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8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3분. 스포일러는 맨 아래에 흰 글자로...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포스터가 뭔가 컨셉 아트 같은 느낌이에요. 자체 스포일러를 불사하는 패기도 멋지구요.)



 - 보스턴에서 짱짱 잘 나가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외과 의사 '수잔'이 주인공입니다. 결혼은 안 했지만 같은 데서 근무하는 잘 생긴 마이클 더글라스 의사님과 연애 중이고요. 근데 자기 절친이 별 거 아닌 간단한 수술을 받으러 들어갔다가 그대로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되면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뭐 마취라는 게 아주 낮은 확률이라 해도 그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절친이잖아요. 그래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다가 야단만 맞고,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혀 보려는데 다음 날, 아주 젊고 쌩쌩한 톰 셀릭 환자가 또 같은 일을 당해요. 이건 아니다! 분명 뭔가가 있다!! 라고 외치는 수잔과 수잔이 그렇게 설치다가 애인인 자기 평판까지 망할까봐 뜯어 말리는 더글라스님. 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사건(?)을 파해쳐보겠다는 수잔에겐 과연 어떤 일들이...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렇게 둘이 짜잔~ 하고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수잔. 원탑입니다.)



 - 쥬라기 공원이 영화로 나온 게 1993년. 원작 소설이 나와서 히트를 친 게 1990년인데 이미 마이클 크라이튼은 그보다 12년 전에 자기 원작 소설로 직접 영화를 찍고 있었다는 게 신기해서 기억해뒀던 영화였네요. '죽음의 가스'라는 친절한 제목 덕에 모르고 지나칠 뻔 했던 걸 '원제가 뭘까?'라는 괜한 호기심에 검색을 해봤다가 알게 됐었죠. 게다가 출연진이 은근히 빵빵해요. 주연을 맡은 분도 이름은 낯설지만 '데드 링거'에서 쌍둥이 사이에 끼어서 봉변 당하는 불쌍한 역으로 얼굴은 익숙하구요. 마이클 더글라스에 톰 셀릭에 에드 해리스도 나옵니다!! 그래서 결국 봤는데... 하하. 마지막 두 분은 완전 단역이에요. 톰 셀릭은 '매그넘 P.I.'로 유명해지기 2년 전이고. 에드 해리스는... 글쎄요. 뭘로 뜨셨는진 모르겠지만 암튼 이 때는 아닙니다. 암튼 이런 게 중요한 건 아니겠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아아니 그 때부터도 이미 해리스옹의 이마는... ㅠㅜ)



 - 전반부가 꽤 재밌습니다. 수수께끼의 식물인간 사건(?)이 시작되기도 하지만 그것 말고 주인공 수잔의 고달픈 병원 생활 이야기가 나름 꽤 비중있게 묘사되면서 대형 종합병원이란 곳이 돌아가는 모습들을 적당한 디테일로 보여주는 게 좋더라구요. 

 그렇죠 뭐.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1978년인데 여성 의사가 그렇게 흔하진 않았을 거고. 대형 병원에서 출세하기란 더 힘들었을 거구요. 힘들어서 약한 모습 좀 보이면 바로 '역시 여자란...' 이란 시선을 받아야 하고. 이런 피곤한 처지를 본격적으로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스쳐가는 디테일들로 묘사를 해줍니다. 그래서 좀 더 으쌰으쌰하며 주인공을 응원하는 맘도 생기구요. 병원 묘사가 현실적인 것 같은 기분이 드니 뭔가 되게 전문적인 이야기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들구요. 그래서 한참을 재밌게 봅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톰 셀릭 나왔다!! 했는데 무척이나 톰 셀릭스런 캐릭터로 대사 대여섯줄 읊은 후론 코마 상태로... ㅠㅜ)



 - 다만 이제 '수잔은 옳았다!' 라는 게 밝혀지고 나서 결말까지는 전반부만큼 재밌지는 않아요. 여기서부턴 이제 본격적인 스릴러 &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 액션 같은 게 들어가는데, 이렇게 이야기가 현실적인 범주를 살짝 벗어나니 갑자기 허공에 붕 뜨는 느낌. 수잔은 계속해서 억세게 운이 좋고, 계속해서 나쁜 판단만 내리는데도 (아니 제발 그냥 경찰서로 가라고!!!!!!) 어찌저찌 벗어나고 피하고 탈출하고 그 와중에 중요한 정보는 차곡차곡 쌓이고... 이러다 보니 맥이 좀 빠집니다.


 대신 이 부분엔 마이클 크라이튼이 상상했던 의료판 아포칼립스적 비전 같은 게 SF 풍으로 펼쳐지는 게 살짝 재밌긴 했습니다. 그게 뭔지는 스포일러라서 여기선 언급 안 하겠구요. 본격 SF는 아니고요, 그냥 '어쩌면 앞으로 의료계에 이런 일이 생길 수도!!' 라는 상상 일기(...) 같은 건데 뭔가 딱 그 시절스런 상상력이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미 45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볼 땐 몹시 기우였습니다만...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 시절 사람들에겐 최첨단. 요즘 사람들 보기엔 레트로 화석 박물관...)



 - 암튼 뭐. 이러나 저러나 결국 마이클 크라이튼 '감독'의 최고작은 '웨스트월드(이색지대)'라는 것에 별 영향은 주지 못할 평범한 소품 스릴러였습니다. 시대를 감안하면 충분히 괜찮게 만든 수작이긴 한데, 그냥 2023년 기준으로 볼 땐 후반부의 붕 뜨는 분위기가 좀 아쉬워서 평작 정도인 걸로.

