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에 런닝타임은 1시간 56분입니다만 단편 넷을 모은 앤솔로지에요. 스포일러는... 이따가 다시 설명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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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개봉을 하긴 했나 본데 상영관은 몇 군데나 잡았을지...)



 - 앤솔로지니까 맨날 앤솔로지 관련 글 적던대로 총평을 먼저 적어 봅니다.

 알고 보니 이게 애초에 '기기묘묘'로 묶여 기획된 게 아니더라구요. 이미 나왔던 인디 단편 영화들 중에 뭔가 호러라고 우길만한 요소가 들어간 영화, 그냥 호러 영화 등등을 네 편 골라 잡아서 하나의 제목으로 묶어 내보낸 좀 특이한 경우입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 인디 단편의 수작들을 보여주마! 라는 식의 의도가 아니었나 싶구요.


 그렇다보니 보통의 앤솔로지 영화들보다도 작품간 편차가 더 큰 편입니다. 그냥 완성도의 편차가 아니라 소재와 분위기의 차이까지 존재하니까요. 말하자면 첫 작품인 '황무지'는 그냥 호러 영화가 아닙니다. 긴장되는 장면이 좀 있긴 하지만 그 정도로 '호러' 딱지를 붙인다면 '스타워즈'도 훌륭한 호러 시리즈가 될 수 있겠죠.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데, 나머지 셋은 호러 맞습니다.)

 그리고 네 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을만한 확실한 뭔가가 없어요. 걍 싹 다 절망적인 분위기이고 우리가 사는 현대 한국 사회의 무언가를 하나씩 콕 찝어서 풍자하고 있다는 것 정도. 그러다 보니 좀 산만하단 기분도 들고. 그런데요.

 어쨌거나 네 편 다 각자의 방향으로 완성도는 준수합니다만. 혹시 보실 분들은 보기 전에 이걸 알고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적어 봐요. 호러 앤솔로지 같은 생각은 접어 두시고, 그냥 한국 인디 네 편 동시 상영이다... 라는 느낌으로 보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추천 에피소드는 마지막에 나오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에요. 위의 설명을 읽고 관심 뚝 떨어지신 분들도 호러 팬이라면 이 마지막 에피소드 하나는 봐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 그럼 이 아래는 네 에피소드에 대한 간략한 소개 및 소감입니다. 스토리 스포일러는 따로 한 단락씩 할애해서 흰 글자로 적을 테니 읽어도 상관 없는 분들만 긁어 보시길.



 1. 황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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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은 다른 분입니다만. 그냥 김재화씨 반가워서 이 분 짤로. ㅋㅋ)



 - 농촌, 많이 깡촌 마을입니다. 주민 한 명이 자살한 채로 발견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그 이면에는 마을 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이권 다툼 같은 게 있었고. 결국 간접적 가해자로 지목되는 게 주인공의 남편이구요. 주인공은 그냥 평생 여기서 '흙질'이나 하며 살겠다는 입장이지만 남편은 한몫 챙겨서 도시로 가고 싶어하고... 그러다 자살한 남자의 아내가 주인공을 찾아와서 쌩뚱맞은 부탁을 하네요.



 - 딱 보면 보이는 그대로 그런 이야기(?)입니다. 꿈도 희망도 없이 쇠락해가는 농촌의 현실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탐욕이 비극을 낳고, 그 와중에 원래 삶의 모습을 지키며 그냥 인간답게 살고 싶어하는 아줌마의 갈등과 고민을 다루는 이야기... 인데요.

 잘 찍었습니다. 그림 좋고 인상 깊은 장면들도 있고 배우들 연기도 좋구요. 다 좋은데 위에서 말한대로 장르가 절대로 호러는 아닙니다. ㅋㅋ 어찌보면 이 영화를 보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이 작품의 배치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굳이 넣을 거면 세 번째 쯤에 배치했음 좋았을 텐데. 호러 앤솔로지를 보려고 재생했는데 첫 이야기가 호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때의 당혹감이 이후 에피소드들 감상에 별로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아요. 이 작품 자체에 대해서도요.


 - 아래는 스포일러 단락이구요.


