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돌에 대해

2022.12.30 13:57

Sonny 조회 수:860

애초에 각잡고 반박을 써볼까 하다가 그러면 또 괜히 '진지빨고 있네'라는 no생각 악플들이나 달릴 것 같아 캐쥬얼하게 문제제기를 하였지만 이게 제 패착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가급적이면 다수가 좀 편하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라는 건 애초에 없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네요. 정말이지,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자기 입장에서 당연한 건 계속해서 당연하다고만 믿습니다. 너무 귀찮은 관계로 예전에 써놓은 섹스돌 관련 글들을 그냥 네다섯개 복붙해버릴까 하다가, 그건 또 문제제기를 한 사람의 입장에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새 글을 그냥 씁니다. 


- 섹스돌은 과연 가치중립적인 상품인가? 


이런 게시판에서 텍스트로만 뭔가를 설명하려고 하면서 논의를 진행하려고 하면 그 개념이 가지고 있는 파괴적이거나 착취적인 이미지가 굉장히 추상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말로만 하면 뭘 떠들고 있는지를 정확히 감을 못잡게끔 실질적인 이미지가 흐려진다는 거죠. 섹스돌 이슈도 이런 식으로 모호하게 논의가 진행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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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doll2.png


이런 게 섹스돌입니다. 이것도 제가 '굉장히 얌전한' 이미지만 골라서 갖고 온 겁니다. 더한 사진들 널리고 널렸습니다. 제가 무슨 딥웹에 가서 아무도 볼 수 없는 비밀스러운 정보를 캐온 게 아니라요. 그냥 구글에 섹스돌 치면 이런 이미지들이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솔직히 여기 회원들 기분이 개박살나든말든 모자이크 없이 이미지 다 긁어와서 말하고는 싶은데 섹스돌에 어떤 식으로든 문제의식을 느끼실 분들이 많으실테니 그분들 생각해서 딱 여기까지만 이미지를 가지고 온 겁니다. 궁금하면 구글에서 sexdoll 검색해보세요. 무슨 이미지들이 뜨는지.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이런 이미지들이 다 생략된 채로, 섹스돌이 남성의 보편적인 욕망인 것처럼 전제를 깔고 들어갑니다. 이게 이 논쟁의 구린 지점입니다. 대체 왜?

섹스돌은 남성의 보편적인 욕망이 아닙니다. 그냥 윤리 다 따져놓고 봐도, 보편적으로 남자들이 이런 걸 안쓴다니까요. 머리에 총맞았습니까? 저딴 걸 쓰게?

그러니까 물어보겠습니다. 저렇게 혐오스러운 섹스 더미돌을 대체 왜 남성의 보편적 욕망인 것처럼 전제를 하고 왈가왈부를 하는 겁니까? 그게 뭐 자연스러운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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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님이 점잖게 풀어주신 댓글이 있지만 어차피 다들 안읽었을테니까 제가 다시 풀어서 설명을 합니다. 

바깥에서 사람들이랑 막 섹스 이야기합니까? 해골 안에 두뇌가 안전히 모셔져있다면 잘 안그러겠죠. 원래 성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하지 않으니까요. 

타인들과의 거리가 적당히 멀리 있다면 어떤 이슈들은 함부로 안꺼냅니다. 공개된 장소에 이야기되는 것 자체가 '그런 이야기를 안듣고 싶은'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니까요.

너무너무너무 당연한 상식입니다. 사람마다 이런 개인적 금기들이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 성에 대해서는 거의 보편적인 금기가 형성이 되어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변을 눴는데 그 변이 아주 크고 황금색이라 인증사진 올려봅니다 ^^' 하고 글을 올리면? 또라이 취급받겠죠.

그런데 희한하게 이 성에 대해서는 대단히 자유로워집니다. 모두가 다 합의하고 모두가 다 유쾌를 느끼는 소재처럼 말이죠. 


* 이게 성엄숙주의니 뭐니 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미리 추가설명합니다. 어떤 자유는, 안전이 선행되어야됩니다. 

한국에서 성희롱이나 성폭행이 거의 안일어나고 상호합의하에 즐거운 섹스만 가득하면 개방적 대화가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않잖아요?


이건 한국에서 개방된 커뮤니티에서 다 일어나는 일인데, 남자와 여자가 같이 커뮤니티를 이용해도 남자에 의해 순식간에 게토화되버립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못해도 온라인에서는 어떤 성적인 이야기도 다 할 수 있다는 이상한 믿음이 이 남자 저 남자에 의해 전파되어버립니다.

