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씨네필들은 주로 PC통신이나 오프라인 동호회에서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다 인터넷이 생기고 PC통신 동호회들이 인터넷 기반으로 많이 이동했죠.

당시는 검열이 존재하던 시절이라 수입이 금지된 영화도 많았고 오래된 작품들은 찾기도 힘들었으며 결정적으로 수많은 영화들이 가위질에 훼손되어 개봉하거나 비디오 출시되기 일수였죠.

문제는 극장과 홈비디오 외에는 영화를 접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제대로된 영화제도 없었고 그나마 프랑스 문화원같은 소규모 시네마테크나 대학교 영화동아리의 상영회,

PC통신 동호회의 상영회 등이 다른 창구였죠. 몇몇 매니아들은 주로 일본 등 해외에서 직접 공수한 비디오나 레이저디스크등으로 그 갈증을 해소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씨네필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서 원전을 감상하고 금지된 작품을 감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특히 영화 동호회는 무삭제 원판들이 돌던 가장 큰 창구였는데 여기서 직접 자막까지 넣어서 배포된 비디오들이 시네마테크나 대학교 영화과, 동아리등에 보급이 되었습니다.

당시에 자막이 달린 비디오는 대부분 이런 동호회나 수입업자들이 제작한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에 예술영화, 컬트영화 붐에 호러물, 괴수물 등 장르영화팬들까지 다양한 씨네필들이 동호회로 모여들었죠.

영화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같이 상영회에서 영화보고 비디오로 서로 돌려서도 보고 영화 토론하고 술도 한잔씩하고 교류하는 그런 문화가 형성이 되었습니다....만.....

여러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때로는 불미스러운 일들도 가끔 일어나곤 했습니다.

사람간의 다툼이야 어디든 있는 일이지만 영화동호회라는 특성상 씨네필로서 타인을 불편하게 하고 불쾌한 행동을 일삼는 그런 사람들이 생기더군요.


대충 어떠하냐면 끝없이 자기가 가진 영화지식을 자랑하고 설파하고 다른 회원들의 영화적 소양이나 취향을 깎아내리는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당시는 다양한 영화를 보기가 매우 힘든 시절이다보니 나는 남보다 영화를 많이 봤다, 구하기 힘든 영화, 독특한 영화를 많이 봤다는 식으로 입을 털면서

"그 영화 아느냐? 그 영화도 안봤느냐?"는 식으로 다른 회원들에게 공격적인 언사를 날리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찬양을 끝없이 늘어놓았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대단한 심미안이 있는 것처럼 구하기 힘든 영화, 특이한 영화에 대한 찬양과 숭배를 멈추지않았습니다.


그렇다보니 정모나 상영회 등 모임이 있는 날이면 이 사람들 때문에 분위기가 개판이 되거나 다툼이 벌어지고 운영진들에게 민원이 빗발치게 되더군요.

저또한 모 장르영화 동호회에서 운영진을 잠깐 한적이 있었는데 이 문제로 인해 결국 악질적인 몇몇은 강퇴조치하였습니다.

재미있는건 이때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 논쟁은 지금보다는 덜했다는거네요. 인터넷 동호회라 동호회 홈피에 게시판이나 채팅방도 있었지만

거기서는 받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자기 자랑만 늘어놓다말더군요.


문제는 이 사람들이 동호회가 아닌 영화제의 GV에서도 비슷한 행동을 해서 진행자들이 아주 진땀을 뺏다는군요.

질의응답에 발언권 얻으면 계속 질문을 빙자한 자기 영화지식 늘어놓기에 감독, 스탭에게 공격적이고 무례한 질문에 결국은 사회자의 제지에도 바락바락 발언을.....

저 역시 이런 이유로 당시에 GV는 안보고 그냥 나왔던 적이 많습니다. 영화제 뒷풀이 행사때 만난 감독이나 진행하던 평론가분들도 아주 이를 갈더군요.

