들은 거대한 적자 크리를 맞고 모두 감산을 선언하고. 그래도 시장에서 이미 풀린 물량이 소화가 안 되어서 오픈 마켓에서 한 주 한 주가 다르게 가격이 떨어지며 거의 하루에 한 건 꼴로 핫딜이 뜨고 있네요. 매번 레전드를 갱신하는 최저가인데도 '다음 주면 더 떨어질라!'라는 마음에 사람들이 구매를 망설일 정도인 상황입니다.


그래서 어찌저찌 하다 보니... 예전에 HDD에 보관하던 자료들을 이참에 싹 다 SSD로 옮겨 버리고 정숙 시스템 이룩하세! 라는 맘으로 무려 4TB짜리 SSD를 질렀습니다. 국내 정발 삼성 제품인데도 4TB가 30만원대 밖에 안 하니 참기가 힘들었어요. 흑흑.


이로서 시스템 드라이브를 제외하고도 SSD로만 6TB 용량의 괴상한 시스템이 완성되었습니다. ㅋㅋ

사실 여기다 저장할 자료라고 해봐야 깨작깨작 사모은 오래된 영화, 드라마 파일들 아니면 지난 10여년간 열심히 찍어댄 사진들 뿐입니다만.

여기저기 외장 하드와 예전 컴퓨터 하드에 혼돈의 카오스로 흩어져 있던 걸 이번 기회에 한 곳에 몰아 넣고 싹 정리할 생각... 이지만... 그냥 틈틈이 깨작깨작하면서 올해 안에만 대충 어떻게 해보는 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으른 성품에 빨리 해치우는 건 절대 무리. ㅋㅋㅋㅋ



5.

여기저기에 '스즈메의 문단속' 얘기가 많던데.

전 솔직히 신카이 마코토의 매력은 그림 말곤 잘 모르겠습니다. 

그림은 참 대차게 예쁘게 잘 그려내긴 하는데 이야기는 늘 어딘가 커다란 구멍이 느껴져서 감흥이 없더라구요. '너의 이름은'도 그랬구요.

근데 어쨌거나 그림은 참 보기 좋게 잘 그리는 양반이기도 하고



음악 골라 넣는 센스도 좋아 보이고. 싫지는 않아요. 그냥 딱히 챙겨 볼 생각이 안 들 뿐이지. 

암튼 이것도 벌써 7년 묵은 작품이네요. 



6.

어쨌든 개학 시즌이고. 퇴근하고도 계속 뭘 하느라 영화 & 드라마 뻘글은 며칠간 스톱 상태네요.

그 전에 봐 놓은 건 있으니 금방 또 도배질을 하겠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그래도 이제 대충 마무리 단계라 집에 가져와서 하던 일 마치고 이런 영양가 없는 아스파탐 같은 글 하나 남겨봅니다.

다들 금요일 무사히 잘 보내시고 복된 주말 맞으시길!




 + 아 맞다. 전혀 중요한 건 아니고 아무도 관심 없으시겠지만, 아마존 프라임에서 원래는 한국 한정으로는 반토막만 서비스 되던 '미스터 로봇'이 이제 전체 시즌 모두가 한글 자막으로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언제 됐는진 모르겠지만 암튼 이젠 그렇더라구요.



 스릴러물 좋아하시는데 아직 이걸 안 보셨다면 한 번 시도해 보셔도 좋을 겁니다.

 막판 전개가 좀 투머치 환타지 세상으로 날아가서 헤매는 게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만한 완성도의 스릴러 시리즈도 드물다고 생각했네요. 라미 말렉과 공포의 방부제 인간 크리스찬 슬레이터 연기도 재밌었구요. 다시 보긴 귀찮지만 암튼... 그랬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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