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작입니다. 편당 45분에서 1시간 사이 정도 하는 에피소드 열 개. 스포일러는 안 적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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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정신입니까 휴먼? 이게 오피셜, 공식, 대표 포스터 이미지라구요? ㅋㅋㅋㅋㅋ 뭔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잖아!!)



 - 이번엔 변종 독감으로 망했습니다. 이런 게 2021년에 나왔다니 아무래도 코로나 생각이 안 날 수가 없네요. 하지만 극중에서 마스크 쓰는 장면은 거의 안 나와요. 잠복기 없이 감염 즉시 바로 증상 폭발해서 몇 시간 안에 죽는 독감이고 정말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졌다... 는 핑계를 대네요. 암튼 뭐 2014년에 나온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하니 아마 시기에 맞춰 적절한 원작을 고른 거겠죠.


 이야기는 '키어스틴'이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두 가지 시간선을 오갑니다. 하나는 판데믹 순간부터 키어스틴이 어쩌다 엮인 '지반'이라는 아저씨랑 1년여의 시간 동안 처절하게 살아남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시점의 키어스틴이 유랑 극단 활동을 하며 황폐해진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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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포스터 면적 지분 70%를 자랑하는 원탑 주인공, 맥켄지 데이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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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극중 분량 지분은 요 어린 분도 만만치 않습니다. 분명 어디서 봤는데? 하고 찾아보니 최근에 본 '이블'에 한 에피소드 나왔군요. 연기 잘 해요.)



 - 느릿느릿 흘러가는 이야기입니다. 전 뭐 그렇게 되게 느리단 생각까진 안 했지만 그래도 확실히 여유롭긴 해요. 첫 화의 과거 파트가 거의 통째로 판데믹 발발 시점의 하룻밤 이야기거든요. 현재(그러니까 20년 후.) 파트 역시 등장 인물과 관계와 배경 같은 걸 내내 소개하고 극단 공연도 보여주고 하다가 다 끝날 때쯤에야 살짝 떡밥을 던지는 식이구요. 

 그 이후로도 쭉 그렇습니다. 특히 과거와 현재 파트를 활용하는 방식 때문에 더 그런데요. 이 드라마의 과거 파트는 현재를 위한 떡밥 같은 걸 까는 게 아니라 그냥 판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이 겪는 상실의 고통과 회한 같은 걸 보여주는 데 집중을 해요. 당연히 느릿한 멜로드라마일 수밖에 없구요. 뭔가 본격적인 사건 같은 게 벌어지는 현재 파트는 분량상 절반은 커녕 대략 1/3 정도 되려나... 뭐 그런 느낌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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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둘이 엮이고, 얼떨결에 같이 마트 가서 생존 쇼핑하고(저게 1만달러치 물건입니다 ㅋㅋ) 짱박힐 집에 도착하는 데 거의 에피소드 하나를 할당합니다.)



 - 그런데 그 과거 파트가 참 좋습니다. 그게 생각해보니까 그렇더라구요. 아무래도 아포칼립스물이면 계속 되는 위기 상황! 액션!! 처절하면서 스피디한 전개!!! 이런 걸 중심으로 깔면서 드라마를 덧붙이는 식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이 많잖아요. 이렇게 정색하고 큰 위기 상황 없이 그저 판데믹을 중심에 두고 벌어지는 사람들의 드라마에 집중하는 경우는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게다가 그게 각본이 아주 디테일하게 좋고, 어린 키어스틴과 지반 역을 맡은 배우가 아주 정이 가는 캐릭터들을 좋은 연기로 받쳐 주고요. 


 그 외에 중반부터 에피소드 하나씩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과거 이야기를 보여주는 식의 전개가 나오는데, 그것도 다 좋습니다. 연기도 좋고 이야기도 좋고, 또 이게 살짝 '숨겨진 비밀' 비슷한 요소로 작용해서 현재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에 감흥을 더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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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쌩뚱맞게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엄청 분량을 먹는데. 왜 나오는지 알려면 최소 에피소드 한 개를 통으로 다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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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다!! 와! 근데 나오자마자 죽었어!!! ...그런데 계속 나옵니다. ㅋㅋㅋㅋ)



 - 그런데 현재 파트는... 아니 뭐 여기도 좋긴 합니다. 캐릭터들도 정 붙이기 좋게 잘 만들어져 있고. 갑자기 툭 튀어 나와 긴장감을 조성하는 '예언자' 캐릭터도 좋아요. (살짝 '20세기 소년'의 친구님 생각도 납니다. ㅋㅋ) 중요한 고비마다 튀어나와서 드라마틱함을 더해주는 유랑 극단 공연 장면들도 다 신경 써서 잘 연출되어 있구요. 또 어쨌거나 이게 '현재'니까요. 가장 중요한 드라마들이 전개되고 또 이야기를 맺어주는 역할도 현재가 맡고 있으니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보다보면 개연성 측면에서 좀 걸리는 게 많습니다. 그러니까 자세히 보여줄만한, 그러는 게 좋을 부분들을 대충 넘겨 버리는 게 많아요. 대체 그 '예언자'가 어떻게 그렇게 세력을 불리는지도 설명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납득이 안 가구요.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행동도 종종 과하게 덜컹거릴 때가 있고. 게다가 마지막 화쯤 가면 갑자기 인간들이 다 나이브해져서 아마 클라이막스 장면 보면서 "쟤들 갑자기 단체로 왜 저러는데?" 라는 생각을 한 사람들 꽤 많을 것 같았습니다. 장면 자체는 멋지게 잘 연출됐는데, 좀 무리수가 많았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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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끝까지 다 보고 나서도 물음표를 한 박스씩 남기는 캐릭터님. 작가들이 좀 귀찮았나 봅니다...)