심지어 성격 까칠했던 모 감독은 결국 참지 못하고 설전까지.....


이렇듯 당시의 찌질이 씨네필은 주로 오프라인에서 많이 활동하면서 여러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었습니다.


반면에 요즘 찐따 씨네필들은 주로 온라인에 많더군요.


그 이유는 예전처럼 동호회 문화가 많이 사라졌고 각종 인터넷 매체나 플랫폼을 통해 소통할 창구가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각종 영화 커뮤니티 게시판은 물론 블로그, SNS, 유튜브 등에서 활동을 하더군요.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영화를 통해 어그로를 끄는건 동일합니다만.


재미있는건 그 양상이 과거의 찌질이 씨네필들과는 반대라는 겁니다.


과거의 그들이 구하기 힘든 희귀영화 독특한 취향의 장르영화, 고전에 대한 무조건적인에 대한 찬양, 즉 영화에 대한 숭배를 바탕으로 어그로를 끈다면


요즘의 그들은 주로 고전작품이나 지나간 영화들 감상하고 그 영화들을 까면서 어그로를 끕니다.


뭐 그영화 유명하대서 봤더니 별거없네, 허접하네 등등 시대적 맥락을 고려하지않고 그냥 자기눈에 시시하고 재미없다는 것을 진리인양 설파하더군요.

특히 시대적 흐름에 민감한 한국영화들은 더욱 가열차게 까이구요. 꾸준히 많은 영화들을 보고 심지어 고전이나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는데

주로 그 감상의 내용이 비웃고 낄낄거리기라는 겁니다. 그나마 이들이 자기 방구석 자기 블로그나 SNS에서만 그런 소릴 하면되는데

어그로를 위해서 커뮤니티에도 출현을 한다는겁니다.


숭배와 비하....... 아무튼 이 기묘한 대립을 보면 참 흥미롭기까지하더군요.


그 이유를 살펴보자면 과거에는 영화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 귀하디 귀한 희귀,컬트영화의 숭배를 통해 자기 자존감을 채우고 남을 까내린 것이라면

VOD, 불법토렌트, OTT, 해외직구 등 영화를 볼 수 있는 창구가 널릴대로 널린 그냥 영화가 하나의 자료이자 파일인 요즘은 클릭 한번으로 누구나 쉽게 그 고전과 명작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봅니다.

뭐 대단한 줄 알고 클릭해서 봤더니 별거없네......시시하네.....허접하네.....낄낄거리고 조소하면서 자기 자존감을 채웁니다.


물론 그들의 공동점은 있습니다. 바로 영화를 매우 좋아하고 그것을 보고 평하고 즐기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는거죠.

다만 사람에 대한 예의나 창작에 대한 존중 이런건 기대할 수 없지만요.

애초에 도착적 쾌감을 위해 영화를 선택한 사람들일런지도 모르죠.

하기사 뭐 씨네필...필의 그 필리아가 도착증을 의미하는 것이니.


  





덧붙여서..........


아 참고로 다른 얘기 잠깐 하자면 과거 영화동호회에 활동하던 시절 제 친구가 애니메이션 동호회와 메탈음악 동호회에 나간적이 있었습니다.


그 애니메이션 동호회는...........진짜 말그대로.............오타쿠들이 모인 그런 곳이었는데 진짜로 이상한 개똥철학 읊어대고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공격적인 언행을 일삼아

너무 불쾌하고 답답해서 있을 곳이 못되더라더군요. 거기다 대놓고 소아성애를 드러내는 인간쓰레기들도 다수.


메탈동호회는 게시판에서 너무 자주 음악관련해서 논쟁이 일어나서 오프에 가기 망설여졌다는데 막상 가보니 다소 마초적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괜찮은 편이었다더군요.

결국 그 사람들과 친해져서 밴드까지 결성하게 되었다는......


그때 그 시절 동호회 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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