 그 '쌩뚱맞은 부탁'이란 바로 자살한 남편을 주인공네 집 텃밭에 묻어달란 거였어요. 따로 묻을 땅도 없는 처지이고, 여기다 묻어서 주인공네 남편이 과연 발 뻗고 부자돼서 잘 사는지 지켜보게 하고 싶다고(...) 주인공은 식겁해서 마다하지만 이후 남편의 몰인정한 행태를 보고 빡쳐서는 결국 텃밭에 묻어주는데... 그 와중에 남편이 재개발 관련 사람들과 함께 집에 왔다가 그 꼴을 목격하네요. 이래저래 몸싸움을 벌이는데, 그 관련자들이 그 꼴을 보고는 남편을 사업에서 빼버리겠다는 뉘앙스의 말을 해요. 그리고 결국 텃밭에서 시체를 꺼내 화장하고 가루를 내서 그 가루를 물에 타 영화 내내 손질하던 밭에다 뿌리는 두 여인의 모습으로 마무리.



2.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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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 뵙는 배우님인데 연기력도 좋고 비주얼도 잘 어울려서(죄송...;) 살짝 덜컹거리는 이야기를 잘 캐리해주십니다.)



 - 한 젊은 여성이 공인중개사 아줌마와 함께 오래 된 단독주택으로 들어와요. 원래 여성의 엄마가 혼자 살던 집인데 병이 나서 7년간 딸이 혼자서 병수발을 했고, 엄마가 죽으면서 그걸 물려받게 된 모양입니다만. 여성의 상태나 표정을 보면 정말 지옥 같은 시간이었고 엄마와 관계도 별로 좋지 않았을 거라는 게 빤히 짐작이 되네요. 그래도 어쨌거나 집이라도 한 채 생겼으니... 하는 것도 잠시. 바로 그 집은 귀신 들린 집이 되고, 딸은 그게 엄마의 귀신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죽어서도 자길 편하게 냅둬주지 않겠다는 의지!!!



 - 살다 보면 흔하게 듣는 이야기들 있잖습니까. 아들 둘에 딸 하나 있는 집인데 부모가 아들들한테만 이것도 저것도 다 퍼주고 딸래미한텐 뭐 하나 안 해줘 놓고선 본인들 도움 필요할 땐 그 딸만 불러다 이거 해내라 저거 해내라 시키고. 그 와중에도 계속 아들들은 챙기고. 이런 매우 한국적인 체험을 소재로 삼는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만듦새가 많이 투박하고, 이야기도 딱히 참신한 구석은 없구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한국 여성들에게 징글징글한 본인 인생을 반영한 이야기로 비치며 감정 이입을 유도할 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ㅋㅋ 그리고 몇몇 장면은 아주 강렬하진 않아도 나름 쓸만합니다. 막 추천할만한 정돈 아니었지만 이렇게 앤솔로지의 일부로 보기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라는 정도.



 - 아래는 스포일러요.

 

 엄마 집에 머물며 엄마의 흔적을 지우던 주인공은 동네 슈퍼에서 훈남으로 잘 자란 옛 친구를 만나 러브라인까지 만들면서 꽤 즐거워질 뻔... 하는데요. 그렇게 좀 행복해지려할 때마다 강력해지는 폴터가이스트 현상 때문에 고통 받다가, 결국 남자 친구까지 잃게 되구요. 죽어서도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 엄마에게 비분강개해서는 집에다 불을 질러 버리면서 끝납니다.

 사실은 우리 따님께서 끝이 안 보이던 간병에 지쳐 엄마를 살해했다는 게 밝혀지는 건 덤이구요.



3. 청년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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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삶에 대한 만족을 담담하게 털어 놓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만. 그 풍경이 이래요. 아름답지만 좀 불길하죠.)



 - 다시 배경은 깡촌입니다. 도시에서 살다 그 피곤한 삶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온 젊은 남자가 주인공이에요. 고철상 같은 걸 하면서 낚시로 소일을 하고 그럽니다만. 어느 날 영 이상한 주머니를 낚아요. 되게 소중히 챙기는데 그 내용물은 우리에겐 안 보여줌. 그런데 그 순간부터 아주 수상쩍고 괴이하게 생긴 남자가 주인공의 뒤를 소리 없이 쫓기 시작하는데... 마을 사람들 얘기론 아마 수년 전에 그 '주머니'를 욕심내다 죽은 사람이라는 모양입니다.



 - 설명이 되게 없고 또 이야기도 별로 없습니다. 그냥 묵묵히 그 괴남자와 주인공이 '주머니'의 소유권을 놓고 다투는 모습들을 호러 영화 문법으로 차분히, 불쾌하게 보여주면서 그걸로 역시 현대 한국인들의 무언가를 상징하고 풍자하려는 이야기에요.

 그런데 그 괴남자가 아주 그럴싸하게 잘 묘사되구요. 배우 연기도 좋구요. 느릿한 호흡에 원경을 자주 사용하면서도 불쾌하고 갑갑하고 희망리스한 분위기를 잘 잡아내서 괜찮게 봤습니다. 이 영화에 수록된 단편들이 다 비주얼은 꽤 잘 잡아요. ㅋㅋ 암튼 그래서 평타 정도에서 조금 더 좋았다는 느낌으로 봤습니다.



