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1분. 장르는 스릴러에요. 스포일러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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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re's no place like home. 저 표현도 참 반어적으로 자주 써먹혀서 이젠 멀쩡한 의미로 잘 생각이 안 됩니다. ㅋㅋ)



 - 서로 눈만 마주쳐도 행복한 젊은 커플이 보입니다. 남자가 여자를 오토바이 뒷자리에 태우고 달려요. 달려 달려~ 하고 둘 다 흥이 나서 오바를 하다가 교통사고. 여자만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간신히 퇴원을 하는데, 기억상실증이 되었네요.

 남자도 딱히 직업도 돈도 없는 처지이고 해서 결국 여자를 퇴원 시켜 여자의 가족이 있는 시골 외딴 대저택(!)으로 갑니다. 거기엔 아빠, 엄마, 오빠, 언니 + 집사 한 명이 오붓하게 모여 살다 갑작스레 귀환한 막내 딸래미를 반겨주지만. 당연히 뭔가 어색함이 흐르겠고,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느낌이 들겠고, 곧 수상함을 넘어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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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니네 집 짱 좋다!! 하고 힘차게 들어왔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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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어색한 분위기는 어쩔 것인가... ㅋㅋㅋ 그리고 이것이 바로 영화 원제의 참된 의미!)



 - 제목에도 적어 놓았지만 영화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는 그 무엇도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ㅋㅋ 진짜 이건 좀 너무한 경우거든요. 엑소시즘 안 나옵니다. 유령을 비롯해서 초자연적 존재 아무 것도 안 나옵니다. 걍 현실의 인간들끼리 비밀 숨기고 나쁜 짓 하고 괴롭히고 고생하고 그러는 이야기에요.

 원제가 'Estranged'인데. 단어 뜻대로 해석하면 '소원해진' 정도 되구요. 이게 영화의 컨셉을 제대로 보여주는 좋은 제목입니다. 뭐 영화 제목이 '소원해진'이라고 하면 좀 별로다... 라고 생각할 수는 있는데, 그렇다고해서 나오지도 않는 '엑소시스트' 같은 걸 박아 놓는 건 그냥 사기잖아요. 게다가 그런 내용 기대하고 관람한 관객들이 실망해서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게 될 위험이 크니 이래저래 멸망적 번역제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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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게 시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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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흘러가는 영화... 입니다. ㅋㅋ 특별한 고어 같은 건 안 나오지만 여성 캐릭터의 수난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 부담스러운 분들은 피하시길.)



 - 그래서 이야기 자체는 대략 흔한 전개입니다. 기본 설정에서 짐작할만한 이야기에서 멀리 가지 않아요. 주인공이 집을 떠나서 7년을 연락 한 번 없이 떠돌았으니 이 집에서 별로 행복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주인공의 잘못인지 or 가족들의 잘못인지. 그리고 정말 주인공과 이 사람들이 가족이긴 한 건지 아닌지. 결정적으로 그게 어느 쪽이든 간에 수상하기 짝이 없는 저 '가족'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대체 무엇인지. 알고 보면 주인공이 천하의 나쁜 x이고 이 가족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얘를 품어주려 애쓰느라 고생하는 걸 수도 있고. 아님 그냥 저 인간들이 다 악당일 수도 있고 그런 거죠.


 이렇게 흔한 설정이지만 어쨌든 영화가 그걸 제법 잘 끌어갑니다. 떡밥들을 아예 꽁꽁 다 비밀로 싸매고 있다가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정석적 전개인데, 템포 조절을 잘 했어요. 그래서 별로 대단할 것 없는 (어차피 '이거 아니면 저거' 게임이니까요) 최후의 진상이 밝혀질 때 나름 감흥도 느껴지구요. 또 마무리도 제 취향엔 꽤 그럴싸했네요. 살짝 비합리적인 짓을 하긴 하는데 뭐 그 정도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완전히 이성적인 행동을 기대할 순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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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와중에 절대 진짜 가족일 리가 없는 한 명의 유난한 선의와 호의는 과연 진짜일까요 아님 더 큰 충격을 위한 빌드업일까요! 같은 생각을 하면서 보면 재밌습니다. ㅋㅋ)



 - 또 하나의 포인트는 뭐랄까... 그냥 이 영화의 분위기입니다. 외딴 곳에 홀로 서 있는 저택에 무려 '집사'도 있고. 낡고 텅 빈 듯한 느낌의 집에다가 거기 사는 사람들은 고풍스런 삶의 방식을 고수하고요. 저택을 둘러싼 자연 풍광은 보기 좋으면서도 꾸준히 을씨년스런 느낌을 풍기죠. 뭔가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하는 옛날 미스테리 이야기 같지 않습니까? 소재에 딱 어울리게 배경도 영국이구요. 


