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먼저 앞세운 슬픔을 참척(慘慽) 즉, 참혹한 슬픔이라고 합니다.

자식이 죽으면 마음에 뭍는다지요.

작가가 요절한 자식들을 위해 부른 노래들이 있습니다.

담담하게 기술 하지만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1. 정지용 <유리창>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ㅅ새처럼 날아갔구나!



제가 사랑하는 시인 정지용.

아들을 폐결핵으로 보내고 보낸 시라고 하지요.



2. 김광균 <은수저>


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
애기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한밤중에 바람이 분다
바람 속에서 애기가 웃는다
애기는 방 속을 들여다본다
들창을 열었다 다시 닫는다

먼― 들길을 애기가 간다
맨발 벗은 애기가 울면서 간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림자마저 아른거린다



돌잔치 때 장만한 은수저일까요.

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 한마디가 절로 눈물나게 합니다.



3. 김현승 <눈물>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교과서에 실려 많이 알고 있는 시입니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담담하게 노래한 정말 아름다운 시입니다.




4. 허난설헌 <곡자>


지난 해 사랑하는 딸을 잃었고
올해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슬프고 슬픈 광릉 땅이여
두 무덤이 마주 보고 있구나
백양나무에는 으스스 바람이 일어나고
도깨비불은 숲속에서 번쩍인다
지전으로 너희 혼을 부르고
너희 무덤에 술을 따르네
아아, 너희들 남매의 혼은
밤마다 정겹게 어울려 놀으리
비록 뱃속에 아기가 있다한들
어찌 그것이 자라기를 바라리오
황대노래를 부질없이 부르며
피눈물로 울다가 목이 메이도다.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은 좀 더 직설적이고 애가 끓는 것 같습니다.



5. 박완서 <한말씀만 하소서>


짐승같은 울음소리를 참으려니 온몸이 격렬하게 요동을 쳤다. 엄숙하고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에 차마 소리내어 

울 수가 없었고 그게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중엔 명치의 근육이 땡기면서 찢어질 것 같았다. 뭔가 안에서

엄청난 힘으로 파열할 것 같아서 먼저 다락방을 뛰쳐 나왔다. 내 방도 대낮에 엉엉 울 만한 곳은 아니어서 허둥지둥 산으로

올라갔다. 평소의 산책길을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가 나무둥치에 몸을 내던지면서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우하고 외롭고

서러운 짐승이 된 느낌이었다. 

내가 이 나이까지 겪어본 울음에는 그 울음이 설사 일생의 반려를 잃은 울음이라 할지라도, 지내놓고 보면 약간이나마 

감미로움이 섞여 있게 마련이었다. 응성이라 해도 좋았다. 아무리 미량이라 해도 그 감미로움에는 고통을 견딜 만하게 해주는

진통제 같은 게 들어 있었다. 오직 참척의 고통에만 전혀 감미로움이 섞여 있지 않았다. 구원의 가망이 없는 극형이었다.

끔찍한 일이었다.



남편을 잃은 그해 의대생이던 자식마저 잃고 슬픔에 울부짖는 박완서님의 절규가 들리는 듯 합니다. 




6. 이순신 <난중일기> 중


정유년 10월14일

맑음. 새벽 2시쯤 꿈을 꾸니, 내가 말을 타고 언덕 위를 가다가 말이 실족해서..면이 전사한 것을 마음 속으로 알고 간담이 떨려 목놓아 통곡했다.
내 가운데로 떨어졌으나 거꾸러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막내 아들 면이 나를 붙들어 안는 것 같은 형용을 하는 것을 보고 깨었다.
무슨 조짐인지 알 수가 없다. ...


저녁에 사람이 천안에서 와서 집에서 온 편지를 전하는데..
떼어보기도 전에 뼈와 살이 먼저 움직이고 정신이 황난하다.
겉봉을 대강 뜯고 둘째 아들 열의 글씨를 보니, 겉에 통곡(慟哭)이라는 두 글자가 써 있다.

하늘이 이다지도 어질지 못한가?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것만 같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올바른 이치인데..
네가 죽고 내가 살다니 이것은 이치가 잘못된 것이다.
천지가 어둡고 저 태양이 빛을 잃는구나! 슬프다, 내 어린 자식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영특한 기상이 보통 사람보다 뛰어났는데..
하늘이 너를 머물게 하지 않는가? 내가 죄를 지어서 그 화가 네 몸에까지 미친 것이냐?
이제 내가 세상에 있은들 장차 무엇을 의지한단 말이냐?
차라리 죽어서 지하에 너를 따라가서 같이 지내고 같이 울리라.
네 형과 내 누이와 너의 어머니도 또한 의지할 곳이 없으니..
아직 목숨은 남아있어도 이는 마음은 죽고 형용만 남아 있을 뿐이다. 오직 통곡할 뿐이로다.
밤 지내기가 1년처럼 길구나. 이날 밤 9시경에 비가 내렸다.



21살인 세째아들 면을 전쟁에서 잃고 통곡하는 구국의 장수 이순신입니다. 



7. 에릭 클랩튼 <tears in heaven>






에릭 클랩튼이 4살된 아이를 잃고서 만든 노래입니다. 들을 때마나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우연히 검색하던 중 '헤밍웨이의 6단어로 된 소설'을 보고 생각나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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