 - 스포일러요!


 결국 그 주머니를 놓고 주인공과 괴인은 다리 위에서 한판 승부를 벌입니다. 배경에 어울리게 낫을 들고 이리 휘두르고 저리 찍고 싸우다 마지막엔 주인공이 승리. 아저씨를 폭폭 찍어 잘 마무리해서 물 속으로 던져 버린 후 주머니를 겟! 하는데... 열어보니 안에 들어있었던 게 (그게 대체 뭔데;) 그냥 진흙 덩어리가 되어 있네요. 쏟아지는 한 없는 탈력감. 

 그리고 그 후로 젊은이의 시골 삶은 예전처럼 여유롭고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되어 버렸고. 계속 그 주머니 생각을 떨치지 못하며 좀비처럼 살던 주인공은 어느새 그 괴인의 행색을 닮아갑니다.



4.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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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리스'의 사장님이 주인공이십니다. 살짝 분장, 스타일링 바꾸니 그냥 다른 사람이네요. 배우란...)



 - 산속에 쳐박혀서 야구 특훈(...)을 하는 부자가 나옵니다. 보아하니 아빠는 자기가 못 이룬 꿈을 아들에게 강요하는 듯도 하구요. 아들은 속으론 무리다! 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착해서 억지로 억지로 따라가는 듯한 모양새에요. 그러다 어느 날 산의 작은 동굴에서 아주 수상쩍은 분위기의 다 죽어가는 젊은 남자 하나를 구하면서 상황이 이상해지기 시작하겠죠. 아무리 봐도 인간이 아닌 무언가 같고, 아무리 봐도 의도가 사악해 보인단 말입니다... 게다가 이 부자의 관계도 겉보기만 괜찮을 뿐 속으론 이미 많이 곪아 있다는 게 처음부터 뻔히 보였으니까요.



 - 앞서 이미 말 했듯이 이 영화의 에이스이자 구원 투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ㅋㅋ 1~3번까지 싹 다 실망한 호러 팬이라도 이 영화는 최소한 '뭐 이건 나쁘지 않네'에서 잘 하면 '오, 재밌었어' 까지의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구요. 전 그냥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갑자기 흑백에다가 화면비가 정사각형에 가까워져서 옛날 흑백 고전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게 하는데 그것도 보기 좋게 잘 찍어냈구요. 긴장감, 불쾌감에 가끔 나오는 점프 스케어까지 다 적절하게 잘 연출해내고 있습니다. 결말의 불쾌감도 적절했고... 뭐 그냥 흠 잡을 데 별로 없는 잘 만든 호러 단편이에요. 덕택에 조금 실망할 뻔 했던 요 영화를 훈훈한 기분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네요. ㅋㅋㅋㅋ

 아, 그리고 보는 내내 유명한 한국 호러 영화 하나가 자꾸 떠오릅니다. 비슷한 장면들이 있기도 하고 전반적인 분위기도 많이 비슷해요. 그게 뭐냐면... '곡성' 이요. 으하하.



 - 스포일러요~


 결국 동굴에서 주워 온 그 남자는 인간도 아니었고 사악한 존재인 것도 맞았습니다. 예언인지 저주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대더니 그 말대로 아들은 갑자기 눈이 멀어 버리구요. 이걸 어째야 하나 하고 혼비백산한 아빠에게 황당한 소리를 해요. 이번 판은 나가리이니 다음 판을 기대하라고. 니 아들 이대론 망했지만 방법이 하나 있다고.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니 손으로 아들을 죽이면 닭울음 소리와 함께 아들은 다시 태어날 거라고.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소리에 아빠는 당황 이 놈을 죽여서 아궁이에 태워 버립니다만. 이 놈이 하는 짓이나 말들을 보면 이게 최소한 사람은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아주 헛소리는 아닌 것 같고, 결정적으로 이대로 아들 몸이 망가져 버리면 메이저리그는 어떡합니까. 그래서 죽여요. 그렇게 아들 시체를 앞에 두고 새벽을 기다리고, 닭이 울고, 아들은 꿈쩍도 않는 가운데 아궁이에서 아까 그 놈이 기어 나옵니다. 근데 다 죽어가던 놈이 아주 멀쩡하고 쌩쌩해졌어요. 결국 아빠는 속아서 자기 아들을 희생하고 악마(?)를 살려낸 셈이 되죠. 그걸 깨달은 아빠의 망연자실한 표정과 함께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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