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없는 삶' 자잘한 잡담

2023.02.08 13:58

thoma 조회 수:446

Leave No Trace, 2017

0b8c67b0b91791036105e79224233cce5c962165

1. 배경이 또 포틀랜드입니다. '퍼스트 카우, 피그'에 이어서 자연이 중요한 배경이 되면서 개인적으로 좋게 본 또 하나의 영화가 같은 지역입니다. 이 영화가 시간상으로 가장 먼저 나온 작품인데 저는 셋 중 가장 나중에 봤네요. 보면서 으이고 넓고 넓은 미국 땅에 비라도 덜 오는 지역의 숲을 물색하지 그랬나, 했습니다. 특히 위에 사진으로 올린 저 장면이 대표적으로 난감했습니다. 등산 오두막은 안 나타나지 언제까지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비오고 춥고 부츠에는 물이 들어 오고 딸의 발이 얼기 직전입니다.  

오래곤주 포틀랜드 인근 자연이 아름다워서인지 물가가 싸서인지 헐리웃에서 멀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이런 소규모 영화의 배경으로 인기인 느낌입니다.


2. 톰은 몇 살일까요. 영화 초반에서 후반으로 가자 성큼 자란 느낌이었습니다. 이 아빠는 언제까지 딸과 함께 다닐 계획이었을까요. 아니 딸의 미래에 대한 계획이라는 것이 머리 속에 있었을까요. 아빠는 참전후유증이 심각하다는 것 이외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아서 이 영화를 특이한 상황에 놓인 딸의 성장 영화로 초점 맞추어 보았습니다. 

아빠에게 은근히 불만스런 마음이 들곤 했어요. 두 번의 기회 중 다리를 다친 후 지내게 된 캠핑 장에선 딸과 진지하게 얘기를 나눠야 했겠지요. 그런 대화도 불가능할 지경이라면 자기 정신의 심각성을 깨닫고 치료에 들어가야 했지 않을까, 단순하게 상식적인 시민의 눈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그런 과정에 망가져 간 사람들도 많겠지만요. 자신이 유일하게 견딜 수 있는 생활 방식이 숲에서의 고립된 생활이라는 자가진단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영화 후반 결정적인 선택을 딸이 할 수밖에 없게 하고 아빠는 너무 수동적이라 이기적으로 보이더군요. 일종의 수동공격성이 느껴졌습니다. 

영화와 직접 관련은 없는 얘기지만 모든 부모에게 어느정도는 이런 수동공격적 면이 있지요.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인간과 인간이 만나 맺는 관계 중의 하나인데요. 너무 특별하게 취급받고 있습니다. 아주 특별하게 돈독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고 원수처럼 지내게 되는 경우도 오히려 타인과 관계 보다 가능성이 높고, 대체로는 '특별히 돈독해야 한다'는 압박이 많은 부모 자식 사이에 왜곡된 정서를 발달시키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옆으로 샛어요.

아빠는 사람 자체가 두렵고 싫은 거 같습니다. 도시 문명이 싫은 것이 중요한 이유라면 숲의 캠핑장엔 만족해야 할 테니까요. 

톰은 '자기 생각'을 잘 다듬어서 슬기로운 결정을 하는데, 아빠 역시 자식을 외로움의 방패막이로 쓸 요량이 아니라면 혼자 끗꿋하게. 


3. 2000년 생이라니.. 토마신 맥켄지는 너무나 역할에 어울렸어요. 태도와 말투에서 뻣뻣함과 부드러움의 조화가 적절, 절묘했습니다. 눈과 시선에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 캐스팅 될 스산함이 있었고요. '레이디 맥베스'의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 영화 '아일린'이 개봉예정이라네요. 기대되네요. 

벤 포스터는 '로스트 인 더스트'에 형으로 나왔던 분이네요. 거기에서도 뭔가 불안정한 사랑이 넘치는 역할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데일 디키의 역할과 연기가 좋았어요. 내게도 주변에 이런 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달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56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10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498
122420 마츠모토 레이지(은하철도999의 작가) 별세 소식 [8] 왜냐하면 2023.02.20 470
122419 250의 뱅버스를 듣고 [4] Sonny 2023.02.20 354
122418 Richard Belzer 1944-2023 R.I.P. [2] 조성용 2023.02.20 141
122417 뒤로 갈수록 힘빠지는 '일타스캔들' [4] S.S.S. 2023.02.20 746
122416 영어 귀가 뚫리는 법 catgotmy 2023.02.20 414
122415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1] 물휴지 2023.02.20 114
122414 2023 BAFTA Award Winners [1] 조성용 2023.02.20 203
122413 이런저런 주식 잡담... 여은성 2023.02.20 386
122412 [왓챠바낭] 영화 만드는 영화는 거의 다 재밌죠. '크레이지 컴페티션' 잡담 [4] 로이배티 2023.02.19 355
122411 샘숭 갤럵시 23+ 후기 2 [1] 메피스토 2023.02.19 355
122410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고 catgotmy 2023.02.19 212
122409 George T. Miller 1947-2023 R.I.P. [1] 조성용 2023.02.19 224
122408 Gerald Fried 1928-2023 R.I.P. 조성용 2023.02.19 106
122407 2023 Directors Guild Awards Winners [1] 조성용 2023.02.19 164
122406 [넷플릭스] Red rose...오우.....와우..... [3] S.S.S. 2023.02.19 676
122405 프레임드 #345 [2] Lunagazer 2023.02.19 83
122404 [넷플릭스바낭] 저는 확실히 망작 취향인가봐요 - '동감' 리메이크 잡담 [12] 로이배티 2023.02.19 665
122403 손예진 피클 [6] 가끔영화 2023.02.18 1147
122402 '초록밤'을 보고 [9] thoma 2023.02.18 341
122401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에피소드 4 & 5 짤막 잡담 [6] theforce 2023.02.18 30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