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작이니 한국 나이로 스무살이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58분.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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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지 마라! 예상하지 마라!! 다 맞혀 버리면 영화가 무슨 재미냐!!!!)



 - 도입부가 좀 난잡해서 그냥 대충 요약합니다.

 서울과 부산의 조폭이 무려 100억대의 마약을 거래하는데, 중간에서 돈이 사라져 버려요. 당연히 양쪽 집단이 서로를 의심하는 가운데 경찰 한 명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감옥 갈 위기에 처하구요. 정의의 터프가이 형사 고수씨는 자기가 아빠처럼 따르던 선배님이 그럴 리 없다며 홀로 동분서주하며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힘 쓰죠.

 그리고 그 와중에 교통 캐스터 송지효씨가 등장합니다. 이 분은 서울 조폭 중 한 명과 지인 사이인데, 그 놈의 동료에게서 뭔지 모를 mp3를 전달 받아요. 꼭 그 놈에게 전해달라는데 그 놈이 오기도 전에 혼자 새벽길에 고양이 사진을 찍는다고 난리를 치다가 자기도 모르게 부산 조폭들 사진을 찍는 바람에 그들에게 쫓기게 되고, 결국 고수에게 도움을 받겠죠.

 대충 그렇게 얽혀 들어가면서 범인 잡는 이야기인데. 여기에 포인트로 등장하는 게 송지효가 데자뷔를 본다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그 기억(?)에 따르면 오늘 밤 고수는 범인에게 총 맞아 죽어요. 이걸 어째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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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수씨인 줄............)



 - 일단 별로 안 좋은 소리부터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장윤현이 '텔 미 썸딩' 다음으로 만든 영환데요. 전작과 동일한 치명적 단점이 있습니다. 희한할 정도로 이야기에 긴장감이나 포인트가 없어요. 줄거리상으론 갖출 거 다 갖추고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상의 포인트가 실제 영상에서 전혀 살아나질 않습니다. 돈 들이고 나름 정성들여 찍은 액션 장면들이 되게 자주 나오고, 또 극적인 반전이나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도 많구요. 근데 정작 영화는 계속 맥아리 없는 느낌으로 그냥 흐느적 흐느적 흘러가요. 도대체 비결이 뭘까? 하고 고민해봤는데 뭐 이유야 많겠지만 기본적으로 편집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냥 정보 전달하느라 바빠서 어디에 강세를 두고 어떤 식으로 긴장감을 주고 이런 설계 없이 그냥 쭉 이어져 흐르기만 하는 느낌이었어요. 결국 그 편집도 최종적으론 감독의 결정이고, 또 전작도 똑같은 꼴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장윤현 본인의 한계가 아니었나... 싶지만 뭐, 암튼 그렇구요.


 각본은... 이걸 뭐라 해야 하나. '텔 미 썸딩'의 그 헐리웃 에로틱 스릴러 짜깁기 같은, 색깔도 없고 알맹이도 없는 허접한 각본보단 훨씬 낫습니다. 나름 아이디어가 많고 꽤 괜찮은 영화로 만들만한 재료들이 수북히 쌓여 있어요. 근데 역시나 그게 실제 영화에서 살아나질 않습니다. 그냥 재료들이 굴러다니는 것만 보이고 그것들이 하나로 묶여서 큰 그림을 만들어내질 못해요. 

 그리고 뭔가 퇴고가 덜 된 느낌입니다. 중요한 기본 정보들 중 몇 가지는 제대로 전달이 안 돼서 괜히 보는 사람 헷갈리게 만들구요. (전 아직도 송지효와 그 조폭 젊은이가 대체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습니다) 몇몇 장면들은 그냥 말이 안 돼서 웃깁니다. 세상에 '너는 자살한 걸로 되는거지! 음핫하!!' 라면서 사람 뒷통수를 총으로 쏘는 바보가 어딨습니까. 그것도 경찰이라는 인간이 말이에요. 그리고 한 방에 사건을 종료시킬 강력한 증거 사진을 자기 집 컴퓨터에 연결까지 하고서는 악당에게 빼앗길까봐 그 저장소를 들고 여기저기 죽어라 도망다니는 바보는 또 뭐에요. 이메일로 전송해 버리면 1분 안에 끝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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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우! 신문물!! 최첨단!!! ...참고로 얘들 조폭들입니다. ㅋㅋㅋㅋㅋ)



 - 근데 뭐... 재밌게 보진 못했어도 아 이거 좀 아까운 작품이네. 이런 생각을 쭉 하면서 봤습니다. 이미 말 했듯이 훨씬 좋은, 더 재밌는 영화가 될 수 있었던 재료들이 참 많아요. 


 첫째로 2004년 기준 첨단 문물들을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야기인데 그게 나름 꽤 알차게 잘 짜여져 있는 편입니다. 핸드폰, mp3 플레이어, cctv, 사진 합성에 인터넷이라든가. 또 당시에 반짝 유행했던 플래시몹 놀이까지. 큰 무리수 없이 이야기 전개 도구로 잘 써먹어요. 교통 캐스터라는 송지효의 직업도 몇몇 장면에서 아주 잘 활용되구요. 막판에 송지효가 이메일을 보낼 수 없는 핑계 하나만 만들어 줬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요. ㅋㅋㅋ

 

 둘째로 전체적인 이야기의 그림은 썩 괜찮은 편입니다. 두 조폭 조직과 형사 조직이 서로 꼬리를 물며 다투는 구도라든가. 이런저런 형사와 조폭 캐릭터들이라든가. 참신할 건 없지만 썩 괜찮은 한국형 느와르 무비가 될만한 재료들이 많더라구요. 개인적으론 차라리 송지효의 데자뷔 설정을 빼버리고 고수 행색 좀 단정하게 하고서 정통 느와르로 갔다면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마도 만든 사람들은 그 데자뷔 설정이 이야기의 매력 포인트라 생각했겠죠.

