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 관심이 없으시면 비호감 글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병과 관련된 이야기니만큼 그리 깔끔치 못한 내용이 많으니 이것도 주의하시길. 

일전에 적었던 저의 개 수술 이후 얘기 되겠습니다.  

비장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퇴원했지만 악성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어요. 확실치 않으니 항암은 안 하기로 하고(확실해도 항암 치료는 안 했을 듯) 일단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빈혈 수치가 낮아 입원이 좀 길었음에도 집에 와서도 기운이 없고 잘 먹지 않아 회복이 늦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방광 결석이 생기는 체질이라 몇 년 전 결석 제거 수술을 한 번 했는데 잔돌들이 또 요도 쪽으로 내려왔는지 소변 보는 걸 힘들어 하는 겁니다. 자꾸 변기로 올라가지만 조금씩 나오고 똑똑 흘리고 다니고...다행히 예전처럼 피가 섞인 정도는 아니어서 매너 가드 한 번씩 하고 따라 다니며 닦는 걸로 유지했어요. 당장은 이어서 수술할 수 없고 결석 제거 수술을 할 정도로 체력이 회복되어야 하니.    

나쁜 일은 떼를 지어 온다고 하루는 또 눈을 잘 맞추지 못하면서 눈부셔하고 충혈이 되기 시작해서 동물 안과에 갔더니 각막염이라네요. 눈은 붓고 붉게 충혈되어서 안 보이는 내장이 탈난 것보다 더 큰일 나 보이고 힘들어 보였어요. 수술한지 얼마 안 되어 눈까지 탈이 나다니. 눈을 건드리면 안 되어서 넥커버를 두루고 계속 지내는 불편함도 딱했고요. 두 가지 안약을 두 시간 간격으로 하루 여덟 번을 넣어야 했는데 수술후 먹어야 하는 외과약과 심장약 두 종류 하루 두 번 복용에 안약까지 겹쳐서 참 바빴습니다. 개도 약 넣고 간식이나 물 먹고 좀 잠들려고 하면 또 약 넣거나 먹어야 할 시간일 때가 많았죠. 일 주일을 이렇게 보내고 다시 진료를 갔는데 이제 하루 세 번만 넣으라고,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보기에도 눈은 점차 깨끗해졌어요. 

소변 보기는 한 달 동안 힘들었는데요, 하루는 소변 후 변기를 닦는데 패드에 가루 같은 게 떨어져 있어 자세히 보니 아무래도 소변에서 나온 돌가루가 아닌가 싶은 겁니다. 그 중 좁쌀 크기가 몇 개 있어서 동네 병원에 가져가 물어 보니 돌가루 맞고 그런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그 다음엔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똑똑 떨어지듯 나오던 소변이 졸졸 흐릅니다. 소변 보는 간격도 말할 것 없이 길어지고요. 아이쿠, 지금 이 글 적으면서도 새삼 넘 좋네요.

지난 주에는 수술한 병원에 검진 다녀왔어요. 모든 수치가 정상이고 초음파상으로 이상도 없다고, 그냥 심한 염증이 악성으로 나타난 것이 확실시 된다고 합니다.(항암치료한다 했으면 어쩔뻔...이건 좀 이상했어요. 왜 결정하라고 했는지) 

탈이 한꺼번에 찾아와서 암담할 때도 있었고 지치는 순간도 있었지만 어쨋든 제일 큰 심정은 개가 아픈 중에 제가 걸렸던 코로나도 무난하게 넘기고 체력적으로 개를 돌볼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것만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어요. 토마스는 이제는 식욕도 괜찮고 몸무게도 늘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편안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급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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