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2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글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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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작 주인공은 노량진에서 경찰 시험 준비하느라 핸드폰을 안 쓰는 애라는 게... ㅋㅋ)



 - 이제 거의 10년 전 영화지만 지금이나 그 때나 대한민국 인터넷 세상은 평화롭습니다. 한 여성 트위터 유저가 군인 관련으로 아주 강력하게 어그로를 끌고. 이에 열받은 정의로운 젊은이들이 그 유저의 신상을 털고, 현피 뜬다고 집으로 찾아가요. 온라인 생중계(아마도 아프리카겠죠?)까지 하며 라랄랄라 아파트로 찾아갔더니 현관이 열려 있고, 이게 뭐야! 하고 들어가보니 목매달아 죽은 시체가...


 결국 현피를 뜨러 갔던 정의 구현 군단은 경찰서에서 취조를 받게 되고. 거기에서 우리의 주인공 변요한씨는 경찰 아저씨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그래, 니들이 죽인 건 아니고 법적 책임도 없는 거 맞는데. 이거 다 기록에 남는다? 너 경찰 시험 준비 중이라며? 면접에서 떨어질 걸?

 그래서 변요한씨는 좌절하지만, 인생 참 열심히 사는 경찰 입시 학원 친구 용민은 포기하지 않아요. 야, 이거 이상하지 않냐? 유서도 없고 갸가 자살할 애도 아닌데. 내가 볼 땐 이거 100% 살인이다. 그러니 우리가 잡자. 그럼 면접 탈락은 커녕 특채로 경찰 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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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힘차게 출발한 정의 구현 군단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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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마도 이 영화에 큰 진입 장벽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일 거에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 진실(?)을 찾아 헤매는 놈들은 바로 도입부의 현피 군단들입니다. 도무지 정이 안 가는, 게다가 분명히 잘못한 부분도 있는 놈들이 자기들은 억울하다고, 그리고 남들 모르는 비밀을 자기들만 알고 있다고 잘난 척하고 거들먹거리며 자기들 대신 욕먹어줄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이야기죠. 그러니 이게 호감이 가겠습니까 안 가겠습니까. ㅋㅋㅋ

 

 아마 이런 생각에 아예 영화를 안 보신 분들도 없지 않을 것 같은데요. 다행히도 그게 그렇게까지 부담스럽진 않습니다. 왜냐면 각본이 주역급 캐릭터들에게 관객들을 위한 아량을 베풀어 놓았거든요. 결국 원탑 주인공을 맡고 있는 변요한은 어쩌다 친구 부추김으로 말려 들어 버린 인물이고. 아주 결백하진 않지만 어쨌든 그럭저럭 이해하고 주인공 삼아 따라갈만한 캐릭터에요. 얘랑 같이 다니는 용민도 그렇게 나쁜 놈(?)까진 아닌 것 같구요. 뭐 결국 둘 다 그렇게 매력적인 인물들까진 못 되지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어쨌든 나머지 놈들보단 훨 나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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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인해보니 '미생'으로 뜨기 전에 찍은 영화인데, 개봉은 드라마 흥행 뒤에 했군요. 1년을 묵히고 개봉한 영화였어요.)



 - 제게 이 영화가 인상 깊었던 포인트는, 이게 나름 기본을 멀쩡하게 갖춘 탐정물이면서 동시에 꽤 말이 되는 이야기라는 겁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어색한 건 이 놈들이 죽은 사람 집을 맘대로 드나든다는 것 정도인데, 어차피 경찰에선 자살이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빠르게 사건 종결 해 버렸으니 유가족이 그 집을 얼른 처리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게다가 사람 죽은 걸로 뉴스까지 탄 집이니까 그렇게 빨리 팔려도 이상하구요.

 그 외엔 대체로 현실적으로, 탐정 놀이 하는 주인공들의 능력도 걍 현실 인터넷 잉여급에 머무르고. 또 사건 전개도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수위에서 흘러가는데...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충분히 드라마틱해요. 영화의 중심 소재인 대한민국 인터넷 문화들을 이것저것 알차게 써먹으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그러면서 재미도 있고. 아주 잘 쓴 각본이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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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푸'리카 티비가 나오구요. 류준열씨 불꽃 연기!!! 가 인상적입니다만. 한 해만 참으세요. 바로 인생 핍니다!)



 - 또 이게 어찌 보면 요즘 보기에 더 좋은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영화에서 소재로 삼는 것들이나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분명 그 시절에도 존재했던 것이겠지만, 어째 요즘 시국에 훨씬 더 적절하게 어울리는 느낌이거든요. 나름 시대를 아주 살짝만 앞서갔달까. 그런 느낌이 있었구요.

 담겨 있는 메시지나 이런 현상에 대한 시선 같은 것도 생각 외로 꽤 설득력이 있고 가볍지 않습니다. 단순하게 '야 이 인터넷 찌질이들아!!!' 라고 고함지르면서 최대한 자극적으로 찌질하게 구린 것만 전시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에요. 가해자들을 무조건 악마화하지도 않으면서 또 필요 이상의 연민을 보내지도 않고. 그러면서 할 말은 다 하는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취향이 갈린다는 사건의 진상과 결말도 저는 더 이상 적절할 수 없다고 느껴서 맘에 들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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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 분은 3년 뒤 '박화영'을 거쳐 2년 뒤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이름을 알리고, 또 2년 뒤 드디어 '봄날의 햇살'로 등극하시게 됩니다.)