 아마도 공짜로 볼 수 있는 곳은 iptv vod 정도일 듯 하니 꼭 챙겨보려 애 쓰실 필욘 없겠고. 공짜로 볼 수 있고, 오랜만에 '의학 스릴러' 같은 걸 한 번 보고 싶은 기분이 드는 분들이라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못 만든 영환 아니니까요.

 전 전반부의 호감을 갖고 마지막까지 그럭저럭 즐겁게 봤습니다.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아직 살아 계시구요. 마지막 작품이 2018년에 음성 출연이었던 걸 보면 아마 은퇴하신 듯.)




 + 마이클 더글라스는 그 때도 이미 마이클 더글라스 같은 역을 하고 있었다는 게 보는 내내 웃겼어요. 진짜 캐릭터가 그냥... 마이클 더글라스라서.



 ++ 아래는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결국 모든 게 병원장의 음모였습니다만, 스토리가 살짝 설명이 불충분해서 자세히 설명하긴 어려운데, 대략 두 가지 얘기에요.

 일단 병원에 몰래 설치해 놓은 일산화탄소 공급기로 미리 골라 놓은 젊고 멀쩡한 환자에게 마취 중에 산소 대신 일산화탄소를 먹여서 코마 상태로 만들고요. 코마 환자들만 수용하는 제퍼슨 뭐뭐라는 시설로 보내서 거기에서 관리를 하기도 하고, 신선한 장기를 떼어다 국제 경매에 붙여 팔아 먹기도 합니다. 좀 더 포인트를 주는 쪽은 코마 환자 관리 시스템이었는데요. 수많은 환자들을 허공에 줄로 매달아 놓고 컴퓨터가 관리하게 한다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좁은 공간에 많은 코마 환자를 넣고 관리해서 비용을 하루 7달러 이하로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 ...뭐 이런 거였구요. ㅋㅋ


 우리 수잔씨는 사태의 일부분을 파악하고는 멍청하게 경찰서로 안 가고 먼저 남자 친구에게 갔다가, 남자 친구가 자기 몰래 '네네, 지금 돌아왔구요. 제가 데리고 있을 테니 어서 오십셔!' 라는 통화를 하는 걸 보고 씐나게 튀어요. 가뜩이나 사내 정치에 전념해서 출세하려고 안간힘을 쓰던 인간이니 그럴만도 했구요.

 그러고선 수잔은 혼자 스파이 전사가 되어 사태의 전모를 다 파악하고선... 또 다시 멍청하게 경찰서로 안 가고 병원으로 쪼로록 돌아가 자기가 믿던 병원장에게 털어 놓았는데 알고 보니 갸가 진범. 그리고 갸가 줬던 술엔 약이 들었고... 라는 답답이 클리셰 전개로 가구요. 병원장님은 자기가 개발한 일산화탄소 기구가 참 맘에 들었는지 의식 잃은 수잔을 급성 맹장염으로 꾸며서 수술 중에 코마로 보내버리려 하는데, 수술실 들어가기 직전에 마지막 희망을 붙들고 남자 친구에게 블라블라 털어 놓은 게 먹혀서 수술 중에 일산화탄소 기계가 파괴됩니다. '이제 보내버렸으니 속이 시원하군!' 이라며 미소 짓는 빌런 등 뒤에서 수잔이 회생하는 장면이 나름 포인트였네요.


 아. 그리고 우리 더글라스찡은 그럼 아까 대체 어디다 전화를 하고 있었냐면, 수잔네 엄마였다네요. ㅋㅋㅋ 마이클 더글라스가 내내 마이클 더글라스처럼 의뭉스럽고 좀 비열해 보이는 캐릭터를 연기해 보이는데 알고 보니 착한 사람이었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이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완전히 속았어요. ㅋㅋㅋ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1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88
122286 더 라스트 오브 어스 3편 노스포 짤막 잡담 [3] theforce 2023.02.05 372
122285 [티빙바낭] 이제 14년 전입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잡담 [10] 로이배티 2023.02.05 512
122284 오징어 게임 리얼리티 쇼가 말이 많군요. [1] 무비스타 2023.02.04 533
122283 이런건 어떻게 표현을 한걸까요? [6] 무비스타 2023.02.04 547
122282 애드립 잡담 [2] 돌도끼 2023.02.04 241
122281 [EBS1 영화] 12 몽키즈 [5] underground 2023.02.04 314
122280 DCEU의 끝 [11] Mothman 2023.02.04 425
122279 Melinda Dillon 1939-2023 R.I.P. 조성용 2023.02.04 151
122278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1994) catgotmy 2023.02.04 210
122277 정모의 신비 [9] Sonny 2023.02.04 498
122276 프레임드 #330 [4] Lunagazer 2023.02.04 109
122275 남아있단 말이 [2] 가끔영화 2023.02.04 130
122274 봄날씨 예고(입춘) [2] 왜냐하면 2023.02.04 200
122273 [티빙바낭]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의 강렬한 성취감(?), '예스터데이' 잡담입니다 [19] 로이배티 2023.02.04 432
122272 역대 대세 여자 아이돌의 계보 [4] catgotmy 2023.02.04 415
122271 [초잡담을 빙자한 탑골] 슬램덩크에서 비롯된 만화책 및 애니 이야기 [8] 쏘맥 2023.02.03 407
122270 저질러 버렸습니다. [4] Lunagazer 2023.02.03 483
122269 프레임드 #329 [4] Lunagazer 2023.02.03 109
122268 용서받지 못한 자 (1992) catgotmy 2023.02.03 214
122267 월급은 마약이다. [6] 무비스타 2023.02.03 6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