(대형 남초 커뮤니티들은 싹 개방형입니다. 그런데 대형 여초들은 회원가입을 안하면 열람도 작성도 불가능한 "까페"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당연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금기가 같을 수는 없죠. 오프라인에서 못하는 이야기도 온라인에서는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무 이야기나 다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그걸 믿는 머저리들이 바로 일베와 디시 종자들입니다. 

메타인지가 망가져있으니까 지 혼자 키보드 앞에서 자유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아무 소리나 다 떠듭니다. 

온라인 공간이 완전히 남성중심적인 기준으로 개판이 됩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여기에 항의하면? 갑자기 '프로불편러'가 되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인간들을 '지만편한세상러'라고 부릅니다. (지석진씨에게는 아무 악감정도 없습니다)

온라인 공간이 남자들 패악질에 점령되버리는 꼬라지가 개짜증난단 말입니다. 

갑자기 현실의 기준을 초월해서 지만편한세상러들이 아무렇지 않게 섹스돌 이야기나 쏟아내는 건 그냥 넘길만한 일이 아닙니다.


좀 물어보고 싶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섹스돌 이야기 안할 건데, 온라인에서는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왜 오프라인에서는 근엄 떨고 이런 이야기 조심할거면서 온라인에서는 갑자기 섹스돌 이야기를 처 하는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이런 일상적인 감각은 누구나 다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걸 전혀 모르는 것처럼 이해를 못하겠다고 떠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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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다시 물어봅니다. 공개되 장소에서 섹스돌 이야기해도 됩니까?

이에 대한 대답이 세가지가 있겠죠. 


오프라인에서도 해도 되고, 온라인에서도 당연히 해도 된다

오프라인에서는 못하지만 온라인에서는 해도 된다

오프라인에서도 못하고 온라인에서도 못하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할만한 다른 이유가 있다


이런 대답을 하나라도 골라서 했으면 그래도 좀 나을텐데, ND님 대답이 아주 레전드입니다.

제목으로 열받는다는 건 표현을 하는데 본문에는 쌩뚱맞은 딴소리들만 적혀있네요? 

아닌 척 할려고요? 그렇게는 좀 살지 말아야죠. 다섯살 먹은 아이도 저격성 글 보면 압니다...

이게 으른들이 대화하는 방식인가 싶어서 헛웃음이 나옵니다. 논리를 물어보는데 왜 갑자기 문학을 집필하고 있는지? 

열받는 건 표현해야겠고 정면으로 대꾸는 못하겠으니까 여기가 망한 커뮤니티다 급발진이다 인과응보다 이딴 소리나 하고 있는데...

자기 말 못하고 돌려돌려서 그 말을 안하는 척 하는 걸 "꿍시렁"이라고 합니다. 뭘 꿍시렁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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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많은 사람들이 남초커뮤니티의 어떤 밈을 논리로 받아들이고 아무 소리나 합니다.

여초커뮤니티나 페미니스트나 여성단체를 끼우면 그게 다 틀린 말이 되고 자기가 비웃을 수 있는 소리가 되는 것처럼 믿는단 말이죠?

그러니까 저 역겨운 섹스돌을 세관통과를 보류하던 게 갑자기 "꼰대짓"이 됩니다. 

그러니까 ND님이 좋아하는 보편적인 현실감각으로 질문합니다. 

섹스돌 이야기 바깥에서 합니까? 여기 공개게시판은 그런 이야기도 해도 되는 곳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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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섹스돌 말하는 거 맞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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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적 불쾌감이 당연히 윤리를 전부 대변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어떤 생리적 불쾌감에는 윤리적 반감이 포함이 됩니다. 

현재 시판되는 섹스돌은 전부 다 "여체"를 구현해놓았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여자가 실제로 전시되는 듯한 감각을 줍니다. 

위의 사진에 나열되어있는 섹스돌 사진들을 보면, 여자들이 전시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당연하죠. 진짜 여자라고 착각을 시킬 용도로 리얼하게 구현된 인형이니까요.

진짜 여자와 섹스하는 듯한 감각을 주기 위한 인형을 보면서 진짜 여자에 대한 위기감을 갖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이게 바로 재현의 문제입니다. 

이런 걸 굳이 말을 하는 게 진짜 귀찮습니다. 왜냐하면 본능적으로 바로 알게 되니까요. 그건 생리적 감각입니다. 

그래서 제가 글 마지막에 달아놓은 게 소아섹스돌입니다.