 제작비의 문제로 뭔가 좀 허전한 느낌이 종종 들긴 합니다만 어차피 집만 크지 경제력은 좋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로 대충 핑계를 대며 그럴싸하게 분위기를 잡아요. 또 주인공을 압박하는 이 네 가족 캐릭터들도 각자 자기 나름대로 기분 안 좋은 강렬함이 있고 그걸 배우들도 잘 소화를 해 줍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 없이 아주 현대적인, 큰 도시 같은 곳을 배경으로 해서 요즘 느낌(?) 물씬나게 만들었다면 이야기상의 허점 같은 게 강력하게 눈에 띄었을 것 같은데. 영리한 설정이었던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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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딴 저택이겠다, 집엔 컴퓨터, 티비도 없고 아무도 폰도 안 쓰겠다. 게다가 저 옷차림... 사극으로 찍으려다 제작비 때문에 설정을 손 본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 근데 뭐, 그렇다고해서 이게 막 숨은 명작 이런 건 아니구요. ㅋㅋㅋ 좀 엄격하게 뜯어 보면 허술한 구석도 많이 보이고. 또 뒷부분의 어떤 전개 같은 건 좀 과하게 불쾌하지 않았나 싶은 부분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만, 최소한 '엑소시스트: 죽음의 가족'이라는 제목에서 기대할만한 재미와 완성도는 확실히 뛰어 넘어주기 때문에 저는 즐겁게 봤습니다. ㅋㅋㅋ

 어색어색 불쾌한 분위기로 사람 조용히 압박하는 이야기나, 옛날 영국 대저택 스릴러(?)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기대치 좀 낮추고 적당히 재밌게 보실 수 있는 소품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했네요. 전 상당히 잘 봤구요.




 + 따로 사족 붙일만한 게 없어서 다짜고짜 스포일러입니다. 영화 안 보실 분들만 긁어 보세요. 설명할 게 많아서 좀 깁니다만.


 믿었던 남자 친구는 며칠 안 돼서 홀연히 사라져 버리고. 가족들은 계속 잘 해주는 척 하지만 전화 한 통도 못 하게 하고 집에서 나가지도 못 하게 하고 또 가끔씩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며 우리 주인공의 기를 죽여요. 그러다 결국 견디다 못한 주인공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농성을 하는데, 집사가 남몰래 신문 기사 쪼가리를 주고 갑니다. 내용인즉 이 집안의 아내가 자살을 했고, 어린 '외동딸' 주인공과 아빠만 남았다는 거죠. 흠.


 그 후로 주인공의 눈물겨운 탈출 시도, 반항 시도 등등이 이어지지만 번번이 실패하면서 더 심한 꼴, 더 더 심한 꼴을 당하게 되는데 그 와중에 절대 확실하게 자기 엄마가 아닌 '엄마'만 계속해서 주인공을 챙겨줍니다. 대체 얘는 또 왜 이러는가... 하다가요.


 이제 런닝타임 얼마 안 남았으니 정말 결정적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 그동안 쭉 우울 소심한 표정으로 지켜만 보던 집사가 결국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주인공을 괴롭히던 언니를 죽여버리고는 주인공을 몰래 도망시켜주려고 해요. 근데 그 집을 떠나려던 순간 주인공이 집사에게 물어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저들은 누구이고 나는 뭐냐. (아 정말 저도 그게 90분동안 궁금했다구요 ㅋㅋㅋ) 


 결론은 뭐냐면 주인공은 원래 이 집 주인 남자가 하인을 겁탈해서 만든 아이였습니다. 근데 애가 태어나자 자기 딸로 키웠고, (아마도 아기를 못 가지는 몸이었을 듯한) 주인의 아내는 상심 끝에 자살. 그래서 인간 말종 아버지와 단 둘이 집에서 살다가 지쳐서 떠나간 건데, 그 동안에 주인공의 생모와 다른 일꾼들이 아버지를 죽여 버리고 집을 차지한 거죠. 그러고 바깥 세상과는 소식을 끊고 자기들끼리 라랄랄라 즐겁게 살고 있었는데, 영원히 안 돌아올 줄 알았던 주인공이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리고 컴백하는 통에 그만 연극을 하게 되어 버린 것... 그러니 당연히도 주인공은 물론 남자 친구도 집 밖으로 살려 보낼 수 없는 것이었고. 또 그래서 엄마는 계속 주인공을 돌보려 했던 거죠. 친엄마였으니까.


 이 이야기를 다 들은 주인공은 발길을 돌려 엽총을 들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러고 끝까지 싸이코처럼 구는 가짜 오빠와 가짜 아빠를 호쾌하게 쏴 죽이고요. 침대에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는 엄마 옆에 가서 잠시 앉아 있다가, 총과 총알을 주고 집을 나와요. 잠시 후 침실에선 총소리가 들리고. 완전히 썩은 표정으로 저택 앞 계단에 앉아 있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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