 (사족으로, 그 데자뷔는 그 날 송지효에게 아무 이유 없이 찾아왔다가 역시 아무 이유 없이 사라집니다. 너무 당당하게 작가 편할대로... ㅋ)


 마지막으로 꽤 많이 들였다는 제작비를 알차게 써먹었는지 20년 전 기준으로는 상당히 보기 좋게 잘 찍힌 장면들이 있습니다. 자주 나오는 카체이스씬들도 꽤 잘 찍은 느낌이고. 공들여 로케이션 해서 고른 서울의 이곳저곳 풍경들도 보기 좋게 잘 써먹어요. 게다가 풋풋하게 젊은 고수와 송지효의 비주얼도 참 보기 흐뭇하니 '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 식으로 하일라이트만 편집해서 영상을 만들면 상당히 재밌어 보이겠다... 는 생각도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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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화질 짤이 거의 전무한 가운데 희한하게 홀로 높은 화소수를 뽐내고 있던 송지효짤. 완전 풋풋하긴 한데 또 별로 안 변했더라구요.)



 - 아마도 이 영화가 장윤현의 짧은 전성기를 끝낸 작품이었죠. '텔 미 썸딩'은 그렇게 허접해도 어쨌든 흥행은 꽤 크게 성공했지만 이건 그냥 망했습니다. 근데 그럴만했단 생각이 들어요. 이 글을 적기 전에 당시 기사들을 검색해보니 장윤현이 '텔 미 썸딩'의 스토리가 너무 어려워서 관객들이 힘들어했다... 는 소릴 하고 있더라구요. 아무 어려울 것 없는 이야기를 그냥 본인이 난삽하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고생한 건데, 주변에서 직언을 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나 보죠. 그래서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쉽게 만들겠다! 는 목표를 갖고 영화 촬영 중에 계속해서 각본을 고쳤다고(...) 퇴고가 안 된 각본처럼 보인 이유가 있었던 거죠. 실제로 퇴고를 안 했으니까. 또 그렇게 계속해서 이야기를 고쳐가며 장면 장면을 찍으니 나중에 편집도 힘들었을 게 당연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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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진도 너무 젊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강성진 아닌 줄.)



 - 어쨌든 좀 아깝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어쨌든 2004년이면 이런 류의 본격 장르물이 한국에선 많이 안 나오던 시절이잖아요. 그런 걸 감안해준다면 당시 기준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뽑아낸 수작에서 준작 정도는 되는 걸로 봐 줄 수도 있겠는데. 어쨌든 흥행은 망했고 장윤현의 몰락은 시작되었죠. 본인 능력이 여기까지였던 것이니 억울할 것까진 없겠습니다만. 관객 입장에선 좀 아쉬운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뭐 마구 야박하게 말은 못 하겠지만, 빈 말로라도 추천은 못하겠네요. 그냥 시도는 좋았습니다만, 장윤현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가라앉은 작품이었습니다. 끝.




 +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건 제목 '썸'의 의미입니다. 고수가 입고 나오는 옷 단추에 적힌 영어 단어 'SOME'인데요. 그냥 아무 뜻도 없습니다. 감독도 직접 그렇게 말했더군요. 별 뜻 없으면서 뭔가 있어 보이는 단어를 제목으로 하고 싶었다고(...)



 ++ 사실 이 영화의 잘못이라고 따지긴 뭐해서 본문에 안 적었습니다만. 대사가 상당히 안 들립니다. 자꾸 되돌리느라 좀 짜증났어요.



 +++ 고수와 송지효의 초기작이죠. 당연히 화려한 발연기의 향연을 기대했으나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아니, 그냥 둘 다 무난합니다. 특히나 같은 감독의 전작에서 한석규, 심은하 같은 탑배우들이 보여준 민망한 연기를 생각하면 아주 선방했다고도 할 수 있겠죠. 다만 특별히 잘 하진 않고, 특히 고수는 터프 가이 캐릭터 자체가 안 어울리더군요. 가끔씩 송지효에게 스윗스윗한 행동을 할 때가 가장 보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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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염귀염 송지효씨. 여우계단에 이어 이 영화는 망했고, 다음 작인 색즉시공2는 히트한 후에 그 다음 작 '쌍화점'부터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도 어떻게 계속 주연을 따냈군요. 드라마 '궁'에도 나왔구요.)



 ++++ 농담입니다만. 사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잘못은 고수를 캐스팅해 놓고 오대수로 만들어 놨다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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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정말 왜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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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사람을 캐스팅 해 놓고 저렇게 꾸며놨냐구요... ㅋㅋㅋㅋ 걍 정통 수사물, 하드보일드풍으로 가는 게 나았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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