정말로 인형일 뿐이라면 소아섹스돌을 굳이 금지할 이유는 뭡니까? 어차피 남성이 방구석에서 혼자 조용히 자위하는데 써먹는 기구일텐데?

인형이 인형으로만 안끝납니다. 재현은 항상 원본에 대한 연상작용을 일으킵니다. 섹스돌의 원본은 뭔가요. 여자입니다. 살아있는 여자들.

하마사탕님이 끝까지 모르겠다고 하셔서 다시 한번 복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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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리얼돌에는 반대하고 성인 리얼돌은 괜찮다고 하시는 분들은 그 리얼돌=섹스돌이라는 게 어떤 사람들에게 얼마나 구토를 유발하는지 정도는 좀 생각을 해보셔야 할 걸요"


소아섹스돌은 왜 당연히 안되는데, 성인 섹스돌은 괜찮습니까? 성인이 된 여성의 몸은 본따서 남자들이 섹스할 수 있게끔 내버려둬도 괜찮은 건가요?



* 누가 또 마네킹에도 반대하냐는 바보같은 질문을 할까봐 미리 대답합니다. 마네킹이 섹스돌입니까? 옷을 입혀놓기 위한 용도로 구현된 신체랑 남자 성기를 집어넣으라고 가슴과 성기가 리얼하게 재현된 인형을 구분못할 거면 산속에 들어가서 자연인으로 사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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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돌 자체와, 섹스돌을 공개게시판에서 이야기하는 두가지 화두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풀어써야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으로 말하면 섹스돌 이야기를 하는 게 "자연스러운 행위"이고, 거기에 문제제기를 하는게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기본으로 자리잡혀있거든요.

현실의 인식과 완전히 괴리된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 보편적인 현실인식에서부터 그 혐오감과 논리를 둘 다 풀어나가야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그걸 왜 굳이 반대하냐는 질문이 달립니다...

심지어 섹스돌에 대한 생리적 혐오감조차 공개게시판에서 취향 존중의 영역에 머무르고 말죠. 이 자체가 부조리합니다.

이게 중요하니까 다시 씁니다. 섹스돌에 대한 생리적 혐오감조차 공개게시판에서 취향 존중의 영역에 머무르고 말죠. 이 자체가 부조리합니다.

섹스돌을 이야기하는 건 취향의 영역이고, 섹스돌을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엄청난 급발진이 되는 이 인식이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 반대여야 하잖아요? 여러 사람들이 좀 꺼릴 수 있겠지만, 섹스돌에 대해서 써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서 이야기를 꺼낸다고 해야하지 않습니까?

무감각이 윤리의 기본이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이에 대한 글을 개인적으로 쓰면서 흑인 샌드백, 벽에 던질 수 있는 고양이 모형, 위안부 피해자 소녀상, 이런 예시들을 들어서 사고실험을 했었는데요.

이 글에다가는 굳이 안그러고 싶습니다. 결국 선긋기로 끝난 채 이해를 못할 것 같으니까요.


남성의 자위행위를 위해서 여체의 정교한 모방을 허락하고 그걸 문화로 인정하는 사회는 과연 어떤 사회인가요? 

만들고, 팔고, 사는 이 모든 과정은 다 어떤 변태성욕자들이 개인적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인데도요. 


https://www.yna.co.kr/view/AKR20210413086700061


맘카페 등 용인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정말 경악스럽다. 어찌해야 하나요?", "아이들이 오가는 건물에 저게 뭡니까, 영업허가가 가능하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교육부에 민원을 넣어 폐업하도록 하자"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나 용인시는 리얼돌체험카페가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영업할 수 있는 자유업종이어서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리얼돌 체험카페는 현행법상 성인용품점으로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고, 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어서 성매매방지특별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섹스돌이 방구석 개인의 자위행위로만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진짜 순진한 겁니다. 포르노가 그렇게 산업화가 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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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글을 쓰는 거 자체가 이미 피로합니다. 

생각없는 인간이 쓰는 생각없는 글은 별 반문도 안얻고 가는데, 그에 대한 반론은 어투까지 신경을 써가면서 어떻게 써야 안교조적이고 기분 안상하게 하면서 진지한 사유를 이끌어낼까... 이런 쌉쓰러운 고민이나 하게 되니 말입니다. 

그냥 진지충 소리 들어도 앞으로는 좀 길게 써야겠습니다. 글을 두번 쓰는 것보다는 한번 쓰는게 덜 피곤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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