 - 그래도 결국 든든하게 잘 빌드업 해준 과거 파트 덕에 그 (상대적으로) 허술한 현재 파트도 재밌었구요. 특히 대미를 장식하는 어떤 장면에선 정말 간만에 드라마 보다가 울컥했습니다. ㅋㅋ 또 맥켄지 데이비스가 참 잘 해요. 그 난국에서 살아남느라 거칠고 강해졌지만 동시에 성격이나 행동에 불안정하고 미성숙한 요소가 많은 인물인데, 그게 비주얼 측면에서도 잘 어울리고, 또 연기도 적절하게 잘 해서 잘 살려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본 이 분 연기들 중에 가장 좋았어요. 그러니 팬분들은 꼭 한 번 시도해 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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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포칼립스물 치고는 제작비도 상대적으로 덜 들이지 않았을까... 싶지만 화면 때깔이나 음악 같은 건 거의 최상입니다. HBO Max!!!)



 - 근데 사실 이게...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예술하는 이야기가 맞기도 합니다. ㅋㅋ 시작부터 끝까지, 극중 과거와 현재 모두가 '연극'이라는 소재로 연결이 되어 있어요. 주요 등장 인물 중 상당수가 극중에서 배우거나, 아님 배우도 아닌데 무대 한 번 올라가서 연기를 합니다. 또 앞서 말했듯이 이야기가 가장 드라마틱해지는 순간엔 여지 없이 연극 공연이 나와요. 나중엔 각본가들도 그게 좀 과하단 생각이 들었는지 극중 대사로 '이게 뭐 심리 치료도 아니고' 같은 드립이. ㅋㅋㅋㅋ


 다만 웃기는 점 하나는. 시작부터 끝까지 이 드라마에 나오는 연극이 '햄릿' 하나라는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다른 작품이 하나 더 있긴 한데, 암튼 햄릿이에요. 그것도 똑같은 장면을 여러 번 반복합니다. 그 때마다 다른 캐릭터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상황과 감정을 반영해서 드라마를 만드는데. 그렇게 계속해서 변형해내는 게 참 감탄스럽다가도, 같은 장면만 계속 하니 나중엔 웃음이 나오기도 하더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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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릿으로 시작해서 햄릿으로 끝납니다. 관용적 표현이 아니라 그냥 진짜로 그렇습니다.)



 - 아니 뭐 어쨌든간에.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소재에 대해 나름 흔치 않은 접근법을 보여주는 시리즈였습니다. 

 미래가 주 배경이지만 SF적인 부분에 대해선 그냥 신경 끄시는 편(...)이 낫구요.

 그냥 아주아주 거대한 규모로 아주아주 안 좋은 일을 집단으로 겪고 난 사람들의 애달프고 짠하며 감동적인 드라마... 같은 걸 좋아하는 분들이 보시면 되겠습니다. 아포칼립스물 치고는 딱히 막 잔인하거나 보기 흉측한 폭력 장면 같은 것도 없구요. 힘든 상황에 처한 아주아주 좋은 사람들이 우루루 나와서 갸륵하고 안타까운 장면 줄줄이 보여주는 류의 작품이에요. 이렇게 적고 보니 사실 제 취향은 아닌데, 그냥 소재와 배우에 낚여서 봤고. 결과적으론 재밌게 잘 봤습니다. 그럼 됐죠 뭐. ㅋㅋ




 + 극중에서 어떤 인물이 만든 그래픽 노벨 책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합니다만. 아니 뭐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거기 너무 격하게 과한 의미를 부여하는 인물들이 나와서 일을 말도 안 되게 크게 키우니 좀 웃기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20세기 소년' 생각이 더 강하게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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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그깟 책 한 권이 뭐라고... 라고 궁금해하며 열심히 봐도 딱히 설명 같은 건 없습니다. 걍 아포칼립스 때문에 애들이 볼 게 너무 없다보니 과몰입한 걸로. =ㅅ=)



 ++ 위에서 투덜투덜 적어놨지만 사실 현재 파트도 재밌게 봤는데요. 딱 하나, 제가 아주 싫어하는 류의 결점이 하나 있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중간에 아주 충격적이고 극악 무도한 사건이 하나 나와서 보는 사람 처연하게 하고 긴장하게 하는데요. 잠시 후에 그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 사건을 잊습니다. 그게 또 결말의 감흥을 깎아 먹구요. 작가님들, 수습하지 못할 전개는 그냥 넣지를 말라구요. 아무리 사람들 낚고 싶어도 이러시면 안 됩니다. ㅠㅜ



 +++ 배우 한 분 이름이 이상하게 익숙해서 드라마 다 보고 나서야 찾아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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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 배우 성함이 '로리 페티'입니다. 그래서 뉘신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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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이었더라구요. '폭풍 속으로'에서 키아누 여자 친구 역으로 나오신. 

 알고 보니 이 후로도 꾸준히 계속 활동 했었고, 2010년쯤 들어서 6년 공백기가 있었지만 어쨌거나 그 외엔 계속 활동하셨네요.

 이 드라마에서 연기를 생각해 보면 쭉 열심히 사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멋졌네요.



 ++++ 사실 보는 내내 가장 격하게 신경 쓰였던 건 '대체 저 유랑 극단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먹고 사는가'였습니다. 공연한다고 누가 돈... 은 필요가 없는 세상이고, 암튼 뭘 주는 것도 아닌데 정말 쉬지 않고 옮겨다니며 공연을 하거든요. 중요하지 않은 디테일이라 생각해서 생략해 버린 거겠지만. 저 같은 사람은 정말 내내 신경이 쓰여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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