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돼서야 뒤늦게 인지했어요. 90년대 최고의 대작 여명의 눈동자가 올해로 20주년 됐다는것을.

90년대 드라마 역사를 다시 쓴, 드라마 제작의 판도를 뒤바꾸어 놓은 작품이 여명의 눈동자인데 mbc는 뭐하나요.

mbc스페셜 같은데서 이 작품 2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나 좀 만들지... 종영 직후 1992년도에 여명의 눈동자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라는

dvd에도 실린 한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된적은 있지만 20년도 됐고 하니 회고담 식으로 진행하면 재미있을것 같은데 말이죠.

채시라,박상원,최재성의 인터뷰도 얻기 쉬울 것 같고요.

 

정말 여명의 눈동자는 대단한 드라마였죠. 이 드라마 이후 대작 컴플렉스에 시달린 숱한 시대극, 전쟁물이 제작됐으나

줄줄이 망했습니다. sbs에선 머나먼 쏭바강이 있었고 mbc에서도 자기복제가 심했어요. 전쟁과 사랑 같은 작품도 있었고

까레이스키, 백야3.98 등등.

 

여명의 눈동자는 시청률 공식 집계가 들어서고 난 뒤 방영 당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입니다. 이걸 곧바로 사랑이 뭐길래가 깼는데

여명의 눈동자가 사랑이 뭐길래보다 일찍 끝났기 때문에 당시 60프로 가까운 마지막회 시청률은 시청률 최고 기록이었죠.

제작비도 많이 들었고 t.v드라마 역사상 대규모 해외 로케이션을 감행해서 영화계에서 한풀 꺾인 해외 로케이션의 붐이 드라마 쪽에서 불붙는 계기를 마련

했습니다.

  

만약 여명의 눈동자가 다시 만들어진다면 적어도 아시아인들을 아시아인들이 연기하겠죠. 방영 당시 제작비 절감을 위해

싸이판 장면을 필리핀에서 촬영했는데 현지인들을 옷만 갈아입혀서 일본인 등의 아시아인들로 표현해 이 작품 최대의 옥에 티가 됐어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긴 했지만 지금도 보면 상당히 어색한 느낌이죠. 거기다 미국인을 제외하면 중국인, 일본인들이 전부 한국말로 대사를

치기 때문에 마치 한국어가 만국 공통어처럼 된 느낌. 지금 다시 만들면 이런 언어적인 문제는 그 나라 언어로 표현될겁니다.

어릴 때 이 드라마 보면서 가장 이해 안 되는 부분이기도 했어요. 국적 불문하고 다들 말이 너무 잘 통해서.

 

김성종의 방대한 분량의 대하 포르노 신문 연재 소설을 송지나가 참 각색을 잘 했어요. 중간에 각색하다 하도 힘들어서

잠적한적도 있는 송지나지만 깔끔했죠. 이 작품이 없었다면 이 드라마 속편격인 모래시계도 씌어지긴 힘들었을겁니다.

송지나가 여명의 눈동자를 다 쓰고 너무 아쉬워서 그 뒷세대 이야기 식으로 모래시계를 집필한거죠.

원작자인 김성종은 윤여옥한테 무한 애정을 갖고 썼는데 송지나가 무게를 실은 인물은 최대치입니다. 원작은

유신정권 치하 아래 나온거라 빨치산인 최대치가 후반부엔 괴물처럼 표현되지만 드라마는 시대에 맞게 이 인물을 설득력있게 그렸어요.

장하림도 많이 바뀌었죠. 장하림은 원작에서 완벽하게 묘사돼요. 드라마에선 박상원이 부드러운 휴머니스트로 표현해 최대치와

대조되는 캐릭터로 그려졌는데 원작에선 부드럽지만도 않죠. 체격도 건장하고 똑똑하고 힘있고 멋있고 터프하고 뭐 그런 에릭 시걸 소설에나 나올법한

완벽한 남자로 나옵니다.

 

원작을 읽었을 때의 뜨악했던 기분이 생각나네요. 그 다양한 성묘사 하며 고문을 당할 때마다 성고문으로 진행되고, 집단 윤간에

길고도 자세하게 묘사되는 성인남녀의 육체....전 아직도 원작에서 장하림과 윤여옥이 독립운동하다 스즈끼한테 잡혀

성고문 당한 장면을 보고 충격받은게 생각나요. 원작에선 둘이 육체적 관계를 나누죠. 성고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관계를 맺기도 하지만

윤여옥이 죄책감 때문에 최대치와의 혼인 전날에 장하림과 관계를 나눕니다. 결말에선 무려 최대치가 자신의 명예를 위해 윤여옥을 쏴죽이고

끝난다는...왜냐하면 이념의 노예였던 윤여옥을 동료 빨치산들이 의심을 했기 때문이죠.

 

이 작품은 70년대 한번 영화화 시도가 있었어요. 당시 윤여옥으로 김미숙이 캐스팅 됐는데 검열 때문에 엎어졌습니다.  

채시라는 이 작품 촬영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해외 로케가 많은 작품이었지만 운좋게 모두 방학 때 촬영스케쥴이 잡혀서 무사히 학점 따고

휴학 안하고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채시라 동국대 졸업식 때 박상원도 왔었죠.

최재성은 대작 드라마에 출연한다는게 부담스럽고 당시 은퇴 후 복귀한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자신이 없어 고사했다가

김종학 감독의 설득으로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뱀먹는 장면이 유명하지만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제주도 바닷가에선 정말 죽을뻔했죠. 마지막 지리산 장면에서도 두 배우가 어찌나 고생을 했는지 추워서 콧물이 죽 흘러내린 최재성 때문에

엔지가 났었는데 역시 너무 추웠던 채시라는 그게 콧물인지도 몰랐다고 했죠.

 

박상원,채시라,최재성 모두 대상감 연기를 선보였지만 세 배우 중 한명을 주자니 형평성에 어긋나고

또 당시 채시라는 대상을 주기엔 경력이 약해서 최우수상 수상에 그쳤죠. 최재성이 받을만 하긴 했는데....

결국 mbc는 약간 어부지리 식으로 김희애게 대상을 주며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그래서 김희애는 산넘어 저쪽에서 커트 가발 씌우느라 고생 많이 했다는 분장실 언니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유명한 대상 소감을

발표할 수 있었죠.

송지나, 김종학의 인연은 여명의 눈동자 전부터 있어왔고 이 드라마 이후에도 계속되는 가운데 최재성과 채시라는 그 뒤 인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대신 박상원과 조연으로 출연했던 고현정이 돈독한 사이를 이어왔죠. 최재성은 모래시계 때 제의가 갔었는데 여명의 눈동자를 너무 힘들게 촬영해서

거절, 그 대신 장미빛 인생을 촬영했죠. 좋은 영화였으나 이 영화의 영화는 모두 최명길한테 갔어요.

채시라는 모르겠네요. 그 뒤 김종학 드라마들의 여주인공 이미지를 보면 윤여옥 이미지와 채시라가 그렇게 맞았다고 볼 순 없습니다.

지고지순하고 헌신적이고 뭐 그런 곱디 고운 이미지 상인데 이런 이미지는 황수정이나 고현정, 심은하 같은 단아한 며느리감 미인상의 배우들에게

더 잘 어울렸죠. 극 중 채시라가 가장 매치가 잘 된 부분도 스파이 활동할 때의 기생으로 위장한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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