 - 그러니까 뭐... 평소에 인터넷 문화가 계속해서 나쁜 쪽으로만 신나게 달린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분. 그래서 그런 현상에 대해 매우 한국적으로 특화된 디테일로 문제를 제기하는 영화... 에 관심이 가시는 분이라면 한 번 챙겨보실만 합니다. 

 거의 흠 잡을 데 없이 깔끔한 각본에 준수한 연출, 좋은 연기들로 이루어진 잘 만든 영화였어요. 이런 걸 만든 분이 왜 이후로 10년간 장편 영화 하나도 더 못 만들고 계신진 모르겠지만(...) 암튼 잘 봤습니다. 끝.




 + 2014년엔 아직 실내 흡연을 허용하는 카페들이 있었나 보더군요. 완전 금지로 바뀐 것에 완벽하게 적응해 버려서 카페 흡연 장면을 보며 좀 당황했습니다. 물론 2014년이 벌써 9년 전이라는 게 가장 큰 당황 포인트였겠지만요(...)



 ++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화면을 가득 채우는 텍스트들이 자주 나옵니다만, 굳이 배우들이 하나하나 읽어주지 않습니다. 대부분 굳이 몰라도 되는 식으로 전개가 되거든요. 하지만 어차피 vod로 보는 저는 그걸 일일이 멈춰가며 다 읽어봤는데, 참 정성이 대단하다 싶더군요. 대충 넘기는 거 없이 다 열심히 디테일 살려 적어놨더라구요.



 +++ 스포일러입니다.

 

 알고 보니 자살한 트위터 유저 '레나'는 키보드 워리어계에선 전설의 레전드급의 빌런 '베카'와 동일 인물이었습니다. 수많은 빌런들과 맞짱을 떠서 신상 털고 모멸감 안겨주고 심지어 오프라인에서 삶까지 파멸시키는 걸 즐겼다는 인물이니 원한 가질 사람은 수도 없이 많겠죠.


 정의 구현 잉여단은 자기들이 현피 당일 찍은 영상을 분석해서 베카에게 성폭행범으로 지목됐던 부자 잉여의 차를 발견하고 신이 납니다만. 갸는 결국 현피 소식을 듣고 베카 망신 당하는 걸 구경하러 갔던 걸로 끝. 그리고 이 부자 잉여가 새로운 정보와 함께 '도더리'라는 또 다른 베카의 희생자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을 해줘요. 


 그러는 동안 주인공 변요한과 경찰 입시 친구 용민은 베카가 다녔던 학교를 찾아가서 베카의 지인을 만나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듣게 됩니다. 그에 따르면 베카는 현실에서도 악플러(...)처럼 사는 부적응 학생이었고. 뭣보다 남 씹는 건 기가 막히게 잘 하는데 정작 자기 컨텐츠는 아예 만들어내지를 못하는 내실 없는 인간이라는 점 때문에 망신을 당하고 또 좌절을 한 상태였다고.


 그러다 다시 그 성폭행범-_-의 활약으로 도더리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그건 황당하게도 요한 친구 용민이었습니다. 이 사실은 당연히 인터넷으로 다 공개가 되고 실명과 사진 다 털리고, 그동안 속았다는 배신감에 변요한도 떠나 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는데요. 그래도 어떻게든 자신의 억울함을 풀고픈 용민은 훔쳐낸 베카의 노트북을 들고 컴퓨터 복원 기술자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어찌저찌해서 컴퓨터에 녹화된 현피 직전의 베카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냥 자살이 맞았다는 허망한 결론. 


 그렇게 이래저래 인생 다 망해버렸다는 생각에 용민은 트위터로 정의 구현단을 도발해서 자기 집을 찾아오게 하고, 베카가 그랬던 것처럼 목을 매서 자살을 시도합니다만. 이 모자란 놈이 그것도 제대로 못해서 정의 구현단에게 구출되고 조롱을 당하다가 될대로 되라고 식칼을 들고 마구 덤빕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죽이기 전에 간신히 도착한 변요한의 제지로 칼을 떨구고 오열하는 걸로 이야기는 마무리.


 마지막은 변요한의 나레이션입니다. 결국 용민은 서울을 떠나서 아예 잠적한 채로 소식이 없고. 이 사건은 한동안 떠들썩하다 잠시 후 터진 무슨 걸그룹 스캔들에 완벽하게 묻혔으며. 본인은 경찰 시험 2차에 합격했대요. 그리고 인터넷엔 아직도 베카는 살해당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립니다.


 + 덤으로. 베카의 과거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이 영화의 나름 명대사(?)가 나옵니다. '에고는 강한데 그 에고를 채울 알맹이가 없다.'

 꼭 악플러나 어그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치는 괴상하게 공격적이고 성격 이상한 사람들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 아주 깔끔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를 해 놓은 걸 보니 유레카!! 비슷한 느낌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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