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스케줄

2011.07.30 00:09

마르세리안 조회 수:5726

1. 오늘 이화여자고등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문재인 북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중간에 100주년 기념관이 이화여대에 있는 줄 알고 신촌까지 가서 한시간을 헤매다가 경비아저씨의 벼락같은 깨우침 - 우리에게 100주년 기념관은 있을 수가 없어!- 를 듣고 정동까지 다시 갔지요.. 이화여고는 정동에 있더군요;; 뭐랄까 평소 같으면 귀찮아서 아 집에 그냥 가자 라고 생각했을텐데 무슨 바람이 들어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2. 근본적으로 그 바람은 '문재인은 과연 대선에 출마할까?'라는 의문의 해결을 위해서 이겠지요. 좀처럼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문재인 이사장이기에 그 생각의 편린을 짚어내기에는 많은 수고로움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기회는 적고 그 찬스를 짚어내는 것도 매우 어려울 테죠. 이번 기회는 그렇기에 굉장히 소중한 기회입니다. 저같은 듣보잡 정치 평론가에겐 그의 생각을 짚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 그렇기에 콘서트를 다녀온 지금 저는 이 공간을 빌려 저의 생각을 적어내려가고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언제 날라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편린 들을 제 나름대로 해석했던 건 콘서트 장에서의 사색 덕분입니다. 그 사색은 언제 흩어질지 모릅니다. 지금 붙잡아야 합니다.

 

4.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저는 문재인이 출마한다에 1000원 걸겠습니다. 이건 그 분이 권력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대권욕심이 있으냐 없느냐를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고, 문 이사장도 이점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적어도 오늘 제가 봤던 것은 그러합니다.

 

5. 공식적으로 문 이시장이 대선 출마에 대해 보인 반응은 "나도 모르겠다"입니다. 저는 문 이사장의 이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항간에서 말하듯 "출마 결심은 굳혔고 저울만 재고 있다" 이건 아닙니다. 분명 문 이사장은 현 상황에 대해 정확한 자기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감. 노 대통령에 대한 연민, 정치에 대한 혐오, 이런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2시간의 콘서트 장 동안 제가 느꼈던 것은 그것입니다.

 

6. 언론들은 일제히 오늘 문 이시장의 발언 중 "통합이 먼저다"를 주요 문장으로 뽑았습니다. 콘서트장 내내 그는 그러했습니다. 통합을 강조했지요. 지금 현재, 문 이사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자신의 대권출마가 아니라 총선 승리에 모아져 있습니다.

 

7. 자 그렇다면 문 이사장의 뜻대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져 통합이 이뤄진다고 가정해 보죠. 문 이사장은 그 중심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면에 나서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혀왔습니다. 더구나 부산,경남에서 25석을 차지해야 승리라는 기준점까지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본인이 선두에 서서 뛰겠다는 입장도 밝혔구요. 이런 상황에서는 통합정당내에서 문 이사장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8. 좋던 싫던 이런 상황에서는 문 이사장이 대권 후보로 거론 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됩니다. 1:1 구도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야권의 유력 정치인 -저는 문재인이 정치적 행보를 시작했다고 봅니다.- 이 스스로 총선을 진두지휘합니다. 승리하던 패하던 이건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내년 총선에서 박근혜가 진두지휘하지 않을것이라고 보는 정치 평론가는 단 한명도 없습니다. 그 반대편에 문재인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9. 이런 구도로 짜여지면 문재인은 대중의 요구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대중정당. 단일정당을 만들어 냈으니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손학규도, 정동영도 이 흐름에서 유의미한 반대적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사실상 문재인으로 야권 단일후보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10. 이 문제에 대해 문재인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평생 책임의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왔던 사람입니다. 이건 박근혜에 맞설만한 대권후보가 없으니 당신이라도 나서달라. 이런 수준의 요구가 아닙니다. 대중이 그의 요구를 들어줬으니. 당신도 대중의 요구를 들어달라는 1:1 쌍방 교환의 기브앤 테이크에 가깝습니다. 문재인은 이 문제에 대해 실존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무엇보다 높습니다.

 

11. 콘서트가 끝나고 난 후 문 이사장은 1시간 동안 싸인회를 가졌습니다. 애당초 예정되어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빠져나가던 그에 대해 한 사람이 책을 주며 싸인을 부탁하면서 일이 커졌죠.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어느새 줄이 형성됐습니다. 부산으로 내려가야 하는 그의 일정상 중간에 끊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갑작스럽게 진행된 싸인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중간까지 서서 싸인을 해줬습니다.  책을 들고온 모든 사람들에게 싸인을 해줬고 사인을 찍어줬습니다.  저는 오늘 벌어진 이 돌발적 상황이 문재인의 앞날을 설명해 준다고 봅니다. 자신이 원하는 상황, 자신이 기획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원하는 길을 그는 거부할 상황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거절해도, 여기서 끊고 가자고 해도 되는 상황이 몇번이라도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천성일수도 있겠고, 의무감일수도 있겠습니다. 중요한건 그 흐름에서 문재인이 벗어나지 못한다는 겁니다. 대중들 역시 자발적으로 줄을 만들고 그에게 더 이상을 요구하지 않는 모습으로 기다려 주고 있습니다.

 

12. 어쩌면 문재인의 스케쥴은 오늘 시작되었을지도 모릅니다.

 

ps) 아님 말고.. (먼산) 문재인의 북콘서트는 내일도 있습니다. 같은 공간이고 오후 5시입니다. 내일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나옵니다. 오늘보다는 재미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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